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으면 지혜로워진다고?
늙으면 지혜로워진다고?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대본 작가 에이프런 에세이집 출간 “출산(出産)이 재미있는 일은 아니지만 결국 큰 선물을 얻게 된다. 고령(高齡)은 사정이 다르다”고 여류작가 노라 에이프런은 말했다. 에이프런은 65세에 불과하고 10년은 충분히 젊어 보이지만, 괜히 하는 소리가 아니다, 이미 노화의 조짐을 겪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옷 사러 쇼핑 다닐 때다. “들어가 봐야 소용없는 가게들이 있다. 설령 들어가 본들 살 물건이라곤 검은색 바지밖에 없다.” 글을 쓸 때도 늙었음을 인식한다. “컴퓨터에서 3년 전 쓴 글을 꺼내 본다. 전에는 서체가 작은 10포인트 글자도 잘 읽혔다. 지금은 14포인트로 쓴다. 16포인트인 경우도 있다.” 목 이야기도 빼놓기 힘들다. 에이프런은 10여 편의 영화 대본(‘유브 갓 메일’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을 썼을 뿐만 아니라 소설 한 편(‘가슴앓이’)과 희곡 한 편(‘가상의 친구들’)을 썼으며, 베스트셀러 에세이집 ‘정신 나간 샐러드’와 ‘잔칫집의 꿔다놓은 보릿자루’도 냈다. 최근에 낸 에세이집 ‘내 목이 못마땅해(I Feel Bad About My Neck: And Other Thoughts on Being a Woman)’에는 맨해튼의 부동산과 백악관에서 인턴 직원으로 일한 존 F 케네디 시절의 이야기 등이 실렸다(책 제목을 더 멋지게 지을 사람이 있을까?). “케네디가 내게 눈길을 주지 않았어도 서운하지는 않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제대로 입을 옷이 없다는 사실이 더 속상했다.” 나이 먹어가며 겪는 애환이 이 책의 주제다. 에이프런의 작품 성격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 지혜를 얻는 보상 따위의 진부한 소리는 기대하지 않는다. “나이 들면서 지혜가 생겨 참으로 행복하니 어쩌니 하는 글들을 지난 15년 동안 읽어왔다”고 그는 말했다. “나는 줄곧 생각했다. 제정신인가? 그 사람들은 거울도 안 보나? 포핸드로 공을 넘길 때 어깨가 빠지지 않도록 조심하지도 않나? 인터넷 데이트나 하자고 스무 살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조금이라도 젊어진다면 좀 좋을까. 말할 필요도 없다.” 에이프런은 어느 정도의 성형수술은 찬성한다. “의사에게 ‘피곤해 보이는 인상만 피하고 싶다’고 말하면 된다. 그러면 큰 손질을 하지 않고도 본모습이 찾아진다.” 그러나 에세이집 제목에 드러나듯이 축 늘어진 목살은 얼굴을 대폭 손질해야만 고쳐지며, 자신은 “거울 속에서 피부가 팽팽한 낯선 사람의 얼굴을 보느니 차라리 눈을 좀 찡그리고 이 가련한 얼굴과 목을 보는 편이 낫겠다”고 적었다. “목을 즐겨라”고 작가는 당부한다. “장난으로 하는 소리가 아니라 정말 시간 문제다. 목이 드러나는 복장으로 돌아다녀라. 그 옷들은 머지않아 복지단체에 기부될 테니.”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다. 그러나 그런 기백만 있다면 그까짓 처진 목살 한둘이 대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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