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조류독감 사망자 발생 은폐 시도
중국, 조류독감 사망자 발생 은폐 시도
State of Denial
많은 전문가들이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바이러스의 재발에 대비하던 지난해 말 세계보건기구(WHO)의 독감 담당자인 클라우스 슈퇴르는 조류독감을 걱정하고 있었다. 그는 오래 전부터 동물로부터 사람에게 전염될 수 있는 질병들에 관심을 쏟아 왔다. 1997년 홍콩에서는 H5N1 조류독감 바이러스에 18명이 감염돼 6명이 사망했다. 이 바이러스는 지난해 가을 다시 등장했다.
베트남·한국·일본에서 조류독감이 연이어 발생했다. 지난해 10월 일본 오키나와(沖繩)에서 열린 한 의학 학회에서 슈퇴르는 중국의 인구밀집지역인 광둥(廣東)성에서 조류독감 때문에 사람이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 결과 2003년 2월 말 한 소녀가 H5N1에 감염돼 사망했음이 확인됐다. 사스가 아시아 전체를 공포에 몰아넣기 전의 일이었다. 슈퇴르는 “이제 다시 H5N1 때문에 사망자가 생겼다. 새로운 전염병의 확산은 시간문제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고 당시를 회상한다.
광둥성 사건은 언론에 보도된 적이 없었고, 중국 관리들은 지난주까지도 본토에 조류독감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완강히 부인했다. 그러나 묻혀버릴 뻔했던 이 사건의 중요성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올해 2월 6일 현재 베트남과 태국의 조류독감 감염자 수는 18명에 이르렀고 아시아 10개국에서는 가금류 도살과 예방접종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제 조류독감 바이러스는, 어쩌면 기존 인간 독감 바이러스와의 유전자 결합을 통해 대인접촉 감염이 이루어질 수 있는 형태로 변이될 것이라는 공포가 자리잡았다. 그리고 중국은 많은 인구 탓에 H5N1이 그같은 형태로 변이될 기회가 수억번은 생길 것이다.
이제 중국 정부의 희망과는 달리 찜찜한 진실이 드러나고 있다. H5N1이 오래 전부터 중국을 휩쓸어 왔다는 사실이다. 지난주 중국 본토의 학자와 언론인들에게 조류독감에 대해 논하지 말라는 명령이 내려지기에 앞서 광저우(廣州)시 소재 화난(華南)농대 학자들은 광둥·푸젠(福建)·광시(廣西)·산둥(山東)성 등지의 가금류 사이에서 H5N1이 빠르게는 2001년부터 널리 퍼진 것 같다고 발표했다.
독감 전문가 케네디 쇼트리지는 “1997년 홍콩에서 발생한 조류독감처럼 사람들에게 치명적인 조류독감이 중국에서 이미 수차례 발생한 것 같다”면서 “15년 전에는 원인 모를 질병으로 아이들이 죽어갔지만 당시에는 조류독감에 대한 인식이 희박한 상태였다”고 말한다. 지금도 많은 의사들은 여러 발병 사례에 대해 조류독감이 원인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 미국 하버드 메디컬스쿨의 생물공학자 헨리 니먼은 “누군가가 H5N1로 사망하면 첫번째 사인 분석 결과는 A형 독감이라고만 나온다. H5N1은 별도로 검사하지 않으면 확인되지 않는 바이러스”라고 말한다.
그리고 중국 정부는 바로 그같은 검사의 실시를 꺼릴 뿐더러 준비도 안 돼 있다. 지난주 중국 관리들은 거의 1주일간 언론매체와 숨바꼭질을 한 끝에 “중국의 동물 질병 관리 체제에 허점이 있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올해 1월 말 이후 중국은 31개성 중 13개성에서 조류독감 감염 사례가 있었음을 자백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본토에서 H5N1로 사망한 사람이 있다는 사실은 인정하기를 한사코 거부해 과연 당국에 조류독감 위기에 맞서 싸울 의지가 있는지 의문시되고 있다.
