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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CGV·이마트 “우리가 들어가면 부동산 값이 뛴다”

스타벅스·CGV·이마트 “우리가 들어가면 부동산 값이 뛴다”

스타벅스·이마트
CGV 등은 높은 집객력으로 주변 상권을 활성화 시키는 역활을 하고 있다.
땅 한평 가격이 무려 1억1,580만원. 한평만 팔아도 최고급차인 BMW735i를 한 대 사고도 돈이 남는다. 이 금싸라기 땅이 위치한 곳은 서울 중구 1가 24-2 명동빌딩으로, 그 안에 커피 전문점 스타벅스가 자리잡고 있다. 이 빌딩은 5년 전 스타벅스가 들어가기 전만 해도 한 의류업체가 입점했다 고배를 마시고 물러난 전력이 있다. 그런데 스타벅스 명동점이 입점한 지 5년 만에 지난 14년 동안 단 한번도 1등 자리를 놓치지 않았던 우리은행 명동지점의 땅값을 누른 것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스타벅스 입점 이후 건물 값이 오르고 상권이 활성화되는 등 ‘스타벅스 효과’가 적지 않았다고 말한다. 스타벅스 명동점의 경우 하루 평균 고객수는 2,000명. 한 달이면 6만명의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집객력을 갖고 있다. 약속 장소로 스타벅스를 이용하는 숫자까지 감안하면 이 점포의 집객력은 그 이상이다. 지난 2002년 입점한 서울 강남 신사동의 스타벅스도 주변 상권을 확 바꿔놓은 케이스. 중심 상권인 신사동 4거리에서 떨어진 곳에 스타벅스를 오픈하자 그곳을 중심으로 분식점과 제과점 등이 문을 열기 시작했다. 스타벅스 때문에 유동인구가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대형 오피스 빌딩, 스타벅스 유치 경쟁 스타벅스는 더 나아가 도심의 대형 오피스 빌딩들의 분위기도 바꾸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바로 서울 여의도의 서울증권 1층 로비. 그동안 금융기관들의 사옥 1층 로비는 쓸모 없는 공간이라는 게 통념이었지만 스타벅스는 이를 깨고 입점해 성공을 거뒀다. 서울증권의 성공으로 현재 대우증권·대한투자신탁증권 등 여의도에 사옥을 가진 대부분의 금융기관들은 앞다퉈 스타벅스를 유치했다. 최근에는 외환은행과 제휴를 맺어 은행을 또 다른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외환은행과의 제휴에 자극을 받은 국민은행 측도 스타벅스에 적극적인 러브콜을 하고 있다. 양재선 팀장은 “금융기관들 입장에선 1층 로비를 수익성 있는 공간으로 바꾸고, 스타벅스 입장에선 요지에 권리금 없이 입점할 수 있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라고 말한다. 스타벅스뿐만 아니라 복합 영화 상영관인 CGV도 건물 가치를 올리는 회사로 건물주들이 인식하고 있다. 김수용 CGV 사업개발팀장은 “지역마다 다르지만 CGV가 입점하면 대략 20%가량 건물 가치가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말한다. 때문에 최근 복합상영관 유치는 상가 분양의 핵심 키워드로 등장했다. CGV가 입점한 상가 건물의 분양가는 1층과 CGV 바로 아래층의 가격이 같다. 특별한 조건이 없는 한 1층 분양가가 가장 비싼 법인데, 극장 아래층에 위치하는 푸드 코트가 1층 분양가와 차이가 없어지는 새로운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김수용 팀장은 “최근 CGV가 입점 예정인 한 상가건물의 1층 분양가는 1,500만원이었는데, 8층에 위치한 푸드코트의 분양가도 1,500만원이었다”고 말한다. 푸드코트뿐만 아니라 CGV가 건물주의 입장에선 전체 상가의 분양률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는 김팀장의 얘기다. 서울 명동 아바타몰에 입점한 CGV 명동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우리나라 1호 복합 상영관인 서울 강변역 테크노마트에 CGV를 유치해 상가 활성화에 재미를 봤던 프라임 산업은 옛 코스모스 백화점을 서울 명동 아바타몰로 바꾸면서 CGV 명동점을 유치해 분양에 성공했다. CGV도 건물 자체의 가치를 올릴 뿐만 아니라 주변 상권을 활성화시키고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 고준석 신한은행 PB사업부 부동산재테크팀장은 “복합 영화 상영관은 유동 인구를 끌어들여 주변 상권을 변화시킨다”며 “상권이 활성화되면 다시 건물 가치가 상승하는 선순환이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한다.

