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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 미래는 우리 손 안에 있다

지역의 미래는 우리 손 안에 있다

지방분권 시대에 걸맞게 중앙정부에 기대지 않고 지역이 성장하는 데에는 무엇이 필요할까? 각 지역의 강점을 살려 특화할 수 있는 아이디어와 구체적인 계획, 그리고 이를 실행에 옮길 예산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이를 추진할 사람들이다. 그들은 힘차게 발로 뛰어 지역 발전의 동력을 당길 일꾼들이다.

그런 의미에서 2월 16일 대전 대덕 컨벤션타운에서 열린 ‘지역을 이끌 차세대 영리더’ 시상식은 의미가 있었다. 각 지역의 미래 청사진을 제시해보는 ‘지역비전포럼’과 함께 개최된 이번 차세대 영리더 시상식은 중앙일보·한국행정학회·대전광역시가 공동주최하고, 대전지역혁신협의회와 다보스포럼 차세대 영리더 자문회의가 후보자 심사와 수상자 선정을 맡았다.

차세대 영리더는 비즈니스(박성동)·과학기술(강정구)·예술문화(신영숙)·사회복지(심완섭) 등 4개의 분야별로 각 1인씩 선정됐다. 대전지역혁신협의회는 분야별로 복수의 후보자를 추천받아 1차 심사를 통해 각 3인씩 총 12명을 선정했고, 다보스포럼 차세대 영리더 자문회의는 이들 가운데 최종 수상자를 선발했다.

■비즈니스 분야

박성동 대표는 첨단 우주과학자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전자공학과를 졸업한 뒤 우리 기술로 인공위성을 만들어내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안고 영국으로 떠나 서레이 대학(위성통신공학)에서 유학했다. 그의 꿈은 이루어졌다. 1992년 그는 인공위성 우리별 1호의 연구개발에 핵심인력으로 참여, 한국 최초의 성공적인 발사에 기여했다. 그후 그는 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 선임연구원(연구기획실장)으로서 93년에 우리별 2호, 99년에 3호 인공위성의 개발과 성공적인 발사에도 참여했다.

곧 그에게는 또 다른 야심이 생겼다. 우리 우주기술을 해외시장에 수출하는 것이다. 당시 함께 일하던 연구원 20여명은 인공위성 개발·발사에 참여하면서 터득한 기술적 역량을 바탕으로 “우주기술을 상용화해 해외 시장에 한국 우주기술의 수준을 보여주자”는 데 뜻을 모았다. 박대표는 2000년 1월 우주기술개발이라는 꿈을 안고 우주벤처기업 (주)세렉트아이를 설립했다.

그가 대표이사로 취임한 것은 2000년 7월. 그후 그는 놀라운 비즈니스 역량을 과시하며 말레이시아 인공위성용 카메라 연구개발 계약, 1천5백만달러에 달하는 말레이시아 라작셋(RazakSAT)의 공동연구개발, 그리고 싱가포르·태국 등지에서 수많은 해외 계약을 체결하며 승승장구했다. (주)세렉트아이는 5년만에 종업원 50명 규모의 연 수출액만도 4백만달러가 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국내에서는 삼성SDS·한국항공우주연구원·국방과학연구원 등에 납품해 연간 10억~2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그는 (주)세렉트아이를 통해 인공위성과 우주용 부품을 개발하고 이를 상용화해 해외시장에 수출함으로써 한국은 물론 대전 소재 기업이 국제 위성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는 데 기여했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대덕밸리 벤처연합회로부터 대전지역을 이끌 차세대 영리더로 추천받았다.