1년 전 중국 관리들은 중국인 수백명이 사스 때문에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수개월간 인정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진상 은폐의 대가가 훨씬 더 클 수도 있다. 한때 WHO 사스퇴치 전쟁의 최전선에 섰던 과학자 존 매켄지는 세계적으로 8백명의 사망자를 낸 사스보다 H5N1이 “1천배는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의 유전자 분석 결과 1918년 약 5천만명을 사망케 만든 스페인 독감 역시 중국 광둥성에서 발생한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원인이었음이 확인됐다.
지난주 중국 관리들은 H5N1 퇴치 전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 같았다. 조류독감이 발생한 상하이 외곽의 캉차오(康橋) 마을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경찰이 마을의 모든 진입로를 차단한 상태에서 방역요원들은 논밭과 차량들에 소독약을 뿌렸다. 그러나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 1백30억마리의 가금류를 보유한 중국은 세계 2위의 가금류 생산국이다. 그리고 선진국들과 달리 중국 본토 양계장의 4분의 3은 1백마리 미만의 소규모 농가다. 이처럼 수많은 양계농들이 뿔뿔이 흩어져 있기 때문에 중국의 바이러스 조기 발견은 어림짐작 수준에 그치고 있다.
그래도 지방 관리들은 뒤늦게나마 방역 활동에 적극 나섰지만 동물 질병을 관리하는 중앙정부의 농업부는 늑장대응을 하고 있다는 게 세계 보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슈퇴르는 이제 최우선 과제는 모든 감염국들로부터 바이러스 샘플을 수집해 적절한 백신을 개발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중국은 “그 어떤 샘플도 제공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그같은 노력에서 제외되고 있다”고 그는 말한다.
중국 관리들이 조류독감의 인간 전염 사실을 인정할 경우 사태 수습 책임은 (전문가들로부터 사스 사태 이후 내부 개혁에 힘써 왔다는 찬사를 받고 있는) 보건부로 이관될 수도 있다. 그러나 관리들은 지금도 광둥성의 사망자 발생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지난달 WHO 중국지부는 그 소녀의 사망과 H5N1의 관련성을 상술한 보고서를 중국 정부에 제출했다. 광둥성에는 H5N1 사망자가 전혀 없다는 주장을 중국 정부가 되풀이한 직후였다. 그러나 그같은 부인(否認)은 중국 정부가 지금껏 해온 부인들 중 가장 위험한 것이 될 수도 있다.
With SARAH SCHAFER in Shangh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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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전문가들이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바이러스의 재발에 대비하던 지난해 말 세계보건기구(WHO)의 독감 담당자인 클라우스 슈퇴르는 조류독감을 걱정하고 있었다. 그는 오래 전부터 동물로부터 사람에게 전염될 수 있는 질병들에 관심을 쏟아 왔다. 1997년 홍콩에서는 H5N1 조류독감 바이러스에 18명이 감염돼 6명이 사망했다. 이 바이러스는 지난해 가을 다시 등장했다.
베트남·한국·일본에서 조류독감이 연이어 발생했다. 지난해 10월 일본 오키나와(沖繩)에서 열린 한 의학 학회에서 슈퇴르는 중국의 인구밀집지역인 광둥(廣東)성에서 조류독감 때문에 사람이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 결과 2003년 2월 말 한 소녀가 H5N1에 감염돼 사망했음이 확인됐다. 사스가 아시아 전체를 공포에 몰아넣기 전의 일이었다. 슈퇴르는 “이제 다시 H5N1 때문에 사망자가 생겼다. 새로운 전염병의 확산은 시간문제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고 당시를 회상한다.
광둥성 사건은 언론에 보도된 적이 없었고, 중국 관리들은 지난주까지도 본토에 조류독감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완강히 부인했다. 그러나 묻혀버릴 뻔했던 이 사건의 중요성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올해 2월 6일 현재 베트남과 태국의 조류독감 감염자 수는 18명에 이르렀고 아시아 10개국에서는 가금류 도살과 예방접종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제 조류독감 바이러스는, 어쩌면 기존 인간 독감 바이러스와의 유전자 결합을 통해 대인접촉 감염이 이루어질 수 있는 형태로 변이될 것이라는 공포가 자리잡았다. 그리고 중국은 많은 인구 탓에 H5N1이 그같은 형태로 변이될 기회가 수억번은 생길 것이다.
