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클럽·교보문고·탑항공·오피스플러스 맹활약… “내가 바로 한국형 카테고리킬러”
하나로클럽·교보문고·탑항공·오피스플러스 맹활약… “내가 바로 한국형 카테고리킬러”
카테고리킬러형 기업들 하나로클럽=엄밀하게 기준을 적용하면 완전한 카테고리킬러라고 말하긴 힘들지만 한국에서 ‘카테고리킬러형’ 기업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농협유통과 농협중앙회 자회사에서 운영하는 하나로클럽이 대표적인 경우다. 대형매장(3,000~5,000평)을 갖추고 있는 데다 산지에서 직접 대량 구입해 가격도 저렴하고 농·수·축산물에 관한 다양한 제품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에 할인점 규모의 매장을 22군데나 열어 강력한 체인을 구축한 것도 카테고리킬러로서 손색이 없는 모습이다. 매출액이나 농수산물 유통에서도 하나로클럽은 카테고리킬러로서의 요소를 갖추고 있다. 하나로클럽의 지난해 매출액은 5조7,000억원(하나로마트 포함)으로 전국 농수산물 산지유통 점유율이 43%에 이른다. 국내 농수산물 유통 물량의 절반에 가까운 양이다. 전상배 농협유통 과장은 “산지에서 직접 조달해 소비자에게 팔기 때문에 가격도 저렴하고 품질도 뛰어난 편”이라고 설명했다. 상품 조달 능력이나 유통채널, 매장의 규모 면 등을 종합해 볼 때 하나로클럽은 농수산물 분야에서 카테고리킬러의 면모를 상당히 갖추고 있다. 교보문고=전국에 9개 대형 매장이 있고, 책에 관한 한 가장 전문적인 유통업체이기 때문에 교보문고 역시 카테고리킬러형 매장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이곳에서 유통되는 책은 연간 2,200만권에 달한다. 국내 도서유통에서 교보문고가 차지하는 비중도 크다. 현재 교보문고가 유통하는 도서는 전체 유통량의 10~15%선. 신문·잡지·여성지에서부터 외국서적·학술서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을 갖추고 있다. 지역서점을 비롯, 할인점이나 백화점 등지에서도 책을 팔고 있지만 ‘책’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은 역시 교보문고다. 교보문고의 핵심 경쟁력은 강력한 집객 효과다. 광화문점에는 하루 4만~6만 명의 고객이 찾아온다. 강남점과 지방에 있는 교보문고도 지역 명소로 자리잡아 강력한 집객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규모 매장을 중심으로 강력한 집객 효과를 누리는 교보문고를 사실상 한국형 카테고리킬러의 원조로 보는 사람도 있다. 탑항공=항공권 판매 부문에서 국내 최대인 탑항공 또한 카테고리킬러적인 요소가 다분하다. 국내 항공권 판매량의 10%를 차지하고 있는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액은 3,000억원선. 영세한 업체가 많은 여행업계 특성상 이 정도의 판매 점유율은 대단한 수치다. 국내에 취항하는 모든 항공사의 항공권을 취급하고 있고 가격도 가장 저렴한 곳 중 하나다. 또 전국에 직영지점 30개와 수도권에 영업부 100개를 두고 항공권을 대량 매입해 가격 경쟁력을 유지해 나가고 있다. 최안지 탑항공 과장은 “가격이 싼 이유는 가장 많은 물량을 소화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항공권 판매 국내 1위 업체답게 대량의 좌석을 확보해 소비자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팔고 있다. 재고부담을 자체적으로 떠안는 대신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안정적인 성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오피스플러스=기업소모품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오피스플러스는 사무용품 분야에서 카테고리킬러로 성장 중이다. 오피스플러스는 기존 문방구의 약점인 소량매입·소량판매의 단점을 극복하고 단숨에 사무용품 분야에서 강자로 떠올랐다. 기업형 사무용품 조달업체로 지난해 매출액만 350억원. 현금 위주의 대량 매입을 통해 가격을 낮추고, 표준화된 서비스와 제조사 직매입으로 품질과 서비스를 보완했다. 