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의 경제] 시장은 북적대고, 거리는 막히고
[카자흐스탄의 경제] 시장은 북적대고, 거리는 막히고
99년 후 1인당 국민소득 3.5배 오르고 CIS 국가 가운데 외국인 투자 1위 기록 10월 16일 일요일 알마티 시내에 위치한 ‘춤’백화점 1층. 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입구에서부터 사람들로 북새통이다. 휴대전화, 디지털 카메라 같은 전자제품을 사려는 고객들이다. 1인당 국민소득이 이제 겨우 3000달러를 넘긴 나라라고 얕봤다가 깜짝 놀랐다. ‘대당 300달러 정도 하는 휴대전화와 디지털 카메라를 사기 위해 사람들이 이렇게 몰리다니….’카자흐스탄은 중앙아시아 국가 중 유일하게 교통체증이 있는 나라다. 출퇴근 시간은 물론 평일에도 시장 주변이나 번화가 주변에는 자동차로 만원이다. 12년째 렌터카 운전을 하고 있는 압두라흐마노프는 “2~3년 전만 해도 거리가 이렇게 복잡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차가 많아져서 그렇다”고 투덜댔다. 이런 풍경은 카자흐스탄 경제의 단면일 뿐이다. 그만큼 경제성장이 가파르다는 얘기다. 2000년 이후 5년 연속 10%대 성장이 가져다 준 결과인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로만 보면 브릭스(BRICs)국가의 선두주자인 중국과 인도를 앞지를 정도다. 99년 이후 카자흐스탄의 1인당 GDP가 3.5배 올랐다. 올해 말 1인당 GDP는 3400달러로 예상된다. 이는 폴란드·체코 및 기타 동유럽 국가 수준이다. 주로 오일 가격 상승과 유전지대 개발에 힘입은 것이지만 모든 자원부국이 카자흐스탄처럼 고성장을 즐기는 것은 아니다. 카자흐스탄은 원유·우라늄 등 풍부한 지하자원을 발판으로 외국인 직접투자를 유치해 경제를 개발하고 있다. 자본과 기술의 부족을 외국 자본과 기술로 메우고 있다. 지난해 오일 관련 부문에만 46억 달러가 투자된 것이 이를 증명한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2004년 10월 21일자에서 “카자흐스탄의 1인당 외국인직접투자(FDI)가 러시아의 10배 수준으로 CIS 국가 중 단연 1위를 기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왜 이처럼 카자흐스탄만 유난히 두드러질까? 카자흐스탄의 원유와 천연가스 매장량이 중앙아시아 국가 중 압도적으로 우위에 있기 때문이다. 세계 7위권의 카자흐스탄 원유매장량은 소련 연방 붕괴 후 세계 자원개발회사의 1차 표적이 되고 있다. 지하나 해저에 묻힌 석유가 카자흐스탄의 잠재력이라면 이 잠재력을 현실화하는 것은 카자흐스탄의 리더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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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영향력 국경 막히면 1주일만에 물가 폭등 ‘카자흐스탄 국민의 생활은 중국이 지배한다.’뜬금없이 들리지만 사실이다. 현재 카자흐스탄의 생필품 대부분이 중국산이다. 카자흐스탄 국경과 인접해 있는 중국의 우르무치 지역의 세미팔라틴스크는 중국 상품이 쏟아져 들어오는 전진기지다. 여기에는 엄청난 규모의 육상 컨테이너 기지가 있는데 대부분이 중앙아시아로 가는 생필품이다. 사실상 중앙아시아의 공산품은 중국이 공급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향력도 크다. 카자흐스탄에서는 중국 제품의 범람을 막기 위해 매년 초 관세협상을 시도하는데 이때 중국 측에서 협상을 거부하고 수출을 중단하면 1주일 안에 알마티 시장의 물건값이 오르기 시작할 정도다. 상황이 그 지경이 되면 알마티의 상인들이 1인당 10달러씩 택시비를 내고 4인 1조가 돼 세미팔라틴스크로 간다. 직접 물건을 구해오기 위해서다. 소위 말하는 ‘보따리장사’다. 고성장하고 있지만 중국산 생필품이 없으면 하루아침에 생필품난을 겪게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국에 대해 관세행정을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다. 정부도 중국의 지난친 영향력 확대에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
