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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다 외국… 이젠 중국차가 나간다”

“고맙다 외국… 이젠 중국차가 나간다”

걸음마 단계에 있는 중국의 자동차 제조업계가 세계 정상급 자동차 메이커들로부터 기술을 전수받느라 분주하다. 그러나 휴대전화와 오토바이의 경우를 놓고 볼 때 GM 같은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다.
중국의 거대한 신흥 자동차 시장은 외국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다. 그런 중국 시장에서 BYD자동차(比亞迪汽車有限公司)라는 현지 중소업체의 존재는 미미하기 이를 데 없다. 지난해 BYD는 자동차 2만 대를 팔았다. 중국 자동차 시장 가운데 0.5%를 점유하고 있는 BYD로서는 괜찮은 실적이다. 제너럴모터스(GM)는 판매량 38만7,000대로 시장점유율 10%를 기록했다. BYD가 처음 선보인 플라이어(Flyer ·飛天)의 가격은 4,000달러다. 800cc급 소형 엔진에 작은 도어는 잘 닫히지도 않는다.

BYD가 보잘것 없는 존재에 불과할지 모른다. 하지만 GM ·폴스바겐(Volkswagen) 같은 외국 자동차 메이커들이 BYD 등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를 무시했다가는 큰 코 다칠 수도 있다. 지난해 중국에서 판매된 자동차 370만 대 가운데 외국 메이커 제품이 70%로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했다. 외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6년 안에 판매량이 두 배로 늘 것으로 보고 있다.

공장 신축과 연구 ·개발(R&D)에 최소 100억 달러를 쏟아붓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에는 뿌리 깊은 관행이 한 가지 있다. 일단 외국 업체들을 유치해 특정 산업 육성에 나선 뒤 현지 기업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TV ·오토바이 ·휴대전화가 좋은 예다. 95년 중국에서 판매된 휴대전화의 거의 모두가 노키아 ·모토롤라 ·에릭슨(Ericsson) 제품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이들 기업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60%로 떨어졌다. 대신 버드(Bird ·CL 같은 중국 브랜드가 뜨고 있다.

중국의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이중 전략을 펼치고 있다. 세계 굴지의 기업들이 거들떠보지도 않는 1만3,000달러 미만 가격대 차종에 주력하면서 오래전부터 그랬듯 외제 브랜드를 모방하는 것이다. BYD에는 외제 차량 분해를 전담하는 엔지니어만 1,500명이 있다. BYD의 왕촨푸(王傳福) 사장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1년6개월 동안 자동차를 만들다 보니 중국에서 특허가 설정되지 않은 기술이 많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며 “그런 기술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애널리스트 메리앤 켈러는 미국 대학에서 교육받는 중국인 엔지니어 수가 점증하고 있다며 이렇게 경고했다. “중국은 외국 경쟁업체를 따돌릴 수 있는 방법을 일본과 한국으로부터 이미 배웠기 때문에 자동차 강국이 될 수 있다.”현재 중국의 자동차 산업에는 초기 미국의 자동차 산업처럼 많은 업체가 난립한 상태다. 최근 몇 년 사이 중국에 120여 개 자동차 제조업체가 우후죽순 생겨났다.

GM의 CEO 리처드 왜고너(Richard Wagoner)는 중국의 많은 중소 자동차 메이커가 자본과 기술 부족으로 중도하차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GM은 최근 중국에 30억 달러를 새로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왜고너는 현재 중국 업체들이 차지하고 있는 시장점유율 30%가 세계 굴지의 기업들에 넘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가들이 흔히 그렇듯 BYD의 왕도 그런 쓴소리에는 귀기울이지 않는다. 왕은 BYD가 오는 2010년 말쯤 신형 전기자동차 등 연간 100만 대를 판매해 중국의 대표적인 자동차 제조업체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다소 황당한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BYD는 95년 홍콩 인근에 있는 선전(深)에서 충전용 배터리 제조업체로 출범했다. 현재 직원 수는 2만8,000명으로 가정용 공구 제조업체 블랙 앤 데커(Black & Decker)와 노키아 등 많은 기업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이 77% 증가해 4억9,200만 달러, 이자겮선?공제 전 순이익은 25% 늘어 1억1,8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매출 가운데 12.5%가 자동차에서 비롯됐다. 2002년 홍콩 증시에 상장된 이래 주가는 두 배로 상승했다.

왕은 자동차 산업에서 돈을 벌고 시너지 효과도 창출하고 싶었다. BYD는 기존 기술로 전기 자동차용 충전 배터리를 개발할 수 있다. 그렇게 해서 아예 자동차까지 생산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BYD는 경영난에 허덕이던 국유기업 시안친촨자동차(西安秦川汽車有限責任公司) 지분 77%를 매입하고 사명도 BYD자동차로 바꿨다.

