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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경제]“2005년까지 호조세 이어진다”

[EU경제]“2005년까지 호조세 이어진다”

같은 EU지역이라도 국가별 경제성장률에는 다소 차이가 있을 전망이다. 사진은 브뤼셀의 EU 본부.
세계경제가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유럽연합(EU)경제도 하반기 들어 경제 주체들의 심리가 살아나는 등 실물경제가 점차 개선되고 있다. 독일 등 EU지역 국가들의 수출이 증가하면서 지난 3분기 성장률은 0.4%에 달해 2분기째 계속된 마이너스 성장에 종지부를 찍었다. 올해 2분기까지만 해도 독일·이탈리아·네덜란드경제가 경기침체(리세션,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 상태에 있는 등 EU경제가 최악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유럽 경제인들의 기대가 어느 정도 큰지를 알게 된다. 장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지난달 10일 G10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유럽의 3분기 경기호조세가 2005년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호언했다. 유로지역의 최대 경제국인 독일은 지난 3분기 국내총생산이 0.2% 성장했고, 프랑스는 0.4%, 이탈리아는 0.5%로 비교적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는 미국에 비해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지만, 이 지역이 지난 3년여 동안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희망적이다. 독일이 지난 9월 5.6% 수출 증가세를 기록하는 등 유로지역 국가들의 수출호조도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유로지역 경제는 2003년 0.5%, 2004년 2%에 육박하는 성장이 예상된다.

수출·소비·투자 개선 전망 무엇보다 수출 전망이 밝다는 점이 경기 회복의 기대를 높여준다. 이 지역 수출에서 30%가량 차지하고 있는 미국경제가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기업으로서는 여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니다. 수출 호조를 기대하는 기업들은 유로화의 지나친 강세를 우려하고 있다. 달러 대비 유로화 환율은 2002년 1월 말 0.86달러에서 2003년 11월 현재 30% 이상 평가절상돼 1.17달러까지 상승한 상태다. 일부에서는 환율이 수출에 대한 발목을 잡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지만, 아직은 대외 여건이 좋아 환율 효과가 상당 부분 상쇄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민간소비와 투자 전망도 밝다. 그동안 민간소비와 기업투자는 주가하락과 실업률 상승에 따른 개인 가처분소득의 감소 등으로 위축됐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기업들이 어려운 시기를 넘기며 생산성과 수익성을 높이려는 노력을 해왔고 장기간 저금리가 계속됨으로써 투자여건이 점차 개선돼 왔다. 유로화 강세에 따른 실질가처분소득 증가로 개인소비도 차츰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부지출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문제다. 재정적자폭을 특정 비율 아래로 한정시켜야 한다는 ‘재정건전화협약’을 지켜야 하는 EU 회원국들은 다른 나라와는 달리 재정정책을 통한 경기회복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가 없다. 적잖은 전문가들은 이를 EU경제 발전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보고 있다. 소비자물가는 일단은 불안해 보인다. 중동지역의 정치 불안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 주요국의 간접세 인상 등으로 당분간 2%를 약간 상회할 전망이다. 그러나 내년에는 경제가 완만하게 회복될 테고 수입물가 하락과 임금 안정 등으로 2% 이내에서 안정될 가능성이 크다. 물가안정은 전반적인 경제회복에 도움을 줄 것이다.

유럽 경제대국… ‘약진’ 준비 국가별로도 경제성장률에 다소 차이가 있을 전망이다. 이는 국가재정 상태와 수출 의존도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우선 재정적자가 GDP의 3%를 초과하는 국가들은 내년에도 긴축재정의 압박으로 본격적인 내수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 독일·프랑스·포르투갈은 이미 재정적자 상한선을 초과하고 있기 때문에 세금인상과 사회복지 지출 삭감 등의 자구 노력이 필요하다. 이는 내수 활성화에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재정상태가 나쁜 국가들의 경제성장률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다행히 세계경제의 성장엔진인 미국경제가 회복하는 등 대외 교역환경의 개선으로 수출 의존도가 높은 독일과 이탈리아경제는 다소 숨통이 트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상당한 침체를 경험했던 독일경제가 살아나기 시작했다는 것은 중요하다. 독일 IFO경제연구소 한스 베르너 진 소장은 “기업신뢰지수가 2년 8개월 만에 최고치인 94.2를 기록했다. 이 지수가 6개월 연속 오른 것은 독일 경기가 바닥을 치고 상승세로 돌아선 증거로 본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노동시장 개혁에 힘입어 독일보다는 약간 높은 경제성장이 예상된다. 아일랜드·핀란드·스웨덴은 IT산업의 회복에 힘입어 과거의 경제성장률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은 유럽의 빅(Big)4 중 가장 높은 경제성장률(2.5% 이상)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파운드화의 약세와 미국경제의 회복으로 해외 부문이 점차 활력을 되찾을 것이다. 내수 부문은 영국중앙은행의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낮은 실업률과 부동산시장의 호조로 경제성장을 계속 주도할 수 있을 전망이다. 2004년에 유로지역 경제의 최대 이슈는 실업 문제·구조개혁·재정 불확실성 등이 될 전망이다. 이들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유로지역 경제성장률은 미국보다 낮을 수밖에 없다. 국가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각국의 구조개혁 노력(독일의 ‘아젠다 2010’ 등)과 더불어 재정건전화협약을 둘러싼 개정 논의에 진전이 있어야만 유로지역 경제의 성장 잠재력은 향상될 수 있을 것이다.

[재정건전화협약은…] 회원국 재정건전화 위해 96년 도입 ‘재정건전화협약’(Stability and Growth Pact:SGP)은 1996년 12월 더블린 EU정상회담에서 합의된 것으로, 유럽경제통화동맹(EMU) 참가국들은 EMU 출범 후 매년 재정수렴 요건을 충족시켜야 하며 이를 지키지 못할 경우 동 협약에 의해 제재 조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재정수렴 요건이란 재정적자가 경상 GDP의 3% 이내이고 정부부채 잔액이 경상 GDP의 60% 이하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재정건전화 노력에 힘입어 그동안 유로지역의 재정수지는 크게 개선됐으나, 2001년 이후 경기침체로 포르투갈·독일·프랑스 등 재정건전화협약을 준수하지 못하는 국가가 늘고 있다. EU집행위는 재정건전화 노력에 더욱 고삐를 죄고 있는데, 독일과 프랑스는 재정건전화협약의 기준이 너무 경직적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유럽중앙은행(ECB)은 EMU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재정건전화협약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재정적자와 정부부채의 증가로 심각한 문제가 초래돼 결국 EMU의 붕괴로까지 이어질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재정건전화협약의 완화는 있을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이같은 갈등은 유로지역의 궁극적 목표인 정치적·경제적 통합에 대한 우려는 물론 경제정책에 대한 전망을 불투명하게 하고 있다. 트리세 ECB 총재는 안정·성장협약이 EMU의 신뢰도 유지를 위한 제도적 기반으로서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면서도 적절한 유연성을 제공하고 있다며 동 협약상의 재정적자 상한선(GDP 대비 3%) 준수를 촉구하고 있다. 또한 연금제도 개혁과 생산물·노동시장의 구조개혁 노력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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