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중 인격체를 재현해 낸 ‘1인 30색’ 사진전
다중 인격체를 재현해 낸 ‘1인 30색’ 사진전
Multiple Personalities
로버트 드 니로가 영화 ‘레이징 불’에서 배역에 충실하기 위해 몸을 불렸듯이 사와다 도모코(澤田知子·26)도 2001년 일본 전통 중매(仲媒) 에 사용되는 ‘오미아이’ 사진을 바탕으로 한 자화상 작품을 위해 체중을 5kg 불렸다. 그러고는 매주 다른 여자처럼 옷과 머리 스타일을 바꿔 사진을 찍었다. 물론 몸 형태도 계속 달라졌다. 저칼로리 다이어트를 채택한 사와다는 그 프로젝트가 진행된 약 20주 동안 점차 살을 빼 작품이 끝났을 때는 예전보다 15kg이나 더 가벼워졌다. 그녀는 “자신에 대한 인상을 바꿀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몸의 형태를 바꾸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 결과가 ‘오미아이♡’다. 이 작품에서 사와다는 푸른색 기모노를 입고 댕기를 맨 얌전한 소녀에서 바지 정장 차림의 멋진 현대여성에 이르기까지 서른명의 다른 여성 이미지를 선보인다. 사와다는 “똑같은 사람이라고 해도 외모에 따라 사람들이 달리 생각하는 이유를 알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것은 무엇보다 외모를 중시하며, 외모를 그대로 믿으면 큰코 다칠 경우가 많은 일본 사회에 특히 적절한 주제다. 사와다는 자신을 객관화할 수 있는 능력과 은근한 유머 감각으로 일본 최고의 젊은 사진작가로 부상했다.
그녀는 지난 3월 일본의 권위있는 사진상 기무라 이헤이(木村伊兵衛)상을 탔다. 4월 20일 그 수상을 기념하기 위한 단독 전시회가 도쿄의 코니카 미놀타 플라자 갤러리에서 개막된다. 그녀의 첫 책도 4월 말 발간될 예정이다. 사와다는 어렸을 적의 불안감이 창의력을 자극했다고 믿는다. 소녀시절 통통했던 그녀는 자기보다 날씬한 친구들보다 못생겼고 열등하다고 느꼈다. 그녀는 자화상을 만드는 미술 숙제로 다른 여성으로 변장하기 시작하면서 전환점을 맞았다. 사와다는 “거울에 비친 변장한 내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그런 모습에 매료됐고 그것을 계기로 다중 인격체의 자화상 예술가가 탄생했다.
고베(神戶)에서 사는 그녀는 석달 동안(1998∼99년 사이) 전철역 밖에 설치된 사진 부스에 4백차례나 들어가 4백명의 서로 다른 사람으로 분장한 자신의 모습을 찍어 작품 ‘ID400’을 발표했다. 그녀는 “겉보다는 속이 중요하다는 것을 입증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또 바닥이 두꺼운 구두와 짧은 스커트, 어둡고 진한 화장, 금발 차림으로 고갸루[고(高)와 걸(girl)에서 유래된 일본식 영어로, 짧은 스커트 등 교복을 야하게 입는 여고생]를 흉내내는 작품도 찍었다. “사람들은 실제로 그들이 무엇을 생각하는지는 무시하고 단지 그들이 괴상해 보인다고 비난만 했다”고 그녀는 말했다.
젊은 일본 예술가들이 대개 그렇듯 “사와다도 국내에서보다 외국에서 더 빨리 알려졌다”고 오사카(大阪)의 미술품 거래상 아야 도모카는 말했다. 일본에서는 사진작품 시장과 유망작가에 대한 지원이 미흡했지만 그녀는 미국과 유럽의 많은 전시회에 초대받았다. 지난해 여름 뉴욕 재브리스키 갤러리는 사와다의 ‘ID400’과 ‘오미아이♡’ 작품으로 전시회를 개최했다. 5월 사와다는 뉴욕에서 국제사진센터로부터 젊은 사진작가 부문인 ‘인피니티’상을 받을 예정이다. 또 오는 10월 오스트리아 빈의 MAK 갤러리 솔로 전시회를 비롯해 여러 해외 전시회가 계획돼 있다.
