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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카드 누구의 품에…] 인수업체는 소매금융 최강자로

[LG카드 누구의 품에…] 인수업체는 소매금융 최강자로

2004년 말 서울의 한 호텔. 연말 분위기가 무색하게 칼날 같은 긴장감이 흘렀다. LG카드를 살릴 것이냐, 청산할 것이냐를 놓고 LG그룹과 채권단이 ‘벼랑 끝 협상’을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LG카드의 운명은 해를 넘겨 결정됐다. 12월 31일 오전 3시가 넘도록 이어진 6시간의 마라톤 협상 결과 극적으로 회생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당시 채권단과 LG그룹은 각각 5000억원씩을 분담해 1조원을 증자하기로 합의했다. LG카드 채권을 가장 많이 보유한 당시 산업은행 유지창 총재가 “협상 때문에 잠을 1시간밖에 못 잤다”고 토로할 정도로 난산 끝에 어렵게 얻은 합의였다. 그 후 1년6개월. 적자를 견디다 못해 문을 닫을 뻔한 상황까지 몰렸던 LG카드는 ‘미운 오리 새끼’에서 ‘백조’로 다시 태어났다. 2004년 말 기준 2396억원의 적자를 냈던 LG카드는 2005년 말 1조3631억원의 엄청난 흑자를 냈다. 올 1분기에도 3536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청산’이라는 말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무색할 정도의 약진이다. 카드사 실적의 목줄을 쥐고 있는 연체율도 뚝 떨어졌다. 2004년 말 17.24%에 달했던 연체율은 2005년 말 절반 아래인 7.89%로 떨어진 이후 올 3월 말 기준으로는 7%대 아래(6.50%)로 줄었다. 물론 2004년 말 상황이 LG카드를 청산으로까지 몰고갈 상황은 아니었다. 다만 손실 분담을 놓고 LG그룹과 채권단이 서로 ‘어떻게 하면 덜 내놓을까’로 신경전을 벌였다는 게 관련자들의 관측이다. 채권단과 LG그룹의 극적인 합의로 발등의 불을 끄자 관심은 LG카드가 누구의 품에 안길 것인가에 쏠렸다. LG카드를 인수할 경우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금융대전’에서 소매금융 시장의 최대 강자로 떠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LG카드에 대한 증자 논의가 마무리되자마자 국내외 금융기관의 러브콜이 쏟아졌다. 당시 황영기 우리금융지주 회장, 김승유 하나은행장, 하영구 씨티은행장이 바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접촉했다. 이 밖에도 HSBC, 뉴브리지캐피털, GE캐피털 등도 LG카드에 눈독을 들였다. 그렇지만 당장이라도 새 주인을 찾을 것 같던 LG카드 매각 문제는 쉽게 풀리지 않았다. 14개(은행 8개, 보험 6개)에 달하는 채권기관 간 이견 조율이 쉽지 않았다. LG카드 채권을 들고 있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LG카드를 욕심내는 서로 다른 흑심(?)도 걸림돌이었다. 그렇게 1년6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매각 늦어지면서 되레 몸값 올라 난항을 거듭하던 LG카드 매각 작업이 다시 속도를 내기 시작한 것은 지난 10일이다. LG카드 매각을 주관하고 있는 산업은행이 운영위원회를 통해 매각 방식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복잡하다. 한 가지 매각 방식이 아닌 두 가지 방식이 채택됐기 때문이다. 채권단은 공동매각 대상 금융기관 수를 9개 이내로 줄여 기존대로 공개 경쟁입찰을 계속 진행하는 방법(1안)과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한 뒤 공개매수를 진행하는 방안(2안)을 내놨다. 현재로서는 공개매수 방식이 우력하다. 다만 채권단 수가 많다 보니 일방적으로 한 가지 방안을 밀어붙이기 힘들어 형식상 한 가지 방안을 얹었다는 관측이다. 1안대로 경쟁입찰이 이뤄질 경우 9개 금융기관에서 빠진 나머지 금융기관의 경우 사실상 경영권 프리미엄을 누릴 수 없다. 그만큼 1안대로 매각이 이뤄질 가능성은 아주 낮다. 채권단 관계자는 “1안대로 경쟁입찰 방식이 채택된다면 공동매각 방식에서 빠진 금융기관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기하는 것이 된다. 프리미엄을 포기하는 것이 쉽지 않을뿐더러 이렇게 되면 해당 기관은 투자자에게 본의 아니게 손실을 입힌 것이 된다”고 밝혔다. 사실상 2안인 공개매수로 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LG카드의 몸값은 얼마나 될까? 시간이 지체되면 지체될수록 손해를 보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LG카드의 경우 매각 작업이 지연되고 공개매수가 이뤄지면서 오히려 채권단 입장에서는 반대의 상황이 벌어졌다. 다시 매각 논의가 활발했던 2005년 초로 돌아가 보자. 당시 LG카드의 주당 가치는 5000원대에 불과했다. 이를 시가총액으로 환산하면 3조4000억~3조5000억원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증권가에서는 과대평가됐다고 했다. 대체적으로 LG카드의 가치를 당시 자본 총계(4900억원대로 추정)의 2.5~3배인 1조2000억~1조5000억원 수준으로 봤다. 경영권 확보를 위한 과반수의 지분 확보를 위해 6000억~7500억원가량의 실탄이 필요했다는 계산이다. 지금은 어떨까. 공개매수가 이뤄지면 인수금액이 당초 예상(4조원대)을 훌쩍 뛰어 넘어 5조원대로 진입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LG카드 채권단은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 때 채권단 지분 72.08% 가운데 최소 51% 이상을 사가도록 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인수자는 공개매수 절차에 따라 채권단 지분에 비례한 소액주주 지분도 함께 인수해야 하기 때문에 71% 이상의 지분을 사들여야 한다. 매각작업은 지연됐지만 LG카드의 내실이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호전돼 몸값이 껑충 뛴 셈이다. 주가 역시 2005년 초 적정주가가 5000원대로 평가됐지만 지금은 4만원대 중반에서 거래되고 있다. 몸값이 오른 만큼 LG카드의 채권을 손에 쥐고 있는 채권단은 쾌재를 불러야 한다. 휴지조각이 될 뻔했던 주식이 ‘복덩이’가 됐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상하게도 표정이 밝지만은 않다. 채권기관별로 입장이 다르기 때문이다. 입장 차이는 LG카드의 인수 후보로 거론된 채권기관일수록 더하다. 농협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하지 표정 관리를 못하고 있다. 농협은 LG카드의 지분 14.59%를 보유해 산업은행(22.93%)에 이어 2대 주주 위치에 있다. 공개매수로 매각 단가가 높아지면서 지분 매각으로 더 많은 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문제는 농협이 LG카드 인수를 노리고 있다는 점이다. 팔려는 입장에서는 매각 단가 인상을 반겨야 하지만 사려는 입장에서는 인수 가격이 높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양손에 떡을 쥐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내부적으로는 공개매수로 매각 단가가 높아질 경우 LG카드 인수에 따른 실익이 없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농협 관계자는 “채권자 입장에서는 더 높은 가격을 받아야 하고, 인수자 입장에서는 최대한 낮은 가격에 지분을 사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며 “지금과 같이 인수 가격이 5조원을 넘을 경우 상당한 부담이 되기 때문에 무리하게 인수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농협이 LG카드 인수를 포기하고 최대한 매각 가격을 높이 받아 실리를 챙기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외국계 투자은행들도 군침 신한지주도 상황은 비슷하다. LG카드 지분 7.14%를 보유해 산업, 농협, 국민, 우리에 이어 5대 주주 위치에 있는 신한지주 역시 LG카드 인수에 관심이 있다. 적극적인 인수 의사를 내비치고 있지만 공개매수로 인해 후보자 간 경쟁이 치열해져 가격이 올라가는 상황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농협이나 신한지주나 매각 방식이 공개매수로 바뀌면서 주춤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LG카드 입찰 적격자로 선정된 곳은 농협,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 SC제일은행, MBK파트너스 등 5곳이다. SC제일은행과 MBK파트너스 등으로서는 농협과 신한지주가 가격부담으로 한발 물러선 상황을 반길 수도 있다. 그렇다고 맘 놓고 있을 상황은 못된다. 공개매수 방식의 성격상 5곳 이외의 경쟁자가 나설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부의 반대로 입찰을 포기한 우리금융지주나 중도에 떨어져 나간 영국의 바클레이즈은행은 물론 막대한 자금력을 가진 외국계 투자은행(IB)들이 공개매수 대열에 끼지 말란 법이 없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이런 점을 부인하고 있다. 주관사가 선정한 우선협상 대상자에게만 주식을 팔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렇지만 제3의 입찰자가 기존의 협상자들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할 경우 각각의 채권단이 어떤 고민을 할지는 알 수 없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산업은행은 공개매수 방식이 추진될 경우 현재 선정된 5곳의 입찰 적격자들로부터 인수 가격 등 구체적 조건이 담긴 입찰 제안서를 받아 8월 말 정도에 우선협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9월 말 우선협상자의 정밀실사 및 세부 가격협상을 거쳐 연내에는 LG카드 매각작업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어쨌든 LG카드 매각은 ‘제2라운드’에 돌입했다. ‘총성 없는 전쟁’이라는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누가 승자가 되느냐가 문제다. 공개매수로 가격이 높아져 ‘상처뿐인 영광’이 될지, 치열한 전투를 이긴 ‘영광의 승리자’가 될지 두 갈래 길이 남아 있을 뿐이다.

