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고르고 장기전 대비를”
“숨고르고 장기전 대비를”
4월 말 주택거래신고제가 시행되면서 대부분 지역의 아파트 값이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이번 대책의 영향력은 일단 하반기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게 많은 전문가의 분석이다. 투자자들은 어떻게 부동산 투자전략을 짜야 할까.
건축설계사인 최준영(58)씨는 지난 4월 초 정부가 강남구를 비롯해 강동구와 분당을 주택거래 신고지역으로 묶을 것이라는 소식에 한동안 고민에 빠졌다. 대치동 W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그는 판교신도시 계획이 구체화되던 지난해 초 분당 야탑동 장미아파트 38평을 1억5,000만원의 대출을 끼고 추가로 구입했다. 최씨의 예감은 적중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분당신도시 아파트 가격이 뛰면서 현재 시세는 구입 당시보다 2억원 가량 상승한 5억3,000만원 선까지 치솟았다.
최씨는 신고지역으로 묶인다는 소문을 듣고 아파트를 매물로 내봤으나 3,000만원 이상 깎아주지 않으면 거래를 붙이기도 어렵다는 중개업소 사장의 말에 다시 결정을 내려야 했다. 1주일 가량 고민하던 최씨는 결국 대출을 갚고 아파트를 보유한 채 장기전에 대비하기로 결심했다. 이번에도 그는 자신의 ‘감’을 믿기로 한 것이다. 최씨가 부동산에 투자해오면서 갖게 된 믿음은 ‘장마에도 이불 말리는 볕은 난다’는 격언이다.
연일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책이 쏟아지면서 부동산 투자전략을 새롭게 짜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특히 4월 26일 실시된 주택거래신고제는 현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 의지를 방증하는 바로미터다. 신고지역 지정 이후 투자심리가 급랭하면서 강남을 제외한 전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유일하게 가격이 떨어지지 않은 강남구도 보합세를 유지한 채 한 달째 거래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일부 투자자들은 장기전 태세에 돌입하는 모습이다. 일선 은행 지점장들에 따르면 신고제 지정 이후 강남구와 분당 지역에서 주택담보대출금을 갚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그동안 부동산 투자를 위해 확보해둔 자금으로 대출을 갚고 몸을 가볍게 한 후 시장상황을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이런 시장상황을 전문가들은 ‘휴화산’에 빗대 설명했다. 스피드뱅크의 안명숙 소장은 “현재로서는 시장 전망이 매우 불투명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 같다”며 “하지만 부동산에 대한 ‘불패 믿음’이 강하고 마땅한 새 투자처도 없기 때문에 분출구가 나타날 때까지 자금이 잠복하고 있는 휴화산 같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올해 시행될 주요 주택관련 정책= 주택가격 급등지역에 대한 정부의 맹폭은 하반기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미 용산구 ·경기 ·과천 ·경기 김포시가 신고 후보에 올라 있으며, 향후에도 가격급등 지역은 추가로 신고지역으로 적용하겠다는 게 정부의 확고한 입장이다.
한동안 쏠쏠한 재테크 수단으로 여겨졌던 재건축 아파트도 이미 수난을 겪고 있다. 재건축을 통한 가격 상승분을 환수하는 ‘개발이익환수제’가 하반기에 도입될 예정이다. 이 때문에 지난 4월 초까지 급등했던 송파구 잠실 재건축 아파트와 강동구 고덕 주공 ·시영 아파트 가격이 최근 맥을 못추고 있다. 실제 신고제 시행 이전에 3억7,500만원 선이었던 고덕 주공 2단지 14평은 3,000만원 가량 떨어진 채 매물이 쌓여 있으나 거래는 뚝 끊긴 상태다. 부동산114의 김희선 전무는 “주택시장은 가을 이사철 전인 8월까지는 현재와 같은 약보합세가 한동안 유지될 전망”이라며 “당분간은 시장을 지켜보는 인내력이 요구된다”고 조언했다.
