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 黨대표 릴레이 인터뷰③…자유민주연합 총재 김종필
[특별인터뷰] 黨대표 릴레이 인터뷰③…자유민주연합 총재 김종필
이번 총선에서 경제 현안이 최대 이슈로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특히 일자리 창출이 시급한데 어떤 복안을 가지고 있습니까. “경제 현안은 총선이 있어서가 아니라 당면 국정에 있어서 최우선 과제라고 봅니다.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해 각 정당들이 ‘경제 최우선’을 외치면서도 당리당략에 의한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을 보면 매우 안타깝습니다. 일자리 창출은 결국 기업이 하는 겁니다. 민간기업과 공공부문이 다소 부담되더라도 일자리를 만들어줘야 합니다. 경기가 나빠 어렵긴 하겠지만 일자리가 제공돼 건전한 소비가 증대되고 경제가 성장하면 기업도 이윤을 볼 수 있다는 이른바 선순환을 이뤄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선순환을 정책적으로 유도하는 것, 그것이 정부가 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부는 그야말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고, 노사문제도 확실한 신념을 가지고 해결에 앞장서야 해요.” 요즘 외국기업들의 한국 투자가 줄어들고 있는데 무슨 대책이 없겠습니까. “외국기업의 투자라는 것은 언제라도 철수할 수 있는 돈입니다. 1백을 투자해서 중국이나 인도에서는 1백20을 벌고, 한국에선 1백10밖에 못 번다면 누가 한국에 들어오려고 하겠습니까. 우리는 외국의 투자자본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합니다. 세계적인 초우량 기업에게는 세금을 줄여주고 부지를 싸게 사용케 하는 등 많은 혜택을 줘 전략적으로 투자를 유치해야 합니다. 노사문제도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할 것입니다. 덩치 큰 외국 기업이 투자하게 되면 관련 산업들도 따라서 들어올 수 있게 해줘야 합니다.” 고령화 시대가 급격하게 진행되면서 이에 따른 사회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생산적 복지’가 화두가 되고 있는 것처럼, 먼저 ‘파이’를 늘려야 합니다. 그래야 나눌 것이 많아집니다. 그것이 근본 대책입니다. 이와 병행해 노인복지를 위한 재정을 확충하고 노후연금제도를 보완해 나가야 합니다. 또 일할 수 있는 노인에 대해서는 일자리를 제공해 주는 일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것이 삶의 의미와 보람을 주는 일 아니겠습니까. 고령화 사회는 필연적으로 닥칩니다. 정부는 장기적 차원에서 합리적 대책을 마련하는 데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경제 공부는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당 정책위원회로부터 경제 현안에 대해 수시로 보고받고 관계자들과 토론을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세계 경제와 우리 경제에 대한 정보와 해법 등은 국내외 매스컴을 통해 많이 숙지하고 있는 편입니다. 「이코노미스트」도 빠짐없이 읽고 있어요.” 세계의 ‘제조 공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의 위협이 심각한 수준입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중국의 무서운 고도성장은 연 2% 성장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한국에 큰 위협인 것이 사실입니다. 중국의 ‘세계 공장화’는 우리의 산업공동화와 연결되고 실업문제, 국내총생산(GDP) 성장과도 함수관계에 있습니다. 특히 중소기업의 타격은 심각한 현실입니다. 이런 현실적 관점에서 냉철하게 볼 때, 우리에게 경쟁력이 없는 제조업은 중국에게 양보하고, 경쟁력이 있으면서 고부가가치를 갖는 산업을 적극 육성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고 노동집약적 산업을 모두 포기하는 것은 곤란합니다. 노동자의 임금인상 자제·노사평화의 정착·산업인력의 확보 등을 통해 고품질로 중국과 경쟁할 것은 해야 합니다.” 각종 규제 때문에 ‘기업 못해 먹겠다’는 말들이 많습니다. 막강한 공무원 조직을 대상으로 어떻게 행정 규제를 풀어야 할까요. “못해 먹겠다는 말은 위로는 대통령부터 아래로는 구멍가게까지 회자되고 있습니다. 크게는 ‘국가 리더십의 부재’라고 한마디로 얘기할 수 있겠습니다만, 기업 규제는 투명성 보장과 함께 속히 풀어야 할 문제입니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는 말이 구두선으로 그치고 있지 않나 걱정입니다. 국가의 성장은 기업이 하는 것입니다. 정부는 기업을 돕는 보조자입니다. 기업의 발목을 묶어둔 채 다른 나라와 경쟁하라는 것은 모순된 주문입니다. 우리는 정부가 각종 기업 규제를 합리적으로 풀 수 있도록 문제를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제도로 규제를 혁파하는 데 정치적 역량을 기울일 작정입니다.” 지금까지 한국은 우수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한 수출 주도형 경제성장을 계속해 왔습니다. 앞으로의 해법은 어디에 있을 것 같습니까. “우리 경제의 해외 의존도는 73%에 이릅니다. 부존자원이 없는 우리나라에서 먹고 살 수 있는 방법은 수출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수출을 많이 할수록 성장은 비례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세계적 수요가 있는 새 산업을 한발 앞서 발굴하고 기술력을 키워 세계 시장을 넓혀 나가야 합니다. 