유럽 출장을 마치고 숨가쁘게 돌아온 박대표는 “국가에서 지원해 주는 돈으로 공부하고 연구해 늘 부채의식이 있었는데 해외수출을 통해 외자를 들여옴으로써 빚을 다 갚은 기분”이라면서 “이 상은 저에게 주는 상이 아니라 동고동락하고 있는 50명의 직원들 모두에게 주는 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과학기술 분야

강정구 교수는 전문분야인 나노 양자 시뮬레이션계에서 이미 세계적인 권위자다. 그가 세계적 유명인사가 된 것은 KMLYP라는 새로운 나노 시뮬레이션 기술을 개발하면서다. 강교수 이름 앞글자 영문 이니셜로 시작하는 KMLYP는 나노 수준에서 원자의 거동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는 기술이다. 가장 큰 특징은 나노 수준에서 원자의 반응 메커니즘을 빠르고 아주 정확하게 산출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를 토대로 탄소 나노튜브를 이용한 수소 저장 시스템과 연료전지의 개발뿐만 아니라 우주선 추진체에 필요한 새로운 고에너지 물질(HEM) 개발, 나노 트랜지스터 개발 등 나노 수준에서 전산 모사를 통해 응용할 수 있는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강교수는 스탠퍼드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마친 후, 캘리포니아공대(Caltech)의 재료·공정 전산모사센터(MSC)에서 나노기술 개발에 주축이 될 수 있는 멀티스케일 양자역학 방법 개발을 비롯해 탄소 나노튜브를 이용한 수소저장에 대한 연구를 해 왔다. KAIST 교수로 부임한 것은 2003년부터다.

그는 지금도 저명한 나노 관련 국제학회의 자문위원회 위원으로 선임돼 나노 시뮬레이션계의 세계적 스타로 활약하고 있다. 고성능 워크스테이션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미국의 실리콘그래픽스(SGI)사는 그에게 나노 기술과 생명과학 기술에 활용할 수 있도록 국내 최대 성능의 오리진 수퍼컴퓨터를 무상제공하는 파격적인 지원을 했다. 이런 공적을 높이 산 로버트 러플린 KAIST 총장이 강교수를 영리더로 추천했다.

강교수는 현재 또 하나의 ‘세계 최초’를 만들기 위해 도전하고 있다. 바로 석유를 대체할 에너지인 수소연료 개발이다. 자동차로 같은 거리를 달리는데 휘발유 24g이 필요하다면 수소연료는 4g이면 충분하다. 이런 강점에도 불구하고 수소를 상용화하려면 극저온으로 액체 저장이 가능해야 한다. 강교수는 나노 물질을 이용해 이 방법을 개발중이다. 연구는 이미 상당히 진척돼 3년 후면 상용화가 가능하고, 5년 후에는 획기적인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문화예술 분야

“너무 큰 상을 주셔서 뭐라 말씀을 드릴 수가 없습니다. 훌륭한 업적을 쌓으신 다른 수상자들과 함께 상을 받게 돼 무척 영광스럽습니다.” 배재대 겸임교수이자 첼리스트인 신영숙씨는 겸손함과 자부심을 겸비한 예술가다. 문화예술은 당장 손에 잡히고 눈에 보이지 않아 소홀히 하기 쉽지만 인간의 삶에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음악가로서 그의 이력은 화려하다. 1990년 중학교 졸업후 그는 혈혈단신 미국 뉴욕으로 유학을 떠났다. 그는 아버지의 가업을 이어 의사가 되는 게 꿈이었다. 그러나 세계 예술의 도시 뉴욕에서 모든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음악에 흠뻑 젖어 생활하는 모습에 반해 평생 진로를 음악으로 바꿨다. 맨해튼 음대 관현학과를 졸업한 후 장학생으로 석사·전문연주자 과정을 졸업하고, 뉴욕시립대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그는 뉴욕 아티스트 인터내셔널 오디션, 전미 내셔널 스트링 콩쿠르 등 현지에서 개최되는 각종 대회에서 입상했다. 또 음악가라면 누구나 서고 싶어하는 무대인 뉴욕의 링컨센터와 카네기홀, 워싱턴 D.C.의 케네디센터, 남가주의 UCLA 셰퍼드 홀 등에서 다수의 초청독주회와 실내악 연주를 하면서 실력을 인정받은 첼리스트다.