◆부동산 시장의 향배= 올해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은 지난해보다 9% 증가한 29만 가구 수준으로 외형상 수급은 별 차이가 없다. 서울은 지난해보다 1만7,000가구가 줄어들지만 강남 공급물량이 비교적 많아 수급 불균형이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다만 내년 이후에는 강남권에서도 공급이 줄어들 가능성이 커 1~2년 내에 수급 불균형에 따른 재상승의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올해는 각종 정부 규제와 불투명한 경기, 금리상승 가능성 등의 악재와 행정수도 이전, 고속철도 개통 등의 개발 호재가 혼재하면서 안정세가 유지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토지시장도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으나 여전히 주택에 비해 상승여력이 높은 투자처다. 특히 수도권보다는 행정수도 이전계획이 잡혀 있는 충청권과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간 개성공단 배후지인 경기 파주 인근이 지속적으로 주목을 받을 전망이다.
JMK플래닝의 진명기 사장은 “충청권과 파주 일대의 땅값이 이미 상당히 뛰었으나 갈 곳 없는 시중 유동자금이 유일하게 숨통을 트일 수 있는 투자처라는 점에서 향후 이들 지역의 추가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전망했다.
◆투자전략을 점검하라= 정부의 규제책이 소나기식으로 쏟아질 시기에는 일단 숨고르기가 필요하다. 정책에 맞서는 무리한 투자를 피하되 틈새시장을 주목해야 한다. 먼저 주택시장은 전반적인 하향안정세 속에 지역별 차별화 양상이 두드러질 전망이다. 충청권은 초기 계약금과 이자부담이 적은 행정수도 배후단지를 주목할 만하다.
4월에 분양된 오창지구 계약률이 이례적으로 초기에 100%에 달했던 점도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지역의 주택시장을 공략한 투자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수도권에서는 무리한 아파트 투자보다는 하락세가 정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7~8월 비수기를 노려볼 만하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분양권을 구입하려면 입주 2~3개월 전이 적기다. 통상적으로 분양 후 2년여가 걸리는 입주 때까지 분양권 프리미엄이 형성되지만 전체 상승폭의 약 18%가 입주 1개월 전에 이뤄지기 때문이다.
재건축 아파트 투자시에는 앞으로는 투자에서 회수까지의 기간을 치밀하게 따져봐야 한다. 지난 1995년부터 2000년 사이에 재건축이 추진된 단지들은 안전진단에서 관리처분까지 평균 4년10개월 가량이 소요됐고, 2000~2003년 추진단지는 평균 3년6개월이 걸리는 등 점차 기간이 줄어드는 추세였다. 하지만 지난해 7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으로 앞으로는 재건축 추진기간이 이전보다 훨씬 늘어날 전망이다. 또 조합원 분양권 전매가 금지된데다 하반기에 개발이익환수제 도입에 따라 수익성이 나빠질 것인 만큼 장기적인 투자 자세가 요구된다.
지난해 말 이후 틈새 부동산 상품으로 주목을 받았던 주상복합아파트와 오피스텔 투자시에서도 보수적인 접근자세가 필요하다. 주상복합 아파트는 올 들어 이미 공급과잉 현상이 본격화되고 있다. 오피스텔도 오는 7월부터 오피스 면적 확대 및 난방금지 등을 골자로 한 법 개정이 예정돼 있어 주거형 아파텔의 공급이 크게 위축될 전망이다. 따라서 주상복합은 강남과 용산 일대의 대규모 단지를, 오피스텔은 이미 사업승인을 받은 단지 가운데 유동인구가 많아 임대수요가 풍부한 지역의 단지 등을 제한적으로 공략해야 한다.
이처럼 각종 부동산 상품에 대한 전방위 압박이 가해지고 있어 투자자들의 운신의 폭이 어느 때보다 제한적인 상황이다. 이럴 때일수록 ‘상승장에서는 돈키호테식, 하락장에서는 햄릿형 투자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는 부동산 시장의 격언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충고다.
고준석 신한은행 PB 팀장은 “부동산 규제가 쏟아질 때는 한발 떨어져서 시장을 지켜보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다만 낙폭이 큰 재건축 아파트나 개발 재료가 있는 충청권 등의 토지에 대해서는 최소 3년 이상을 보는 장기적인 투자를 권할 만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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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설계사인 최준영(58)씨는 지난 4월 초 정부가 강남구를 비롯해 강동구와 분당을 주택거래 신고지역으로 묶을 것이라는 소식에 한동안 고민에 빠졌다. 대치동 W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그는 판교신도시 계획이 구체화되던 지난해 초 분당 야탑동 장미아파트 38평을 1억5,000만원의 대출을 끼고 추가로 구입했다. 최씨의 예감은 적중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분당신도시 아파트 가격이 뛰면서 현재 시세는 구입 당시보다 2억원 가량 상승한 5억3,000만원 선까지 치솟았다.
