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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건비 올라 메리트 사라지고 현지인 관리 등으로 애먹어 … 중국 진출 중소기업 진퇴양난

인건비 올라 메리트 사라지고 현지인 관리 등으로 애먹어 … 중국 진출 중소기업 진퇴양난

일러스트:조경보·siren71@hitel.net
중국 열기가 식을 줄 모른다. 지금까지 한국이 중국에 투자한 총액은 292억 달러며 올해만 해도 8월 말까지 약 33억 달러가 투자되었다. 하루 평균 1350만 달러다. 자영업자 등을 합치면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족히 3만 개 이상 된다. 아마도 대부분 차이나 드림을 꿈꾸며 중국 땅을 밟았을 것이다. 중국에 온 지 2년7개월. 노무관이라는 업무 성격상 경영자들을 많이 만난다. 인건비 절감과 시장 확보를 위해 바다를 건너온 이들이다. 하지만 ‘지금 이 시간의 결과’를 물어보면 장밋빛이 아닌 흙빛에 가까운 표정이 된다. 특히 중국에서 오래 기업을 한 사람일수록, 중국에 대해 보다 깊이 아는 사람일수록 중국 땅이 결코 만만치 않음을 강조한다. 우리가 중국에 대해 뭘 잘못 알고 있거나, 아니면 우리 스스로 중국에 과도한 환상을 갖고 있는 데서 비롯된 게 아닐까 싶다. 중국 사람 열 명이 모이면 그중에 일곱 명이 상인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그만큼 장사 수완이 뛰어난 사람이 많다는 의미일 것이다. 실제로 겪어보면 이 나라가 사회주의 국가인지 의심이 들 정도로 이재에 밝은 것을 실감할 때가 많다.

법 따로, ‘해결사’ 따로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70% 이상은 노동집약적인 제조업체로 추정된다. 문제는 이런 기업일수록 노동자를 관리하는 데 취약하다는 점이다. ‘하나 둘’ 정도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심각한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곳에 진출한 기업들이 체감하는 가장 큰 문제는 ‘인건비 메리트’가 거의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1999년 이후 중국의 임금 상승률은 매년 10%를 넘어서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14.1%나 됐다. 하지만 정작 더 큰 문제는 이런 직접 인건비가 아니라 간접 인건비다. 중국은 우리나라의 국민연금에 해당하는 양로보험을 비롯, 실업보험·의료보험·산재보험·출산보험 등 5대 사회보험제도를 실시하고 있으며, 근로자의 주택 마련을 위한 기금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근로자들이 일부를 부담하지만, 비용의 대부분은 기업 몫이다. 이들 비용을 합치면 지역별로 다소 차이는 있으나 대체로 근로자 임금의 40% 정도에 이른다. 예를 들어 한 근로자의 임금이 1000위안이면 추가 비용이 400위안으로 실제 인건비가 1400위안이나 되는 것이다. 최저임금제도 한국 기업인들이 간과하기 쉬운 ‘암초’다. 특히 지난해에 관련 법규가 대폭 개정되면서 지난해 연말 상당수 지역에서 10% 이상 최저임금이 인상됐다. 물론 한국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저임금이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한국의 경우 올 9월부터 내년 8월 말까지 적용되는 월 최저임금액은 70만600원이다. 이에 비해 중국에서 가장 경제 성장이 빠른 상하이의 경우 월 최저임금액은 690위안이다. 이 둘을 단순 비교하면 한국이 8배 정도 높다. 하지만 간접 인건비를 감안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런 경향은 더 강해져 비교우위가 사라질 것이라는 게 이곳의 분위기다. 이에 따라 중국 내에서 인건비가 더 싼 곳으로 공장을 이전하는 한국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다. 옛날 한국에서 도시개발 시절 양계장이 외곽으로 밀려나다 어느 순간 완전히 먼 곳으로 이전해야 했던 상황과 비슷하다. 물론 쉬운 일이 아니다. 지난 8월 말 광둥성 선전시에서 40여 명의 직원을 데리고 섬유업을 하던 P사장은 치솟는 인건비와 생산인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산둥성으로 옮길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공장을 이전할 경우 근로관계가 종료되는 직원들에게 엄청난 경제보상금을 지급해야 하는 데다 근로자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체감했기 때문이다. 법에는 근로계약 기간 중 사용자의 귀책 사유 등으로 근로관계가 해지될 경우 근무연수 1년에 1개월치의 임금을 경제보상금으로 지급해야 한다고 돼 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수 있는 상황이다. 상하이·칭다오 등 우리 기업이 많이 진출한 곳에서 예외없이 나타나는 현상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노동쟁의도 급증하고 있다. 1992년 8만2000여 건에 불과하던 신고건수가 지난해에는 무려 26만여 건으로 늘어났다. 베이징 인근에서 80여 명의 직원과 함께 플라스틱 제품을 생산하는 L사장은 요즘 신경이 곤두서 있다. 7월 말 60세 가까운 한 중국인 직원이 허리를 다쳤는데 막무가내로 회사에서 모든 책임을 지라며 드러누웠기 때문이다. 그동안 인간적으로 대우했고 사고에 대해 성의를 보였는데도 이 지경에 이르고 보니 배신감마저 느끼고 있다. 법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노동 관련 문제를 투명하게 해결해주는 시스템이 없다.