그리고리 마르첸코 할리크 뱅크 은행장 “전 국민이 월급10% 펀드 투자” 우리 모델은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카자흐스탄 경제성장 속도가 놀랍다. “지난 6년 동안 우리는 평균 10% 정도 성장했다. 아제르바이잔은 더 빠르다. 1년간 42% 성장한 적도 있다. 하지만 BBC 등 서방언론은 중국과 인도가 가장 성장률이 높은 나라라고 보도한다. 세계 경제에서 아직 카자흐스탄이나 아제르바이잔은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주로 오일 분야의 급속한 발전 때문 아닌가? “오일 분야의 비중은 GDP의 20% 정도다. 베네수엘라나 아랍에미리트 수준이다.국가 예산에서는 32% 정도 차지한다. 오일이 가장 큰 수출품목이 된 것은 5년 전부터다. 그 전에는 다른 자원이 더 큰 비중을 차지했다. 앞으로 오일 비중은 점점 커질 것이다.” 카자흐스탄의 금융이 특히 강하다고 들었다. “지난해 경제가 10% 성장했는데 오일 섹터는 15%, 뱅킹 섹터는 57% 성장했다. 한국 경제와는 반대로 금융산업이 다른 산업을 끌고 간다.” 카자흐스탄 금융이 이렇게 성장하는 이유가 뭔가? “경제가 성장하면서 사람들 주머니에 돈이 생기고 있다. 그러자 사람들은 모기지론을 통해 집을 사고 부동산을 산다. 소비자 금융 시장이 급속히 커지고 있다. 경제성장이 일부 지역, 일부 계층이 아닌 전국적으로 고르게 돌아가다 보니 금융 서비스 수요가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99년부터 시작된 금융구조조정 덕이 크다. 월급 중 10%를 의무적으로 펀드에 투자하는 것도 중요한 요인이다. 현재 이 펀드의 규모는 47억 달러 정도 된다. 이 돈이 금융권의 안정과 신뢰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97년 은행 파산이 있었을 때도 이 돈을 이용해 어려움을 극복했다.” 외국 은행들이 진출하는 데는 문제가 없나? “우리나라 34개 은행 중 16개가 외국계다. 터키계가 3개, 중국·아랍·러시아계가 각각 2개, 씨티, ABN암로, HSBC 등도 들어와 있다. 지점을 설치하면 본사가 100% 소유할 수 있고, 은행을 설립하는 것도 가능하다.” 경제발전을 위한 국가전략은 무엇인가? “97년에 ‘전략 2030’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매 5년간의 계획이 있다. 기본적으로는 경제의 다각화다. 카자흐스탄은 서유럽만 한 땅에 1600만 명이 살고 있다. 인구는 적고 땅은 넓어 인프라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우리 경제의 중심인 오일과 가스 부문의 산업 발전도 중요하다. 지금까지는 많은 것이 수입돼 왔다. 1달러가 오일 생산하는 데 쓰인다면 2.5달러는 관련 서비스업에 쓰인다. 주변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어느 나라가 벤치마킹 대상인가? “말레이시아를 벤치마킹하고 있다. 우리 대통령은 마하티르와 리콴유를 몇 번 만났었다. 91년에는 대통령 자문역으로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를 초청했지만 그가 거절했다.” 다각화는 쉽게 말하면 제조업 육성인데 가능하다고 보는가? 이웃해 있는 중국이 세계의 공장 아닌가? “그게 고민이다. 예를 들어 섬유 같은 것은 경쟁이 안 된다. 정부가 공단을 조성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노동력의 월급은 250달러다. 중국은 70달러고, 우즈베키스탄은 35달러다. 노동집약적인 산업에서 경쟁이 되겠는가? 건너뛰고 하이테크나 서비스로 가야 하는데 그것도 쉽지 않다. 교육된 인력이 필요한데 우리나라에 그게 없다. 대학이 아직 그런 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직접 어떤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나서는 게 좋은 것인지도 의문이다. 개인적으로는 마켓에 맡기고 정부는 인프라 지원이나 경쟁력 있는 산업에 지원하는 정도가 좋지 않을까 한다.” 한국과 카자흐스탄의 경제협력은 어떻게 보나? “97년 이전에는 한국이 카자흐스탄의 2위 투자자였다. 지금은 6위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좋은 파트너다. 한국과 카자흐스탄 사이에는 한 국가밖에 없다. 비행기로 6시간 거리다. 우리나라에서 프랑크푸르트로 가는 것보다 서울로 가는 것이 더 가깝다. 전통이나 문화도 비슷하다. 경제구조는 아주 보완적이다. 반도체나 조선, 전자, 석유화학 등에선 한국의 경쟁력이 세계적이다. 반면 우리는 풍부한 원자재가 있다. 농업도 마찬가지다. 가능성이 매우 크다. 한국 업체들이 많이 진출하기를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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