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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의 정치 인사이드] 서울시장 나오는‘세 번 무죄’ 박주선

[김진의 정치 인사이드] 서울시장 나오는‘세 번 무죄’ 박주선

정치의 묘미는 변화 무쌍과 불가측성에 있다. 생각지도 않던 곳에서 돌발변수가 튀어나온다. 특히 그 변수가 우연이 아니라 세상의 한구석에 숨어있던 인연이 얽힌 것이라면 묘미는 복리(複利)로 커진다. 5·31 선거도 어김없이 묘미를 선사하고 있다. 민주당 전남도지사 후보 경선에서 뛰던 박주선 전 의원이 한화갑 대표의 요청으로 서울 출마를 선언한 것이다. 확정되진 않았지만 그는 후보로 굳어지고 있다. 특수부 검사(사시 16회) 출신인 박씨는 세 번 기소됐다가 세 번 다 무죄를 선고받은 ‘세 번 무죄’ 인사로 유명하다. 그는 1999년 11월 청와대 법무비서관이었다. 그는 자신이 지휘하는 사직동팀에서 만든 ‘검찰총장 부인 관련 옷로비 풍설’ 보고서를 김태정 당시 검찰총장에게 전달한 혐의로 첫 번째 기소를 당했다. 총장의 요청을 들어준 것이었다. 그는 ‘비밀 누설’ 혐의에서 무죄를 받고 2000년 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전남 보성·화순)해 당선됐다. 인연이란 얼마나 돌고 도는 것인가. 그는 국회의원 시절 나라종금·현대건설 자금수수 혐의로 두 번째와 세 번째로 기소됐다. 국회에 체포동의안을 제출한 사람이 강금실 당시 법무장관이다. 두 사건에서도 박씨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강 전 장관은 검찰의 수사 내용을 믿었을 것이다. 형식상 국회에 체포동의를 제출하는 사람이 ‘검찰의 대표’인 법무장관이므로 검찰의 요청에 따라 자연스럽게 그렇게 했을 것이다. 하지만 국민이 뽑은 국회의원을 두 번씩이나 감옥에 넣었다가 무죄로 풀려나게 한 것에 대해선 도의적·형식적 책임이 있다. 강씨는 자신이 체포동의를 요청했던 사람이 서울시장 선거에서 자신의 지지표를 빼앗아갈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평소에 박씨는 현 정권 들어 자신이 두 번이나 무리하게 기소를 당한 것은 정치적 보복일 수 있다는 주장을 숨기지 않았다. 2002년 민주당 시절 자신이 노무현 후보에 반대하는 활동을 했으며, 노 정권이 들어선 후에는 열린우리당 창당과 대북송금 수사를 강력히 반대해서 정권이 자신을 표적으로 삼았을 것이란 추정이었다. 박씨는 ‘세 번 기소’에서 심장병을 얻어 큰 수술까지 해야 했다. 개인적으로 이번 출마는 그가 강씨를 향해, 열린우리당을 향해, 노 대통령을 향해, 그리고 세상을 향해 “나는 억울했다”고 외칠 수 있는 기회가 될지 모른다. 한화갑 대표의 민주당은 또 박씨의 입을 빌려 자신들에게 선거 빚을 왕창 떠넘기고 딴살림을 차린 열린우리당에 대해 한풀이를 할 수도 있다. 단순한 외침만이 아니라 친DJ·호남·전통 야당 표를 잠식해서 강씨와 열린우리당에 타격을 줄 수도 있다. 그러나 박씨의 선거운동 과정이 자신과 민주당의 한풀이에 그친다면 지난 2년간 안간힘으로 기운을 회복한 민주당에 별로 득이 되지 못할 것이다. 강씨는 그동안 출마 선언을 준비하면서 당과 긴밀히 협의해서 나름대로 서울시 청사진을 마련했을 것으로 보인다. 박씨도 자신의 출마가 한풀이 차원을 넘는 거라는 걸 증명하려면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비록 지금은 쇠락했지만 민주당은 전통 야당의 맥을 잇고 있다. 그 정도 되는 정당이라면 서울시에 대해 번듯한 공약과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민주당은 절치부심 끝에 기회를 얻었지만 기회는 어려운 시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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