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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도전하면 취업장벽 뚫을 수 있다

알고 도전하면 취업장벽 뚫을 수 있다

장기간 지속되는 경기 침체와 불투명한 경제 여건으로 채용시장이 꽁꽁 얼어붙어 있다. 치열한 취업 경쟁을 반영하는 입사 경쟁률 기록도 해마다 경신되고 있다. 지난해 7백2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해 주위를 놀라게 했던 한국언론재단의 입사 경쟁률은 올해 6명 채용에 4천6백73명이 몰려 7백79대 1를 기록한 대한체육회 앞에서 간단히 깨졌다. 하지만 아무리 상황이 어려워도 항상 살길은 있게 마련이다. 경기가 아무리 나쁘더라도 업종에 따라 인재를 찾아나서는 기업은 항상 있기 때문이다.

뉴스위크 한국판은 기업·대학·취업정보회사를 통해 내년도 경기 상황과 기업의 투자 계획 및 취업 기상도를 그려봤다. 요약하면 전기·전자·자동차·문화 산업은 채용 전망이 밝고, 조선·중공업·유통·식음료·기계·철강 산업은 예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석유화학·금융·정보통신·건설·토목 분야 채용과 정부 공무원직은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전기·전자업종의 주요 채용 분야는 엔지니어와 연구·개발 인력이다.

70% 이상이 이공계이고 변화가 빠른 업종 특성상 항상 새로운 인재를 구하고 있다. 삼성전자 인재개발소장인 안승준 상무는 “디지털시대로 접어들며 발생하는 급속한 변화 속에서 적응하고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인재”를 강조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시간 40분간의 면접을 3차례 실시하며 인성검사(SSAT)를 실시한다. 분야별로 차이는 있지만 카메라폰·PDP 등이 계속 수출 호조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각 기업들의 설비투자 역시 계속 확대될 것이기 때문에 내년에도 올해와 같은 규모의 인력을 선발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대규모 채용을 실시한 자동차업계의 내년 전망도 밝은 편이다. 역시 이공계 위주의 인력을 선발하고 있고 어학 능력을 중시한다. 현대자동차의 한 인사 담당자는 신입사원들에게 항상 “국제 비즈니스 감각과 글로벌 마인드, 그리고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진취적 현대정신을 강조한다”고 밝혔다. 해외 시장에서의 호조와 계속적으로 신차 발표를 하고 있는 자동차업계의 내년 고용 규모는 올해보다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해마다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문화산업의 취업 전망도 아주 밝다. 영화산업·온라인 게임, 그리고 아시아를 휩쓸고 있는 ‘한류 열풍’으로 대변되는 음악과 드라마 제작 역시 내년에도 호조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추계예술대학 김휴종 문화산업대학원장은 “한류 효과는 전체 산업에 고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천문학적인 경제적 효과를 가져오는 산업”이라고 말했다. 드라마·음악·게임·영화산업 분야의 취업도 역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조선과 중공업 분야는 환율 하락의 영향을 받아 순이익은 줄고 있지만 고용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전망이다. 대부분의 조선업체들이 2∼3년어치의 수주를 받아놓아 달러 가치 하락으로 인한 손실을 입겠지만 설비투자 증가 등으로 채용 인원은 증가할 전망이다. 11월 말로 예정된 현대중공업의 포항공장 준공식이 좋은 예다. 내년 10월부터 본격 가동될 포항공장에서는 조선용재 블록을 생산한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6천명의 신규 고용 효과와 2만명의 인구 증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유통·식음료는 전반적으로 예년과 비슷한 채용을 보일 전망이다. 내수 침체로 인해 매출이 부진하지만 이직률이 높은 영업과 판매직의 비정규직은 수시로 충원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또 여성 채용 비율이 타업종보다 높아 인문계 출신 여성 구직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업종이다. 올해 9백명의 신입사원을 채용한 롯데그룹의 인사 담당자는 “유통·식음료의 경우 제품 판매 사이클이 짧고 소비자 취향에 따른 변화가 심한 분야”라며 “구직자의 창의성을 가장 중시한다”고 밝혔다.

