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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재선의 숨은 주역들… “강한 경제가 부시 당선시켰다”

부시 재선의 숨은 주역들… “강한 경제가 부시 당선시켰다”

드러나지 않게 부시 재선을 도운 존 스노(왼쪽) 재무장관과 도널드 에번스(오른쪽) 상무장관. 이들은 언론에 그리 노출되지 않았지만 이번 대선에서 이들의 역할은 핵심적이었다.
이번 대선에서 적극적으로 부시 당선을 반대하며 수천 만 달러를 쏟아부은 것으로 알려진 조지 소로스. 그는 ‘527그룹’의 상징이었으나 그의 노력은 물거품이 됐다.
스노 장관은 부시를 지지해 달라고 말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접전지역 소기업인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약속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수 있도록 한 일등 공신은 누굴까? 무엇보다 이번 선거 운동을 총지휘한 백악관 정치 보좌관 칼 로브를 꼽을 수 있다. 부시 대통령은 11월3일 승리 선언 연설에서 로브를 거명하면서 감사의 뜻을 표시했다. 부시 대통령을 지난 27년간 보좌하면서 각종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전략을 수립하고 기획한 그의 공은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선거는 단 한 명의 활약으로 승패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많은 참모들과 당 간부, 일반 당원들을 비롯한 선거 운동원들, 자원 봉사자들도 모두 맡은 역할을 제대로 했을 때 가능한 일이다. 특히 이번 대선에서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발로 뛰며 부시 재선에 기여한 인물들이 많다. 그중 한 명이 존 스노 재무부 장관이다. 그는 지난 1년간 오하이오·플로리다·펜실베이니아 등 이번 대선의 최대 격전 주들은 물론 미주리·미네소타주 등 접전 지역을 무려 43차례나 찾아갔다. 이번 대선에서 부시가 어렵게 승리한 오하이오와 플로리다주는 아예 그의 단골 방문지였다. 재무부 장관이 이처럼 국내 출장을 자주 간 것은 사상 처음이었다. 이 때문에 민주당 선거운동본부는 지난 10월 중순 이례적으로 “스노 장관이 올 들어 플로리다주만 22차례나 방문했다”면서 “정부 예산으로 부시의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고 강력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부시에겐 ‘경제통’들이 있었다 스노 장관의 접전 지역 방문은 언론에 거의 노출된 바 없을 만큼 은밀했다. 스노 장관은 지난해에도 오하이오와 플로리다주를 수십 차례 소리 소문 없이 찾아갔지만 어떤 논란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는 심지어 지난 9월30일 뉴욕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도 참석하지 않는 등 공식적인 정치 행사에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공화당 전당대회에는 돈 에번스 상무부 장관, 일레인 차오 노동부 장관, 스펜서 에이브럼 에너지부 장관 등 경제 각료 전원이 참석한 바 있다. 대신 스노 장관은 출장 중 지방상공회의소 회원과 중소기업 경영인 등 주로 소규모 기업인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그리고 그는 이 자리에서 기업인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약속했다. 물론 스노 장관은 부시 대통령을 지지해 달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고도의 정치적 수완을 발휘한 셈이다. 스노 장관은 언변 상당이 뛰어난 편이다. 그는 지난달 19일 펜실베이니아 WSBA-AM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면서 “대통령의 리더십이 강한 경제 성장세를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실업률이 현재 지난 30년 평균치 아래서 움직이고 있다”면서 “비농업 부문 고용창출 역시 13개월 연속 상승세를 타고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은 구직을 희망하는 모든 국민이 직업을 가질 때까지 절대 만족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언론들이 그의 발언을 대서특필하자 민주당 대통령 후보였던 존 케리 상원의원이 유세 중 이례적으로 그의 이름을 거론하면서 “부시 대통령 측이 통계도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할 정도였다. 때문에 경제팀 수장으로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비판에도 불구, 그의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은 내각에서 가장 돋보인다는 말까지 나왔다. 부시 대통령의 제2기 행정부에서 그가 유임되지 않을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지만 이 같은 충성심은 유임을 점치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통신은 “부시 대통령은 차기 내각 개편에서 스노 장관을 포함한 경제팀을 대부분 유임시키기를 원한다”고 보도했다.(11월3일자) 그에 대한 일반적인 평가는 ‘정책 세일즈맨’이다. 그는 2002년 12월 재무부 장관으로 임명되기 전 미국 굴지의 철도회사 CSX 회장으로 재직하고 있었다. 1974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사임으로 대통령직을 승계한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 시절 교통부 차관보를 지낸 그는 부시 대통령의 러닝메이트인 딕 체니 부통령과 친분이 깊다. 당시 체니는 포드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이었다.

