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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서스 약진의 공식“딜러는 왕이다”

렉서스 약진의 공식“딜러는 왕이다”

도요타 렉서스의 매출 신장에는 비결이 한 가지 있다. 딜러들이 최대한 많은 이익을 챙길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미국 뉴저지주 오크허스트에 있는 렉서스(Lexus) 대리점 레이 커티나 렉서스 오브 몬머스(Ray Catena Lexus of Monmouth)로 차량 애프터서비스를 받으러 나갈 때는 골프채도 챙겨 가는 것이 좋다. 화려한 고객 대기실 옆에 실내 골프 연습장과 골프코스 시뮬레이터가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렉서스 대리점 플레처 존스 렉서스(Fletcher Jones Lexus)에서는 매니큐어 전문가가 무료로 손톱을 손질해준다.

렉서스는 지난 2년 동안 미국 내 대리점 207곳에 매장의 품격을 높이라고 권유했다. 매장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들어간 비용 7억5,000만 달러는 딜러들이 직접 부담했다. 자동차 할부 금리가 낮다는 화려한 광고 문구를 내걸라는 말이 아니다. 매장에 넓고 깨끗한 서비스 공간, 커피 메이커와 그랜드 피아노가 있는 널찍한 전시장을 갖추라는 말이다.딜러들은 매장 업그레이드에 기꺼이 돈을 쓴다.

이는 렉서스가 경쟁업체들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있는 이유에 대해 상당 부분 설명해줄 수 있는 대목이다. 렉서스는 이미 미국에서 최고 인기를 누리는 고급 브랜드가 됐다. 올해 들어 지난 4월까지 렉서스의 매출은 21% 증가했다. 캐딜락(Cadillac)은 5%, BMW는 2% 상승에 그쳤다. 반면 메르세데스 벤츠(Mercedes-Benz)는 3% 감소했다. 도요타(豊田)의 고급 브랜드인 렉서스는 지난해 미국에서 26만 대가 팔렸다. 2위 BMW를 1만9,000대나 앞지른 것이다.

렉서스가 떠오를 수 있었던 것은 간단한 원칙 때문이다. 딜러를 깍듯이 대접하면 딜러들이 고객을 왕처럼 모신다는 것이다. 렉서스는 이런 간단한 원칙으로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고급 승용차를 제작하는 데 도움도 받고 있다. 하지만 시장조사업체 JD 파워 앤 어소시에이츠(J.D. Power & Associates)에서 고객 만족도를 담당하고 있는 조셉 아이버스는 “‘렉서스 현상’이 소매업계 전반에 대세로 자리 잡았다”고 지적했다.

렉서스가 딜러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유연하게 행동하는 것은 다른 자동차 제조업체에서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다. 렉서스는 대리점 수를 최소로 유지한다. 따라서 딜러들이 매장당 판매하는 차량 대수는 도요타를 제외할 경우 어떤 브랜드보다 많다. 게다가 렉서스는 판매가 부진한 차종의 소비자 가격을 낮춘다든가 딜러들의 부담을 높인 적이 전혀 없다. 딜러에게 돌아갈 이익이 줄어드는 일은 한 번도 하지 않은 것이다. 현재 RX 330 SUV의 소비자 가격은 3만5,900달러, 송장(送狀)에 기재된 가격은 3만1,841달러다. 렉서스의 방침에 따라 시장 상황이 아무리 나빠져도 차액은 항상 일정하게 유지된다. 렉서스는 딜러를 깍듯이 모신다. 레이 커티나를 운영하고 있는 티모시 혼은 “렉서스가 연간 4, 5차례 딜러들과 회합하면서 자사에 잘못된 부분이 없는지 묻곤 한다”고 전했다.

렉서스는 생산량 조절로 재고수준을 낮춘다. 이는 업계에서 매우 보기 드문 일이다. 재고가 줄면 딜러들이 가격을 내려야 할 일도 별로 없다. 렉서스와 딜러들은 분기마다 이른바 ‘제조 회의’를 갖는다. 회의에서 어떤 차종이 어떤 색상과 옵션으로 팔리고 있는지 정보를 주고받는다. 따라서 공장은 조립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울 수 있다. 자동차 전문 출판물을 발간하는 에드먼즈닷컴(Edmunds.com)은 최근 5개월 사이 렉서스 차량이 대리점에서 팔려나가기까지 걸린 시간은 평균 21일이라고 말했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경우 44일, BMW는 47일, 캐딜락은 58일이었다. 캘리포니아주 버뱅크에서 자동차 대리점 컨설팅 사업을 하고 있는 마크 라이키스는 “제조업체가 되레 생산감축 운운하고 나왔으면 컨설턴트는 어리둥절한 나머지 정신 나간 소리로 치부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렉서스의 미국 담당 최고 책임자인 데니스 클레먼츠(Dennis Clements)는 재고를 낮게 유지할 경우 단기적으로 매출에 타격이 생긴다고 밝혔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매출에 도움이 된다. 딜러들이 소비자에게 판매가 부진한 차종을 떠안기다시피해 소비자들로부터 결국 외면당하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렉서스의 이런 노력은 두둑한 수익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렉서스 딜러들은 평균 신차 판매량 1,280대, 대당 평균 가격 4만2,503달러, 총 매출 5,400만 달러를 기록했다. 규모가 미국에서 세 번째로 큰 레이 커티나의 지난해 매출은 서비스·부품까지 포함해 2억 달러에 이르렀다. 뉴저지주 스킬먼 소재 투자업체 벨 에어 파트너스(Bell Air Partners)의 셸던 샌들러(Sheldon Sandler) 대표는 렉서스 딜러들이 거둬들이는 순이익은 차량 1대당 평균 3,500달러로 다른 대량 생산형 고급 브랜드보다 많다고 밝혔다.