이제 일본 안에서도 사와다 팬들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자신이 작품의 피사체와 동일하다고 생각하는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사와다는 실제로는 발랄하고 귀엽지만 작품 속의 모습은 전통적인 측면에서 전혀 매력적이지 않다. 도쿄 현대미술관의 가사하라 미치코 학예관은 “사와다는 자기 몸을 빈 캔버스처럼 사용해 기발한 표현을 한다. 일본 사회는 젊은 여성들이라고 하면 덧없는 외모만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많은 여성들은 사와다의 작품을 보면서 자신에게 진실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고 말한다.
사와다는 신디 셔먼이나 일본의 모리무라 야스마사 같은 잘 알려진 자화상 예술가와 곧잘 비교된다. 그러나 사와다는 늘 자신의 모습 그대로 존재한다는 사실이 그들과 차이점이다. 기무라 이헤이상 심사위원인 쓰즈키 교이치는 ‘아사히카메라’지 기고문에서 “소매 긴 기모노를 입거나 고갸루로 분해 가슴이 깊게 파인 옷을 입어도, 그리고 아무리 세심하게 치장해도, 우리가 보는 것은 사와다 자신일 뿐”이라고 말했다.
사와다는 지난해부터 모교인 세이안(成安) 조형대학에서 강의를 시작했다. 그녀는 강의를 맡으면서 직업이 사람들의 정체성 형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그녀는 수퍼마켓 점원으로, 그리고 웨이트리스로 일한 적이 있다. 그때 사람들은 그녀에게 아르바이트인지 묻곤 했다. 사와다는 이렇게 말했다. “아르바이트는 예술가들을 제외하고는 사회의 가장 밑바닥층이다. 나는 예술가로서 존경을 조금도 받지 못했지만 대학에서 강의도 한다고 말하면 내 지위가 높아졌다.
참 이상하다.” 그녀는 그 문제 의식을 계기로 현재의 작품 시리즈 ‘의상’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유니폼으로 상징되는 직업이 사회적 지위에 관해 무엇을 말해주는지 탐구하는 작품이다. 지금까지 그녀는 수녀, 핑크색 유니폼의 안내원, 여경, 기모노를 입고 교태를 짓는 전통 여관 여주인 등 10명의 다른 여성으로 분장해 작품을 찍었다. 사와다가 자신의 이미지를 아무리 자주 바꾼다고 해도 그 결과를 다른 사람들과 작품으로 공유하는 한 그녀는 언제나 환영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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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드 니로가 영화 ‘레이징 불’에서 배역에 충실하기 위해 몸을 불렸듯이 사와다 도모코(澤田知子·26)도 2001년 일본 전통 중매(仲媒) 에 사용되는 ‘오미아이’ 사진을 바탕으로 한 자화상 작품을 위해 체중을 5kg 불렸다. 그러고는 매주 다른 여자처럼 옷과 머리 스타일을 바꿔 사진을 찍었다. 물론 몸 형태도 계속 달라졌다. 저칼로리 다이어트를 채택한 사와다는 그 프로젝트가 진행된 약 20주 동안 점차 살을 빼 작품이 끝났을 때는 예전보다 15kg이나 더 가벼워졌다. 그녀는 “자신에 대한 인상을 바꿀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몸의 형태를 바꾸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 결과가 ‘오미아이♡’다. 이 작품에서 사와다는 푸른색 기모노를 입고 댕기를 맨 얌전한 소녀에서 바지 정장 차림의 멋진 현대여성에 이르기까지 서른명의 다른 여성 이미지를 선보인다. 사와다는 “똑같은 사람이라고 해도 외모에 따라 사람들이 달리 생각하는 이유를 알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것은 무엇보다 외모를 중시하며, 외모를 그대로 믿으면 큰코 다칠 경우가 많은 일본 사회에 특히 적절한 주제다. 사와다는 자신을 객관화할 수 있는 능력과 은근한 유머 감각으로 일본 최고의 젊은 사진작가로 부상했다.
그녀는 지난 3월 일본의 권위있는 사진상 기무라 이헤이(木村伊兵衛)상을 탔다. 4월 20일 그 수상을 기념하기 위한 단독 전시회가 도쿄의 코니카 미놀타 플라자 갤러리에서 개막된다. 그녀의 첫 책도 4월 말 발간될 예정이다. 사와다는 어렸을 적의 불안감이 창의력을 자극했다고 믿는다. 소녀시절 통통했던 그녀는 자기보다 날씬한 친구들보다 못생겼고 열등하다고 느꼈다. 그녀는 자화상을 만드는 미술 숙제로 다른 여성으로 변장하기 시작하면서 전환점을 맞았다. 사와다는 “거울에 비친 변장한 내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그런 모습에 매료됐고 그것을 계기로 다중 인격체의 자화상 예술가가 탄생했다.