간접인건비·경제보상금 문제 수두룩 산둥성 위하이에서 고급 섬유제품을 유럽으로 수출하는 K사장은 인근 동종 업체 중 직원들에게 최고 대우를 해주고 노동법규도 최대한 지키는 편이다. 고급제품을 생산하려면 까탈스러운 바이어의 요구에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얼마 전 근무태도가 불성실한 직원 3명을 해고했다. 이게 화근이었다. 앙심을 품고 회사 정문에서 농성을 했던 것. 심지어 불량배를 동원해서 차량 출입까지 막았다. 공안(경찰)에도 도움을 청했지만 소득이 없었다. 다행히 회사의 중국인 관리부장이 다른 한량들을 동원해 5일 만에 농성을 풀게 했지만 어쨌든 섬뜩한 경험이었다. 중국에서는 노무관리와 관련된 법규와 행정지침이 굉장히 많고, 다소 방만한 듯하지만 촘촘하게 규정을 만들어두고 있다. 그러나 K사장처럼 막상 상황에 맞닥뜨릴 경우 현장에서 법치행정이 제대로 구현될지에 대해서는 솔직히 자신이 없다. 중국만 나무랄 것도 아니다. 한국 기업에도 문제는 있다. 세련되지 못한 노무관리 때문이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노무업무를 하찮게 생각한다. 중소기업이어서 전담 관리자를 둘 수 없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게 아니다. 하지만 심한 경우 현지인들과 언어 소통도 안 되는 상황에서 통역 한 사람만 데려와 1인 3역, 4역을 시킨다. 발 등의 불을 끄느라 법 규정을 살필 틈이 없다. 노동 감찰에서 지적받고 벌금을 부과당하는 경우가 흔하다. 법을 자세히 모르다 보니 주지 않아도 될 경제보상금을 주고 후회하는 이들도 많다. 지난해 7월 랴오닝성 선양에 있는 한 완구제조업체는 사소한 일로 흥망을 좌우할 만한 홍역을 치렀다. 평소 잔업 근무를 많이 시키는 편인데 이에 반발한 일부 근로자가 사직서를 제출하자 한국인 관리 직원이 감정적으로 대응하면서 몸싸움이 빚어진 것. 이로 인해 중국인 근로자 4명이 다쳤다. 그런데 다른 근로자가 휴대전화 카메라로 몸싸움 장면을 촬영해 지역 신문에 넘기는 바람에 일이 커졌다. 보도가 나가자 모든 근로자들이 한국 직원 문책과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일손을 놓아버리는 사태가 발생했고 회사는 수습하느라 골치를 썩여야 했다. 어디서나 통용되는 법칙이지만 팔은 안으로 굽는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면 중국 언론은 근로자를 두둔하며 대대적으로 보도한다. 여타 한국 기업들의 이미지에도 타격을 주는 것이다. 어떠한 경우에도 현지 근로자와의 물리적 충돌은 없어야 한다. 중국에 와서 느낀 것은 더 이상 차이나 드림(China Dream)만을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성공한 기업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제는 차이나 리스크(China Risk)를 고민해야 할 때다. 지금 중국에서는 이런저런 덫에 걸려 오갈 데 없는 상황에 처한 한국 기업인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어디에서도 쉬운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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