공개매수란? 공개매수는 특정 회사의 경영권을 인수할 목적으로 장외에서 일반 주주를 대상으로 공개적으로 주식을 사들이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공개적으로 매수 조건을 내세운 후 일정 기간 이에 응한 사람의 주식을 매수한다. 보통 시중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주식을 매수하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드는 단점이 있지만 단기간에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대상 회사 경영진의 대응 태도에 따라 우호적·적대적·중립적 공개매수로 구분된다. 일반적으로 경영권을 인수할 정도의 주식을 장내에서 사들이면 해당 기업의 주가는 급등하게 된다. 물론 원하는 지분만큼 주식을 사기도 힘들다. 주가가 오르면 내놨던 물량도 거둬들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어느 정도 웃돈을 얹어 장외에서 주식을 사들이는 것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보통 공개매수가 완료되기 이전에 주식을 파는 것이 유리하다. 공개매수 기간 중 상승한 주가가 공개매수가 끝나고 나면 빠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공개매수 가격이 5만원이고 주식시장에서 현재 4만원 정도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면 주가는 5만원 수준까지 상승한 이후 공개매수가 끝나면 다시 4만원 아래로 떨어지는 게 보통이다. 공개매수가 실패하는 경우도 있다. 공개매수 가격이 현 주가보다 그다지 높지 않을 경우 이에 응하지 않는 투자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반대로 전체 주식의 50%까지만 사들이겠다고 발표했는데 60%의 주식이 공개매수에 응했다면 추가로 일정 비율을 더 사들이기도 하고, 마치 공모주청약을 받듯 경쟁률에 따라 나눠 매수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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