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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커머스에 칼 빼든 정용진…다음 타깃은?

지마켓·SSG닷컴 대표 전격 교체…수시 인사 가속화
경질 배경엔 실적 부진…추가 인사 가능성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사진 신세계그룹]
[이코노미스트 이혜리 기자]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만성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그룹 이커머스 사업 수뇌부를 전격 교체했다. G마켓과 SSG닷컴 대표를 모두 바꾸고 핵심 임원도 알리바바·쿠팡·네이버 등 경쟁사에서 대거 영입해 이커머스 조직에 긴장감을 높였다는 분석이다. 

지난 15일 회장 취임 100일을 맞은 정 회장이 실적 중심의 수시 인사 방침을 밝혔던 만큼 ‘정용진 체제’로의 개편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정 회장이 ‘신상필벌’ 인사 방침의 신호탄을 쏜 만큼 다음 타깃은 어느 계열사가 될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경쟁사서 찾은 인재…반등 마련 절실

신세계그룹은 19일 G마켓 대표에 정형권 전 알리바바코리아 총괄을, SSG닷컴 대표엔 최훈학 전무(영업본부장)를 각각 내정했다고 밝혔다. 기존 전항일 G마켓 대표와 이인영 SSG닷컴 대표는 2선으로 물러나 자문 역할을 맡는다. 

정 신임 대표는 알리페이 유럽·중동·코리아 대표를 지냈고 골드만삭스·크레딧스위스 등을 거쳐 쿠팡 재무 임원으로도 일했다. 이커머스는 물론 투자·핀테크 업계를 거친 재무 전문가다. G마켓 체질과 수익성 개선에 균형 있는 성장을 이끌 것으로 그룹 측은 기대했다.

G마켓 최고제품책임자(CPO)에 해당하는 PX본부장에는 네이버 쇼핑 플랫폼 책임리더(임원)를 지낸 김정우 상무를 영입했다. 개발자 조직을 이끄는 테크본부장은 쿠팡 출신 오참 상무가 맡는다.

새 대표로 내정된 최훈학 SSG닷컴 영업본부장(전무)는 대표를 겸직하며 그로서리(식품·잡화)와 물류 부문 경쟁력 강화에 힘쓸 계획이다. D/I(데이터인프라) 본부장에는 이마트 D/T(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총괄을 맡아온 안종훈 상무가 자리를 옮긴다. 
정형권 신임 G마켓 대표와 최훈학 신임 SSG닷컴 대표. [사진 신세계그룹]

이번 인사는 새로운 성장 동력이 절실한 이커머스 사업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공감대 속에 이뤄졌다. 신세계그룹은 “CJ그룹과의 협업을 통한 플랫폼 물류 시스템 정비에 이어 주요 핵심 임원을 동시에 교체하는 변화를 선택함으로써 잠시 주춤하던 온라인 사업의 새로운 성장에 시동을 걸었다”며 “이커머스가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전통적인 유통 강자인 신세계이지만 이커머스는 그룹에서 좀처럼 기를 펴지 못했다. SSG닷컴은 2018년 법인 설립 이래 지난해까지 5년째 적자를 기록 중이다. G마켓도 신세계에 인수된 이래 2년 연속 영업손실을 봤다. 쿠팡이 이커머스 시장에서 장악력을 확대하고, 알리와 테무 등 C커머스(중국 이커머스) 기업이 국내에 침투하면서 G마켓과 SSG닷컴은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했다.

정용진표 ‘신상필벌’…다음 칼날은 어디로

정 회장은 지난 3월 18년 만에 회장으로 승진, 최근 취임 100일을 맞았다. 그는 회장으로 승진하기에 앞서 지난해 9월엔 대대적인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하고 주요 계열사 대표의 40%를 물갈이했다. 11월엔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경영전략실을 개편하면서 실적과 성과 중심의 인사나 수시 인사 방침을 발표했다.

정 회장은 지난 4월 취임 한 달 만에 정두영 신세계건설 대표이사를 비롯해 영업본부장과 영업 담당을 실적 부진 등을 이유로 경질했다. G마켓과 SSG닷컴 대표를 교체한 것도 인사 방침의 연장선이다. 회장직에 오른 지 약 100일 만에 계열사 대표 3명을 교체하면서 그룹 내 긴장감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신세계그룹은 내부적으로 마련한 핵심성과지표(KPI)를 토대로 기대 실적에 미치지 못하거나 경영 성과가 저조한 최고경영자(CEO)와 임원진을 수시로 평가해 엄정한 인사를 실시한다는 메시지를 조직에 확실하게 전달했다. 이에 신세계그룹 및 업계에서는 정 회장의 다음 칼끝은 어느 계열사를 향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신세계 남산’에서 열린 신입사원 수료식에 참석해 신입사원과 셀카를 함께 찍는 모습. [사진 신세계그룹]

이마트가 운영하는 편의점 이마트24는 그룹의 아픈 손가락이다. 이마트24의 영업손실은 지난해 23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 영업손실도 39억원에서 131억원으로 236% 늘어났다. 

현재 이마트24는 오프라인 3사(이마트·이마트에브리데이·이마트24) 공동대표인 한채양 대표가 총괄하고 있다. 한 대표는 지난해 9월 3사 대표에 오른 이후 수익성 회복 및 3사의 통합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실적으로 이어져 이마트24를 제외하고 이마트와 이마트에브리데이는 실적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한 대표가 3개 회사를 모두 총괄하는 중책을 맡게 된 만큼 당분간 정 회장이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의 수시 인사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 회장이 실적 중심의 인사 단행 기조를 선명하게 드러낸 것은 그룹을 쇄신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라며 “앞으로도 이런 깜짝 인사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압박의 강도가 높아지게 되면 조직 문화가 경직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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