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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론 없어도 중동 평화 차질 없다

샤론 없어도 중동 평화 차질 없다

The Things That Have Not Changed 샤를 드골은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이란 없다. 묘지는 그런 사람들로 가득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러나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는 예외인 듯하다. 생애의 마지막 단계에서 그는 진정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이 됐다. 그가 정치무대에서 사라질 경우 만사가 변하리라는 데는 모두 동의하는 듯하다. 정치적 진공 상태가 생기고,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관계 개선 가능성은 위태로워질지 모른다. 그러나 드골의 말은 중동에서조차 맞을지도 모른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영토의 일방적 분리 정책은 오늘날 샤론의 대명사처럼 들린다. 그러나 그가 옛날부터 그 정책을 지지하지는 않았다. 가자지구 철수는 항상 좌파의 구상이었다. 실제로 노동당 지도자 암람 미츠나는 2002년 선거에서 가자지구 철수를 내걸었다. 샤론은 그런 발상을 거부했다. 그는 평생 ‘대(大)이스라엘 건국’이라는 확고한 신념 속에 정복하고 건설해왔다. 그러나 인구학적 현실이 그의 마음을 바꿨다. 팔레스타인인들의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유대인들은 자기네 나라에서 소수민족으로 전락할 전망이다. 정치적 현실도 작용했다. 이스라엘인들은 대이스라엘이라는 꿈을 싫어했다. 대이스라엘 안에는 팔레스타인인들도 포함되기 때문이었다. 이스라엘인들은 분리를 원했다. 노련한 정치가 샤론은 그런 흐름을 간파하고 추종했다. 이런 현실은 샤론이 있든 없든 계속된다. 샤론의 신당 카디마가 몇 주 전과 다름없이 계속 인기를 끄는 이유도 바로 그것이다. 그가 앞으론 신당을 이끌지 못하게 된다 해도 상관없다. 카디마는 정치적 진공 상태를 메워준다. 리쿠드당은 영토 포기를 확고히 거부하는 입장을 견지한다. 이스라엘 대중은 이를 비현실적이라고 본다. 한편 노동당은 일방주의에 반대하며 팔레스타인 측과의 협상을 통한 포괄적 해결을 주장한다. 이스라엘인들은 이를 순진한 발상으로 본다. 이스라엘 정치인 알론 핀커스는 이렇게 말했다. “팔레스타인인들은 약속을 지키기 힘들고, 우리는 머물 수 없다. 이스라엘의 어떤 정부 정책도 이 두 가지 압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이는 결국 일종의 일방적 분리 정책으로 귀결된다. 물론 샤론의 역할은 중요했다. 그는 영토 반환과 정착민 철수라는 금기(禁忌)를 타파할 수 있는 유일한 지도자였다. 이스라엘인들은 그가 어려운 정책을 이행할 능력을 가졌다고 믿었다. 그는 우파와 군부, 그리고 핵심 유권자층의 신뢰를 얻었다. 사실 샤론의 유력한 후계자인 에후드 올메르트는 그보다 훨씬 먼저 가자지구 철수를 주창했지만 새로운 조치를 추진하는 데는 큰 저항을 받게 될 전망이다. 예컨대 이스라엘 우파에게 요르단강 서안은 가자지구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점은 올메르트가 샤론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샤론의 부재가 결정적 장애물이 되리라고는 믿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제 중동 평화의 큰 장애물은 이스라엘의 목표가 아니라 팔레스타인 측의 능력이기 때문이다. 아무도 인정하려들지 않는 중요한 사실이 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붕괴됐고, 가자지구는 실패한 자치구역이 됐으며, 점령지의 질서를 수립하고 이스라엘과 협상할 능력이 있는 팔레스타인 측 정치 조직은 단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다. 지금 평화의 진전을 제한하는 주된 요인은 바로 팔레스타인 측의 기능 장애다. 가자지구는 일단 이스라엘의 점령으로부터 해방되기만 하면 팔레스타인인들이 하고 싶은 일의 모델이 되리라는 기대가 많았다. 그러나 지난주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는 달라진 모습을 이렇게 보도했다. “1967년부터 주둔해온 이스라엘군의 존재가 사라진 첫해가 시작되면서 민병대들은 거리를 활보하고, 외국인들은 빈번히 납치됐다. 이 해안 지구에서 사람의 능력을 평가하는 척도는 그의 정치적 타이틀이나 자택의 크기가 아니라 AK47을 지닌 경호원 수가 몇 명인가 하는 점이다.” 이런 문제들의 일부는 팔레스타인인들만의 잘못이 아니다. 이스라엘은 그들을 가혹하게 통치하며 그들의 정치·경제 생활을 파괴했다. 그리고 이 같은 파괴의 일부는 가자지구에서조차 계속된다. 검문소에서는 모든 화물을 내렸다 다시 실어야 하고, 모든 통행자들은 거듭 검문을 받아야 한다. 이 모든 일들은 정상적인 활동에 막대한 비용을 부과한다. 그러나 과거의 속박이 어떠했든, 중요한 사실은 현재 가자지구에는 제대로 작동하는 단일한 정부가 없다는 점, 그 결과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의 보도처럼 “무정부 상태”가 됐다는 점이다. 이는 사람들이 희망하던 모델이 아니다. 미국과 국제사회가 중동 평화 진전을 원한다면 먼저 팔레스타인의 통치 능력을 구축하는 일이 급선무다. 그것이 없을 경우 이스라엘의 목표는 무의미해진다. 팔레스타인인들이 자립 능력을 갖게 되면, 세인의 시선은 이스라엘에 모일 전망이다. 그러면 미국은 샤론이 제시한 방향, 즉 이스라엘인과 팔레스타인인들을 분리하는 방향으로 계속 나아가라고 이스라엘에 촉구해야 한다. 그러면 결국에는 1967년 전쟁으로 획득한 점령지의 90% 이상에서 팔레스타인 국가가 세워지게 된다. 이것이 샤론의 궁극적 목표였다는 인식은 그런 해결책을 구현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샤론은 여전히 절대로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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