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에너지 전쟁 막전막후③-배고픈 龍의 몸부림 “석유를 구하라”
[특별기획]-에너지 전쟁 막전막후③-배고픈 龍의 몸부림 “석유를 구하라”
5~10년 내 석유 부족 사태 온다 중국은 현재 원유의 수급을 국가 전략의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있다. 지난 3월 열렸던 제10기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 우리나라의 국회에 해당) 2차 회의에서도 대의원들은 이구동성으로 원유의 안정적 수급과 국내외 석유자원의 개발 등을 국무원(정부)에 촉구했다. 이처럼 중국이 원유 등 에너지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있는 까닭은 에너지 소비 추이를 감안할 때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향후 5년 내지 10년 이내에 부족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미 에너지 부족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31개의 성·시·자치구 중 21개 지역에서 전력 부족 사태로 제한 송전까지 해야 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보고서(2003년)에 따르면 중국은 석탄을 제외한 국내 에너지원이 머지않아 고갈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미 1993년 석유 순수입국으로 전환된 중국은, 2010년부터 석유 수급 불균형이 심화될 것으로 보이며 천연가스도 역시 2010년 이후 수급 불균형이 급속하게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중국은 석유 등 에너지를 외국에서 수입해야 하는 실정이다. 특히 석유의 경우 대외 의존도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석유 의존도는 2000년 20%대이지만 현 추세라면 2010년께 50%, 2020년 80%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지난해 이미 2003년 전 세계 원유 수요량 증가분의 약 35%를 수입했던 중국은 2010년 하루 680만 배럴, 2020년 1,050만 배럴의 원유를 수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올해도 전 세계 원유수요량 증가분 중 약 30%를 소비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원유 수입이 이처럼 급증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자동차 수요가 엄청나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혁·개방이 시작되기 전인 78년 135만대에 불과하던 중국의 자동차 보유대수는 2004년 2,353만대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이 추세를 감안하면 트럭을 제외한 자동차 수는 2020년 약 1억8,000만대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트럭을 포함하면 2억3,400만대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제조업 등 각종 산업용 석유류의 소비도 급증하고 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10년 상하이 엑스포 등을 대비해 고속도로와 빌딩을 속속 건설하고 있으며, 인프라 시설의 확충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중국의 목줄을 죄는 미국 이처럼 ‘세계의 공장’으로 경제성장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엔진을 돌릴 수 있는 석유 등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중국은 에너지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석유 소비 대국 중 전략 비축 시설을 갖추지 않고 있는 유일한 국가인 중국은 에너지가 최대의 약점이라는 사실을 직시하게 된 것이다. 2002년 11월 원유의 안정적 확보와 공급을 최대 핵심과제로 하는 ‘21세기를 위한 에너지 10대 전략’을 마련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중국 내의 모든 에너지 자원에 대한 탐사를 실시하고 해외 에너지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물론 중국은 국내 유전도 갖고 있다. 중국 내 석유 생산량 중 90%는 육상에서 생산된다. 중국 북동부 다칭(大慶) 유전은 총 원유 생산량 330만 배럴 중 100만 배럴(하루 평균)을 차지하고 있으나 63년 생산을 시작했기 때문에 앞으로 생산량이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유전에서도 더 이상 생산량이 증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중국은 신장의 타리무(塔里木)분지에서 발견된 대규모 유전과 천연가스전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중국이 서부 대개발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사막지대로 채굴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거대한 송유관을 건설해야 하는 등 수송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타리무분지에서 상하이까지 총 4,000여㎞의 가스 파이프라인을 건설하는 170억 달러 규모의 초대형 ‘시치둥수’(西氣東輸·서부의 천연가스를 동부로 보내는 것) 사업을 이미 시작했다. 파이프라인 공사가 2005년 완공되면 매년 120억㎥의 천연가스가 생산돼 중국의 천연가스 생산량은 50%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중국은 신장의 원유 생산량이 2008년 100만 배럴(하루 평균)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국은 이와 함께 해양에 있는 유전과 가스전에 대한 탐사와 채굴에도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미 동중국해에서 발견된 유전에 대한 대규모 개발 사업을 시작했다. 