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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업체와 격돌 중인 외국기업]화장품·담배… 시장 ‘야금야금’

[토종업체와 격돌 중인 외국기업]화장품·담배… 시장 ‘야금야금’

생활용품 담배부터 화장품 제약까지 외국계 기업과 토종기업은 치열한 경쟁 중이다. 사진은 P&G 위스퍼 브랜드의 매장 이벤트.
“프리미엄 샴푸는 우리 회사가 1위.” 유니레버 코리아와 한국P&G·LG생활건강 국내외 주요 생활용품 업체들은 국내 샴푸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기존 제품보다 값이 30% 정도 비싼 프리미엄 샴푸 시장에서는 P&G의 팬틴과 후발주자인 유니레버의 도브크림, LG생활건강의 엘라스틴이 모두 12∼14%의 비슷한 시장점유율로 접전을 벌이고 있다. 유니레버 측은 “시장조사업체인 AC닐슨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도브샴푸가 꾸준히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P&G 측은 “샴푸 외에 컨디셔너·트리트먼트까지 포함한 브랜드 전체의 매출로는 팬틴이 1위”라고 맞받아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12월과 올해 6월에 엘라스틴이 한때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며 “최근 매출이 늘고 있어서 가까운 시일 내 1위로 올라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샴푸 시장 박빙의 승부 생활용품은 물론 화장품·담배·음료 등 주요 소비재 시장에 대한 외국계 기업의 시장 공략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특히 최근 경기침체로 국내기업의 영업과 마케팅이 주춤한 반면, 막대한 자본과 마케팅 노하우·첨단 기술을 갖춘 글로벌 기업들은 국내시장 진출을 강화하고 있다. 국제경쟁력이 취약한 중장비 등이 대부분 외국계 기업에 넘어간 데 이어 국내 업체들이 나름대로 시장을 구축해 온 소비재 분야에서도 시장을 야금야금 잠식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맞서 국내업체들도 대대적으로 시장 지키기에 나서고 있어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이다. 외국계 기업의 국내시장 확대 전략에 맞서 맞불작전을 펴는 경우도 있다. LG생활건강은 일본 세제 시장 1위 제품인 P&G 주방세제 ‘조이’의 국내 진출 정보를 입수하자 일본 조이 광고와 유사한 콘셉트의 광고를 먼저 제작 방영해 초를 치기도 했다. 국내 기업들이 주도권을 쥐고 있던 화장품 시장에서의 경쟁도 격화되고 있다. 태평양과 LG생활건강이 부동의 1, 2위로 버티고 있는 화장품 시장의 공격수는 세계 1위 로레알 코리아. 지난해 매출 1천6백억원으로 국내 화장품 시장에서 4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93년 한국에 진출한 로레알은 이후 매년 40% 이상 매출이 늘고 있다. 폰즈·도브 등의 브랜드를 갖고 있는 유니레버 코리아도 화장품과 생활용품 시장에서 5∼6위권의 매출을 유지하고 있다. 에스티로더·클리니크 등의 브랜드로 한국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ELCA그룹도 백화점을 중심으로 한 판촉 강화와 VIP고객 관리 등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담배시장의 경우 88년 시장개방에도 불구하고 수입담배에 대한 국민들의 거부감과 KT&G(옛 한국담배인삼공사)의 시장방어 노력 등으로 외국업체들의 진입이 지지부진했다. 국내시장은 시장개방 이후에도 10여년간 외국산 담배의 시장점유율이 10%대를 넘지 못했다. 특히 IMF(국제통화기금) 위기 때인 98년에는 외국산 담배 점유율이 시장 개방 이후 최저수준인 4.9%까지 떨어진 적도 있었다. 그러나 올해 6월 기준으로 외국산 담배의 시장점유율은 23%까지 높아졌다. 2001년 7월 담배제조독점법이 폐지되고 수입 관세가 폐지되면서 외국계 기업의 공격경영이 본격화된 것. 외국계 기업 가운데 가장 높은 12%의 시장점유율을 기록 중인 BAT코리아의 경우 가격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1천3백억원을 투자, 경남 사천에 국내 공장을 설립해 지난 3월부터 이곳에서 만든 제품을 국내시장에서 팔고 있다. 이에 앞서 필립 모리스도 작년 10월 국내 공장을 완공했다. BAT코리아의 관계자는 “국내 생산으로 연간 5백억원 이상의 비용절감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또한 ‘국내에서 만든 외국담배’라는 점을 강조해 소비자들의 거부감도 줄여나간다는 설명이다. 광고시장에서도 외국계 광고대행사들의 시장점유율(광고수주액 기준)은 해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지난 96년 3.3%에 불과하던 외국계 광고사들의 점유율은 99년 12.9%, 2000년 32%, 2002년 46.3%까지 높아졌다(2003년 7월22일 현재 제일기획 자료).

새로운 제품 내놓아 시장 개척도 음료시장에서는 코카콜라가 토종 롯데칠성과, 패스트푸드 시장에서는 한국맥도날드와 버거킹이 롯데리아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외국계 기업들의 국내시장 진출 노하우는 다양하다. 우선 글로벌 브랜드, 전세계적인 연구인력과 시설, 축적된 마케팅 노하우 등의 무기가 있다. 이들 기업은 해외에서 성공한 검증된 제품과 브랜드로 국내시장을 공략하는 한편, 철저한 시장조사 과정을 거치고 있다. 진입장벽이 높을 경우 새로운 제품 카테고리를 만들거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P&G는 ‘페브리즈’라는 브랜드를 통해 국내 최초로 섬유탈취제 분야를 개척했으며, 팬틴 브랜드로 프리미엄 샴푸 시장을 형성했다. 로레알은 약국전용 화장품 브랜드 ‘비쉬’를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현지화 전략에도 적극적이다. 유니레버 코리아는 중성비누인 도브로 머리를 감는 한국인들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에 주목, 도브크림샴푸라는 새로운 제품을 개발했다. 맥도날드 코리아도 김치버거·불고기버거 등 한국인 입맛에 맞는 메뉴를 개발해 시장공략에 나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국기업의 적극적인 현지화 전략 등으로 한국기업과의 구분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만큼 소비자들의 애국심에 기대하기도 어렵다”며 “결국은 기업의 경쟁력과 소비자들의 선택에 따라 시장에서의 승부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외기업 경쟁 촉발 배경 ■이미 시장이 형성된 상황에서 외국계가 후발로 진입, 시장의 저항이 강하다. ■외국계 기업이 세계적인 브랜드와 마케팅으로 강하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국내기업은 신속하게 대응제품과 브랜드 전략을 내놓고 맞서고 있다. ■외국계 기업이 철저한 ‘토착화’ 전략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접근하고 있다. ■국내기업은 ‘세계화’전략을 통해 외국계 기업과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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