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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안정 효과는 ‘글쎄’… ‘재건축과의 전쟁’승패는 미지수

집값 안정 효과는 ‘글쎄’… ‘재건축과의 전쟁’승패는 미지수

정부가 사실상 서울 강남권 재건축시장과의 전면전에 나섰다. 정부는 2·17 수도권 주택시장 안정대책에서 초고층 재건축을 불허하겠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잡히지 않자 최근 안전진단 직권 중지, 세무조사 의뢰, 투기 혐의자 소환조사 등의 대책을 줄줄이 쏟아내고 있다. 국세청과 경찰청 조사 등 집값을 둘러싼 관계 기관의 압박도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도 움찔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말 이후 오름세를 이어가던 재건축시장은 최근 거래가 뚝 끊기고, 호가도 안정되기 시작했다. 일부 급매물도 나온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시장이 안정될지는 미지수다. 건설교통부는 집값 상승의 주범인 재건축아파트가 일반 분양가를 높게 책정할 경우 직권으로 분양승인을 취소토록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더니, 곧 ‘시장질서 바로잡기’로 포장을 바꿨다.

강남·잠실 재건축 시범 타깃 이로 인해 5월 초 4차 동시분양에 참가할 송파구 잠실 주공2단지, 강남구 대치 도곡2차 등이 시범 타깃이 됐다. 건교부는 두 아파트에 대해 ‘가격도 문제지만 재건축 절차상 하자가 있어 분양승인을 취소 혹은 보류해 달라’고 해당 자치단체에 협조를 구했다. 하지만 잠실 주공2단지는 건교부의 관리처분계획과 분양승인 신청 가격이 다르다는 지적에 따라 12평형 분양가는 올리고 24, 33평형 분양가는 낮춰 4월 25일 저녁 송파구로부터 분양승인을 받았다. 정부가 추가로 찾아낸 ‘절차상 하자’는 아직 없어 분양가 인하와 맞바꾼 것이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졌다. 강남구 대치 도곡2차는 아직 매도청구 소송이 진행 중이고, 다른 문제점을 면밀히 조사해야 하므로 분양승인을 보류해 달라는 요청을 강남구청이 받아들였다. 결국 이 아파트는 4차 동시분양에서 빠졌다. 정부는 이뿐 아니라 서울 강남권의 일반분양을 앞둔 단지들을 모두 조사하기로 했다. 5월 19일 시행되는 재건축개발이익환수제를 피하기 위해 분양승인 신청을 서두르는 송파구 잠실 주공1·시영, 강남구 영동 AID차관·대치 도곡2차·해청, 강동구 시영1차 등은 정부의 갑작스러운 방침에 혼란에 빠져 있다. 이들 단지는 5월 초에 분양승인 신청을 못하면 개발이익환수제를 적용받게 돼 사업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는 또 서울 압구정동·잠원동 등의 부동산 중개업자와 설계업자, 건설업체에 대해서도 시장 교란 행위를 조사하고 올해 말까지 조사 대상을 수도권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경찰은 마포구 성산대림 아파트 재건축 현장을 비롯해 잠실 시영 등의 비리 조사에 나섰고, 재건축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시공사와 공무원 유착 및 뇌물 거래, 담합행위, 조합비리, 재건축 과정에서의 조직폭력 개입 등을 집중 수사할 방침이다. 그래도 성이 차지 않은 정부는 27일에는 아예 중층(10~15층 규모) 아파트 재건축 시 예비 안전진단부터 적극 개입하기로 했다. 서종대 건설교통부 주택국장은 “일부 강남 중층 단지가 안전진단은 물론 정비 계획도 수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곧 재건축이 될 것처럼 호도해 집값을 부추기고 있다”며 “안전진단 신청 직후 단계인 예비평가 단계부터 감독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는 최근 집값 상승을 주도하고 있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한양, 서초구 한신·삼호,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등 재건축 추진 초기 단계의 중층 단지를 겨냥한 것으로 이들 아파트는 당분간 재건축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건교부는 이와 함께 철저한 개발이익환수를 한다는 조건 아래 단독 및 다가구 주택지의 중·고밀화 개발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했다.

재건축 투자 신중해야 정부가 재건축 시장에 전방위 압박을 가하는 것은 그냥 둘 경우 참여정부의 최우선 정책목표인 집값 잡기에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는 불안감 때문으로 보인다. 참여정부는 출범 첫해 집값이 잡히지 않는 바람에 서민층의 지지를 잃었다. 2003년 10·29 대책으로 집값을 잡는 데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으나 지난해 말부터 판교 신도시의 분양가가 예상외로 높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분당·용인 등 주변의 집값이 흔들렸다. 그 흐름이 강남권 재건축 단지로 확산됐다. 연초 압구정동 60층짜리 초고층 재건축설로 점화됐다. 청와대와 건교부 등 관계 부처는 2001년 말 강남권 재건축 단지 아파트값이 치솟으면서 집값 급등세가 전국을 휩쓸었던 악몽이 재연될까 우려했다. 청와대 측은 임대주택을 꼭 지어야 하는 재건축 단지를 가급적 축소하려는 건교부 일각의 움직임에도 제동을 걸었다는 후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책의 효과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재건축 비리를 뿌리뽑아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정부의 대책이 과연 강남 집값을 잡을 수 있느냐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김성식 LG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강남 집값이 지난해 하반기 급락한 뒤 올 초 급등한 것은 실수요가 아닌 투기수요에 의한 것이므로 정부가 선택 가능한 정책수단을 활용해 가수요를 억제한 것은 잘한 일”이라며 “거래가 동반되지 않아 조만간 가격도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장기적 대책으로는 미흡하다는 불만이 나온다. 고종완 RE멤버스 대표는 “정부 대책이 강남 재건축사업을 위축시켜 공급물량 감소와 강남 집값 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연초 매수세가 모두 투기수요라는 정부의 주장도 신빙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서초구 잠원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올 들어 종합부동산세와 1가구 3주택 이상 양도세 중과세가 시행된 후 집을 산 사람들 중엔 집이 한 채밖에 없는 실거주자도 상당히 많다”며 “이왕 집을 산다면 대출을 끼더라도 오를 가능성이 높은 강남권에서 사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일단 ‘소나기’는 피하는 게 좋을 듯하다. 일단 정부의 압박으로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값은 상승세를 멈췄다. 개발이익환수제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는 잠실 주공1단지는 일부 급매물이 나오고, 강남·서초권의 중층 아파트 단지도 보합세로 돌아섰다. 계절적으로도 비수기에 접어들어 최소한 7월 이전까지는 약보합세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지금부터는 정부 정책을 눈여겨봐야 한다. 중층 재건축의 경우 정부가 대대적인 단속에 들어가고, 안전진단부터 문제 삼는다면 사업이 장기화돼 수익률이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개발이익환수제에서 벗어나 있거나 정부가 사업을 원활하게 돕기로 한 저층 단지는 반사이익을 얻을 수도 있다. 단 정부가 용적률을 올려줄 가능성이 있는지, 임대아파트 건립과 소형 평형 의무비율 등을 적용하고도 수익성이 있는지는 반드시 따져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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