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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기다렸다 사는 게 유리…“서울 아파트 10%는 떨어질 듯”

좀 더 기다렸다 사는 게 유리…“서울 아파트 10%는 떨어질 듯”

아파트 가격 하락과 함께 거래가 끊기자 중개업자들이 한숨을 쉬고 있다.
“더 떨어지지 않겠어요?” 서울 강남구 개포동 주공 아파트 인근의 T공인 이모(56) 사장은 집값이 어떻게 될 것 같으냐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시세보다 싸게 팔려는 매물이 하루가 멀다 하고 나오는데 사려는 사람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8·31 부동산대책 발표 한 달이 넘어서면서 부동산 시장이 휘청거리고 있다. 양도세와 보유세 중과를 담은 8·31 대책의 효과가 가시화하고 있는 것이다. 투자 수요가 몰렸던 서울 강남권과 분당신도시·용인 일대는 매물이 부쩍 늘고 있으나 매수세가 끊겼다. 가격도 급락세를 보여 이 대책이 예고된 지난 6월 중순보다 많게는 2억원 이상 떨어졌다. 일부 재건축 단지는 2003년 10·29 대책 이전보다 더 하락한 곳도 있다. ◇“아파트값 급속 하강 중”=서울 송파구 잠실동 주공 5단지 34평형은 9월 29일 현재 8억1000만원 선이다. 지난 6월 중순 고점(10억6000만원 선)에 비해선 2억5000만원, 8·31 대책 이전보다 1억3000만원 떨어졌다. 송파공인 최명섭 사장은 “상업지역 변경 가능성 등으로 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단기 급등하더니 내릴 때도 가파르게 내린다”고 말했다. 개포동 주공 1단지 13평형 역시 6월 중순 이후 1억원 하락한 4억3000만원에 매물이 나오지만 거래가 뜸하다. 개포동 남도공인 이창훈 사장은 “재건축 입주권도 주택으로 간주, 양도세를 무겁게 매기기로 하자 투자 목적으로 사놓았던 소형 재건축 대상 아파트를 매물로 많이 내놓는다”고 말했다. 강동구 둔촌 주공 4단지 34평형은 6월 중순 8억원을 호가했지만 지금은 6억5000만원으로 주저앉았다. 인근의 고덕 주공 2단지 16평형은 3억9000만원으로 10·29 대책 이전보다 1000만원 더 내렸다. 고덕동 한 중개업자는 “재건축 아파트값이 바닥 모르고 추락하고 있어 지난해 여름 최저점 기록을 깰 것 같다”고 말했다. 일반 아파트값도 덩달아 하락세다. 주로 상반기 아파트값이 많이 올랐던 강남권과 분당신도시·용인 일대에서다. 경기도 분당 서현동 삼성한신 32평형은 6월 이전만 해도 7억원을 호가했지만 지금은 6억3000만원이면 살 수 있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 동아아파트 32평형 역시 5000만원 이상 떨어졌다. 명가부동산 박순애 시장은 “재건축 대상 아파트값이 먼저 떨어지더니 일반 아파트값도 약세를 보인다”고 말했다. 남양주·의정부·동두천·인천 서구 등 수도권 외곽지역 하락세도 가파르다. 인천 서구 행운공인 김영진 사장은 “내년부터 2주택자에겐 비투기 지역 주택도 양도세를 실거래가로 매기기로 하자 투자자들이 서둘러 매물을 내놓는다”고 말했다. 레피드코리아 권대중 사장은 “상당수 투자자가 부동산법안의 국회 통과 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는데 정부안대로 통과될 경우 매물이 더 늘 것”이라고 전했다. 토지 시장에서도 매수세가 끊겼다. 토지 규제가 강화된 수도권과 충청권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선 급매물이 나와도 사려는 사람이 없다. 경기도 화성시 동탄면 관리지역 임야는 대책 이전 평당 110만원을 호가했지만 지금은 80만원에 팔겠다는 매물이 나왔다. 충남 서천군의 한 중개업자는 “값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자 일부 매수자가 계약을 파기한 경우도 있다”며 “아직 매물이 쏟아지는 정도는 아니지만 파장이 오래갈 것 같다”고 말했다. ◇집값 조정 길게는 1년=전문가들은 아파트값 하락세가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 이상 갈 것으로 본다. 정부의 집값 안정 의지가 워낙 강한 데다 입주 물량·금리 등 악재가 널려 있다는 이유에서다.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내년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6만5529가구, 21만195가구로 올해보다 3.71%, 4.50% 늘어난다. 건설교통부 관계자는 “특히 수도권의 경우 침체기에 내년 입주물량이 지난 5년간 평균치보다 12%가량 늘어나 소화불량에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금리도 지난 5년간의 저금리 시대를 마무리하고 상승세로 돌아서 투자자들을 옥죌 것으로 보인다. 안홍빈 KTB자산운용 부동산팀장은 “대출 규제에 금리까지 오를 경우 시장에 치명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점을 들어 아파트값이 내년 말까지 5∼10% 떨어질 것으로 점치는 사람이 많다. 주택공사 주택도시연구원 김용순 팀장은 내년 말까지 전국 집값이 평균 5%, 서울 지역은 7∼10%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상대적으로 투자 수요가 몰렸던 수도권 재건축 단지들은 하락 폭이 20%에 달할 것으로 그는 전망했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전국 집값이 내년 상반기 평균 5% 떨어진 뒤 하반기엔 약보합세를 띨 것”이라고 말했다. 집값과 역비례 관계인 입주물량이 내년 상반기에 집중된 데다 종합부동산세 과세(기준일 6월 1일)를 앞두고 처분하려는 사람이 많을 것으로 예상돼서다. 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연구위원은 “집값이 종부세 절세 매물을 털어내는 내년 3분기께나 바닥을 칠 것 같지만 본격 회복은 2007년 이후에나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토지시장의 경우 아직 투자자들이 눈치를 보고 있지만 연말께 매물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외지인의 농지·임야에 대한 양도세 실거래가 부과를 앞두고 절세 매물이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JKM플래닝 진명기 사장은 “이렇다할 개발재료가 없는 곳은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클 것 같다“고 말했다. ◇조기 바닥론 “글쎄요”=일각에선 최근 아파트값이 단기 급락해 연내에 바닥을 칠 것이라는 성급한 전망을 내놓는다. RE멤버스 고종완 사장은 “강남권은 올 11∼12월 중 바닥을 찍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재건축을 중심으로 6월 중순 이후 20% 이상 조정받아 추가로 10% 정도 더 빠질 경우 대기 매수세가 나타날 것이라는 얘기다. 강철수 부동산 컨설팅 대표는 “지금처럼 급락세가 지속될 경우 가능한 시나리오”라며 “실현 가능성은 좀 작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대책보다 강도가 약했던 10·29 대책 이후 서울 지역 집값이 11개월 정도 떨어진 점을 감안하면 바닥을 논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는 것이다. 건국대 조주현 부동산대학원장은 “집값에 거품이 빠지고 있으므로 너무 서둘러 매수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며 “인내심을 갖고 기다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1가구 1주택자에겐 가격 조정기는 ‘강남 진입 위한 좋은 기회’

