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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비상 속 무역의 날 맞은 김재철 한국무역협회 회장 “배용준을 모델로 쓰면 일본 수출 참 잘 될 텐데…”

환율비상 속 무역의 날 맞은 김재철 한국무역협회 회장 “배용준을 모델로 쓰면 일본 수출 참 잘 될 텐데…”

“기적적인 수출 성과를 올린 한 해였습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33% 정도 성장한 2,500억 달러 수출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입니다. 무역수지도 300억 달러 흑자를 기록할 전망입니다.” 제41회 무역의 날을 앞두고 지난 11월24일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김재철 한국무역협회회장은 올해의 성과를 ‘기적’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올해 수출실적은)내수경기가 꽁꽁 얼어붙고 무역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에서 이뤄낸 결과이기에 더욱 값지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올해 수출 2,500억 달러는 아프리카 53개국(1,725억 달러) 또는 멕시코를제외한 중남미 38개국(2,119억 달러)의 수출액보다 큰 규모다. 지난 10월22일 수출 2,000억 달러를 넘어섰을 때만 해도 정부와 무역협회 등 수출 관련 유관기관들은 큰 잔치판이라도 벌일 기세였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그로부터 불과 30여일 지난 요즘 분위기는 착 가라앉았다. 당장 내년 수출이 걱정이기 때문이다. 미국 대선 직후 달러 약세가 본격화되면서 원화 환율이 급락해 수출기업들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환율이 떨어지면 수출 제품의 가격경쟁력과 채산성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최근 환율이 급락해 수출 기업의 90%가 출혈 수출을 하고 있거나 직면해 있는 것으로 조사된 적이 있습니다. 내년엔 수출물량이 감소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김회장은 지난 9월부터 해외 출장이 잦았다. 인도와 베트남(9월4~6일), 카자흐스탄과 러시아(9월19~23일) 그리고 11월14일부터 18일까지 아르헨티나·브라질·칠레 등 노무현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 동행했다. 12월1일부터 7일까지는 노대통령의 유럽 순방도 수행할 예정이다. 출장기간 중에는 양국 기업인 간담회·CEO포럼·비즈니스 포럼 등 빡빡한 일정을 거뜬하게 소화해 낸다. 방문할 때마다 그 나라의 경제 상황은 어떤지, 수출할 수 있는 물건은 무엇인지, 협력관계는 어떻게 이끌어나갈지도 꼼꼼히 체크한다.

환율 1,000원 깨지면 큰일 환율이 급락하고 있는데 내년 수출 전망은 어떻습니까? “올해보다 10% 정도 성장한 2,700억~2,800억 달러 정도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성장기가 있으면 성숙기가 있기 마련이죠. ‘기적’이 다시 일어나지 않는 한 올해와 같은 큰 성장은 이루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신장률은 떨어지겠지만 절대금액으로 보면 250억~300억 달러 정도 늘어난 액수입니다.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닙니다.”

그렇게 전망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올해 수출의 44%를 차지하고 있는 휴대폰·반도체·철강·자동차·조선 등 주력 품목의 수출 경기가 올해 피크(정점)에 와 있다고 판단됩니다. 그밖에 경공업 분야 수출품의 경우는 계속 떨어지고 있는 환율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보통 환율이 10% 떨어지게 되면 인건비가 10% 상승하는 결과를 낳습니다. 가격경쟁력에서 불리해 질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환율 문제는 어떻게 보십니까? “미국의 약달러 정책은 이미 예견된 것으로 봐야죠. 올해 경상적자가 5,500억 달러에 달하고 재정적자가 4,000억 달러인 상황에서 미국이 취할 수 있는 정책은 약달러밖에 없습니다. 미국의 약달러 정책에 대해 평가를 내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미국은 세계 최강국이고 세계의 제도를 만들어가는 나라이기 때문에 우리도 거기에 맞춰가는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적절한 원화 가치는 얼마 정도라고 생각하십니까? “대부분의 기업들은 세자릿수 환율에 대비한 시나리오는 짜놓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 세자릿수 환율이 닥칠 경우 적절한 대비책이 없는 상황이죠. 그래서 환율 1,000원이 깨지면 큰일이 납니다. 정부가 나서서 막아야 합니다. 채산성이 보장되려면 대략 달러당 1,000~1,100원대가 적정할 것으로 봅니다.”

발권을 해서라도 환율은 안정시키겠다는 정책에 동의한다는 말입니까? “지난 한 달 동안 환율이 무려 100원이나 내렸습니다. 그래서 정부로서도 급작스런 변동을 막겠다고 나선 것이지요. 사실 환율이 얼마까지 내려갈 것이냐를 전망하는 것은 무의미합니다. 중요한 것은 정부가 환율변동의 폭을 얼마나 작게 만드냐는 것입니다. 수출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서라도 환율 조정은 필요한 것이라고 봅니다.”

