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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비과학적인 부동산 대책”

“정부의 비과학적인 부동산 대책”

정부가 연일 부동산 가격 거품을 걱정하며 강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8·31 대책에 이은 3·30 대책으로도 부동산 가격이 쉽게 잡히지 않자 시장에 일종의 협박성(?)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정부는 아파트값 거품을 조장하고 있다고 판단되는 부녀회에 대한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나섰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에 대한 고강도 발언을 쏟아내기 시작한 것은 4월 30일부터. 포문을 연 것은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이다. 추 장관은 “하반기부터 집값이 급속하게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달 2일에는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이 “부동산 세금폭탄은 이제 시작”이라고 말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청와대 특별기획팀이 5월 15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통계로 보는 부동산의 오해와 진실’이란 글을 올려 ‘버블 세븐(서울 강남, 서초, 송파, 목동, 분당, 평촌, 용인 지역)’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었다. 여기에다 김석동 재정경제부 차관보는 5월 25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최근 일부 부녀회의 아파트값 담합 의혹과 관련해 이 같은 시장 교란 행위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제 수장격인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역시 5월 18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강남 3구 아파트 가격은 소득 대비 18.9배로 과거 거품이 꺼져 집값이 급락했던 1990년대 초의 21.7배에 근접하고 있는 데다 여러 통계에 비춰볼 때 이런 거품이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는 게 정부 판단”이라며 “이런 거품이 한꺼번에 꺼지지 않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김용민 재경부 세제실장은 “공시가격을 시세의 100% 수준에 맞추겠다고 밝힌 것은 부녀회나 기획부동산의 담합으로 아파트 가격에 더 많은 거품을 초래할 수 있어 이러한 위험을 지적하기 위한 의도”라며 맞장구쳤다. 정부 고위 당국자의 이 같은 부동산 거품 우려 발언이 쏟아지자 건교부가 나섰다. 올 하반기부터 집값을 올리기 위해 담합을 할 경우 주택이나 부동산 중개 관련 법률에 처벌 근거를 명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집값을 올리기 위해 아파트 단지 내에 전단지를 배포하거나 방송할 경우 처벌받게 된다. 현재 정부가 제재 대상으로 삼고 있는 행위는 인터넷·아파트 게시물·방송 등을 통해 담합을 조장하는 행위, 특정 부동산에 매물을 내놓지 못하도록 막는 행위, 특정 중개업자에게 물량 몰아주기, 일정액 이상을 받아주겠다는 식의 부동산 중개업자 매물 유치행위 등이다. 사업자단체만 규제하는 공정거래법으로는 개인 간 담합행위를 제재하기 어렵지만 부동산중개업법으로는 이를 ‘시장질서 교란행위’로 규정해 처벌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건교부 관계자는 “법률 검토가 더 진행돼야 하겠지만 부녀회는 사업자가 아니어서 공정거래법으로는 제재가 어려워 부동산중개업법이나 주택법에 제재 조항을 신설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부녀회 처벌 의지가 쉽게 관철되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도 많다. 실제로 건교부 역시 부녀회에 벌금 등 형사처벌하는 것은 ‘과도한 처벌’로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와 최근 법무부에 법률 검토를 의뢰한 상태다.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담합행위를 제재하기 위해서는 사업자단체라야 하고, 일정 수준의 시장 점유율을 확보해야 하며, 담합가격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행동에 옮겨야 한다며 부녀회 담합은 이 같은 요건을 갖추지 못해 처벌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은 5월 24일 “공정거래법상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카르텔은 제재할 수 없다”고 재확인했다. 이런 분위기를 고려한 듯 박병원 재경부 제1차관은 6월 1일 부녀회의 아파트가격 담합과 관련해 “담합행위 처벌에 대해 관계 부처 간 결론이 나지 않았기 때문에 성급하게 넘겨짚지 말아달라”고 한발 물러섰다. 부동산 업계의 반응 역시 싸늘하다. 부녀회 담합이 아파트 가격을 결정하는 큰 요소가 되지 못하는 데다 설혹 담합한다 하더라도 담합 주체와 구체성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위기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정부 스스로 부동산 대책이 약발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일”이라며 “하지만 현실성 없는 엄포성 정책은 시장의 내성만 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일부 부녀회의 아파트값 담합 등 시장 교란 행위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5월 25일 김석동 재경부 차관보)
“부동산 ‘세금폭탄’은 이제 시작이다”
(5월 2일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
“지금은 부동산 거품을 걱정할 때가 됐다”
(5월 4일 정문수 청와대 경제보좌관)
“서울 강남 3개구 집값이 꼭짓점에 와 있다”
(5월 12일 김용민 재정부 세제실장)
“강남 등 이른바 버블 세븐 집값은 비정상적 투기 수요에 의해 급등했다”
(5월 15일 청와대 특별기획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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