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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부동산 3가지 해법

강남 부동산 3가지 해법

투기과열지구 지정·국세청 세무조사·기준시가 인상·아파트 분양 전매 금지·재산세 등 보유세 인상·은행권의 집값 담보비율 축소…. 지난 3년간 정부는 쉴 새 없이 부동산 대책을 쏟아냈다. 강남을 중심으로 뛰는 집값을 잡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결과는 어떤가. 집값을 잡겠다고 나선 정부의 적극적인 부동산 대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아파트값은 천정부지로 뛰어올랐다. 정부가 내놓은 각종 대책의 ‘약발’은 참담할 정도다. 지난 2000년 말부터 2003년 10월까지 평균 매매가 상승률은 무려 82.3%. 이 수치는 지난 1980년대 말 집값 폭등기의 상승률 1백20%(88∼90년) 이후 최고치다. 평당 가격도 6백47만6천원에서 1천1백80만원으로 치솟았다. 특히 집값 상승의 진원지인 서울 강남구의 상승률은 무려 1백29%에 달한다. 지난 3년 사이 배 이상 오른 것이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정부의 안일한 대책을 지적하는 이들도 많다. 섣부른 정책을 내놓았다고 되레 집값 오름세에 부채질만 했다는 것이다. ‘무책(無策)이 상책(上策)’이란 말도 전혀 잘못된 것으로는 보이지는 않는다.

강남 대체 주거지 개발이 급선무 집값을 잡아야 한다는 점에서는 정부나 시장 관계자들 모두 의견이 일치한다. 더 이상 집값이 오르면 사회적 위화감 등 경제 외적 문제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법론적으로는 전문가들마다 목소리가 저마다 다르다. 단순한 수요·공급 원리를 넘어 사회·문화·교육 등의 문제가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탓이다. 여기에 저금리 기조의 지속과 4백조원에 달하는 풍부한 유동자금이 복병으로 숨어 있다. 일단 강남권과 비강남권의 문제는 분리해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 지적이다. 이왕범 유니에셋 상무이사는 “위화감이라는 사회적 문제는 있지만 강남권의 아파트와 일반 서민들의 아파트를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이미 강남은 상류층들의 주거 공간으로 변했다”며 “돈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 살겠다는 것을 억지로 막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오히려 서민들의 주거공간이라는 것이다. 어득해 하우징파트너스 대표도 비슷한 입장이다. 어대표는 “강남 집값을 가지고 전체 집값을 논해서는 안 된다. 강남은 강남대로 두고 대체 지역을 개발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뉴타운 등 강북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렇다고 강남을 그대로 방치하라는 것은 아니다. 강남에 대한 대책과 서민용 주택에 대한 대책이 같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강남 집값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규제책과 더불어 공급물량을 늘릴 필요가 있다. 현재 개발 계획이 확정된 판교와 서울 장지동에 하루빨리 주택공급을 하고 성남 서울공항을 신도시로 개발하면 공급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 의견이다. 고준석 신한은행 PB센터 부동산재테크팀장은 “4백50만평에 달하는 서울공항을 김포공항으로 이전하고 김포공항을 인천공항으로 이전하면 5만 가구 이상의 주택을 지을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강남 대체 신도시들은 강남권과 학군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는 게 고준석팀장의 의견이다. “강남 문제의 본질은 교육 문제이므로 이런 신도시들은 강남권과 학군을 같이 쓰게 해야 한다.” 이렇게 판교와 서울공항 등을 신도시로 개발하면 대략 8만 가구 정도가 새로 공급된다. 이 정도 규모면 강남 문제를 일시에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공급을 늘리면서 또한 저밀도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규제는 조금씩 풀어가는 게 수급 문제를 해결하는 방책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어득해 대표는 “사실 서울 지역은 재건축과 재개발 외에 새로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길이 없다. 사정이 이런데도 용적률 등을 제한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발상”이라며 “강남 대체지역을 개발하면서 재건축에 대한 규제를 서서히 풀어줘야 한다”고 말한다.

재건축 아파트, 개발이익 환수해야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규제는 완화하되 재건축으로 인한 개발이익 환수를 하루빨리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국토연구원에 의하면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80∼2001년 땅값은 1천2백84조원 증가한 반면 이 기간 개발이익 환수 총액(이전과세+취득과세+부담금)은 1백13조원으로, 환수율이 개발이익의 8.8%, 취득세액을 제외하면 6.1%에 그치고 있다. 공시지가가 시가의 50% 정도를 반영하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환수율은 3.5∼4.4%에 불과하다. 정희남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10월20일 ‘토지에 대한 개발이익환수제도의 개편방안에 관한 정책토론회’에서 “개발이익이 민간 건설업자와 주택입주자에게 귀속되고 환수는 극히 미미한 수준”이라며 “부동산 시장의 안정화를 위해서는 하루빨리 개발이익을 환수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개발이익환수제 개편 방안으로 특정 부동산과 지역에 한정한 환수제도보다는 이익이 최종 실현되는 시점에서 양도소득세를 통해 환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4백조원에 달하는 시중자금 흡수 방안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시중에 돈이 많아 부동산 시장에 풍선 효과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준석 신한은행 PB센터 부동산재테크팀장은 “유동자금을 줄이지 않고 담보비율을 줄이는 것은 오히려 실수요자인 서민들의 고통만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만기 7∼20년인 장기 국공채를 발행해 2백조원가량을 회수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부동산 정책에 관한 한 정부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집값이 안정되길 바라지만 급속한 가격 하락은 경기에 치명타를 날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성장이 플러스를 유지했던 것은 상당 부분 부동산값 상승 덕이라는 시각도 많다. 부동산값을 잡는 확실한 방법은 금리를 대폭 올리는 것이겠만,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상황을 감안하면 금리를 올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문숙 대표는 “금리로 집값을 잡을 수는 없다. 80년대 말에는 대출금리가 두자릿수라 투기장으로 변해도 투자할 수 있는 여력에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며 “공급 물량 확대를 중심으로 한 종합적인 대책과 발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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