1가구 1주택자에겐 요즘 같은 조정기가 갈아타기에 다시 없는 좋은 기회다. 특히 서울 강남권 진입을 염두에 두고 있는 사람일수록 때를 놓치지 않는 게 좋다. 강남 아파트값이 두드러지게 하락하고 있어서다. 반면 강북권의 경우 광역 개발 후광 효과를 기대하는 사람이 많아 값이 크게 떨어지지 않고 있다. 조흥은행 서춘수 강북PB센터 지점장은 “지금처럼 강남 집값이 급락하고 강북이 보합세를 보일 경우 연말께는 ‘역버블’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학군이나 편의시설 등 여건이 좋은 강남 아파트보다 강북이 고평가될 수 있다는 얘기다. 내외주건 김신조 사장은 “1가구 1주택자들에겐 강북 집을 높은 값에 처분하고 강남 집을 싸게 살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박합수 부동산팀장도 “조정기 땐 인기 지역과 비인기 지역 간 가격 차가 크지 않지만 활황기 땐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며 “ 인기 지역 아파트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아파트를 고를 땐 비과세 요건(서울 등 3년 보유+2년 거주)을 채울 수 있는 30평형대 이상 아파트를 고르는 게 좋다. 현실적으로 거주하기 힘든 10∼20평형대 재건축 대상 아파트는 값이 올라도 양도세를 내고 나면 남는 게 없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재건축 추진 단지를 사더라도 거주와 재테크를 겸할 수 있는 중층 단지를 고르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급매물이 많이 나올 수 있으므로 입주하고 싶은 단지 부근의 중개업소와 가깝게 지내는 것이 좋다. 우량 매물은 공동 거래망에 올리기보다 알음알음으로 처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세중코리아 김학권 사장은 “급매물은 가등기 등 권리관계가 복잡하거나 하자 매물이 적지 않으므로 계약할 때 꼼꼼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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