그러나 그는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것도 서울이 아닌, 태어나 자란 고향 대전으로. 주류에 편입하기보다는 미개척지에서 스스로의 힘으로 문화예술의 꽃을 피워보고 싶은 당찬 야심 때문이었다. “문화예술이야말로 그 국가나 지역의 발전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라고 믿는 그는 대전지역을 문화예술 도시로 만들겠다는 강한 포부를 갖고 고향을 지키고 있다.

‘대전이 낳은 유망한 연주자’로 뽑히기도 했던 신씨는 현재 배재대 겸임교수로 재직중이며 한 지역방송의 음악 프로그램 MC도 맡고 있다. 그는 스스로에게 세가지 타이틀을 부여했다. 음악가·교육자, 그리고 사람들에게 음악을 알리는 전도사가 바로 그것이다. 세계적 수준의 첼로 연주를 듣기 위해 서울이 아닌 대전의 음악홀을 찾는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

■사회복지 분야

대전 석교동 사무소에서 사회복지를 전담하는 심완섭 주사는 세가지 복을 타고 났다. 일복·상복·인복이 그것이다. 대전사회복지전문요원동우회 회장, 대전지방법원 소비자보호위원, 대전복지포럼 운영위원, 대전복지신문 명예기자, 대학 외래강사 등 14년간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그가 맡아온 타이틀은 10여가지가 넘는다. 물론 모두 심주사의 고유업무인 사회복지와 관련된 일들이다. 그의 인간에 대한 사랑은 구체적인 사회복지 프로그램과 시책으로 이어졌고 그렇다보니 자연히 상복도 따랐다.

대전광역시장 표창, 중구경찰서장 표창, 대전참여자치 시민상, 한국사회복지협의회장 표창 등 공적서의 포상란은 공간이 부족해 별지를 첨부해야할 정도다. 심주사는 1991년 대전광역시 중구 사회복지전담 공무원으로 발령받은 이래 사회복지 한 분야만 파고든 전문가다. 지역사회 발전과 저소득계층에 대한 기초생활보장 업무에서 남다른 모범과 독자적인 지역복지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복지행정 서비스에서 탁월한 업적을 인정받아 이번에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심주사의 복지 프로그램은 사무실에서 개발되지 않는다. 그로부터 나온 모든 아이디어는 매일매일 어려운 이웃들을 직접 찾아다니는 현장에서 기획된다. 리어카에 이삿짐을 싣고 가는 독거노인 할머니를 보고는 저소득층의 이삿짐을 무료로 날라주는 ‘무료 이삿짐센터’를 만들었다. 방과후 적당한 놀이 시설이 없어 학교 주변을 배회하는 저소득 가정 청소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사랑의 수영교실’을 생각해냈다. IMF 이후 실의에 빠진 실직가정을 보고 무료 이·미용실 운영도 시책으로 만들었다.

또 자투리땅을 이용한 이웃돕기 사업도 창안했다. 유휴 농경지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열무와 알타리 등을 파종해 독거노인이나 소년소녀가장에게 김치를 담가주고 있다. 그는 해체 위기에 있던 불우이웃돕기 단체에도 다시 생기를 불어넣었다. 하루에 1백원씩 모아 불우이웃을 돕자는 취지의 단체 ‘돌다리 사랑방’은 40명이던 회원수가 2백명으로 늘어났고, 해외에서까지 성금이 답지하고 있다. 그가 키운 아이들과 그가 모시던 할머니들, 그리고 그가 도운 형제들. 그에게 석교동 주민들은 모두가 한가족들이다.

공적 영역을 넘어 사적영역에 이르기까지 가난하고 어려운 이웃들을 그냥 보아 넘기지 못하고 먼저 다가서는 심주사에게 어떤 이웃도 마음을 열지 않을 수가 없다. 그에게는 감사와 격려의 편지가 쇄도하고 그가 하는 일에 동참하고 싶다는 자원봉사자들도 넘쳐난다. 따지고 보면 타고난 복은 일복뿐이고, 갖가지 수상의 영예는 그의 노력에 의해 따라온 복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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