고베(神戶)에서 사는 그녀는 석달 동안(1998∼99년 사이) 전철역 밖에 설치된 사진 부스에 4백차례나 들어가 4백명의 서로 다른 사람으로 분장한 자신의 모습을 찍어 작품 ‘ID400’을 발표했다. 그녀는 “겉보다는 속이 중요하다는 것을 입증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또 바닥이 두꺼운 구두와 짧은 스커트, 어둡고 진한 화장, 금발 차림으로 고갸루[고(高)와 걸(girl)에서 유래된 일본식 영어로, 짧은 스커트 등 교복을 야하게 입는 여고생]를 흉내내는 작품도 찍었다. “사람들은 실제로 그들이 무엇을 생각하는지는 무시하고 단지 그들이 괴상해 보인다고 비난만 했다”고 그녀는 말했다.
젊은 일본 예술가들이 대개 그렇듯 “사와다도 국내에서보다 외국에서 더 빨리 알려졌다”고 오사카(大阪)의 미술품 거래상 아야 도모카는 말했다. 일본에서는 사진작품 시장과 유망작가에 대한 지원이 미흡했지만 그녀는 미국과 유럽의 많은 전시회에 초대받았다. 지난해 여름 뉴욕 재브리스키 갤러리는 사와다의 ‘ID400’과 ‘오미아이♡’ 작품으로 전시회를 개최했다. 5월 사와다는 뉴욕에서 국제사진센터로부터 젊은 사진작가 부문인 ‘인피니티’상을 받을 예정이다. 또 오는 10월 오스트리아 빈의 MAK 갤러리 솔로 전시회를 비롯해 여러 해외 전시회가 계획돼 있다.
이제 일본 안에서도 사와다 팬들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자신이 작품의 피사체와 동일하다고 생각하는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사와다는 실제로는 발랄하고 귀엽지만 작품 속의 모습은 전통적인 측면에서 전혀 매력적이지 않다. 도쿄 현대미술관의 가사하라 미치코 학예관은 “사와다는 자기 몸을 빈 캔버스처럼 사용해 기발한 표현을 한다. 일본 사회는 젊은 여성들이라고 하면 덧없는 외모만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많은 여성들은 사와다의 작품을 보면서 자신에게 진실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고 말한다.
사와다는 신디 셔먼이나 일본의 모리무라 야스마사 같은 잘 알려진 자화상 예술가와 곧잘 비교된다. 그러나 사와다는 늘 자신의 모습 그대로 존재한다는 사실이 그들과 차이점이다. 기무라 이헤이상 심사위원인 쓰즈키 교이치는 ‘아사히카메라’지 기고문에서 “소매 긴 기모노를 입거나 고갸루로 분해 가슴이 깊게 파인 옷을 입어도, 그리고 아무리 세심하게 치장해도, 우리가 보는 것은 사와다 자신일 뿐”이라고 말했다.
사와다는 지난해부터 모교인 세이안(成安) 조형대학에서 강의를 시작했다. 그녀는 강의를 맡으면서 직업이 사람들의 정체성 형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그녀는 수퍼마켓 점원으로, 그리고 웨이트리스로 일한 적이 있다. 그때 사람들은 그녀에게 아르바이트인지 묻곤 했다. 사와다는 이렇게 말했다. “아르바이트는 예술가들을 제외하고는 사회의 가장 밑바닥층이다. 나는 예술가로서 존경을 조금도 받지 못했지만 대학에서 강의도 한다고 말하면 내 지위가 높아졌다.
참 이상하다.” 그녀는 그 문제 의식을 계기로 현재의 작품 시리즈 ‘의상’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유니폼으로 상징되는 직업이 사회적 지위에 관해 무엇을 말해주는지 탐구하는 작품이다. 지금까지 그녀는 수녀, 핑크색 유니폼의 안내원, 여경, 기모노를 입고 교태를 짓는 전통 여관 여주인 등 10명의 다른 여성으로 분장해 작품을 찍었다. 사와다가 자신의 이미지를 아무리 자주 바꾼다고 해도 그 결과를 다른 사람들과 작품으로 공유하는 한 그녀는 언제나 환영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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