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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혁명]부산·목포 “관광 혁명 곧 온다”

[비즈니스 혁명]부산·목포 “관광 혁명 곧 온다”

광명역 역사
고속철도 KTX가 4월1일 개통되면서 관련 산업에 미칠 파장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고속철도 시대가 본격화되면, 유관산업인 관광·숙박·음식·항공·지역버스·컨벤션 등은 물론 고속철도 정차역을 끼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집중 육성 중인 유망산업들도 막대한 혜택을 입을 수 있어서다. KTX 때문에 대한민국 경제지도가 새롭게 그려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KTX 개통과 함께 가장 크게 각광받을 산업으로는 관광을 들 수 있다. 이른바 ‘뜨는 산업’으로 분류될 수 있는데, 이같은 관광의 최대 수혜지역으로는 단연 목포와 부산이 손꼽힌다. 고속철도 호남선과 경부선의 종착지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목포시는 “목포를 찾는 관광객 수가 연 18만명 정도인데 개통 후 20%는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본다. 이번에 개통과 동시에 시에서 여는 유달산꽃축제 참가 연인원도 지난해보다 20% 정도 늘어난 30만명 이상일 것으로 내다본다. 부산도 마찬가지. 부산시는 “고속철도를 계기로 지난해 1백50만명이었던 외국인 관광객이 올해 2백만명으로 30% 정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한다. 고속철도에 국내외 항공망·국제 크루즈·연안여객선 등을 연계시킨 신상품을 앞세워 부산을 남부권 관광의 중심지로 발돋움시키겠다는 포부다.

“지방 관광업자에겐 혁명” 고속철도와 관광을 연계시켜 성공한 케이스는 일본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조에츠(上越)시가 대표적. 1983년 신칸센(新幹線)이 처음 개통됐는데, 이 신칸센을 자칫 소홀히 다룰 경우 ‘조에츠역=그냥 지나치는 역’이 될 수도 있다고 판단한 시는 갖고 있던 천혜의 관광자원을 최대한 살리는 데 총력을 기울여 성공했다. 조에츠시가 주최하는 벚꽃축제에만 신칸센을 타고 매년 1백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고 있다. 한편 KTX가 지방의 숙박·음식·항공 등 관련 산업에 끼칠 영향에 대한 전망은 다소 엇갈린다. 뜨는 산업도 있고, 지는 산업도 있다는 말이다. 먼저 숙박업을 보자. 목포 소재 초원관광여행의 서조원 사장은 “일단 개통이 되면 목포 등 서남권을 찾아오는 관광객 수가 하루 1천여명에서 5천명으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이곳 관광업계는 보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들이 과연 목포 등 서남권에 머물며 현지 숙박업계에 도움을 줄지는 의문”이라고 말한다. 2시간58분이면 KTX 타고 목포에서 서울로 올라갈 수 있어서다. 다만 방문객 숫자가 늘어난 만큼 지역의 요식업이나 지역교통(연계버스)은 그만큼 매출증가 혜택을 볼 것이라고 그는 분석한다. 이 업종은 뜨는 산업이란 얘기다. 또한 장거리 고속버스도 고속철도에 비해 가격경쟁력(고속철도 요금의 약 55%)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쉽게 타격을 받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부산은 목포와 다른 반응을 보인다. 부산 소재 아름관광의 공석 사장은 “예전에 우리 업체가 핸들링하던(안내하던) 외국인 관광객 수가 하루에 50명선이었지만 고속철도 KTX가 개통되면 두 배(1백명선)로 금세 늘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내다본다. 매출 2배를 예상한다는 것이다. 그는 “KTX 개통은 지방 관광업자들에게는 혁명”이라는 극단적인 표현도 마다하지 않는다. 개통 덕분에 관광이 활성화되면 유관산업인 숙박업이나 요식업·컨벤션산업의 매출도 20∼30%는 거뜬히 오를 것으로 그는 내다본다. 공사장은 외국관광객·여행사의 요구에 발맞춰 KTX를 이용한 새로운 관광상품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털어놓는다. 실제 한국관광공사·철도청 등도 “KTX를 이용한 외국인용 패키지상품 연구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밝힌다. 부산에서는 숙박·요식업이 뜨는 산업이란 얘기다. 명암이 엇갈리는 업종에는 지방공항과 항공사도 있다. 전문가들은 4백㎞ 권역에 속하는 항공수요는 대부분 고속철도로 옮겨갈 것으로 내다본다. 삼성경제연구소 전영옥 박사는 “서울-부산 간 항공요금 6만5천원, 고속철도 요금 4만5천원 등을 감안하면 항공수요의 65.5%가 고속철도로 전환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와 관련 국토연구원 조남건 박사는 “일본의 경우, 도쿄∼나고야(3백66㎞)편 국내선이 고속철도 신칸센 개통 후 아예 폐지됐다”면서 “반면 도쿄∼오사카(5백60㎞)편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말한다. 따라서 서울∼대구 구간은 아예 폐지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각 지방공항의 수입감소액은 올해 3백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김포공항을 제외한 전국 14개 지방공항은 지난해 총 24억원의 흑자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2백90억원 적자로 돌아설 전망이다. 고속철도와 가까운 점도 지방공항이 타격을 받는 요인 중 하나. 무안공항의 경우 고속철도 역사로부터 불과 20분 거리에 있다. 지방공항은 지는 사업이다.

