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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실수’ 벤처 ‘실패’ 거울삼아
가치株 ·외평채에 정석투자

부동산 ‘실수’ 벤처 ‘실패’ 거울삼아
가치株 ·외평채에 정석투자

고소득자인 변호사 S씨는 재테크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도덕적 ·심리적 부담 탓에 집으로 재산을 늘릴 기회를 번번이 놓쳤다. 또 벤처기업을 자문하는 과정에서 너무 순진하게 투자해 상당한 돈도 날렸다. 그러나 노후 대비에 나선 그는 삼성전자 ·성정지수펀드 ·외국환평형기금채권 등에 고루 투자하면서 예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의사 ·변호사등 우리 사회의 전문직 종사자 가운데 숨은 자산가가 꽤 많다. 소득과 사회적 지위가 예전만 못하지만 그래도 이른바 386세대까지는 우리 사회에서 사회적 ·경제적 기반을 탄탄히 잡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정작 본인의 자산관리에는 서투른 사람이 적지 않다. 자산관리를 잘했다면 지금보다 훨씬 상황이 좋을 텐데 라고 후회하는 사람을 곧잘 만난다.

S변호사도 이런 경우에 속한다. 1980년대 초반에 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해 현재 개인변호사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S씨는 부동산(아파트) 15억원과 금융자산 20억원 정도가 있다. 지금까지 S변호사의 자산관리 역사를 훑어보면 한마디로 안타까울 따름이다. 많은 사람이 실패했던 자산관리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는 듯하다.

그가 돈을 좀 모으기 시작한 때는 90년대 초다. 연간 수입이 3억원이 넘어 1년에 적어도 2억원 이상 저축할 수 있다. 그래서 외환위기 당시에는 은행예금 등 금융자산이 10억원이 넘었다. 물론 그 무렵에 서초구에 40평형 아파트를 하나 갖고 있긴 했다.

외환위기 직후 금리가 폭등하고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자 S변호사는 사무실과 가까운 곳에 있는 삼풍아파트 60평대를 5억원대에 구입하고 기존의 40평대 아파트는 헐값에 팔았다. 이 대목이 그의 첫 번째 실수다. 자금 여유는 있었지만 한 사람이 굳이 집을 두 채나 가지는 게 말이 되느냐며 도덕적인 부담감을 느꼈다. 부모의 엄격한 교육 영향이 컸다. 물론 집을 두 채 이상 갖고 있을 경우 양도소득세 등의 현실적인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지만, 결국 세금이라는 것은 매매차익 범위에서 내는 것이기 때문에 나중에 아파트값이 폭등하자 후회막급이었다.

그의 두 번째 실수는 국내 대표 주거지로 떠오른 타워팰리스를 청약하지 않은 것이다. 당시 타워팰리스는 미분양 상태였다. 그래서 건설사에서는 사회 유력인사를 대상으로 개별 마케팅을 하고 있었다. 그는 타워팰리스 역시 주택을 두 채나 가진다는 도덕적 ·심리적 부담 탓에 포기했다.

세 번째 실수는 2000년 초 불어 닥쳤던 벤처 열풍에 휩쓸린 점이다. 그는 기업 관련 업무를 많이 다루고 있어서 벤처기업의 자문 수수료로 주식을 받을 때가 더러 있었다. 또 자신이 직접 투자한 사례도 있었다. 모두 5억원 가까이 투자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가 회수한 돈은 올 하반기에 기업공개 예정인 회사의 주식을 액면가 기준으로 2,000만원 정도 받은 게 전부다. 나머지는 이미 망했거나 회수 가능성이 거의 없는 상태다. 예상 공모가를 감안하면 5,000만원 정도 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원금의 10%만 건진 셈이다. 더구나 지금까지의 기회비용까지 감안하면 6억~7억원을 날린 셈이나 마찬가지다.

S변호사는 몇 차례 상담 과정에서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키는 것은 더 힘들더라”고 말하곤 했다. 또 돌이켜 생각하니 돈에 너무 도덕적으로 접근하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사실 벤처 투자도 돈을 벌자는 욕심이 있었지만, 그보다는 패기 있고 열심히 뛰는 젊은 사람을 도와주자는 마음이 앞섰다. 그래서 사업의 타당성이나 전망 등을 제대로 따져보지 않고 장밋빛 프레젠테이션에 쉽게 큰 돈을 투자해 때늦은 후회만 남은 것이다.