그리고 정치가 경제나 수출기업의 발목을 잡고 늘어지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수출기업의 의욕을 북돋아주고 해외 시장에서 자유롭게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정치·경제적 환경을 적극 만들어줘야 합니다.” 최근 읽은 경제경영서 가운데 기억나는 책이 있다면. “별도로 읽은 경제전문서적은 없습니다. 사실 현실 정치인이 전문적인 경제 지식을 섭취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더군요. 앞서 말한 대로 「이코노미스트」는 꼬박꼬박 읽고 있고 배우는 것이 많습니다.” 평소 경제문제에 대해 어떤 분들로부터 자문을 받거나 상의하고 있습니까. “경제 단체장들을 가끔 만나 의견을 나누기도 합니다. 그리고 경제 관련 전직 장관들과 국회의원들의 자문을 상당히 많이 받습니다. 기업인들로부터도 경제 현장의 애로사항과 해결 방안 등을 수시로 경청하고 있습니다.” 무분별한 신용카드 사용으로 신용불량자가 크게 늘어 사회문제가 되고 있습니다만. “신용카드를 남발했던 지난 정권 때부터 지금과 같은 대규모 신용불량 사태가 예견됐습니다. 신용카드 문제는 정말 큰 문제입니다. 돈을 갚지 못하는 신용불량자가 늘어나면 카드사가 부실해지고, 이것은 다시 금융권 위기로, 나아가 국가경제 위기로 얼마든지 전이되기 때문이지요. 카드 신용불량자들을 한꺼번에 구제하자는 이야기도 합니다만, 이것은 도덕적 해이를 유발하는 최하책입니다. 신용불량자들에게는 경제적 자유를 부여하면서 공공근로 우선 취업 등으로 자력갱생의 기회를 부여해 채무를 상환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남발한 신용카드는 합리적으로 정리해 나가야 하고, 향후 신용카드 발급 시에는 엄격한 기준을 세워 신용불량자 사태가 나지 않도록 정부가 감독을 철저히 해야 할 것입니다.” 노무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부동산 대책에 대한 평가는. “작년 10·29 대책 발표 이후 부동산시장이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지 않습니다만, 투기 세력에 의한 시장불안 요인이 여전히 상존하고 있기 때문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앞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항구적 대책이 마련되고 시행돼야 할 것입니다.” 기업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정치와 관련돼 온 것이 지금까지 우리의 현실이었습니다. 앞으로 기업과 정치의 바람직한 관계에 대해 말씀해 주시죠. “지금까지 기업이 선거자금과 정치자금 명목으로 불법자금을 정치권에 거의 강제로 수탈당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 때문에 정경유착이 일상화돼 왔던 것이죠. 이런 현상은 대통령 권력이라는 무소불위의 절대 권력에 몸을 숙이지 않을 수 없는 제도에 원인이 있습니다. 정경유착은 정경분리로 나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통치권력 구조를 대통령중심제에서 내각책임제로 바꿔야 합니다. 내각책임제가 되면 대선불법자금이란 용어는 사라질 것이고, 대통령선거에 드는 천문학적 액수의 선거비용을 기업이 댈 필요가 없는 것 아닙니까. 국회 정개특위에서 기업이 정당에 후원금을 내지 못하도록 한 것은 잘했다고 봅니다.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됩니다. 받을 것은 다 받고서 나중에 검찰에 오라 가라 하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처사입니다. 기업이 경제 활동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정치가 환경을 만들어 주고 의욕을 고취시켜 줘야 합니다.” 최근 씨티은행이 한미은행을 인수하는 등 금융회사에서 외국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금융자유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시각과 이를 우려하는 시각이 있습니다. “외국의 선진금융회사가 진출해서 우리나라의 금융산업이 업그레이드된 것은 숨길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원칙적으로 외국자본이 50% 이상 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다만, 어떤 경우에 50%가 넘더라도 우리 금융이 외국자본에 흔들리지 않고 즉각적인 대응을 할 수 있는 장치가 구비된다면 고려의 폭은 넓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이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를 열기 위해 꼭 필요한 요소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먼저 경제성장의 기초 기반을 조성해야 할 것입니다. 다시 말해 지금의 주요 현안 과제부터 해결해야 합니다. 경제정책의 혼선을 정비하고 기업 비자금 문제·노사 문제·가계부채로 인한 소비 약화 문제 등을 우선 극복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 다음에 경제성장 확산기반을 구축해야 하는데, 새로운 성장 동력 산업과 같은 미래가치가 있고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군을 지속적으로 육성 발전시켜 나간다면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우리 경제에 발목을 거는 흙탕 정치가 계속된다면 아무리 기업인들이 노력해도 2만 달러 시대는 요원할 것입니다.” 자유민주연합 총재 김종필 1926년 충남 부여 生 육사 8기, 육군준장 예편 초대 중앙정보부장, 국무총리 등 역임 6·7·8·9·10·13·14·15·16대 의원(9선) 76년 한·일의원연맹 초대회장 87년 신민주공화당 총재, 대선출마 97~2001년 자유민주연합 명예총재 2001년 10월~現 자유민주연합 총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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