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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V의 세계 전략

MTV의 세계 전략

World Tour

최근 아프리카행 여객기에 올라 20시간 동안 비행하면서 바이어컴사의 공동사장이자 MTV 네트워크스 회장인 톰 프레스턴은 많은 생각을 했다. 회사 전용기 객실에 걸린 스크린에는 주요 도시로 가는 비행 경로가 표시돼 지난 여행의 추억을 불러일으켰다. 프레스턴이 10차례 방문했던 모로코의 도시 마라케시에서는 ‘라이’ 음악이 한창 인기를 구가하고 있었다. 다카르에 갔을 때는 오케스트라 바오밥이 공연하는 콘서트를 구경했다.

오케스트라 바오밥은 1970년대 세네갈 팝음악계를 휩쓸었던 아프리카-쿠바 퓨전 음악의 대가들이다. 그리고 이제 목표는 요하네스버그. 프레스턴은 이곳에서 MTV 베이스의 출범을 돕게 된다. MTV 베이스는 미국에서 탄생한 음악전문 케이블 채널 MTV의 100번째 해외 지국이다.

이는 그가 10여년간 꿈꿔왔던 일이다. MTV는 자동차극장 한 곳을 빌려 1만명이 관람할 수 있는 콘서트를 주선했다. 세운 아니쿨라포 쿠티(나이지리아 아프로비트의 전설 고(故) 펠라 쿠티의 아들) 같은 아프리카의 실력 있는 가수, 루다크리스와 윌 스미스 같은 미국 가수들을 한자리에 불렀다. 넬슨 만델라조차 MTV의 HIV/에이즈 퇴치 캠페인에 감명받아 화면으로 찬조 연설을 했다. “우리는 아프리카를 제외하고 전 세계에 진출했었다”며 프레스턴은 환하게 미소지었다. “아프리카 한곳만 빠져 있었다.”

미국인들은 아웃소싱과 무역적자에 안절부절못하고 있지만 MTV는 한눈에 미국 특유의 브랜드임을 알아볼 수 있는 상품을 수출하는 방법에 관한 좋은 연구사례를 제공한다. MTV는 24년 동안 엉뚱하고 트렌드를 선도하며 열광적인 ‘MTV 세대’의 유전자를 개발하고 육성했다. 그러나 MTV는 사실상 국경을 초월한 문화적 취향인 듯하다. MTV는 전 세계에서 10억 명 이상이 시청하며 지구상에서 가장 널리 시청되는 TV 네트워크가 됐다.

그것은 단순한 자랑거리가 아니라 MTV의 모회사인 바이어컴이 갖고 있는 사업전략의 일환이다. 섬너 레드스톤 바이어컴 회장은 회사를 둘로 분할할 참이다. 이번 달에 그것을 이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런 조치를 취하는 한 가지 이유는 MTV·VH1·BET·니켈로디언 등 다양한 채널을 거느린 MTV 네트워크스가 CBS로부터 일단 분리되면 상승세가 두드러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해외에서 일어나는 일이 우리 미래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며 그것은 흥미진진한 일”이라고 독립된 MTV사의 경영을 맡게 될 프레스턴은 말한다.

세계 시장 확장이라는 MTV 네트워크스의 사업논리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미국 내에서는 8760만 가구가 시청하지만 해외에서는 164개 국가 및 지역에서 3억3100만 이상의 가구가 시청하며 18개 언어로 방송된다. MTV 네트워크스가 이미 전 세계에 널리 진출해 있지만 52억 달러의 전체 매출액 중 미국 사업부가 차지하는 비중은 정확히 80%나 된다. 따라서 앞으로 유망한 쪽은 분명 해외다. MTV 네트워크스 인터내셔널은 1년에 20%씩 성장하면서 MTV 전체의 강한 성장세를 앞서가고 있다. 프레스턴은 그것을 두 배인 40%로 늘리겠다는 희망을 갖고 있다.

최근까지 MTV 인터내셔널의 확장 공식은 미개척 시장에 뛰어들어 폭넓은 지역적 호소력을 가진 채널들을 통해 맨 먼저 깃발을 꽂는 식이었다. MTV 라틴 아메리카와 MTV 아시아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이제 그 전략에 터보엔진을 장착할 계획이다. 니켈로디언 같은 더 많은 MTV 네트워크스 브랜드로 케이블·위성 더 나아가 휴대전화에 이르는 다양한 기술 분야에 걸쳐 10여 개의 주요 시장에서 시장확대를 꾀하기로 했다.

“우리는 최근 또 다른 계획을 완성했다…. 그리고 국제화가 그 모든 내용의 기본적인 DNA를 이루고 있다”고 MTV 네트워크스의 최고경영자(CEO) 주디 맥그래스는 말한다. 하지만 보편적인 10대의 감각과 현지 취향을 혼합하는 방식을 고수하는 것이 그 전략이 성공하기 위한 열쇠다. 그래야 문화적 제국주의라는 인상을 피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의 인기 리얼리티 프로그램 ‘Pimp My Ride’(낡은 차 개조하기)다. 독일에서는 ‘Pimp My Bicycle’로 타이틀이 바뀌었다.

