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 열심히 해야 취직도 잘돼”
| 일러스트 : 김회룡 aseokim@joongang.co.kr | 최근 경제난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즐거운 방학을 포기하고 고난의 아르바이트 행군을 하고 있지만 이는 잘 사는 서구 국가에서도 마찬가지다. 영국의 은행인 ‘로얄 뱅크 오브 스코틀랜드’(RBOS)가 영국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의 90%가 아르바이트를 원하고 있으며 80%가 이번 방학 기간 중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거의 대부분의 학생이 아르바이트 전선에 나서고 있다는 얘기다. 이를 두고 영국의 BBC방송은 “한때 선탠을 즐기고 먼 곳을 여행하며 독서를 하는 등 즐거움을 추구하던 대학생의 여름 풍속도는 이젠 옛날 이야기가 됐다”고 보도했다. RBOS가 대학생들의 여름방학 아르바이트 행태를 조사한 결과 이들은 전문적인 업무에서 휴가로 일시적으로 빈 업무를 채워주는 단순 업무직까지 다양한 종류의 일을 하고 있었다. 가장 많은 대학생들이 일하는 직종이 바의 직원으로 전체의 23%였다. 19%는 사무직원, 16%는 가게 점원으로 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대학생 여름방학 아르바이트의 대종을 이뤘다. 나머지는 1%를 차지한 교사 등의 일이었다. 은행 측의 조사 결과 대학생들이 방학 기간 중 버는 돈은 평균 1,500파운드(약 330만원)로 나타났다. BBC는 “은행 측의 조사 결과 직장 경험을 쌓기 위해 방학 중에 무보수라도 일을 하겠다는 대학생의 비율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도 그럴 것이 영국을 비롯한 서구 사회에서는 일을 해본 경험이 채용에서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영국 대졸자 신규채용협회의 칼 질리어드 대표는 “고용주는 대졸자를 신규 채용할 때 일자리 종류와 무관하게 일을 해본 경험을 소중히 여긴다”고 말했다. 질리어드는 “채용면접 때 자신이 이전에 일하며 배운 점을 면접관에게 이야기하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고 말하고 “이는 일을 직접 해본 사람에게서만 우러나는 장점이며 대학 시절 방학 때 일하며 얻는 가장 큰 이득”이라고 지적했다. 학생들에게 직업에 대한 경험을 겪도록 지원하는 영국 국립직업경험위원회의 리즈 로즈 사무총장은 “방학 중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은 자신의 직업 적성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로즈 사무총장은 “사실 대학생들이 큰 회사뿐 아니라 작은 업체나 가게에서 일을 경험해 보는 것도 일에 대한 적성을 파악한다는 차원에서 나쁘지 않다”고 충고했다. 괜히 어울리지 않는 기업체에 욕심을 내다가 “아무도 나를 원치 않는다”는 절망감에 빠질 수도 있으니 주의하라는 것이다. 로즈 사무총장은 “기업 입장에서도 방학 중 아르바이트생을 뽑아 쓰는 것은 도움이 된다”며 “적은 임금으로 잔무를 처리할 사람을 구할 수 있는데다 장차 함께 일할 사람을 천천히 관찰하며 고를 기회를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게 해서 대성한 사람의 사례도 있다. 1998년 스코틀랜드 스트라스클라이드대학의 제이미 맥스윈은 오토소닉이라는 카오디오 회사에서 방학 중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많은 아이디어를 내 신제품 개발에 채택되는 등 두각을 나타냈다. 그는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졸업 후 이탈리아의 피아트사에 입사했으며 조기에 업계의 스타가 돼 초고속 승진을 거듭하다가 2000년 오토소닉에 부장으로 스카우트됐다. |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