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회전문 인사 해부] 盧대통령‘청와대 참모 의존증’ 도 넘어
[참여정부 회전문 인사 해부] 盧대통령‘청와대 참모 의존증’ 도 넘어
김병준의 낙마, 문재인의 좌절. 참여정부 ‘회전문 인사’가 파열음을 내고 있다. ‘낙하산 인사’를 거부한 유진룡 문화부 차관은 취임 6개월 만에 전격 경질됐다. ‘코드 인사’의 끝은 어디인가? 대통령의 인사권은 불가침의 고유 권한인가?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은 그렇다는데 여당에서조차 권위주의 정권 시절 이야기로 치부하고 있다. 야당은 한술 더 떠 제왕적 인사권 전횡이라고 공세를 펼치고 있다. 집권 말기 난맥상을 보이고 있는 참여정부 인사를 해부한다. 박남춘 청와대 인사수석비서관을 만나 코드 인사 시비 등에 관한 청와대 입장도 들어봤다.
취업포털 커리어가 7월 직장인 1480명에게 “직장 내 낙하산 인사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사이트상에서 실시한 퀵폴이었다. 응답자들이 가장 많이 답한 것은 ‘인맥도 능력이다’로 36.2%를 기록했다. 32.5%는 ‘업무 능력만 뒷받침되면 괜찮다’고 응답했다. 이 조사 결과를 인용해 한 신문 인터넷판은 “직장인 10명 중 4명은 낙하산 인사에 대해 ‘인맥도 능력’이라며 괜찮게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보도했다. 낙하산 인사를 ‘연줄(cord) 인사’로 해석한 것이다. 참여정부의 인사를 푸는 코드는 코드(code)다. 이른바 ‘코드 인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하순 노무현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코드가 맞지 않는 인사가 좋다는 것이냐?”고 묻고는 “낙하산이라는 용어는 타당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최근 공기업의 감사 자리 등이 낙하산 인사로 채워지고 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한 노 대통령 스타일의 반응이다. 이 정부는 연고가 있다고 쓰는 연줄 인사가 아니라 정치적 지향을 같이하는 사람을 기용하는 코드 인사를 하고 있다는 항변이었다. 박남춘 청와대 인사수석비서관은 “이 정부에 부정적인 의미의 낙하산 인사, 코드 인사는 없다”며 “낙하산 인사는 개방 인사로, 코드 인사는 책임 인사 내지는 팀워크 인사로 부르는 게 맞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앙인사위원장을 지낸 김광웅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낙하산 인사나 코드 인사나 거기서 거기”라고 말했다. “민주 정부는 선거를 통해 권력을 쥐게 돼 있는데 집권하고 나면 결국 자기 사람을 쓰게 돼 있다”는 것이다. 자기 사람이니 코드가 맞을 것이고, 자기 사람이라는 사실 자체가 또 다른 코드, 즉 연줄이 닿았다는 것을 방증한다는 설명이다. 미국처럼 제도화돼 있지는 않지만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면 엽관제(獵官制·spoils system)가 작동할 수밖에 없다는 것. 엽관제란 선거에서 이긴 정당이 선거운동원과 그 당의 적극적인 지지자들에게 승리의 대가로 관직이나 다른 혜택을 주는 관행이다. 정실제도(情實制度·patronage system)라고도 한다. 정실은 사사로운 의리나 인정에 끌리는 일 또는 그런 의리나 인정에 끌려 공정성을 잃는 일을 가리킨다. 민주 정부조차 인사의 공정성을 잃을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은 셈이랄까?
