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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가치 합치면 1조2천억”

“미래가치 합치면 1조2천억”

미국계 투자회사인 템플턴자산운용은 지난 11월26일부터 12월5일까지 LG카드 주식 7백16만8백50주(5.96%)를 장내에서 사들여 지분율을 5.39%에서 11.35%로 끌어올렸다. 이에 따라 템플턴은 기존 LG카드의 최대 주주인 캐피탈그룹(11.03%)을 제치고 단일주주로는 최대 주주가 됐다. 최근 경영난을 겪고 있는 LG카드를 두고 국내외 금융업체들의 인수전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몇 달 사이 1대주주와 2대주주가 바뀌는가 하면, LG카드가 지난달 24일 경영정상화를 위해 경영권 양도를 포함한 자본 유치를 추진한다고 발표한 뒤 불과 20여일 만에 인수 후보로 10개 업체가 거론될 정도로 각종 인수설이 난무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국내 매각 희망 현재 LG카드 인수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업체는 모두 10개 업체로 한국계와 외국계가 격돌하는 양상이다. 국내 자본은 하나은행·우리금융·신한금융·산업은행 등 4개사이며, 외국계는 제일은행 최대주주인 뉴브리지캐피털을 비롯해 HSBC·GE캐피탈·씨티은행·테마섹·템플턴 등 6개 업체다. 국내 업체는 인수설을 공식적으로는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금융감독당국이 국내 업체의 인수를 바라고 있어 현재로서는 국내 업체의 인수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최근 김승유 행장이 국내 금융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LG카드를 공동인수하는 방안을 제시하는 바람에 유력한 인수 후보로 떠오른 하나은행은 현재로선 LG카드 인수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그러나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오는 2005년 지주회사 출범을 준비하고 있는 하나은행은 신용카드·증권·보험 등 비은행 분야를 강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신용카드 사업 부문이 약한 하나은행으로서는 신용카드 업계 1위인 LG카드가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우리금융·신한금융도 “자체 카드사업을 처리하기에도 바쁘다”며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경우 일단 LG카드의 매각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인수전에 뛰어들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매각이 불발될 경우 인수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외국계 자본은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활발하게 물밑 접촉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브리지캐피털은 최근 금융감독당국을 방문해 LG카드 인수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단기간에 1천억원 이상을 들여 LG카드의 1대주주에 오른 템플턴에 대해선 시세차익을 노린 단순 투자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경영권 인수를 염두에 둔다면 실사 결과가 나오지도 않은 상태에서 지분부터 살 리가 없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장기 투자를 하는 템플턴이 이처럼 단기간에 주식을 사들인 것은 드문 일이라는 점에서 경영권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예측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국내에서 신용카드업을 했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는 씨티은행은 소매금융 확대를 위해 LG카드를 노리고 있으며, 뉴브리지캐피털은 제일은행과 LG카드를 묶어 매각할 경우 보다 높은 값을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인 것으로 업계는 분석했다. LG카드 매각에 대해 금융감독당국은 국내 매각을 희망하고 있다. 금융감독당국 고위 관계자는 “외국자본의 국내 진출 확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 여력 있는 국내 금융사가 경영권을 인수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 업체는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다는 게 문제다. 업계 관계자는 “최소한 3조원은 투입할 수 있는 여력이 있어야 LG카드를 인수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이러한 자금 여력이 있는 업체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국내 금융사가 컨소시엄을 만들어 인수하는 방안도 유력하게 대두되고 있다. 이것도 여의치 않을 경우 산업은행이 대우증권을 인수했던 방식으로 LG카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999년 대우증권이 대우사태로 부실화되자 산업은행은 제3자배정방식 등을 통해 지분 25%를 확보한 뒤 자금을 추가로 투입해 정상화시켰다.

7조5천억원이 ‘사실상 연체’ 오는 20일로 예정돼 있는 자산실사가 끝나야 LG카드의 정확한 가격을 알 수 있지만, 전문가들은 현재 나타난 재무상황을 기준으로 경영정상화가 된다고 했을 때 1조2천억원 내외가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부실자산 규모, 경영권 프리미엄 등에 따라 큰 차이가 날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전통적인 방식인 순자산 가치를 따져보면 9월 말 현재 LG카드의 총자산 규모는 26조5백42억원, 총부채는 24조9천2백27억원으로 순자산(총자산 - 총부채) 가치가 1조1천3백14억원에 달한다. 단순 계산하면 1조원의 가치는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신용으로 돈을 빌려주고 받는 신용카드업 성격상 연체 등에 의한 부실 규모를 고려해야 한다. 이 경우 가치는 오히려 마이너스로 바뀐다. 대환대출을 포함한 실질연체율이 33%라서 자산 중 ‘가짜 자산’이 매우 많기 때문이다. 9월 말 현재 신용카드 부문의 1개월 이상 연체액은 1조3백20억원이며 장기연체를 대출로 전환해 준 ‘대환대출’ 규모는 6조4천4백30억원에 달한다. 무려 7조4천7백50억원이 사실상 연체 상태에 놓여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 가운데 30∼50%가량인 2조2천4백25억∼3조7천3백75억원을 부실채권으로 보고 있다. 이럴 경우 순자산 가치는 1조∼2조원가량 마이너스가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LG카드에 대해 비관적인 견해를 갖고 있는 전문가들이 웃돈을 얹어주고 팔아야 한다는 주장도 이런 계산에 근거한다. 이에 대해 한 금융권 관계자는 “LG카드의 경우 연체율 상승으로 자산가치가 상당히 떨어져 있어 적정한 자산가치를 구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순자산 가치를 통해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것보다는 미래가치를 기준으로 평가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래가치도 LG카드에 대한 전망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LG카드는 자본 유치 등으로 경영정상화되는 2006년에는 순이익이 최소 4천억원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처럼 앞으로 연간 4천억원의 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될 경우 현재 LG카드의 가치는 순이익의 3배가량인 1조2천억원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LG카드가 흑자 전환할 경우 주가가 최소 1만원을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주식 수가 약 1억2천만주인 점을 고려하면 LG카드의 가치는 1조2천억원은 넘을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같은 분석은 장기적으로 LG카드가 안정 궤도에 올라 흑자를 낸다는 가정 하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연체율 증가로 적자 누적이 계속될 경우 가격은 크게 떨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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