항공사 국내선 감축나서 항공사들은 고속철도 개통에 따라 국내선 감축에 나섰는데, 이에 따라 영업적자가 크게 줄자 고속철도 개통을 오히려 반기는 분위기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국내선에서 각각 1천4백억원과 7백50억원의 영업적자를 냈지만 아시아나항공은 국내선 감축으로 올해 1백50억원의 손익 개선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고속철도 개통을 지역산업 발전의 성장엔진으로 삼으려는 지자체의 움직임도 눈여겨볼 만하다. 고속철도 역세권 개발과 정부의 현재 산업정책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면 고속철도 정차역 주변은 지역경제의 핵심 거점으로 빠르게 부상할 전망이다. 재미있는 건 이 정차역과 정부의 지방산업 육성지역이 같다는 점이다. 산업자원부는 대구·부산·광주·경남 등 4개 지역에 2004년부터 5년간 1조2천36억원의 국비를 지원할 예정이다. 이경훈 부산시 경제진흥국장은 “고속철도가 개통되면 부산이 지역적 한계를 벗어나고 중앙과 좀더 긴밀하게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진단한다. 그는 관광·컨벤션산업의 발전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고속철도 호남선의 종착지인 목포는 관광특수에 들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목포시는 “고속철도가 물류에 큰 도움이 되기에 기존 목포권 대불산업단지를 중심으로 하는 조선(삼호중공업 등) 관련 산업에 미칠 파급에도 주목하고 있다. 호남선 익산역을 끼고 있는 익산시는 지역 유망산업인 보석산업과 원광대를 중심으로 하는 한방산업 등이 유망하다면서 개통 덕분에 익산산업단지 분양이 1백% 완료되었다고 들려준다. 실제 일본의 경우 신칸센 개통은 기업 유치에도 유리한 환경을 조성했다. 예컨대 니가타(新潟)현은 조에츠(上越)신칸센역이 생긴 83년 이후 눈에 띄게 공장들이 많이 들어왔다. 니가타시에서 자동차로 약 30분 거리의 신흥공업지구의 경우 65∼82년과 83년 이후를 비교해 보면 공장입지 면적이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대해 미야코시(宮越) 조에츠 시장은 “옛날에는 공장입지 면에서 우리 시가 다른 곳에 비해 많이 뒤떨어져 있었지만 호쿠리쿠(北陸) 신칸센이 개통한 이후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고 말했다. 월간잡지 「벤처 클럽」은 지난 99년 6월호에 게재한 ‘일본 전국에서 기업하기 좋은 도시 랭킹’에서 조에츠시를 전국 6백93개 도시 가운데 3위에 올리기도 했다. 한편 대구시는 KTX 개통 때문에 섬유·기계·안경 같은 전통 특화산업 외에 통신 같은 새로운 첨단산업의 유입이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대전, 판로 개척 요지” 천안아산역을 끼고 있는 천안시와 아산시는 삼성전자가 건설 중인 삼성테크노컴플렉스에 주목하고 있다. 직원 2만명 고용과 하이테크 산업단지라는 일석이조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어서다. 대전시는 “벤처기업을 지역유망산업으로 키우고 있는데, 알려진 것과는 달리 벤처기업이 계속 늘고 있다”고 말한다. 2004년 2월 말 현재 8백40개인데, 1년 전에 비해 40개가 늘어난 수치다. 시의 김창환 과장은 “벤처기업 창업 3년 후 상품화가 되면 대전을 떠나는 예가 많았지만, 개통이 되면 오히려 대한민국의 중심인 대전이 판로 개척의 요지로 부상할 것”이라고 말한다. 경부·호남선 출발역을 끼고 있는 광명시는 “고속철도 때문에 광명이 교통의 요지로 부상하면서 지식기반산업인 IT·벤처·음반산업 육성에 주력하고 있다”면서 동시에 컨벤션센터·호텔·대형 유통센터 등 상업·업무시설 확보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속철도를 어떻게 지역유망산업 발전의 동력으로 이끌어낼 수 있느냐는 것은 전적으로 지자체의 노력에 속한다”는 진단을 한다.