최씨는 신고지역으로 묶인다는 소문을 듣고 아파트를 매물로 내봤으나 3,000만원 이상 깎아주지 않으면 거래를 붙이기도 어렵다는 중개업소 사장의 말에 다시 결정을 내려야 했다. 1주일 가량 고민하던 최씨는 결국 대출을 갚고 아파트를 보유한 채 장기전에 대비하기로 결심했다. 이번에도 그는 자신의 ‘감’을 믿기로 한 것이다. 최씨가 부동산에 투자해오면서 갖게 된 믿음은 ‘장마에도 이불 말리는 볕은 난다’는 격언이다.
연일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책이 쏟아지면서 부동산 투자전략을 새롭게 짜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특히 4월 26일 실시된 주택거래신고제는 현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 의지를 방증하는 바로미터다. 신고지역 지정 이후 투자심리가 급랭하면서 강남을 제외한 전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유일하게 가격이 떨어지지 않은 강남구도 보합세를 유지한 채 한 달째 거래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일부 투자자들은 장기전 태세에 돌입하는 모습이다. 일선 은행 지점장들에 따르면 신고제 지정 이후 강남구와 분당 지역에서 주택담보대출금을 갚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그동안 부동산 투자를 위해 확보해둔 자금으로 대출을 갚고 몸을 가볍게 한 후 시장상황을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이런 시장상황을 전문가들은 ‘휴화산’에 빗대 설명했다. 스피드뱅크의 안명숙 소장은 “현재로서는 시장 전망이 매우 불투명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 같다”며 “하지만 부동산에 대한 ‘불패 믿음’이 강하고 마땅한 새 투자처도 없기 때문에 분출구가 나타날 때까지 자금이 잠복하고 있는 휴화산 같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올해 시행될 주요 주택관련 정책= 주택가격 급등지역에 대한 정부의 맹폭은 하반기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미 용산구 ·경기 ·과천 ·경기 김포시가 신고 후보에 올라 있으며, 향후에도 가격급등 지역은 추가로 신고지역으로 적용하겠다는 게 정부의 확고한 입장이다.
한동안 쏠쏠한 재테크 수단으로 여겨졌던 재건축 아파트도 이미 수난을 겪고 있다. 재건축을 통한 가격 상승분을 환수하는 ‘개발이익환수제’가 하반기에 도입될 예정이다. 이 때문에 지난 4월 초까지 급등했던 송파구 잠실 재건축 아파트와 강동구 고덕 주공 ·시영 아파트 가격이 최근 맥을 못추고 있다. 실제 신고제 시행 이전에 3억7,500만원 선이었던 고덕 주공 2단지 14평은 3,000만원 가량 떨어진 채 매물이 쌓여 있으나 거래는 뚝 끊긴 상태다. 부동산114의 김희선 전무는 “주택시장은 가을 이사철 전인 8월까지는 현재와 같은 약보합세가 한동안 유지될 전망”이라며 “당분간은 시장을 지켜보는 인내력이 요구된다”고 조언했다.
◆부동산 시장의 향배= 올해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은 지난해보다 9% 증가한 29만 가구 수준으로 외형상 수급은 별 차이가 없다. 서울은 지난해보다 1만7,000가구가 줄어들지만 강남 공급물량이 비교적 많아 수급 불균형이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다만 내년 이후에는 강남권에서도 공급이 줄어들 가능성이 커 1~2년 내에 수급 불균형에 따른 재상승의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올해는 각종 정부 규제와 불투명한 경기, 금리상승 가능성 등의 악재와 행정수도 이전, 고속철도 개통 등의 개발 호재가 혼재하면서 안정세가 유지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토지시장도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으나 여전히 주택에 비해 상승여력이 높은 투자처다. 특히 수도권보다는 행정수도 이전계획이 잡혀 있는 충청권과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간 개성공단 배후지인 경기 파주 인근이 지속적으로 주목을 받을 전망이다.