신차 매출에서 총 순이익은 평균 450만 달러라는 계산이 나온다. 게다가 서비스 ·부품 ·파이낸싱 ·보험 ·중고차에서도 매출이 발생한다. 샌들러는 “렉서스 대리점은 돈 찍어내는 기계나 마찬가지”라며 “딜러들은 다시 태어나도 렉서스 딜러가 되길 원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샌들러는 사실 자동차 업계에서 가장 큰 수익을 올리는 것은 렉서스 대리점이라고 말했다. 렉서스 딜러들이 챙기는 이익은 이자 ·세금 ·감가상각 이전 수익(EBITDA)의 6배다. 시장상황이 좋을 경우 2,500만~3,000만 달러에 이른다는 뜻이다. 다른 브랜드 대리점은 EBITDA의 2~5배다.

렉서스 딜러들은 그렇게 거둬들인 이익으로 화려한 전시공간을 꾸밀 수 있다. 유능한 영업사원도 유치할 수 있다. 영업사원들은 보통 순이익의 25%를 가져간다. 한 대 팔면 800달러를 받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브랜드의 영업사원은 400달러에 불과하다. 딜러들은 고객에게 정비 기간 중 다른 차량을 무상으로 대여하고 무료 세차 서비스까지 제공할 수 있다. 레이 커티나를 운영하는 혼은 기다리는 고객들에게 고급 샌드위치와 샐러드를 서비스한다.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이 1주 1,500달러다.

혼의 대리점과 정비소에는 카펫이 깔린 헬스클럽도 딸려 있다.
다른 자동차 메이커들의 경우 딜러와 맺은 관계가 때로 싸늘하고 적대적이기도 하다. 준고급형 어큐라(Acura) 등 혼다(本田)의 북미 사업부를 이끌고 있는 토머스 엘리엇(Thomas Elliott)도 이에 대해 인정했다. 그는 “렉서스와 딜러들의 관계를 본받고 싶다”고 털어놓았다.

렉서스의 전략은 애초부터 기획된 것이었다. 메르세데스 벤츠 같은 유서 깊은 유럽의 브랜드와 달리 선보인 지 얼마 안 된 신규 브랜드 렉서스가 경쟁에서 이기려면 완벽한 차, 완벽한 소매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렉서스는 최고의 딜러들에게 대리점 라이선스를 내줬다. 다만 대리점이 신축 빌딩이나 완벽하게 리모델링한 건물에 위치해 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붙였다. 렉서스는 처음부터 기본 수칙을 확립했다. 이른바 ‘렉서스 계명’은 고객을 왕으로 모신다는 평범한 내용이다. 하지만 표현에서 뉴 에이지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렉서스는 고객 개개인의 성과에 대해 함께 기뻐하며 언제나 고객과 열정을 공유한다.”

렉서스 계명은 행동으로 뒷받침되고 있다. 레이 커티나의 한 직원은 전화통만 붙들고 있다. 무상 수리 서비스를 받은 고객들에게 이상은 없는지 묻는 것이다. 레이 커티나는 지난해 200만 달러로 새 주차장을 만들면서 트럭 1,100대 분의 흙도 치웠다. 렉서스의 이미지에 금이 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레이 커티나에서 서비스받은 고객 가운데 99.2%가 레이 커티나를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할 뜻이 있다고 밝혔다. 이번 설문조사는 1,400명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따라서 만족하지 못한 고객이 10여 명 있었다는 뜻이다. 레이 커티나는 편지와 전화를 통해 그들 고객에게 일일이 사과했다.

렉서스는 90년대 중반 한 차례 난관을 경험한 바 있다. 모델의 노후화로 매출이 부진을 면치 못한 데다 미겴?무역마찰로 렉서스 브랜드 자체가 존폐위기에 놓였던 것이다. 도요타의 미국 내 판매 책임자 제임스 프레스(James Press)는 렉서스 딜러들을 찾아다니며 사과하고 렉서스가 다시 일어서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물었다. 레이 커티나의 한 매니저는 뒤 차창들에 붙은 출고 딱지를 떼면 흔적이 남는다고 프레스에게 전했다. 이후 렉서스는 출고 스티커를 다른 부위로 옮겨 붙였다.

딜러에 대한 예우가 그 정도이니 공장에서 뭘 제안하면 딜러들이 유심히 귀기울이는 것도 어쩌면 당연하다. 렉서스는 레이 커티나의 고객들에 대해 분석해본 결과 주거지가 대리점으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렉서스는 레이 커티나에서 25km 정도 떨어진 프리홀드에 또 다른 매장을 개설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딜러들은 그런 식으로 간섭받을 경우 발끈하기 일쑤다. 매장 신설 자금은 결국 딜러의 호주머니에서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48년 동안 자동차를 팔아 온 레이 커티나는 그것이 훌륭한 투자라는 것을 잘 안다. 신규 매장은 올 여름 착공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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