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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시장 길잡이” vs “틈새시장”

“신시장 길잡이” vs “틈새시장”

지난 4월에 국내에 번역된 <블루오션 전략> 에 대한 관심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저자들은 이 책을 경쟁 없는 시장인 블루오션으로 가기 위한 실용적 지침서라고 소개한다. 그러나 이 책의 방법론으로 창출한 신시장은 틈새시장이며 진입장벽이 낮아 곧 레드오션으로 바뀌고 만다는 지적도 있다.
블루오션은 아직 열리지 않은 기회의 시장을 가리킨다. 기존 시장인 레드오션과 대조적이다. 여러 업체가 치열한 경쟁을 벌여 유혈이 낭자한 레드오션은 성장성과 수익성이 낮다. 블루오션은 경쟁이 없는 새 시장이기 때문에 개척자에게 상당 기간 고성장과 고수익을 안겨준다.
<블루오션 전략> 의 공저자인 김위찬 ·르네 마보안 교수는 “아쉽게도 블루오션은 해도에 잘 나타나 있지 않다”면서도 “그간 블루오션을 주제로 한 학술적 토론은 있었지만, 그것을 창출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실용적 지침서는 거의 없었다”며 이 책이 블루오션으로 가는 길잡이가 되리라고 자부한다.

저자들은 블루오션으로 가려면 우선 ‘전략 캔버스’를 그리라고 조언한다. 전략 캔버스란 가격과 함께 여러 경쟁요소를 열거한 뒤 기존 업체들이 어떤 요소에 중점을 두고 있는지 표시한 것을 말한다. 그리고 나서 ‘기존 업체들이 간과한 경쟁요소로 새로 추가할 게 있을지’ 또는 ‘경쟁요소들 가운데 어떤 것을 강화하거나 줄이고 또는 제거할 수 있는지’를 따져본다. 저자들은 이를 ‘제거 ·감소 ·증가 ·과정이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호주의 와인업체 카셀라 와인즈는 고급과 중저가 시장 사이에서 ‘누구나 쉽게 마시는 재미있는 와인’시장을 찾아냈다. 전문 용어를 잔뜩 늘어놓는 수많은 종류의 고급 와인은 미국 소비자들에게 부담을 줬다. 반면 저가 와인은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이렇다 할 특색 없는 와인을 팔았다. 카셀라 와인즈는 전문 용어를 없애고 종류를 화이트와 레드로 줄였다. 대신 소비자와 소매상이 사고파는 편의성을 높여 대중 친숙성을 창조했다.

저자들은 이 같은 기본적인 접근을 돕는 보조수단을 몇 가지 든다. 먼저 대안 산업을 관찰하라고 조언한다. 기존 업체와 같은 목적을 소비자들이 원하는 다른 방식으로 충족해줄 방안이 있는지 생각해보라는 얘기다. 둘째, 한 산업이 두 개의 시장으로 나뉘어 있다면 각 시장의 장점을 결합해보라고 말한다. 또 구매자와 사용자가 다르다면 사용자에게 직접 파는 길을 찾아보고,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효용 중 감성적인 요소를 제거하면 어떨지 검토하는 등의 방법을 제시한다.

기업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블루오션이란 개념에는 동의하지만 <블루오션 전략> 의 유효성은 제한적이라고 본다”고 지적한다. 제일기획의 한 간부는 “저자들은 책의 앞 부분에서 ‘블루오션 창출에서 승자와 패자를 구별짓는 것은 최첨단 기술이 아니다’라며 이 책에서는 신제품 발명이나 기술혁신을 통한 블루오션 개척 사례를 전혀 다루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 기술에서 앞서가지 않은 채 이룬 가치혁신은 진입장벽이 낮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런 블루오션은 발견되자마자 레드오션으로 바뀌기 시작한다”며 “책에서 다룬 사례는 틈새시장 개척일 뿐”이라고 말했다.

블루오션을 여는 방법을 보였다는 저자들의 주장에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KT경영연구소의 이정민 박사는 “책에서 제시한 방법론을 따라하기가 매우 어렵지만 제대로만 따라한다면 답이 나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 박사는 “이 전략과 방법론이 모든 산업에 적절한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포스코경영연구소의 최현우 박사는 이론적인 부분을 지적했다. 최 박사는 “ <블루오션 전략> 이 새로운 내용을 담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 책에서 예로 드는 회사들은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의 책에 나와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포터 교수의 경영전략은 경쟁자보다 더 나은 제품을 만들거나 더 저렴하게 만드는 방법 중 하나에 집중해 경쟁우위를 확보하라는 것이다. <블루오션 전략> 은 이와 대조적으로 고객에게 제공하는 가치를 높이는 동시에 비용도 낮춤으로써 대량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는 방법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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