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트상품 성공학(16)-목우촌 햄] 먹거리 파동 때마다 매출 ‘쑥쑥’
[히트상품 성공학(16)-목우촌 햄] 먹거리 파동 때마다 매출 ‘쑥쑥’
유난히 황사가 심했던 올 봄. 누렇게 뒤덮인 하늘을 바라보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던 이들이 있다. 마스크 제조·판매업체?삼겹살 등 돼지고기 전문점들이다. 또 있다. 농협의 육가공 전문 브랜드 목우촌이다. 우리나라를 덮치는 황사에 다이옥신 등 중금속이 다량 들어있고, 돼지고기가 체내에 쌓인 이런 중금속을 씻어내는 데 효과적이라는 게 알려진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황사만 오면 돼지고기는 물론 이를 원료로 만든 햄 제품까지 주부들이 많이 찾는다. 특히 목우촌 햄은 100% 국산 돼지고기를 원료로 사용한다는 점 때문에 더 인기다. 목우촌 햄이 주부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게 된 배경은 아이로니컬하게도 먹거리에 대한 불안감이다. 불량식품 파동이 불거질 때마다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는 것이 있다. 수입 식품, 특히 중국에서 들여온 먹거리들이다. 값싼 재료로 대충 만든 제품만 수입해 팔다 보니 비위생적인 제품이 나돌게 되고,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국산 원료에 대한 주부들의 믿음은 갈수록 높아진다. 농협에 대한 신뢰도 역시 비슷하다. “농민 단체인 농협은 국산만 취급한다”는 데서 오는 믿음이다. 목우촌이 첫선을 보인 10여 년 전에는 이보다 더 나쁜 상황이었다. 물 먹인 소, 한우로 둔갑한 수입쇠고기가 수시로 적발됐다. 또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타결로 농산물 시장이 개방되며 농약이 허용기준치 이상 사용된 수입 농산물도 툭하면 문제가 됐다. 먹거리에 대한 불신감이 커지자 육류 생산자단체인 축협에도 비상이 걸렸다. 수입쇠고기와 국산쇠고기의 유통망을 차별화하고, 수입쇠고기와 국산쇠고기 구별방법을 홍보하는 등 소비자 대책을 내놓았으나 전문가가 아닌 소비자들이 이를 가려내기란 여간 어렵지 않았다. 고심하던 축협은 유통사업을 대대적으로 강화하기로 했다. 믿을 수 있는 제품을 소비자에게 직접 공급하자는 것이었다. 자체 브랜드를 만들고 품질관리를 철저히 함으로써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없애주기로 했다. 축협중앙회에서 연일 갑론을박을 벌인 끝에 제품의 컨셉트가 마련됐다. 제대로 된 고급 육가공제품을 만들어 민간업체와 차별화하자는 게 핵심이었다. 구체적으론 국내산 돼지고기만 원료로 사용하고, 방부제와 전분을 넣지 않으며, 신선한 원료를 사용하기 위해 도축과 가공이 동시에 이뤄지는 첨단 공장을 짓자는 것이었다(방부제나 전분을 사용하면 가공식품을 오래 보존할 수 있지만 맛과 안전성이 떨어진다).