또 복사지·문구용품 등 사무용품뿐 아니라 커피·음료수 등 사무실과 관련된 모든 소모품을 취급하고 있다. 실제 오피스플러스의 매출 중 커피 관련 제품이 전체에서 2위를 차지할 정도로 많다. 일종의 혼합형 카테고리킬러인 셈. 현재 오프라인 매장 없이 기업체 대상 카탈로그만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 최준혁 오피스플러스 팀장은 “전화나 팩스로 주문하면 직접 배달해 주기 때문에 회사 내 소모품 담당자인 여직원들이 자주 이용한다”고 말했다. 무점포 업체의 특성상 점포 유지비용이 들지 않고, 모든 주문을 한 곳에서 처리하기 때문에 비용 경쟁력이 뛰어나다. 맘스맘=유아용품 전문숍인 맘스맘도 카테고리킬러 범주에 포함시킬 수 있다. 유아용품 제조업체인 아가방의 관계사이지만 경쟁브랜드를 포함, 유아용품 전문 유통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서울 강남 2곳을 비롯 잠실·수원 등에 매장을 열고 유아용품을 취급하고 있다. 매장도 70평부터 260평까지 비교적 크다. 매장당 매출은 월 6,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일반적인 소규모 유아용품 매장과 차별화된다.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지만 가격은 할인점 수준에 맞춘 것이 카테고리킬러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그 밖에도 이랜드에서 운영하는 의류할인 전문점인 2001아울렛, 분당에 설립 중인 유아전문 쇼핑센터인 오키즈몰, 도산대로에 세워질 가구·생활용품 전문백화점 엠포리아 등도 카테고리킬러로 볼 수 있다. 이처럼 한국에서도 카테고리킬러형 업체가 되기 위한 여러 시도가 있지만 아직은 명확하게 카테고리킬러라고 말하기에 힘든 면이 있다. 하나로클럽은 식품 위주의 농수산물을 취급한다는 점에서 할인점이나 슈퍼센터로 보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식품의 경우 워낙 유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종류가 다양해 농수산물을 단순히 하나의 카테고리킬러라고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농수산물이 아직 브랜드별 차별화·전문화가 안 된 것도 카테고리킬러의 일반적인 특징에서 벗어난다. 교보문고는 카테고리킬러의 핵심 경쟁력인 가격 할인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책 가격은 백화점이나 할인점이 싼 경우가 더 많다. 대량매입과 대량판매 등을 하지만 정책적으로 교보문고는 정가판매를 고수하고 있다. 탑항공은 항공권 할인 판매 전문점으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일반 여행사에서 볼 수 없는 제품을 판매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피스 플러스는 사무용품 분야의 강자인 것은 분명하지만 체인화를 통한 개인 소비자 판매가 없다는 점에서 새로운 형태다. 맘스맘의 경우 카테고리킬러를 목표로 사업을 시작했지만 직영체인이 더 이상 늘지 않자 내년부터 프랜차이즈로 전환할 계획이다. 직매입·직영판매를 포기한 셈이다. 이런 다양한 이유에도 불구하고 카테고리킬러형 전문점은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다. 오세조 연세대 경영학 교수는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유통산업이 발전할수록 틈새를 찾게 마련인데, 카테고리킬러는 공급자와 수요자의 이런 틈새 욕구를 가장 잘 채워줄 수 있는 사업”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또 미국처럼 대형 유통을 하지 않는 소규모 카테고리킬러도 탄생할 수 있고, 몇개의 카테고리를 묶은 복합적 카테고리킬러로도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할인점이 그렇듯 카테고리킬러도 한국에서 또 다른 모습을 띨 수 있기 때문이다. |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