고속철도 개통의 裏面
경제력 수도권 집중 심화 가능성도
어떤 일에도 명암은 있기 마련이다. 고속철도 KTX도 마찬가지. 4월1일 개통에 국민들의 눈과 귀가 온통 쏠려 있지만, 개통이 반갑지 않는 지역도 있다. 자칫 고속철도를 타고 지방의 경제력이 서울로 쏠리는 역효과가 날 수도 있어서다. 삼성경제연구소 전영옥 박사는 “고속철도가 일종의 빨대 역할을 하면서 지방의 유동인구를 수도권으로 집중시킬 수도 있다”고 말한다. 서울역이나 용산역 같은 고속철도 시·종착역이 대규모 상업·문화공간으로 탈바꿈을 한 것도 이같은 ‘빨대 효과’와 무관치 않다. 일례로 용산역사에 들어설 복합쇼핑타운 ‘스페이스9’는 연면적 8만2천평이나 된다. 또한 한강변에서 서울역에 이르는 지역에는 30∼40층 고층빌딩으로 이뤄진 복합 용도의 첨단업무지구도 조성될 전망이다. 국토연구원 조남건 박사는 “일본도 비슷한 사정인데, 고속철도 신칸센 개통 후 고속철도가 지나가는 인구 40만∼50만 정도의 소도시들은 경제가 더 나빠졌다”고 말한다. 도쿄 등 대도시에서 경제력을 빨아들였기 때문이다. 소비 측면에서의 유출도 염려된다는 분석이다. 익산이나 천안아산 등 인구 50만명 미만의 도시의 경우 거꾸로 서울로 소비를 빼앗길 수도 있다는 얘기다. 조박사는 “인구 40만∼50만명 정도이며 신칸센으로 도쿄에서 한두시간 거리에 있는 일본 소도시에서는 소비공동화 현상이 일어났다”고 말한다. 영·호남지역 간 경제차별화·경제양극화 현상도 예상된다는 지적이다. 경부선 주요 정차역의 도시평균 인구는 3백13만명인 데 반해, 호남선은 66만명에 불과하다. 호남선 정차역의 경제력이 미약해서 거꾸로 이 지역 경제력이 서울로 쏠리는 게 아니냐는 전문가들 우려도 있다. 고속철도가 특정 업종에 타격을 입히기도 한다. 초원관광여행의 서조원 사장은 “고속철도 개통 후 목포 내 숙박업체의 3분의 1은 매출감소라는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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