이런 실수뿐 아니라 자산관리도 초보 수준이었다. 금융자산은 국채 투자나 은행의 수시입출금식예금(MMDA) 등에 맡기는 것 빼고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던 그가 노후 대비 등을 위해 재테크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지금도 연간 소득이 상당한 수준이기 때문에 자금은 다소 공격적으로 운용하기로 했다. 그리고 본인과 자산관리사가 잘 모르는 투자 상품은 아무리 좋더라도 제외하기로 했다.

1000포인트를 넘었다가 다시 조정을 보이고 있는 주식에 자산의 50%, 외화표시채권의 일종인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이하 외평채)에 40% 정도 투자하기로 했다. 나머지 10%는 머니마켓펀드(MMF)에 넣어둬 혹시 있을지 모르는 자금 수요에 대비하기로 했다. 주식은 장기 전망이 나쁘지 않다는 전제에서 삼성전자와 상장지수펀드(Exchange-Traded Funds)에 반씩 투자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이제 세계를 대표하는 기업이며 잠재력도 여전히 크다는 판단이었다.

ETF는 기준이 되는 시장의 흐름을 그대로 따라가도록 만든 인덱스 펀드의 한 종류로 일반주식처럼 매매가 자유롭다. 현재 국내 주식시장에는 네 개의 ETF가 상장돼 있다. 거래소시장에는 KOSPI 200 지수 대상의 ‘KODEX 200’과 ‘KOSEF’, 배당지수 대상의 ‘KODEX 배당’이 있다. 또 코스닥시장에는 코스닥 50 지수 대상의 ‘KODEX Q’가 거래되고 있다.

KOSPI 200 지수를 추적하는 KODEX 200의 경우 거래소 전체 종목 가운데 시장 대표성, 업종대표성 그리고 유동성 등을 감안해 선정된 200개의 종목으로 구성된 KOSPI 200 지수의 움직임에 따라 가격이 변한다. 거래소시장의 핵심 블루칩과 옐로칩에 골고루 투자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ETF가 가장 잘 발달돼 있는 미국에서는 93년에 첫선을 보인 이래 지난 3월 말 현재 162개의 다양한 ETF가 상장돼 있다. 순자산총액은 2003년 말보다 51% 급증한 2,287억 달러에 이른다. 미국에서는 다양한 산업 분야의 ETF와 해외지수를 추적하는 ETF 등 선택의 범위가 넓기 때문에 2000년 이후 연기금과 헤지펀드 등 기관투자가뿐만 아니라 개인투자자도 속속 몰려들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말에는 금값에 연동된 ETF까지 상장돼 큰 인기를 얻고 있다.

ETF는 인기를 끌 만한 매력적인 상품이다. 먼저 인덱스 펀드로 운용 내역이 투명하게 공개되고, 광범위한 분산투자로 개별종목 투자에 따른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 즉 펀드매니저의 주관적인 판단이 거의 개입되지 않으며 시장과 거꾸로 가는 투자위험을 제거할 수 있다. 상장기업들의 배당성향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배당투자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돼 있어 일반주식과 마찬가지로 손쉽게 거래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주식시장이 열려 있는 동안에는 언제라도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에 투자자의 판단에 따른 신속한 투자결정이 가능하다. 주식형 펀드나 일반 인덱스 펀드의 경우 투자나 환매결정 때 현재 지수로 결정되지 않는 반면 ETF의 경우 현재 가격(현재 지수)으로 매매할 수 있다.

투자비용이 저렴하다는 점도 강점이다. 일반 주식형 펀드에 비해 일반적으로 거래수수료가 저렴하다. 또한 매도 때 일반 주식에는 부과되는 0.30%의 증권거래세 등이 부과되지 않는다. 펀드운용도 기준지수를 따라가도록 돼 있기 때문에 펀드 내 포트폴리오 조정에 따른 매매비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S변호사는 투자 자산의 40%인 8억원은 안정성과 절세 효과를 노릴 수 있는 외평채에 투자했다. 외평채는 포브스코리아 5월호에 소개한 대로 98년 12월 28일 이전에 발행된 채권은 이자소득세가 면제되고, 대신 농특세 1.4%만 부과돼 금융소득종합과세에도 포함되지 않아 절세효과를 누리기에는 최고의 채권이라 할 수 있다. 만기가 3년 정도 남은 것은 세후 연간 3.5% 정도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S변호사의 경우 주식(삼성전자)에 직접 투자한 데 따른 위험을 적절히 상쇄하기 위한 포석도 깔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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