또 필리핀·대만·베트남·말레이시아 등과 영유권 분쟁에 휘말려 있는 남중국해의 난샤(南沙·스프래틀리)군도와, 일본과 마찰을 빚고 있는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 釣魚島) 등에 대해 군침을 흘리고 있다. 해외에서 석유를 수입해야 하는 중국은 그동안 수입 증가분을 대부분 중동지역에서 충당해 왔고, 앞으로 중동지역이 주요 수입원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다. 중국은 2010년까지 중동에서 전체 수입량의 80%를 들여와야 할 입장인 만큼, 중국 경제는 중동 석유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런데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에서 승리한 미국은 간접적으로 중국의 목줄을 죄기 시작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이런 점에서 볼 때 중국을 간접적으로 겨냥한 전쟁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미국은 일단 에너지 자원의 확보라는 측면에서 중국보다 전략적으로 우위를 차지한 것이다. 사태가 이쯤 되자 중국으로서는 에너지가 안보와 직결되는 문제가 됐다. 미국의 의도에 따라 중국에 대한 원유 공급을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미국이 이를 통제한다면 중국은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공급받을 수 없다. 중국은 이에 따라 에너지 수입 루트의 다변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재 원유 수입의 절반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는 취약한 구조를 바꾸는 것이 목표다. 카자흐스탄과의 파이프라인 건설 계약을 체결한 것을 대대적으로 환영한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은 무엇보다 국경을 맞대고 있는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등 옛 소련 공화국들과의 유대 강화에 가장 신경을 쓰고 있다. 후진타오 주석이 2003년 5월 취임 뒤 처음으로 선택한 방문국이 러시아라는 것은 중국이 에너지 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생각하는지를 보여준다. 후진타오 주석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에너지 분야에서 양국의 적극적인 협력을 제의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과 일본의 심한 견제를 받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러시아와의 협력에 어느 정도 한계를 느끼고 있다. 군사동맹까지 불사 때문에 중국이 현재 가장 눈독을 들이고 있는 곳은 카자흐스탄 등 카스피해 연안국들이다.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상하이협력기구(SCO)를 구성하고 자유무역지대를 추진하는 등 경제 협력과 함께 군사 지원까지 하는 등 구애작전을 펴고 있다. 중국은 최근 투르크메니스탄에 진출하기 위해 차관을 제공하는 등 막후 교섭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이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또 다른 국가는 이란이다. 미국의 제재조치로 국제 메이저 회사들이 이란에 진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이용, 중국은 상당한 입지를 확보하고 있다. 중국 국영 석유수입업체인 주하이 젠롱은 3월3일 이란으로부터 2008년부터 향후 25년간 약 200억 달러 상당의 액화천연가스(LNG) 1억1,000만t을 도입하는 협정을 체결한 바 있다. 중국은 이를 바탕으로 이란의 유전에 대한 개발권을 협상하고 있다. 모하메드 사타리파르 이란 부통령이 “이란은 중국을 에너지 시장으로, 중국은 이란을 장기 에너지 공급자로 생각해도 될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양국은 기존의 우호관계를 넘어 동맹 차원까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아프리카도 중국이 새로운 활로를 찾는 지역이다. 중국은 아프리카 31개국에 대한 총 13억 달러의 빚을 탕감하겠다고 선언했으며, 라이베리아에 500명의 평화유지군을 파견하는 등 군사적 유대도 확대하고 있다. 중국은 현재 알제리·수단·가봉 등과 밀접한 유대를 맺고 있다. 석유 확보를 위한 실용주의 외교정책도 주목할 만하다. 호주가 대표적인 사례다. 중국은 최근 미국의 안보동맹국인 호주와 대규모 천연가스 도입 계약을 맺었다. 심지어 이스라엘과도 석유 시추기술 협약을 체결했다. 베네수엘라와도 적극적인 협력을 모색하고 있으며 멕시코에도 구체적 제의까지 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은 석유의 수송로인 말래카 해협과 남중국해를 끼고 있는 ASEAN(동남아국가연합) 회원국들과도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이와 함께 현재 1주일밖에 사용할 수 없는 석유 재고를 대폭 늘리기 위해 대대적인 전략석유비축기지 건설 계획을 마련했다. 우선 1단계로 오는 2010년까지 70∼75일분의 석유를 비축할 수 있는 4개 기지를 선정하고 건설에 들어갔다. 이는 단지 경제적 관점이 아닌 정치·안보적 전략까지 고려한 것이다. 중국은 앞으로 석유 등 에너지를 확보하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할 것이 분명하며, 이에 따라 미국·일본·유럽연합(EU) 등과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라는 거대하고 배고픈 용의 등장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21세기의 에너지 쟁탈전은 국제질서의 변화를 초래하면서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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