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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청의 원더풀! 실버 라이프3] 1,500m 고원 휴양지 베트남 달랏

[조주청의 원더풀! 실버 라이프3] 1,500m 고원 휴양지 베트남 달랏

해발 1,500m의 내륙고원에 자리 잡은 달랏은 기후 좋고 물가 싸고 골프도 즐길 수 있는 천혜의 휴양지다. 시원한 초가을 날씨인 달랏에 첫발을 디디면 알프스 산속에 온 듯한 착각에 빠진다.
천년 전쟁으로 중국을 물리치고 백년 전쟁으로 프랑스를 물리치고 십년 전쟁으로 미국을 물리친 나라, 베트남. 마지막 전쟁엔 우리도 끼어들었다. 악연을 간직한 채 마주친 베트남은 따뜻한 미소를 우리에게 보내며 이렇게 말한다. “역사의 수레바퀴 자국은 벌써 지워졌습니다.” 베트남은 동서로 좁고 남북으로는 1,750km나 되는 길쭉한 나라라 남과 북의 기온차가 꽤 크다. 겨울 한철 피한지로 한두 달 베트남에서 살 곳은 널려 있다. 북쪽에 있는 하노이의 겨울철, 아침저녁은 긴 팔을 입어야 하고 한낮은 우리나라 가을처럼 쾌적하다. 그러나 남쪽의 호치민은 피한지임에는 틀림없지만 도가 넘쳐 겨울에도 무덥다. 눈밭에서 빠져나왔다고 펄펄 끓는 가마솥으로 들어갈 수는 없는 일이다. 문제는 여름이다. 남쪽은 말할 필요도 없고 북쪽도 여름엔 우리나라 여름 이상으로 무덥다. 7~8월 우리나라의 지루한 장마와 푹푹 찌는 폭염을 피해 갈 수 있는 피서지가 베트남에도 있다. 남쪽도 아니고 북쪽도 아닌 하늘 쪽에 있는 상큼한 고원 타운 달랏(Dalat).

수안후옹 호숫가에서는 승마도 할 수 있다.

해발 1,500m의 내륙고원 달랏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1912년부터다. 1900년대 초는 프랑스가 인도차이나 반도를 깔고 앉아 식민지 경영을 할 때다. 시원한 지중해 기후에 익숙한 프랑스인들이 베트남은 정복했지만 폭염을 이길 수는 없었다. 그들이 찾아낸 곳이 달랏이다. 달랏에서 ‘랏’은 개울이란 뜻이다. 산악 소수 종족인 랏(Lat)족이 첩첩 산속에서 화전을 일구어 농사짓고 사냥하며 조상 대대로 평화롭게 살던 땅에 프랑스인들이 들어와 그들을 쫓아내고 별장을 짓기 시작했다. 콸콸 흘러내리는 랏의 개울을 막아 수안후옹 호수를 만들고 그 주위로 한 채 두 채 집이 들어서고 꼬불꼬불 찻길이 뚫리며 달랏은 하루가 다르게 커져 1922년엔 우아한 호텔(The Dalat Palace)이 문을 열었다. 빅토리아 풍의 우아한 호텔은 프랑스 총독이 별장처럼 사용하다가 프랑스에서 돌아온 꼭두각시 마지막 베트남 황제 바오다이의 여름별장이 됐다. 바오다이는 프랑스에서 맛본 이상한 놀이(?)를 잊을 수가 없어 별장 앞에 그 놀이를 할 수 있는 터를 만들었다. 골프가 베트남에 상륙한 것이다. 조그만 2층짜리 클럽하우스를 짓고 수안후옹 호숫가에 6홀 골프코스를 만들었다. 바오다이 황제는 골프광이었다. 그러나 정치적 격동기인 45년 바오다이는 홍콩으로 떠나고 6홀 골프코스는 잡초가 무성해졌다. 54년, 하노이에서 달랏으로 이사 온 외과의사 하치가 팰러스 호텔 지배인과 손잡고 여덟 사람의 스폰서를 구해 한 사람이 한 홀씩 코스를 조성하기로 했다. 마지막 8번 홀 페어웨이는 공유하되 티 박스와 그린을 따로 만들어 마침내 9홀짜리 코스를 만들었다. 60년대 베트남 주재 일본 엔지니어들이 몰려들며 한적했던 골프코스는 웃음과 한숨소리로 넘쳐났다. 베트남 전쟁이 한창일 때 후방의 미군들이 생사의 기로에서 마음의 위안을 받은 것은 골프였다. 그 유명한 미국 프로골퍼 빌리 캐스퍼가 미군들을 위문하러 베트남에 왔다. 그는 달랏으로 와 미군들과 라운딩을 했다. 75년 4월 30일, 처참한 패배를 안고 미국이 물러난 후 베트남은 남북통일 공산 정부를 출범시킨다. 자본주의의 독버섯 골프코스도 당연히 문을 닫았다.

