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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1 부동산 종합대책 영향…반짝 안정효과 장기적으론 집값 상승 가능성

8·31 부동산 종합대책 영향…반짝 안정효과 장기적으론 집값 상승 가능성

정부의 이번 대책 발표 뒤 부동산시장의 분위기는 급속도로 냉각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 의도대로 아파트값이 크게 떨어지진 않고 있다. 가격은 큰 변화가 없는 가운데 거래만 끊기고, 매도·매수자들은 관망세다. 양도소득세도 유예기간(2007년까지)이 있어 여유가 있다. 특히 국회 입법 과정에서 강도 높은 정책의 수위 조절 기대도 무시하지 못한다. 일반인들이 관망하고 있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이번 대책 중 단기적으로 집값 하락에 큰 영향을 미칠 내용은 ‘1가구 2주택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제한’과 ‘양도세 중과’다. 연립·다세대주택에서 아파트로, 소형에서 중형으로, 좀더 주거환경이 좋은 지역으로 이주를 계획하고 있는 사람들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일시적인 2주택이 될 경우 대출 규제로 신규 취득이 어렵게 된다. 또 유예기간 내 기존 집을 처분하지 못하면 양도소득세 부담도 만만찮다. 사실 대출 비중이 낮아 2주택 대출 규제를 받는다고 해도 강남권 등 여유자금이 있는 계층은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만약 2주택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면 비강남권이나 중소형 아파트를 처분할 것이다.

무주택자에겐 ‘자금 장벽’이 문제 그러나 웬만한 사람들은 다소 무리한 대출을 감수하고 새 아파트를 분양받았거나 평수를 넓히기가 더 어려워지는 셈이다. 보유세 강화도 지역별 집값 수준이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집값이 비싼 지역에 살던 급여소득자나 중산층은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강남권은 30평대 아파트 가격이 7억~8억원을 넘은 지 오래다. 또 강북의 용산구·종로구·성동구·광진구 등도 40평 이상 아파트는 평균 평당가가 2000만원을 넘어서 1주택자라도 종부세를 피해갈 수 없게 됐다. 이들에게는 2009년까지 실효세율이 1%까지 높아진다. 앞으로 연간 800만원 가까이 보유세를 내야 할 판이다. 또 대부분이 대출을 끼고 주택을 구입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세금과 대출이자 등은 월급쟁이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될 것이다. 보유세가 높아지면서 강남권 부유층 일부는 “비싼 집에 살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 퇴출당하고 나면 부유층의 집중도가 높아져 강남은 더 강남다워질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그냥 웃어넘길 말이 아니다. 분양권 전매 금지로 무주택자가 청약 기회를 더 얻을지도 의문이다. 전용면적 25.7평 이하의 경우 수도권은 10년, 기타 지역은 5년간 분양권 전매를 금지하고 있다. 무주택자와 서민에게는 자금의 장벽도 문제다. 장기적으로는 분양가가 꾸준히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자금력이 빈약한 무주택자에게 골고루 주택 마련의 기회가 돌아갈지 의문시된다. 경기도권 공공택지지구로 아파트 분양이 예정된 곳은 전용면적 25.7평 이하라 해도 분양가가 평당 1000만원 수준에 임박해 있다. 33평 아파트라고 해도 총 분양가가 3억3000만원, 등기비용과 기타 금융비용 등을 감안하면 3억7000만~3억8000만원 상당의 자금이 필요하다. 정부는 향후 수도권에 4500만 평의 택지를 공급하고, 원가연동제로 저렴한 가격에 아파트를 공급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전국을 들쑤셔 놓은 정부의 개발계획으로 땅값은 이미 천정부지로 올라 있다. 얼마 전 창원에서는 평당 1000만원짜리 오피스텔이, 울산에서는 평당 1300만원짜리 아파트가 등장했을 정도로 분양가 상승 속도 또한 가파르다. 서울 지역 뉴타운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특히 강남 아파트값을 잡기 위해 강남 대체 신도시로 송파구 거여동 일대를 지목했지만 강남권 아파트를 끌어내리는 효과보다는 ‘강남-송파-판교-분당’으로 이어지는 강남권의 광역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더 크다. 송파구 아파트값이 강남권에 편입되는 효과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오히려 뉴타운이나 신도시의 아파트값 상승이 주변 지역 아파트값을 올리거나 강남 아파트값을 거꾸로 밀어 올리는 부작용 또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최소한 2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기간인 2006년도까지는 2주택자의 급매물이 늘고 집값은 떨어질 것이다. 그러나 그 이후가 문제다. 집값 하락 폭이 강남 이외 지역이 더 크고 서민주택에 미치는 영향도 더 크다면 강남·강북 간 격차가 더 커지고, 강북 내에서도 지역별 집값 편차가 더 커질 것이다. 그 과정에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더 심화될 수 있다. 앞으로는 각종 원가 상승 요인에 의해 분양가가 오르는 것을 막을 수도 없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무주택자의 청약 기회가 넓어지고, 주택 마련 대출을 확대한다고 해도 내집 마련 장벽은 더 커진다. 문제는 집값을 단기적으로 떨어뜨려 가시적 정책 성과를 보려는 강박증이다. 보유세를 중과세하면 다주택자들은 집을 팔고 실수요자들은 취득이 쉽도록 거래세를 내리는 것이 상례다. 이번 대책에서도 정부는 내년부터 거래세를 1.15%포인트 내릴 방침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실거래가로 세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적용세율은 낮아지지만 실제로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중산층 몰락 막는 게 더 중요 또 부동산값 안정과 개발은 상충된 면이 있다. 100만 평 이상의 택지지구가 전국에 50여 개가 넘는다. 어차피 공급 확대 정책은 중장기 대책이다. 8·31 부동산 대책으로 어느 정도 시장이 안정을 찾은 후에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한 추가적인 신도시 개발계획을 발표했어야 했다는 아쉬움도 있다. 그랬으면 중장기적으로 집값 안정 기여도가 더 컸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현재 강남권 대체 신도시로 낙점된 송파구 거여동의 집값이 뛰어 문제가 되고 있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주택보다 상승폭이 큰 토지시장도 문제다. 행정신도시, 기업도시, 관광레저도시, 택지 개발과 뉴타운 등 각종 개발계획을 쏟아내고 땅값이 안정되길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의 경우 매수 후 양도 금지기간을 최장 5년으로 늘려놓고, 농지 및 임야 취득요건을 거주 1년으로 제한했지만 개발에 따른 땅값 상승은 막을 수 없다. 정부는 다주택자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와 세무조사, 위장 증여에 대한 조사, 투기자에 대한 형사 처벌까지 거론하고 있다. 그렇지만 자금 출처조사와 세무조사 등의 강압과 협박으로 시장의 흐름을 통제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돈이 되는 곳에는 돈이 흘러들어 가는 것이 생리이기 때문이다. 부동산을 통한 불로소득은 철저하게 환수하되 거래가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투기적 수요는 막되 중산층의 정상적인 재산 증식의 통로는 융통성 있게 열어주는 것도 중요하다. 이 밖에 상대적으로 부동산 보유 비중이 클 수밖에 없는 노년층에게 과다한 세금 부담이 가는 것도 문제다. 부동산값을 안정시키되 그 과정에서 건전한 중산층이 몰락해 빈익빈부익부가 심화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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