주변 상권도 업그레이드 건물에 임대 형식으로 들어가는 이들 두 회사와 달리 부지를 직접 매입하는 방식으로 입점하는 대형할인점 이마트도 주변 상권을 바꿔놓는 기업으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상권에 미치는 영향은 스타벅스나 CGV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스타벅스나 CGV는 커피나 영화라는 단일 업종을 영위해 주변 상권과 조화를 이루는 반면, 종합 할인점 형태인 이마트는 경쟁 업종을 도태시키고 호환업종을 살리는 역할을 한다는 것. 고준석 팀장은 “이마트가 들어오면 주변 상권의 성격이 근본적으로 바뀐다”며 “이마트에서 취급하는 제품을 파는 상가들은 죽을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고팀장은 이런 대표적인 지역으로 서울 도봉구 창동지역을 꼽는다. 창동 상권은 이마트가 입점하기 전만 해도 잡화·의류 등 종합 상권을 형성하고 있었지만 이마트와 경쟁업종에 있던 상가들은 도태되고, 업종이 겹치지 않는 음식점과 유흥주점 중심의 상권으로 바뀌었다. 이처럼 일부 상가들에겐 이마트의 입점이 악재지만 상권 전반적으로 보면 호재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고종완 RE멤버스 대표는 “이마트는 엄청난 고객 흡입력을 가진 존재”라며 “이마트가 입점하면 유동 인구가 많아져 상권 전체가 살아나는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때문에 일부 발빠른 투자자들이 이마트가 입점하면 그 주변의 토지와 상가를 매입하는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고종완 대표는 “이마트 입점은 이제 상가 투자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마트와 겹치지 않는 업종을 가진 상가에 투자하는 이들이 많다”고 말한다. 창업 전문가들의 시각도 비슷하다. 이인호 창업e닷컴 소장은 “이마트는 대부분 A급 상권에 들어가지만 최근에는 B급 상권에도 입점하고 있다”며 “이마트가 B급이나 C급 상권에 입점하면 이들 상권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다”고 말했다. 부동산 값과 상권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이들 기업들이 동시에 입점하면 그 파괴력은 한층 배가된다. 서울 삼성동 아셈타워가 이런 궁합으로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다. 스타벅스 아셈점은 당초 위치가 지하 2층이라 다른 업체들이 입점을 꺼렸던 곳이다. 메가박스의 요청으로 스타벅스가 입점하자 시너지를 일으켜 양측 모두 대박을 터뜨렸다. 김포공항도 이마트와 CGV가 동시에 입점하는 방식으로 상권을 키우는 데 성공한 예다. 김수용 CGV 팀장은 “외국인 투자가들 중엔 할인점과 복합 상영관이 동시에 입점하는 상가면 무조건 투자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곳들이 많다”며 “강력한 브랜드와 프랜차이즈를 갖춘 기업들이 힘을 합치면 상권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최근 스타벅스나 CGV는 오히려 갑(甲)의 입장에 서서 건물을 고르고 있다. 영업 초기에는 건물주들을 설득하기 바빴지만 지금은 건물주들이 이들을 유치하지 못해 안달이기 때문이다. 과거 맥도날드나 치킨 전문점 KFC가 누렸던 브랜드 파워를 이젠 이들 회사들이 누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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