기계와 철강산업의 채용 수준도 예년과 비슷한 규모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업체와의 경쟁, 그리고 부진한 내수경기 때문에 채용 증가는 예상하기 어렵지만 꾸준히 순이익을 내고 있어서다. 특히 철강업체의 경우 원재료를 수입에 의존해 원화 강세로 가장 큰 수혜를 받고 있어 투자 여력이 증가했다.
화학 분야의 전망은 다소 어두운 편이다. 화학섬유업체는 경기 불황과 경쟁력 약화로 인원 감축과 중국으로 공장을 옮기는 중이다. 또한 내수의 영향을 크게 받는 제약 부문도 매출이 급감하며 신규 채용 규모가 축소되고 있다. 올해 제약 부문의 경우 지난해보다 8백명 줄어든 인원이 채용됐다. 고유가로 인해 석유회사들은 큰 이익을 올리고 있지만 특별히 채용을 늘릴 계획은 없다.

정보통신을 비롯한 인터넷 포털·시스템 통합 분야의 채용도 그리 밝지는 않다. 정보기술(IT) 경기가 조정기에 들어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등 경기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 산업 특성상 소규모 인원을 수시 채용해 왔고 신입보다는 경력자 위주로 선발하기 때문에 대졸자들에겐 불리하다. 취업 전문업체 인쿠르트의 조사에 의하면 2004년 정보통신업체 91개사 중 절반만 하반기에 신입사원을 선발했다.

내년에 가장 취업하기 어려운 분야는 금융권이다. 높은 연봉 때문에 지원자는 증가하지만 오히려 모집 인원은 줄고 있다. 이 때문에 금융권 취업 준비생들은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종합지와 경제지를 공부하며 취업을 준비하기도 한다. 하지만 경기 침체가 계속되고 금융권에 또 한번의 구조조정 가능성이 높아 내년에도 여전히 취업 문은 좁을 것으로 예상된다.

평생 직장의 시대가 무너지며 가장 각광받기 시작한 직업은 공무원이다. 최근 인쿠르트가 구직자 1천4백7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에서 공기업이 1위로 지목됐다. 구직자뿐 아니라 직장인들도 공무원 재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직장인 2명 중 1명이 불황으로 퇴사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한 공무원 시험에서 나타난 4백50대 1의 경쟁률은 공무원 시험의 인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공기업과 정부 기관 모두 모집 인원을 확대하고 있지만 지원자가 급증하고 있어 취업은 어려운 상황이다.

그나마 대학 졸업을 앞둔 이들에게 반가운 소식은 외환위기 이후 경력직 사원 선발을 선호하던 기업들이 올해 들어 눈에 띌 정도로 신입사원 선발 비중을 늘리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기업에서 신입 공채 비율이 절반 이상으로 늘어났다. 또 학력·연령 제한이 없는 기업도 증가하고 있다. 주로 정부 산하단체 위주로 늘고 있다. 2백20개 정부 기관 중에서 40개 기관이 학력과 나이 제한을 없애거나 없앨 계획이다.
대학 당국에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교육인적자원부가 내년부터 대학과 학과별 취업률을 공개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대학들은 취업률 저하가 신입생 모집 저하로 이어질 것을 우려해 한명이라도 더 취업시키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하지만 취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구직자 자신이다. 인쿠르트의 이광석 사장은 “자신의 능력을 알고 입사 희망 기업에 대한 확실한 정보를 가지고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지난 5년간 1만4천번 지원하고도 직장을 구하지 못한 구직자의 이야기는 무조건 지원하고 보는 ‘묻지마 지원’이 얼마나 무모한 일인지 보여준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는 말처럼 아무리 취업이 어려워도 착실히 준비한 이들은 취업난을 뚫을 길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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