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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경영’ 기업 생존을 위한 필수 인사 전략[대신경제연구소 ESG 인사이트]

한미연 ‘인구경영 기초평가’ 결과 공개
법적 의무 넘어 기업의 자발적 노력 중요

한미연의‘인구경영 우수기업 기초평가’결과에서 국내 기업들의 인구위기 대응 수준의 미흡함이 나타났다. [사진 게티이미지프로]

[김신영 한국ESG연구소 ESG평가본부 팀장] 우리가 당면한 인구 문제는 이제 기업의 생존과도 직결된 문제가 됐다. 작년 5월 한국경제인협회가 매출액 기준 10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저출산‧고령화에 대한 기업 인식조사’에 따르면, 열 곳 가운데 일곱 곳(68.3%)은 이대로 저출산‧고령화 기조가 유지되면 조만간 인력 부족, 내수기반 붕괴와 같은 경제위기가 도래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기업 또한 이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있는 가운데,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한미연)이 실시한 ‘인구경영 우수기업 기초평가’ 결과가 공개됐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한 국내기업 중 자산규모 상위 300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이번 평가에서 기업들의 평균 점수는 100점 만점에 52점에 그쳤다. 이는 국내 기업들의 인구위기 대응 수준이 아직 미흡함을 보여준다. 

해당 평가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기업들의 공통점은 법정 출산휴가 기간이나 육아휴직 기간을 초과해 보장하는 등 법적 의무를 넘어선 일·가정 양립 지원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대다수 기업의 인구경영 행보는 ‘법적 의무사항 준수’에서 그친다는 점에서 다소 아쉬움이 있다. 

육아지원제도·유연근무제도 공개 의무…“규제 아닌 기회”
기업들의 육아지원 정책과 관련해 올해부터 추가되는 제도가 있다. 기존의 육아지원 3법인 남녀고용평등법∙고용보험법∙근로기준법에 더해, 2024년 말 사업연도부터 상장기업은 사업보고서에 육아지원제도와 유연근무제도 관련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시하도록 서식이 추가됐다.

이를 통해 표준화된 양식과 기준을 적용해 기업 간 비교가능성이 높아졌다. 또한 새로운 기업 평판과 유무형 자산 생성의 기초가 될 수 있다. 육아휴직 사용률이나 유연근무 활용률이 높은 기업은 인재들의 선호도가 높아질 수 있고, 이들 지표가 ESG투자 측면에서도 새로운 기준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재정부담이 큰 중소∙중견기업을 위한 당근책도 시행 중이다. 예를 들어 중소기업이 육아휴직자의 대체인력을 채용할 경우 지원금을 전년 대비 상향하고, 유연근무 장려금 지원요건은 완화하며 일·생활 균형 인프라 투자비 지원은 늘리는 등 올해 들어 다양한 지원 정책을 확대 적용하고 있다. 기업들은 이러한 정부의 지원책을 적극 활용해 직원 만족도와 충성도를 높이는 동시에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인구경영’ 기업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
인구정책의 성공은 정부·기업·교육계·국민 인식 개선 등 사회 전반의 협력과 합의가 필요하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사회적 합의를 통해 변화는 가능하다. 과거 주 5일 근무제 도입에 대해 기업들의 생산성 저하 우려가 컸지만, 현재는 대부분의 기업에서 안정적으로 정착돼 있다. 기업의 인구경영 정책도 장기적으로는 기업과 사회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앞서 소개한 한미연의 인구경영 평가 결과를 다시 살펴보면, 13개 산업 중 가장 우수한 산업은 ‘정보통신업’이다. IT·미디어·엔터테인먼트 등 산업 특성상 개인 역량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이직이 활발해 복지정책 수준도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보도된 게임회사 크래프톤의 출산 장려금 1억원 지원 정책 발표는 이러한 산업 특성을 반영한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출산∙육아 장려에 소요되는 비용을 미래를 위한 투자로 인식, 기업의 생존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필수 전략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우수 인재의 이탈을 막고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으며, 가족친화적 기업 이미지 구축을 통해 브랜드 가치도 높일 수 있다. 지역사회 보육시설 지원을 통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면서 잠재적 고객을 확대하는 효과도 가져올 수 있다.

인구경영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기업들은 인구경영을 단순한 규제 대응이 아닌 미래 성장을 위한 핵심 전략으로 인식하고, 적극적이고 창의적인 정책을 개발하고 실행해 나가야 한다. 이를 통해 기업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고, 나아가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 제고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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