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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딩 시장 큰손 된 국내 자본들 … 빌딩 사냥, 토종 자금도 뛴다

빌딩 시장 큰손 된 국내 자본들 … 빌딩 사냥, 토종 자금도 뛴다

코람코가 인수 협상 중인 LG화재의 서울 다동 사옥.
국민연금·삼성생명 등이 투자한 자금으로 코람코가 인수한 서울 역삼동 데이콤 빌딩.
외국계 자본이 ‘독식’해 왔던 국내 오피스빌딩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국내 토종 펀드들과 기업들이 속속 오피스빌딩 매입에 나서면서 외국계의 시장독점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이 같은 시장 변화 움직임은 국내 오피스빌딩 시장 가치에 일찍 눈뜬 외국계 자금들이 고수익을 실현하는 것을 ‘목격’하면서 뒤늦게나마 국내 자본들이 시장 참여를 서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오피스빌딩 수익률은 동남아(6%)·일본(4%)보다 높은 8%대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에 잘만 골라 투자하면 안정적이고 높은 수익을 보장해 주는 ‘황금어장’으로 인식되고 있다.

단기 투자 ‘끝’, 중장기 투자 ‘출발’ 하지만 일부에서는 출발이 늦은 국내 자본들의 오피스빌딩 시장 참여가 외국계 자본이 한번 훑고간 뒤에 이뤄지는 이른바 ‘뒷북’이라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이미 ‘알짜’ 먹잇감은 외국계가 다 차지한 뒤 먹을 만한 게 남았겠느냐는 지적이다. 그렇지만 대다수 전문가는 국내 오피스빌딩 시장이 아직은 괜찮은 상태라고 분석하고 있다. 초창기처럼 고수익을 낼 수 있는 시장은 아니지만 중장기 투자는 지금부터 시작이기 때문이다.더군다나 외국계 자금 역시 투기성 자금이 빠져나간 자리를 중장기 투자성 자금들이 메우고 있는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오피스빌딩 시장이 본격적인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는 관측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근 국내 자본 중에는 주요 은행, 보험사들과 연·기금은 물론 대륭종합건설과 한국컴퓨터지주회사 같은 일반 기업, 이화학원(이화여고 재단) 같은 사단법인 등이 새로운 큰손으로 부상하고 있다. 2001년 산업은행 등 국내 주요 금융사들이 주축이 돼 설립된 부동산 전문 뮤추얼 펀드(리츠) 운용사인 코람코는 최근 LG화재가 강남으로 사옥을 이전하기 위해 내놓은 900억원대의 LG화재 본사 사옥(서울 중구 다동 소재)을 사들이기 위해 LG화재와 인수조건을 두고 ‘밀고 당기기’가 한창이다. 코람코는 이번 거래가 성사되면 건물 매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새로운 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며 매입 후에는 향후 5년 동안 연 8%대 안정적인 수익을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코람코는 지금까지 5개 리츠를 통해 7900억원가량을 오피스빌딩 매입에 투자했다. 빌딩에 투자하는 국내 자본은 또 있다. 맵스자산운용은 지난해 출시한 맵스프런티어4호와 6호 펀드로 옛 미래와사람 빌딩을, 5호 펀드로 동원증권 가락동 사옥을 매입했다. 역삼동 우리종금빌딩을 인수한 대륭종합건설과 종로 갑을빌딩을 인수한 한국컴퓨터지주회사 관계자들도 장기간 임대수익을 기대하고 매입했다고 밝혔다. 국민연금 운용본부의 강영구 대체투자팀 과장은 “연금은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것이 목적인데, 국내 오피스빌딩은 해외보다 공실률이 낮고 3%대인 예금금리에 비해 투자수익률이 8%대로 높아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종필 삼성생명 부동산금융팀 부장 역시 ‘안정성’을 강조했다. 보험회사는 꾸준히 안정적인 수익을 내야 하는데 국내 빌딩 시장은 중장기적인 안정성과 수익성을 겸비했다는 것이다. 국내 큰손들이 본격적으로 빌딩 투자에 나선 것은 지난해부터다. 빌딩 거래 시장은 모건스탠리·론스타 등 단기 투자자들이 외환위기 이후 매물로 나온 빌딩을 투자 목적으로 사들이며 조성됐다. 단기 투자자들이 투자 수익을 회수하고자 내놓은 빌딩(스타타워·메트로타워 등)과 대기업들이 구조조정 차원으로 내놓은 사옥(동원증권 가락동 사옥, 데이콤빌딩 등)을 싱가포르투자청, GE리얼에스테이트, 데카 등 다른 외국계 중장기 투자자들과 코람코·자산운용사 등 국내 투자자들이 매입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말 주목받았던 역삼동 스타타워 매각(론스타→싱가포르투자청) 사례는 이 같은 시장 흐름의 한 단면이었다.

국내 자본, 중장기 투자경쟁력 충분 전문가들은 모건스탠리 등 단기 투자자들이 신규 시장에 들어와 빌딩을 사서 리모델링도 하고, 입주자 수준을 높이는 등 건물 가치를 높여 다시 매각하는 것으로 분석한다. 이들은 고위험을 감수한 덕택에 20~30%대 고수익을 낸다. 이 과정에서 빌딩 거래시장이 자리 잡으면, 7~8%대 안정적 수익을 기대하는 중장기 투자자들이 참여하는 것이 시장의 원리라고 한다. 현재 빌딩 거래시장에서는 매물이 매우 부족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진단이다. 빌딩을 사려는 수요는 증가했지만 투자대상인 대형 오피스빌딩의 매물이 적기 때문이다. 시장이 좋은 만큼 기존 빌딩주들이 건물을 내놓지 않아서다. 오피스빌딩 시장은 금융권이 모여 있는 여의도, 관공서와 대기업 본사가 많은 광화문 일대, 테헤란로를 중심으로 한 강남 등 세 축으로 나뉜다. 이 중 가장 인기있는 지역은 강남이다. 여의도는 금융권 구조조정 때문에, 광화문 지역은 대기업 본사들의 강남 이전이 늘어나 공실률이 증가하는 추세다. 이와 달리 강남에는 이 지역에 주로 위치한 정보기술(IT)·자동차 업종 등의 활황으로 사세가 확장된 기업이 많고, 대기업 본사의 강남 이전 등 호재가 따르면서 임대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불경기로 국내 전체 공실률은 높아졌지만 3분기에서 4분기로 넘어오면서 유독 강남지역은 공실률이 줄어들고 있다(「맵스자산운용 2004년 부동산 시장동향 및 2005년 전망」보고서). 이 같은 시장의 움직임으로 투자할 만한 오피스빌딩이 줄어들자 큰손들은 대형 물류기지 같은 산업용 부동산이나 대형 상가·백화점 등 상업용 부동산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외국의 단기자본이 빠져나간 뒤 국내 자본이 뒷북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기우’로 여긴다. 한 빌딩정보업체 임원은 “초기 학습기간을 거치느라 초창기 고수익 투자기는 놓쳤지만 중장기 투자기는 이제 시작인 만큼 국내 자본들도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낙관했다. 빌딩 투자 자문·운영 회사인 CBRE의 정재훈 투자담당 이사는 “동남아의 수익률 6%, 일본의 수익률 4%와 비교해 우리나라 수익률 8%는 높은 편이다. 수익률 면에서 볼 때 국내 자본들이 외국계 중장기 자본보다 결코 늦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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