지나친 개입이 자칫 부작용을 가져올 수도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는데요. “사실 환율을 시장원리대로 그냥 내버려 두는 나라는 거의 없습니다. 암암리에 다 개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의 개입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면 다른 나라와의 관계가 껄끄러워집니다. 정부가 지나치게 환율시장에 개입하면 투기자금이 몰려 들어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개 국제 사회를 흘러다니는 자본의 95%는 투기자금이고 상품결제대금은 3%에 불과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입니다. 정부의 운신 폭이 제한적이겠지만 정부의 역할은 분명 필요한 상황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기업으로서는 약달러 시대에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요? “무작정 환율이 적정한 선에서 멈출 것이라고 믿고 기다릴 수는 없는 일입니다. 늘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야 하죠. 특히 중소기업의 상황변화가 절실합니다. 사실 특별한 방법은 없습니다. 원론으로 돌아가 기업들 스스로가 원가절감·경영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수출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은 없나요? “무역협회가 나서서 550석 규모의 난타 전용극장을 짓고 있습니다. 난타의 경우 세계 어느 곳에도 없는 공연입니다. 우리나라만이 가진 독특한 문화상품이지요. 외국관광객들이 많이 찾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상품 수출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문화 상품·물류 시스템·의료 등 서비스산업을 적극 수출해야 합니다.”

문화상품이라면 한류열풍을 들 수 있겠는데요. “한류는 우리 경제에 매우 긍정적인 신호로 보고 있습니다. 경영을 공부한 사람들이라면 브랜드 가치의 중요성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한류의 경제 효과를 돈으로 계량하기는 어렵지만, 우리나라의 이미지를 올리는 데는 굉장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를 수출기업들이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아쉽죠. 일본에 수출하는 우리 기업들이 배용준을 왜 모델로 쓰지 않는지 모르겠어요.”

최대 무역국으로 떠오른 중국과의 앞으로의 관계는 어떻게 보십니까? “올해만 대중국 수출이 520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보입니다. 올 들어 중국에 대한 무역의존도가 50% 정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요. 앞으로 중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가 점점 더 높아질 것입니다. 다만 중국과의 기술격차가 줄어들고 있는 만큼 차별화된 기술력을 쌓는 데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할 것입니다.”

경제는 체력, 정치는 지력 참여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경제가 체력이라면 정치는 지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체력을 어떻게 쓰느냐는 지력에 의해 좌우되는 거죠. 정책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정책에 따라 경제는 움직이게 될 것입니다. 정부는 기업이 최선의 상태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뒷바라지를 해줘야 합니다.”

정부가 연기금을 활용해 경기를 부양하려고 하는데요. “연기금을 활용해 경기를 부양하고, 연기금의 수익률을 높인다는 원론에는 반대하지 않습니다. 미국도 펜션(연금) 펀드를 적극적으로 운용하고 있지 않습니까. 연기금이 주식시장에 투자가 되면 정체돼 있는 주식시장이 활성화되는 기회도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것이 제대로 운용될 수 있느냐는 방법론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연기금이 주식에 투입될 경우 개별 기업에 대한 정부의 입김이 높아지고, 이에 따른 부작용도 우려됩니다. “주식을 갖고 있는 주주에게 의결권을 주지 않을 수도 없지요. 그러나 정부의 지분이 기업 활동을 제약하지 않으면 별 문제가 없으리라고 봅니다. 삼성전자·포스코·하나은행 등 주요 기업들 모두 외국인 주주 비중이 50% 이상 됩니다. 산업을 기반으로 하는 국가 중에 유례가 없을 정도입니다. 외국인 투자가들이 연대할 경우 우리 기업들의 경영권이 흔들릴 수도 있습니다. 연기금을 잘 활용하면 적대적 M&A를 막을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금융기관 소유주식의 의결권 제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세계 어느 나라에도 기업이 가진 주식에 대해 제약을 가하지 않습니다. 기업과 금융기관에 대한 정부의 불신이 만들어낸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어디에도 없는 제도를 만드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게다가 급격한 정책의 변화는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 큽니다. 문제가 있다면 공개토론을 개최해 서서히 개선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김재철 회장
1935년 전남 강진 生
강진농고·부산수산대 卒
60년 원양어선 지남2호 선장
69년 동원산업 설립
89년~現 동원그룹 회장
99년~現 한국무역협회 회장
2003년~現 동원엔터프라이즈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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