이제 중국 정부의 희망과는 달리 찜찜한 진실이 드러나고 있다. H5N1이 오래 전부터 중국을 휩쓸어 왔다는 사실이다. 지난주 중국 본토의 학자와 언론인들에게 조류독감에 대해 논하지 말라는 명령이 내려지기에 앞서 광저우(廣州)시 소재 화난(華南)농대 학자들은 광둥·푸젠(福建)·광시(廣西)·산둥(山東)성 등지의 가금류 사이에서 H5N1이 빠르게는 2001년부터 널리 퍼진 것 같다고 발표했다.
독감 전문가 케네디 쇼트리지는 “1997년 홍콩에서 발생한 조류독감처럼 사람들에게 치명적인 조류독감이 중국에서 이미 수차례 발생한 것 같다”면서 “15년 전에는 원인 모를 질병으로 아이들이 죽어갔지만 당시에는 조류독감에 대한 인식이 희박한 상태였다”고 말한다. 지금도 많은 의사들은 여러 발병 사례에 대해 조류독감이 원인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 미국 하버드 메디컬스쿨의 생물공학자 헨리 니먼은 “누군가가 H5N1로 사망하면 첫번째 사인 분석 결과는 A형 독감이라고만 나온다. H5N1은 별도로 검사하지 않으면 확인되지 않는 바이러스”라고 말한다.
그리고 중국 정부는 바로 그같은 검사의 실시를 꺼릴 뿐더러 준비도 안 돼 있다. 지난주 중국 관리들은 거의 1주일간 언론매체와 숨바꼭질을 한 끝에 “중국의 동물 질병 관리 체제에 허점이 있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올해 1월 말 이후 중국은 31개성 중 13개성에서 조류독감 감염 사례가 있었음을 자백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본토에서 H5N1로 사망한 사람이 있다는 사실은 인정하기를 한사코 거부해 과연 당국에 조류독감 위기에 맞서 싸울 의지가 있는지 의문시되고 있다.
1년 전 중국 관리들은 중국인 수백명이 사스 때문에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수개월간 인정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진상 은폐의 대가가 훨씬 더 클 수도 있다. 한때 WHO 사스퇴치 전쟁의 최전선에 섰던 과학자 존 매켄지는 세계적으로 8백명의 사망자를 낸 사스보다 H5N1이 “1천배는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의 유전자 분석 결과 1918년 약 5천만명을 사망케 만든 스페인 독감 역시 중국 광둥성에서 발생한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원인이었음이 확인됐다.
지난주 중국 관리들은 H5N1 퇴치 전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 같았다. 조류독감이 발생한 상하이 외곽의 캉차오(康橋) 마을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경찰이 마을의 모든 진입로를 차단한 상태에서 방역요원들은 논밭과 차량들에 소독약을 뿌렸다. 그러나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 1백30억마리의 가금류를 보유한 중국은 세계 2위의 가금류 생산국이다. 그리고 선진국들과 달리 중국 본토 양계장의 4분의 3은 1백마리 미만의 소규모 농가다. 이처럼 수많은 양계농들이 뿔뿔이 흩어져 있기 때문에 중국의 바이러스 조기 발견은 어림짐작 수준에 그치고 있다.
그래도 지방 관리들은 뒤늦게나마 방역 활동에 적극 나섰지만 동물 질병을 관리하는 중앙정부의 농업부는 늑장대응을 하고 있다는 게 세계 보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슈퇴르는 이제 최우선 과제는 모든 감염국들로부터 바이러스 샘플을 수집해 적절한 백신을 개발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중국은 “그 어떤 샘플도 제공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그같은 노력에서 제외되고 있다”고 그는 말한다.
중국 관리들이 조류독감의 인간 전염 사실을 인정할 경우 사태 수습 책임은 (전문가들로부터 사스 사태 이후 내부 개혁에 힘써 왔다는 찬사를 받고 있는) 보건부로 이관될 수도 있다. 그러나 관리들은 지금도 광둥성의 사망자 발생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지난달 WHO 중국지부는 그 소녀의 사망과 H5N1의 관련성을 상술한 보고서를 중국 정부에 제출했다. 광둥성에는 H5N1 사망자가 전혀 없다는 주장을 중국 정부가 되풀이한 직후였다. 그러나 그같은 부인(否認)은 중국 정부가 지금껏 해온 부인들 중 가장 위험한 것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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