대형 항공사 잇따라 ‘추락’ 저가 항공사들은 ‘飛上’
대형 항공사 잇따라 ‘추락’ 저가 항공사들은 ‘飛上’
| 일러스트: 김회룡 | 2001년 9·11 테러 이후 전 세계 항공사가 수요 감소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저가 항공사’들은 침체를 모른 채 승승장구하고 있다. 저가 항공사는 기내식이나 음료수 제공을 비롯한 부대 서비스를 전혀 하지 않는 대신 가격을 아주 싸게 책정한다는 영업전략을 쓰고 있다. 유럽의 도시 간 노선이나 미국의 국내선 등 중·단거리 부문에서 특히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현재 세계적인 대형 항공사들은 심각한 상태에 처해 있다. 미국에서는 세계 2위의 ‘유나이티드 에어’와 ‘유에스(US) 항공’ 등 2개사가 파산보호를 신청해 법정관리에 들어가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유나이티드 에어는 아예 청산절차를 밟을지도 모른다고 보도했다. 세계 최대 항공사인 ‘아메리칸 에어’도 언제 파산보호 신청을 할지 모르는 불안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적 항공사였던 ‘스위스 에어’와 벨기에의 ‘사베나 항공’은 이미 파산했다. 하지만 저가 항공사들은 오히려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미국 플로리다 올랜도에 본부가 있는 저가 항공사 ‘에어트랜’을 보자. 이 회사는 앞으로 4년간 매년 25%씩 성장하는 것이 목표다. 2008년까지 회사를 두 배로 키워 5천여명의 직원을 더 채용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이 회사가 목표를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달에는 보잉사와 모두 1백10대의 항공기를 구입하는 40억 달러짜리 계약을 맺어 업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미국에는 에어트랜과 함께 ‘제트블루’ ‘사우스웨스트’ 등 저가 항공사들이 있다. 제트블루의 CEO 데이비드 닐먼은 뉴욕 타임스가 선정한 ‘2002년 가장 성공한 재계 인사’에 뽑혔다. 그는 지난해 회사의 매출과 수익을 전년도의 두 배로 늘렸다. 저가 항공사들의 질주는 유럽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항상 놀랄 만큼 싼 가격을 제시, 업계에 항공료 인하 경쟁을 주도해 온 아일랜드의 저가 항공사 ‘라이언 에어’는 올해 비수기인 2분기 순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 늘어난 4천38만 유로를 기록했다. 이 회사는 3월 말로 끝나는 지난해 회계연도에 2천4백만명을 수송해 미국 국적이 아닌 저가 항공사 중 처음으로 월 탑승객 수가 2백만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버즈 항공’을 인수하면서 승객이 두 배로 늘어 조만간 프랑스 국적의 항공사 ‘에어 프랑스’를 누르고 유럽 3위의 항공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라이언 에어는 유명 관광지를 중심으로 유럽의 각 도시를 연결하는데, 업계에서 가장 싼 요금을 적용하기로 유명하다. 국제선 요금이 심지어 25유로(약 3만원)밖에 안 되는 노선도 있을 정도다. 유럽의 저가 항공사들은 새로 유럽연합(EU)의 일원이 된 동유럽의 하늘도 독차지할 기세다. 영국의 저가 항공사 ‘이지제트’는 프라하-런던 간 편도 요금을 최하 11유로(약 1만4천원)로 책정했다. 이지제트는 지난해 1천7백30만명의 승객을 날랐다. 독일의 루프트한자가 일부 자본을 출자한 저가 항공사 ‘저먼윙스’는 쾰른-프라하 간 편도 요금을 최저 19달러(약 2만4천원)로 제시했다. 또 다른 저가 항공사 ‘스카이 유럽’은 슬로바키아의 수도 브라티슬라바 노선에 최근 취항했다. 저가 항공사들은 곧 폴란드·헝가리 등에서도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체코의 CSA, 폴란드의 LOT, 헝가리의 말레브 항공 등 동유럽 국영 항공사들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들 전체의 탑승객을 합쳐도 이지제트 한 회사보다 적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거대 항공사들이 저가 항공사를 자회사로 줄줄이 설립하고 있다. 미국 3위의 델타항공은 지난 1월 저가 항공사인 ‘송’(Song)을 자회사로 설립해 79∼2백99달러의 가격으로 동부 해안도시에서 운영하고 있다. 유럽의 ‘버진 익스프레스’와 호주의 ‘버진 블루’를 거느린 버진 그룹의 리처드 브랜슨 회장도 미국에 저가 항공사를 설립하려고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저가 항공사 부흥을 예고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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