저격수가 된 NGO들 스노 장관과 함께 백악관 경제보좌관으로 임명된 스티븐 프리드먼 골드만삭스의 전 회장도 잔뼈가 굵은 월가 출신의 전형적인 금융맨이다. 스노 장관이 제조업을 대변한다면 그는 금융계를 대변한다. 또 당시 비슷한 시기에 증권거래위원장으로 임명된 윌리엄 도널드슨 전 뉴욕증권거래소(NYSE) 이사장도 포드 행정부에서 국무부 차관을 지내는 등 체니 부통령과 오랜 친분 관계다. 부시 대통령이 재선되자 주가가 상승하고 기업들과 투자은행들이 환영하는 분위기를 보이는 것도 이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인맥이 구성됐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또 한 명의 공신이 있다면 부시 대통령과 30년 지기인 에번스 상무부 장관이다. 2000년 대선 당시 선거대책 본부장을 맡았던 그는 텍사스의 석유회사 탐 브라운의 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부시 대통령이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항상 곁을 지킨 측근 중의 측근이다. 지난 대선 당시 선거대책본부장으로서는 사상 최고액인 1억 달러를 모금하는 수완을 발휘했으며, 이번 대선에서도 선거 자금 모금에 숨은 역할을 해왔다. 부시가 사소한 문제까지 상의하고 싶어한다는 그는 백악관 비서실장 후임이나 현직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이들 외에도 이번 선거에는 전에 없는 새로운 현상이 있었다. 비영리시민단체(NGO)가 무제한으로 기금을 모금, 사회적 이슈들에 대해 의견을 표명하거나 후보자들에 대한 지지·반대의사를 표명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기부금을 낸 사람들의 이름을 밝히지 않아도 된다고 규정한 미국 조세법 527조의 관할을 받기 때문에 ‘527그룹’이라고 불리는 이들 중 기부금을 받은 상위 25개 단체를 보면 대부분 민주당 성향이었다. ‘함께 가는 미국’(ATC: America Coming Together), ‘무브온 닷 오르그’ ‘미디어 펀드’ 등이 그들이다. ACT와 미디어 펀드는 조지 소로스 등 반(反) 부시 성향의 큰손들로부터 거액을 기부받는 등 모두 1억2,500만 달러를 모금, 대대적인 반전(反戰)·반 부시 정치 광고를 했다. 하지만 케리는 이 527그룹 때문에 결정적인 타격을 입었다. 지난 8월 ‘진실을 위한 순찰정 참전용사들의 모임’이라는 명칭으로 케리 후보의 베트남전 무공에 대한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해 케리의 신뢰도에 결정적인 타격을 입혔다. 공화당원인 텍사스 사업가 분 피켄스 주니어가 150만 달러, 투자가인 해롤드 시몬스가 300만 달러, 주택업자 밥 페리가 100만 달러를 기부하는 등 1,000만 달러를 모금한 NGO다. 만약 이 단체가 케리 후보에 대한 흠집 내기를 하지 않았더라면 베트남전 문제가 크게 불거지지 않을 것이고, 케리 후보가 유리했을 것이다. 양당 지지 기업가들 간의 ‘돈 싸움’에서 공화당이 승리한 셈이고, 이 단체도 숨은 공신 반열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꿩 먹고 알 먹고…컨설팅 업체들 ‘함박웃음’ 대선 때가 되면 어김없이 맹활약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특정 후보의 선거 운동 캠프에서 일하는 전문적인 선거 전략가들인데, 대부분은 컨설팅 업체에 소속된 ‘프로 선수’들이다. 이들은 선거가 끝난 뒤 로비스트로 변신한다. 선거 때 특정 정치인들과 친분을 맺은 다음 컨설팅 업체로 돌아가 그 친분을 이용해 기업들과 정치인들 간의 유대관계를 돈독하게 조성한다. 이번 대선에서도 컨설팅 업체들 중 상당수가 부시와 케리 후보 진영에서 선거 업무를 자문해 줬다. 케리 후보에게 정치 자문을 했던 ‘듀이 스퀘어 그룹’(Dewey Square Group)과 부시 대통령의 선거 자금 모금을 지원했던 ‘페더 라슨 앤드 신호스트 디시아이’(Feather, Larson & Synhorst DCI)라는 컨설팅 업체가 대표적이다. 이 두 회사의 대표인 마이클 울리와 토머스 신호스트는 비록 이번 대선에서는 서로 적대관계였지만 사업상 필요하면 협력관계를 맺는 사이다. 두 회사는 파트너로 제너럴모터스(GM)·AT&T·마이크로소프트 등 대기업들에게 자문을 하고 있다. 이들은 또 각각 친분이 두터운 민주당과 공화당 의원들을 나눠 맡아 공략한다. 큰 이슈가 걸린 대기업들은 두 회사를 고용해 공동 전선을 펼치도록 할 때도 있다. 평범한 유권자들에게는 11월2일의 선거가 차기 대통령과 상·하원 의원들을 선출하는 행사이지만 이들 컨설팅 업체에게는 사업상 엄청난 이권이 걸려 있다. 대기업들이 이들을 통해 승자가 되는 정당과 정치인들에게 로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종교단체인 기독교 연합의 전 사무총장 랄프 리드와 전 하원의원 빈 웨버는 이번 대선에서 부시 후보의 지역 선거운동 책임자를 스스로 맡았다. 이들은 컨설팅 업체와 깊은 관계가 있다. 민주당 전국위원회에서 케리 후보의 보좌관으로 일한 존 새소는 행정부 관련 업무와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자문을 하고 있는 컨설팅 회사 ‘어드밴스드 스트래티지스’(Advanced Strategies)의 대표다. 컨설팅 업체들도 이를 알기 때문에 자신들이 선거운동을 해 당선된 후보나 의원들에게 직접 접근하지 않는다. 대신 선거 때 알게 된 선거운동원이나 조직책과 유대관계를 맺은 다음, 선거가 끝나면 이들을 고용해 측면 로비 활동을 벌이도록 한다. 선거 자문은 ‘부업’이고 기업 자문은 ‘본업’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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