달랏의 거리는 유럽의 어느 도시를 연상시킨다.

90년대 초, 소(蘇)연방의 와해를 시작으로 공산 블록들이 줄줄이 개방의 문을 활짝 열어젖히자 베트남도 발 빠르게 녹슨 대문을 삐그덕 열었다. DHL의 공동창업자이자 억만장자인 래리힐 블롬이 달랏의 매력에 반해 달러 보따리를 싸들고 들어왔다. 달랏 팰러스 호텔과 언덕 너머 소피텔 호텔을 고풍스럽고 우아하게 리모델링하고 달랏 팰러스 G.C를 18홀 챔피언 코스로 재탄생시켰다. 달랏은 베트남의 별천지가 됐다. 달랏은 호치민보다 거의 섭씨 10도나 기온이 떨어져 호치민이 펄펄 끓을 때도 달랏은 시원한 초가을 날씨다. 달랏에 첫발을 디디면 기후뿐만이 아니라 타운의 풍광도 세련돼 이곳도 베트남인가 의아해진다. 한가운데 호수를 두고 울울창창한 소나무 숲에 둘러싸인 인구 20만 명의 이곳은 알프스 산속 어느 타운에 온 것처럼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룬다. 호치민에서 달랏으로 가는 육로는 서북쪽으로 308km밖에 안되지만 산악지역 사행길이라 직행 버스도 8시간이 걸린다. 30분이 걸리는 국내선 비행기를 타는 게 편하다. 올여름을 겨냥, 6월에 출발해서 8월에 돌아온다면 인천~호치민~달랏을 같은 비행편 베트남에어로 가는 게 유리하다. 단기(15일 이내)는 60여만 원이지만 두 달 체류 왕복항공료는 75만원쯤 잡아야 한다. 이곳에 발을 디디면 하루 이틀 조그만 호텔에 여장을 풀고 한두 달 살 집을 구해야 한다. 시장 입구에 있는 달랏 여행안내소(Information Center)에 가서 조언을 구해도 좋고, 곧바로 복덕방(Real Estate Agency)을 찾아가도 된다. 달랏은 베트남 전쟁 때 미군들의 휴양지였고 지금도 서구인들이 많이 찾아와 영어(아주 짧은)가 널리 쓰인다. 시내의 깨끗한 양옥 침대 두 개에 침구, 옷장, TV가 있고 냉겳쩌?욕실이 딸린 널찍한 방의 월세가 20만원, 두 커플이 갈 땐 방이 두 개인 한 층을 빌리면 30만원으로 한 달을 살 수 있다. 전기세 ·수도세는 집주인 부담이다. 아래층엔 냉장고가 딸린 부엌과 식탁이 있어 어느 때나 조리할 수 있다. 교통편은 한 달에 렌털비가 9만원 하는 스쿠터를 빌리는 게 편리하다. 출국하기 전, 국제 운전면허증을 발급받아 가면 현지에서 아무 수속이 필요 없다.

달랏의 길은 넓고 한적해서 한 달에 9만원을 주고 스쿠터를 빌려서 타는게 상책이다.

이곳 시장에 가면 없는 것이 없다. 이곳 쌀과 찹쌀을 8대 2 비율로 밥을 하면 우리 밥과 흡사하다. 만원이면 시장에서 열흘치 주부식에 커피 ·차 ·과일까지 사올 수 있다. 출국할 땐 고추장 외에는 싸들고 갈 필요가 없다. 옷 ·속옷 ·신발도 너무나 싼 이곳에서 사면 된다. 시내에서 10분 거리에 베트남 최고의 달랏 팰러스 G.C가 잔디의 왕 벤트 그래스를 입고 활짝 펼쳐졌다(그린피와 캐디피 합쳐 7만원). 급한 일이 있을 땐 호치민에 있는 RTO 여행사 남상훈 소장을 찾으면 된다. 전화(베트남에서) 08-848-7350. 떠나기 전 달랏에 관한 자세한 문의는 ES투어 김수철 이사 011-286-5247. 달랏엔 단 한 사람뿐인 우리 교민 파파 김(김진국 박사)이 대단위 고랭지 채소를 재배해서 호치민으로 출하한다. 바쁘고 출타 중일 때가 많지만 달랏의 유명 인사 가운데 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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