새 브랜드는 외부 기관에 의뢰해 ‘목우촌’으로 결정했다. 농협 측은 브랜드가 갖는 의미에 대해 “축산업에 종사하는 친구들의 모임 또는 농협인이 협동하여 생산하는 우리 축산물이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축협은 2000년 농협에 흡수 통합됐고, 목우촌도 이후 농협의 브랜드가 됐다). 마침내 1995년 11월 전북 김제에 도축과 육가공제품 생산을 동시에 할 수 있는 대규모 공장이 완공됐다. 하루에 돼지 2000마리를 도축하고, 육가공제품은 40t 생산 규모였다. 그러나 생산자단체인 축협이 뚫고 들어가기엔 육가공제품 시장이 그리 녹록지 않았다. CJ·롯데햄 등 대기업들이 버티고 있는 시장의 벽은 높았다. 우선 유통망이 턱없이 부족했다. 막대한 초기 진입 비용이 드는 대형 수퍼마켓 대신 농협의 기존 유통망과 새로 모집한 대리점을 통해 파는 게 고작이었다. 게다가 제품 가격은 경쟁사보다 10~30%까지 비쌌다. 값비싼 국내산 원료만 사용하고 첨가물을 사용하지 않은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찰제 판매를 고집했다. 비싸게 파는 신생 브랜드 제품을 소비자들이 선택할 이유가 없었다. 제조업체인 ‘축협’의 브랜드 이미지 역시 깔끔하고 세련된 맛이 풍기는 민간 기업에 뒤떨어졌다. 육가공사업본부 신명상 부장은 “타깃을 농협 유통망이 아니라 일반 시장으로 잡았지만 시장에 뿌리내리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이 때문에 초기 시장 진입이 늦어졌다”고 말했다. 반전의 계기가 된 것은 98년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때. 안 그래도 비싼 목우촌 육가공제품은 경제위기로 더더욱 안 팔렸다. 일선 대리점의 반품 요구가 빗발쳤다. 이대로 가다간 목우촌 브랜드가 사라질지 모른다는 위기의식도 높아졌다. 이때 구원투수로 내놓은 제품이 ‘주부 9단’. “팔리는 제품을 내놓지 않으면 시장에서 퇴출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원가를 대폭 낮췄다. 제품 디자인을 단순화하고 공정을 개선하는 등 줄일 수 있는 부분은 다 줄여서 원가조정을 새로 했다. 종전 제품과 품질은 비슷한데 값은 대폭 내리자 주부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매출도 쑥쑥 늘었다. 현재 목우촌의 육가공제품 시장점유율은 11%. 최근 수년간의 시장 정체에도 불구하고 목우촌의 매출은 꾸준히 늘어 3위 업체로 올라섰다. 고가품이 많다 보니 특히 서울과 수도권에서는 선두권을 차지하고 있다. 신명상 부장은 “지난해 성적은 3위지만 4위와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며 “올해는 확실한 3등을 차지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농협중앙회에서도 목우촌을 농협의 대표 브랜드로 집중 육성하고 있다. 민간기업과의 경쟁을 위해선 기업형 경영방식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자회사 분사를 결정했다. 오는 7월 1일이 D데이다. 이를 계기로 국내 대표적 종합식품회사로 육성하겠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철저한 기획생산= 목우촌 햄은 95년 첫 생산부터 100% 국산 돈육, 무방부제, 무전분 등 세 가지 원칙을 고집해 오고 있다. 이 원칙은 지금도 변함없다고 한다. “소비자와의 약속”이기 때문이란다. 그러다 보니 시장 진입이 더딜 수밖에 없다. 민간기업이라면 진작에 시장전략이 달라졌겠지만 생산자단체인 축협은 우직스럽게도 이 원칙에 매달렸다. 만드는 제품 종류도 50가지가 안 된다. 제품 다양성에서도 뒤떨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원칙을 바꾸지 않는 까다로운 경영이 10년 이상 지켜지다 보니 소비자들이 자연스레 찾게 됐다. 속도는 느린 대신 소비자 신뢰는 높아진 것이다. 육가공제품 컨셉트를 바꿨다= 국내 햄·소시지 시장은 80년대 초부터 경쟁이 격화되면서 값싼 저급육 원료를 사용하거나 돼지고기 대신 전분 사용량을 늘리는 등 저가 경쟁이 시작됐다. 업체간 출혈경쟁이 일상화되고 경영압박도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선보인 목우촌 햄이 초기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시장에서 인정을 받게 되자 경쟁업체들도 고급 육가공제품을 잇따라 내놓았다. 이에 따라 지금은 경쟁업체와의 가격차도 많이 좁혀졌다. 농협 측은 “2000년대 들어 타 업체들이 목우촌의 컨셉트를 따라하기 시작했고 국내 시장이 결국 고급육제품 시장으로 재편됐다”고 평가했다. 농협 브랜드도 성장동력= 조류 인플루엔자·광우병 등 식품업계를 뒤흔드는 대형 사건이 터지면 닭고기와 쇠고기 매출은 곤두박질한다. 하지만 목우촌 제품은 꿋꿋하게 버틴다. 되레 매출이 늘어나는 경우가 많다. 국산 먹거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믿음이 갈수록 높아지는 것이다. 농협 제품에 대한 신뢰도 역시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실제 농협에서 운영하는 하나로마트와 하나로클럽에는 목우촌 제품을 사기 위해 일부러 찾아온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하나로 매장 매출 가운데 목우촌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도 10% 가까이 된다. 목우촌 제품을 파는 하나로 매장은 2004년 36개에서 지난해 308개, 올해는 429개로 급증했다. ‘농협’과 ‘목우촌’ 브랜드가 상호 작용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도움말=김용태마케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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