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을 거스르지 말라
| 김인호 중소기업연구원 | 각 부문에서의 양극화 심화가 우리 경제·사회의 심각한 구조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대표적으로 수출과 내수의 양극화를 예로 들 수 있으며, 중화학공업과 경공업 간의 양극화, IT산업과 비 IT산업 간의 양극화, 제조업과 서비스업 간의 양극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양극화, 우량기업과 비 우량기업 간의 양극화, 수출기업과 내수기업 간의 양극화 등 곳곳에서 이런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 그 결과 고용과 소득의 양극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 현상은 균형이나 분배 차원에서 문제 제기의 대상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우리 경제가 대내외 충격에 어느 경제보다 큰 영향을 받는 취약점을 보이고 있다. 또 이로 인해 경기 회복이 지연되는가 하면 물적·인적 자본을 제대로 키우지 못해 성장잠재력도 크게 훼손됐다. 물론 경제 양극화의 원인을 규명하고 이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이 모색되고 있지 않는 것은 아니다. 수출과 내수의 선순환구조 구축, 산업과 기업의 혁신과 구조조정, 성장촉진형 재분배 정책의 확대 등이 현 정부에서 주로 논의되고 있는 방향이다. 필자는 양극화를 초래하는 가장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요인이 눈에 띄지 않게 우리 경제구조 내부에 점점 고착화되고 있는 거대하고도 왜곡된 자원배분 구조라고 생각한다. 이 구조의 배경을 밝혀 근본적으로 교정하지 않으면 이러한 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 분명하다. 합리적인 자원배분 구조를 깨뜨리는 대표적인 힘은 시장원리에 역행하는 인위적인 정부의 역할과 정책이다. 외환위기 이후 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경기부양을 목적으로 채택된 정책수단들, 즉 시장의 수급상황이나 국제적 흐름에 역행하는 금리와 환율 등 거시정책 변수의 운용을 지적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과거 정부 때 주로 추진했던 부동산 경기부양 정책, 가계신용 확장을 통한 인위적인 소비촉진 정책들이 그것이다.대표적으로 외환위기 이후 최근까지 일관되게 유지돼 온 우리 환율의 저평가 현상은 수년 간 수출과 내수산업 간 자원배분 구조를 수출산업에 엄청나게 유리하도록 왜곡시키고, 가계의 실질소득을 떨어뜨려 내수기반을 약화시켰다. 평준화 교육기조는 결과적으로 비평준화의 극치를 가져오고 있다. 지역균형정책을 추구할수록 수도권 비대현상은 심화된다.비정규직에 대한 보호 조치가 오히려 이들의 고용 축소로 연결되고 있다. 생산성을 고려하지 않고 여성 취업자를 과잉 보호하는 정책은 오히려 여성들의 신규 취업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 이런 왜곡된 자원배분 구조의 피해자는 역설적이게도 대부분의 경우 그 정책들이 보호하려고 했던 대상, 즉 경제적 취약계층이다. 이것이 시장의 원리다. 이 원리를 거부하고 정부가 인위적인 자원배분을 통해 경제적 성과를 추구하려고 했던 사회주의 국가들의 참담한 실패에서 유효한 교훈을 얻지 못하면 우리는 이 구조적 문제에 점점 더 빠져 들어갈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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