지난 2월에는 3,890만 달러를 투자해 지분을 92%까지 높였다. 플라이어는 그리 자랑할 만한 모델이 아니다. 하지만 BYD는 올해 안에 1만3,000달러의 좀더 고급스러운 세단형을 선보일 계획이다. 플라이어보다 큰 새 모델은 미쓰비시(三菱)가 중국에서 생산한 2,400cc ·4기통 엔진을 장착하게 된다. BYD는 산시(陝西)성 시안 공장에서 자동차를 조립한다. 상하이(上海)에 있는 BYD의 R&D 센터는 차세대 전기 ·하이브리드 자동차용 충전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BYD가 자동차 시장의 문이 닫히기 직전 시장에 뛰어들었다는 점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 6월 자동차 공장 신설에 필요한 최소 투자액을 2억4,000만 달러로 못 박았다. 경쟁력 없는 업체를 정리하기 위해서다. 그 결과 경쟁이 제한되면서 BYD ·(吉利) ·슈앙환(雙環) ·체리(奇瑞) 같은 중소 업체가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자동차 마케팅 서비스 업체인 오토모티브 리소시스 아시아(Automotive Resources Asia)의 마이클 던(Michael Dunne) 사장은 이들 업체가 수년 전 선보인 인기 있는 디자인 ·부품을 채택해 가격경쟁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디자인 모방을 둘러싼 외국 업체들의 불만이 늘고 있다. 1만1,670달러에 팔리고 있는 슈앙환 라이바오(來寶)는 혼다(本田)의 2만8,900달러짜리 CRV와 흡사하다. 혼다는 슈앙환을 제소했다. 미니카 체리 QQ는 GM의 시보레 스파크(Chevrolet Spark)와 비슷하지만 가격이 6,600달러로 스파크보다 20% 싸다. 체리 QQ가 스파크에 비해 6배나 잘 팔리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GM은 중국 정부에 시정을 요구했지만 제소하지는 않았다.

BYD 등 중소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가난한 지역에서도 자동차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저가 시장을 확보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다. 지금까지 중국에서 자동차 판매의 폭증세는 베이징(北京) ·광저우(廣州) 등 부유한 해안 지역에 집중돼 있었다. 이들 지역에서는 비싼 대형 세단이 잘 나간다. 중국에서 판매된 자동차 가운데 3분의 1이 2만5,000달러를 호가하는 모델이다. 개발도상국가에서는 좀체 보기 힘든 현상이다. 던은 “1만3,000달러 미만의 저가 모델을 판매하는 업체가 세계 굴지의 자동차 메이커들 시장까지 야금야금 잠식할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유수의 자동차 메이커들도 저가 시장에 뛰어들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들 업체는 가격경쟁에 나서야 했던 혼다의 악몽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혼다는 80년대 중국에 진출해 오토바이를 판매했다. 당시 3개 합작회사를 통해 확보한 시장점유율이 20%였다. 그러나 곧 싸구려 ‘짝퉁’이 속속 선보이면서 혼다의 시장점유율은 10%로 떨어졌다. 혼다는 가격으로 경쟁하기 위해 값싼 중국제 저급 부품을 사용했다. 그러다 결국 모방 제품을 생산하는 중국 업체와 합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중국 정부는 자동차 산업 육성에 대해 강력한 의지를 표명해 왔다.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들로 하여금 기술을 축적하도록 장려하고 자체 모델 개발 업체에 세제혜택까지 주고 있다. 일본과 한국이 그랬듯 외국 업체로 하여금 첨단 배기가스 ·안전 관련 기술을 중국 측 합작사에 이전하도록 장려하기도 한다. 켈러는 “첨단 기술이 중국 업체에 이전되면 해당 업체가 독자적으로 기술을 혁신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며 “일본이 바로 그런 경우”라고 설명했다. 중국의 최대 무기는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다국적 기업이 자국 내 제조업체 지분을 51% 이상 가질 수 없도록 제한한 정책이다.
지분 제한 정책은

상하이자동차(上海汽工業集團公司) ·중국제일자동차(中國第一汽車集團公司) ·둥펑자동차(東風汽車有限公司) 등 중국판 ‘빅3’와 기타 대규모 국유기업들에 득이 되고 있다. 이들 업체는 제휴기업의 뷰익 ·폴크스바겐 ·혼다 ·시트로엥을 중국에서 판매해 떼돈을 벌고 있다. GM의 협력업체로 중국 최대 자동차 메이커인 상하이자동차는 지난해 외국 모델 80만 대를 팔아 매출이 117억 달러에 이르렀다. 오는 2007년에는 자체 브랜드로 5만 대를 판매할 계획이다.

왕은 대규모 합작을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다. 경쟁이 치열해지고 이익이 줄면 합작사는 결국 갈라서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왕은 “수익이 많으면 아무 문제 없지만 경쟁이 치열해지면 이해관계를 모두 충족시키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 업체들이 결국 고전하거나 철수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혹시 야심 찬 중국 기업인의 희망사항은 아닐까. 그럴지 모른다. 하지만 세계적인 자동차 메이커들은 미래에 대비해 엄청난 수익을 미리 축적해 놓는 게 좋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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