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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우 리앤디디비 고문

이강우 리앤디디비 고문

이강우 리앤디디비 고문
‘1세대 광고 플래너’로 꼽히는 이강우(62) 리앤디디비 고문은 “일기 쓰듯 차곡차곡 모아둔 글이 제법 분량이 두꺼워진 정도”라며 겸손해하지만 최근 그가 펴낸 「대한민국 광고에는 신제품이 없다」(살림刊)는 광고업계에서 잔잔한 화제다. ‘따봉’ ‘맞다 게보린’ ‘고향의 맛 다시다’같이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광고 카피에 얽힌 에피소드도 재미있지만 30년 동안 오로지 한길을 고집해 온 ‘광고쟁이의 철학’을 엿볼 수 있어서다. “광고를 만드는 사람들은 크리에이티브, 크리에이티브 하면서 뭔가 기발한 곳에서 승부를 내려고 합니다. 그런데 사실 너무 특별하면 공감을 얻기 힘든 게 광고입니다. 광고는 고객보다 반걸음 앞선 것이 좋아요.” 이고문은 오리온제과의 ‘예감’을 사례로 들었다. 제과회사 측이 “광고 아이디어가 무엇이 됐든 신제품이라고 표시해 달라”고 요청해 광고카피에 ‘신등장’(新登場)이라고 적어줬는데, 광고가 나간 지 열흘이 안 돼 매장의 물건이 동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신제품이 왜 안 팔립니까? 신제품이란 걸 모르기 때문이지요. 낯선 광고를 볼 때마다 그것이 신제품 광고인지 아닌지를 확인해 봅니다. 그러나 대부분 알 길이 없어요. 대한민국에 신제품은 많지만 광고에는 신제품이 없습니다.” 이고문이 광고와 인연을 맺은 것은 1974년께. 동아방송 드라마 PD에서 방송영업부 CM 제작과로 발령받은 것이 광고 인생의 시작이었다. 77년에는 평생의 동지이자 동업자인 윤석태씨(현 경주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를 만나 세종문화를 창립한다. 이때부터는 감독처럼 카메라를 잡는 것은 아니지만 광고의 기획업무를 전담하는 광고기획가(CM 플래너)라는 직업을 국내에 처음 선보였다. 2000년부터 리앤디디비 고문으로 근무하고 있다. “나이는 잊고 살지만 세월은 이길 수 없지요. 그래서 잃은 것이 순발력이라면, 지금은 똥오줌 가릴 수준은 됩니다. 왜 그러잖수, 선장은 바다 색깔만 봐도 고기 잡히는 곳을 안다고, 나도 비슷해졌어….” 베테랑 CM 플래너가 말하는 좋은 광고는 무엇일까? “좋은 제품이 좋은 광고만드는 겁니다. 광고 만들기 전에 시제품과 살아보면 알아요. ‘50점짜리’ 제품으로는 좋은 광고가 나올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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