MTV 인도네시아는 무슬림 시청자를 위해 정기적으로 ‘기도의 시간’을 방송한다. 지역 방송마다 MTV 로고에 제각기 현지 스타일의 변화를 가미하며, 그 사회의 특성을 보여준다. MTV 인디아의 경우 “다채로운 길거리 문화를 엿볼 수 있다”고 MTV 인터내셔널의 빌 로우디 사장은 말한다. “MTV 재팬은 첨단기술적인 측면, MTV 이탈리아는 스타일과 우아함을 강조한다.”

MTV는 신시장 개척에서 브랜드 홍보대사를 잘 선택하면 이미 절반은 성공한 것이라는 점을 다년간의 경험을 통해 배웠다. 프레스턴을 비롯한 MTV의 전문가들은 오랫동안 아프리카에서 채널 출범을 가로막는 규제 당국의 타성을 극복하기 위해 애썼지만 실패했다. 그러던 중 모든 것이 한꺼번에 술술 풀리는 듯했다. 대륙 전역에 걸쳐 민주주의가 뿌리를 내리고 경제가 개방되면서 새로운 수요층을 모색하는 다국적 기업들이 몰려들었다(MTV 베이스가 겨냥하고 있는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지역은 48개국 약 6억7500만 명의 인구가 거주하며 그들 중 절반 이상이 19세 미만이다). 거기에 알렉스 오코시라는 열성적인 청년 경영자(30)까지 가세했다.

나이지리아 출신으로 미국에서 교육받은 그는 한때 미국 와이오밍주 케이블 방송국들을 상대로 MTV 판매영업을 맡았다. 현재 아프리카 지역 MTV의 최고경영자인 그는 자신의 소수 정예팀을 대륙 각지로 파견해 더 많은 공급통로를 만들고 뮤직비디오에 적합한 인재를 물색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프리카 출신인 오코시는 피해야할 실수를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대륙 전체를 하나의 동질적인 그룹으로 뭉뚱그리지 않고 아프리카 각국을 하나의 독특한 개체로 여겼다.

오코시는 옛 친구들을 불러 도움을 청했다. 나이지리아 광고시장을 파악하기 위해 그는 자신의 친구인, 나이지리아 최대 광고 대행사 사주의 딸을 동원했다. 일등석과는 거리가 먼 고된 여행도 참고 견뎠다. “한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오토바이 뒤에 올라타고 라고스의 차량 사이를 뚫고 달렸다”고 그는 회상했다. “약간 겁이 났다.” 채널 개국 무렵 오코시는 이미 대형 광고주 노키아와 계약을 했다. 노키아는 휴대전화를 디지털 다운로드 장치로 홍보할 계획이다.

MTV는 또 제국을 구축하기 위해(그러면서도 제국 기업이라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토종 기업들을 인수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 MTV는 유럽지역의 최대 라이벌이었던 비바(본사 쾰른)를 인수했으며, 그 브랜드를 다른 지역으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프랑스에서도 비디오게임 네트워크인 게임 원을 사들여 이스라엘에 그런 네트워크를 수출했다. “인수하기에 적당한 업체가 많지 않다”고 MTV 인터내셔널의 로우디는 말했다. 그러나 MTV 베이스 출범 축제가 끝난 후 그는 기념비적인 협상을 마무리짓기 위해 상하이로 향했다.

차이나 모빌의 2억 명 회원을 대상으로 최초의 브랜드 음악 서비스를 공급하는 계약이다. 그 직전에도 또 다른 최초의 계약이 있었다. 어린이용 프로그램 하하닉을 제작하기 위해 상하이 미디어 그룹과 함께 합작사업체를 설립했다. 시청자들은 음악과 리얼리티 쇼를 보기 위해 MTV를 틀지만 MTV에 그들 못지않게 중요한 고객은 광고주들이다. 광고주들은 MTV를 거의 모든 상품을 홍보하기 위한 거대한 플랫폼(전 세계를 향한 무대)으로 간주한다.

이번 주말 많은 팬이 고대하던 콜드플레이의 앨범 출시에 맞춰 MTV는 세계적으로 ‘MTV 라이브-콜드플레이’를 방송할 예정이다. 마이크로소프트도 MTV를 이용해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신형 X박스 게임 플레이어를 소개했다. 광고주들은 MTV에 매료된 것 같다. “MTV는 미디어일 뿐 아니라 하나의 문화”라고 모토로라의 글로벌 브랜드 관리자 제프리 프로스트는 말한다. 그런 팬들의 환호가 있는 한 프레스턴은 시차로 인한 피로도 개의치 않는다.

차진우 jinch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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