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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INSIDE]“개헌 저지선만이라도…”

[정치INSIDE]“개헌 저지선만이라도…”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18일 오전 청와대에서 경기·인천 지역 언론인들과 합동회견을 갖기에 앞서 인사를 나눈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총선 이후 정국 운영에 관한 구상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대통령의 발언 가운데 주목되는 것이 지난 2월18일 경기·인천 지역 언론과의 합동회견에서 나온 내용이다. 노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개헌 저지선(국회 재적의원의 3분의 1)까지 무너지면 그 뒤에 어떤 일이 생길지는 나도 정말 말씀드릴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특별한 대안이 없으면 일을 좀 하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는 개헌 저지선을 확보하지 못하면 야당이 대통령 중심제인 현행 헌법을 분권형 대통령제나 내각제로 고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이럴 경우 자신은 하야를 해야 하거나 실권을 갖지 못한 ‘얼굴마담’ 대통령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를 표시한 것이다. 물론 개헌과는 별도로 국회 재적 3분의 2 이상이 필요한 탄핵의 가능성도 열려 있다. 이런 점에서 이날 노대통령의 발언은 개헌만이라도 막을 수 있게 해 달라는 일종의 호소인 셈이다. 이 발언을 토대로 상황을 조금 더 진전시켜 보자. 선거법이 통과되지 않은 시점인 만큼 아직 국회의원 정수는 결정되지 않았다. 현행대로 갈 경우 2백73석이다. 이때는 개헌 저지선이 91석이 된다. 여성전용 특별선거구가 성사되면서 정수가 2백99명으로 늘어나면 저지선은 1백석. 이로 미루어 노대통령은 열린우리당이 대략 1백석 이상 얻기를 기대하는 것 같다. 현재 열린우리당이 47석이니 여기에 53석 이상이 추가돼야 목표가 이뤄질 것이다. 열린우리당이 1백석 안팎을 얻으면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 주요 야당, 자민련·민노당 등 군소정당은 2백석에서 1백80석 정도를 나눠 가지게 된다. 이때부터 여러 가지 경우의 수가 생긴다. 현재 각 정당에 대한 지지율과 주된 지지 기반 등을 감안할 경우 한나라당은 원내 제1당을 지키거나 근소한 차이로 열린우리당에 이은 원내 2당이 될 가능성이 있다. 만일 한나라당이 원내 과반수(현행 유지 땐 1백37석, 2백99석으로 증원 때는 1백50석)를 유지하면서 제1당이 되면 행정부는 대통령이, 국회는 야당이 장악하게 된다. 이 구도는 노대통령이 전혀 원치 않고 있다. 지리멸렬한 한나라당 내부를 봐도 그 가능성이 높지 않다. 한나라당이 근소한 차이로 1당이 되거나 2당이 되면 한나라당의 의석은 열린우리당과 비슷한 1백석 안팎이 된다. 이때는 전혀 다른 국면이 전개된다. 총선 뒤 노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은 즉각 제3당으로 전락한 민주당과 자민련 등을 아우르는 정계 개편을 통해 ‘여권연합’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은 뿌리가 같다. 이념적 정체성에서도 근접해 있다. 자민련과의 제휴는 충청권으로의 수도이전 정책 등이 고리가 될 수 있다. 일단 여권연합이 성사되면 한나라당은 1백석, 한나라당을 포위하는 여권연합은 2백석 안팎이 될 확률이 높다. 이 경우엔 오히려 한나라당에 개헌 저지선 확보를 위한 비상이 걸린다. 정국 주도권이 노대통령의 수중에 넘어가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이런 점에서 “개헌 저지선만이라도…”라는 노대통령의 발언에는 고도의 수읽기가 깔려 있다. 이 같은 전략을 보면 노대통령이 현 3당 체제의 구조적 특성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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