JMK플래닝의 진명기 사장은 “충청권과 파주 일대의 땅값이 이미 상당히 뛰었으나 갈 곳 없는 시중 유동자금이 유일하게 숨통을 트일 수 있는 투자처라는 점에서 향후 이들 지역의 추가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전망했다.
부동산 투자의 기본 원칙 |
도로망을 따라가라.(경부고속철도 ·경부선 복선전철 ·9호선 등) 개발계획의 직접적인 수혜가 기대되는 곳을 찾아라. (택지개발지구 ·신도시 예정지구 등) 수요가 탄탄한 지역을 고르라.(산업단지 ·공공청사 등 인구유입 시설과의 접근성) 지역별 차별점을 주목하라.(구도심과 신주거 단지의 수요 패턴에 주목) 새 아파트를 주목하라.(기존 아파트와 새 아파트 간 가격 차별화 심화) 정부 정책에 맞서는 투자를 피하라. 절세효과에 주목하라.(보유세 부담 상승 등을 고려) |
◆투자전략을 점검하라= 정부의 규제책이 소나기식으로 쏟아질 시기에는 일단 숨고르기가 필요하다. 정책에 맞서는 무리한 투자를 피하되 틈새시장을 주목해야 한다. 먼저 주택시장은 전반적인 하향안정세 속에 지역별 차별화 양상이 두드러질 전망이다. 충청권은 초기 계약금과 이자부담이 적은 행정수도 배후단지를 주목할 만하다.
4월에 분양된 오창지구 계약률이 이례적으로 초기에 100%에 달했던 점도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지역의 주택시장을 공략한 투자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수도권에서는 무리한 아파트 투자보다는 하락세가 정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7~8월 비수기를 노려볼 만하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분양권을 구입하려면 입주 2~3개월 전이 적기다. 통상적으로 분양 후 2년여가 걸리는 입주 때까지 분양권 프리미엄이 형성되지만 전체 상승폭의 약 18%가 입주 1개월 전에 이뤄지기 때문이다.
재건축 아파트 투자시에는 앞으로는 투자에서 회수까지의 기간을 치밀하게 따져봐야 한다. 지난 1995년부터 2000년 사이에 재건축이 추진된 단지들은 안전진단에서 관리처분까지 평균 4년10개월 가량이 소요됐고, 2000~2003년 추진단지는 평균 3년6개월이 걸리는 등 점차 기간이 줄어드는 추세였다. 하지만 지난해 7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으로 앞으로는 재건축 추진기간이 이전보다 훨씬 늘어날 전망이다. 또 조합원 분양권 전매가 금지된데다 하반기에 개발이익환수제 도입에 따라 수익성이 나빠질 것인 만큼 장기적인 투자 자세가 요구된다.
지난해 말 이후 틈새 부동산 상품으로 주목을 받았던 주상복합아파트와 오피스텔 투자시에서도 보수적인 접근자세가 필요하다. 주상복합 아파트는 올 들어 이미 공급과잉 현상이 본격화되고 있다. 오피스텔도 오는 7월부터 오피스 면적 확대 및 난방금지 등을 골자로 한 법 개정이 예정돼 있어 주거형 아파텔의 공급이 크게 위축될 전망이다. 따라서 주상복합은 강남과 용산 일대의 대규모 단지를, 오피스텔은 이미 사업승인을 받은 단지 가운데 유동인구가 많아 임대수요가 풍부한 지역의 단지 등을 제한적으로 공략해야 한다.
이처럼 각종 부동산 상품에 대한 전방위 압박이 가해지고 있어 투자자들의 운신의 폭이 어느 때보다 제한적인 상황이다. 이럴 때일수록 ‘상승장에서는 돈키호테식, 하락장에서는 햄릿형 투자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는 부동산 시장의 격언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충고다.
고준석 신한은행 PB 팀장은 “부동산 규제가 쏟아질 때는 한발 떨어져서 시장을 지켜보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다만 낙폭이 큰 재건축 아파트나 개발 재료가 있는 충청권 등의 토지에 대해서는 최소 3년 이상을 보는 장기적인 투자를 권할 만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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