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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은 현실만 보지 말라”

“보고 싶은 현실만 보지 말라”

1000년 넘게 패자(覇者)로 군림한 나라는 지구상에서 로마가 유일하다. 이탈리아의 소국이었던 로마가 이 같은 영화를 누리는 과정을 생생하게 그린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이 이야기」(한길사)는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다. 로마인 이야기 13원 중에서 백미(白眉)를 꼽으라면 단연 네 번째와 다섯 번째 책인「율리우스 카이사르」를 택하게 된다. 전권이 술술 읽히도록 재미있게 쓰였지만, 상·하 2권으로 구성된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마치 옆에서 현장을 지켜보는 느낌이 들 정도다. 카이사르가 「갈리아 전쟁기」「내전기」등을 통해 당시 상황을 직접 전달하고 당대의 재사 키케로가 수많은 편지를 통해 카이사르가 반대편에서 바라본 시대 상황을 기록해 놓은 덕분이기도 하지만. 시오노 나나미가 이 책을 저술할 때 평소보다 훨씬 더 애정과 정성을 쏟아 부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카이사르가 로마가 지중해의 리더에서 서반구의 중심국으로 커 나가게 만든 주인공이다. 또 로마를 공화정 체제에세 제국(帝國) 체제로 바꾼 장본인이다. 자신은 제국의 문턱에서 암살당하는 비운을 맞았지만. 카이사르가 위대할 수 있었던 것은 시대 상황을 꿰뚫어 보는 혜안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누구나 모든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기가 보고 싶어하는 현실밖에 보지 않는다” 카이사르의 말 중 시오노 나나미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라고 한다. 모름지기 지도자나 경영자라면 이 말을 항상 되새겨야 한다. 카이사르는 로마가 지중해의 리더에서 벗어나 서반구의 패권국으로 커 나가기 위해서 정치 체제를 바꿀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일찍감치 깨달았다. 로마의 통치 영역이 넒어진 만큼 원로원과 민회가 통치하는 공화정 체제로는 ‘신속하고 적절한 결정’을 내릴 수 없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그리스이과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로마인 정서는 ‘공화정’을 선호하고 있었지만, 공화정을 계속 유지하다간 아테네처럼 쇠락의 길로 밀릴 것이라는 게 카이사르의 신념이었다. 로마의 건국 시조로 물루스에 이어 카이사르가 ‘팍스 로마나’의 기반을 구축한 제2의 건국 시조로 칭송 받는 것도 이처럼 시대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비전을 실천해 나갔기 때문이다. 카이사르의 용인술 또한 남달랐다. 그는 ‘상승(常勝) 장군’이었다. 하지만 거의 모든 전쟁에서 카이사르의 군병력은 적군보다 적었다. 그럼에도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군사적 지략이 뛰어난 측면도 있지만 부하들. 그중에서 중간관리자격인 백인대장(요즘 편제로 대대장격)들의 용맹과 충성 덕분이었다. 카이사르구의 백인대장을은 그가 절대적으로 열세인 상황에서도 전혀 동요하지 않고 충성을 바쳤다. 카이사르 역시 그의 부하들에게 신뢰를 잃는 행동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카이사르의 또 다른 강점은 관용이다. 루비콘 강을 건너 로마의 실권을 장악한 카이사르는 반대파들을 전혀 숙청하지 않았다. 그는 반대파의 핵심이었던 키케로에게 보낸 편지에 이렇게 썼다. “내가 무엇보다 나 자신에게 요구하는 것은 내 생각에 충실하게 사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오” 시오노 나나미는 이렇게 말했다. “ 새 질서 수립은 정치다. 정치에 뜻을 둔 사람이라면 중도파는 물론 반대파까지 포용하지 않으면 진정한 정치를 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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