미국은 능력과 전문성 우선 엽관제는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관직을 사냥하는 제도다. 선거에서 이긴 당이 전리품으로 관직을 독식하는 것을 허용하는 시스템이다. 엽관제란 말은 1812년 미국 정계에서 처음 사용됐지만 1832년 뉴욕 주 상원의원이었던 윌리엄 마시의 연설로 회자하기 시작했다. 그는 앤드루 잭슨 당시 대통령이 자신의 선거 참모들을 관료로 임용한 것을 옹호하면서 “적에게서 얻은 전리품(spoils)은 승자의 것”이라고 외쳤다. 미국 대통령이 공무원 인사 규정에 구애받지 않고 임명할 수 있는 연방정부 직은 약 3000개에 달한다. 이들 자리를 정리한 목록이 플럼북(plum book)이다. 클린턴 행정부에서 상무부 부차관보를 지낸 정동수 변호사는 “미국은 낙하산 인사가 제도화돼 있고 클린턴이 나를 기용한 것은 전형적인 낙하산 인사였다”고 말한다. 그는 “플럼북에 올라 있는 자리엔 직업 공무원들도 으레 외부 인사가 오려니 한다”고 귀띔했다. 그런 미국에서도 낙하산 인사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을 덮쳤을 때 제대로 대응을 못 해 물러난 마이클 브라운 연방재난관리청장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시사 주간지 타임은 당시 “아라비아산(産) 말 협회장 출신인 브라운의 경우 능력 없는 사람이 그런 자리를 맡으면 사람이 죽고 사는 문제가 생길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타임은 또 부시 대통령에 대해 “역대 어느 정부에서도 연방정부 요직에 정치적 충성파를 심는 연줄 인사가 이렇게 심한 적은 없었다”고 꼬집었다. 조선왕조 때도 낙하산 인사는 성행했다고 한다. 박현모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정조는 시파를 중심으로 요직 인사를 했는데 그가 편 탕평 정치란 이들 시파 인사, 즉 코드 인사와 초당파적 인사를 결합한 것”이라고 말했다. 낙하산 인사 시비는 지방정부에서도 벌어진다. 5·31 지방선거 후 김범일 대구시장, 김태호 경남지사 등은 측근들을 기용해 코드 인사, 정실 인사를 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행정학자는 “낙하산 인사든, 코드 인사든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부 요직이 대통령의 사람들로 채워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사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고 인사는 인사권자의 자유 재량 행위에 속한다”고 주장했다. 관건은 능력과 전문성이다. 인사의 투명성도 확보돼야 한다. 김광웅 교수는 “미국은 전문성부터 철저히 따지는 반면 참여정부는 코드나 지역을 우선시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의 엽관제는 능력과 전문성을 전제로 합니다. 선거 때 가동할 선거팀(campaign team)과 국정을 맡을 국정운영팀(governing team)을 별도로 운영하죠. 반면 우리나라는 이런 구분이 명확하지 않고, 선거 공신이면 으레 한자리를 차지합니다.” 이런 지적에 대해 박남춘 인사수석은 “정무직 인사에 능력과 전문성은 기본”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참여정부는 시스템 인사를 위해 인사추천위원회 제도를 도입하고 투명한 인사를 위해 검증 기준을 크게 강화했다”고 강조했다. 김광웅 교수도 “청와대 인사수석실·인사추천위 등이 후보들을 면밀히 검토하는 등 과거보다 체계적이고 객관적인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평가했다. “인사 시스템은 크게 향상됐다고 평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막상 기용되는 인물의 배경을 보면 정권 실세와 동향이거나 같은 고등학교, 아니면 같은 대학 출신일 때가 많아요.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 국민은 분노하고 좌절하게 되죠. 이 정부는 또 인물에 대한 검증을 비교적 철저히 합니다. 경쟁이 심하지 않은 경우 훌륭한 인물을 고르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죠. 그러나 인사 전반에 대한 평가는 몇몇 요직에 대한 인사를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습니다. 한두 자리에 대한 인사를 잘못해 전체의 인상을 흐려 놓은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는 “논문 문제로 대학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킨 김병준 교육부총리의 기용은 감시와 규제의 대상인 인물을 감시자의 총수로 임명한 격”이라고 말했다. 김 전 부총리는 ‘회전문 인사’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회전문 인사란 일부 인사가 청와대와 내각의 주요 보직을 돌아가면서 맡는 것. 7·3 개각 당시 김 전 부총리가 권오규 경제부총리와 함께 입각함으로써 참여정부의 세 부총리 자리는 청와대 전·현직 정책실장과 전직 비서실장(김우식 과기부총리)으로 채워졌다.
부총리 3인 모두 청와대 출신 권 부총리는 5월까지 차관급인 경제정책수석으로 있었다. 재직 기간은 약 한 달. 다음달 장관급인 정책실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7·3 개각 때 다시 부총리로 영전한다. 한 달여 만에 세 자리를 거치면서 차관급에서 부총리로 초고속 승진한 것이다. 회전문 인사의 전형이다. 김 전 부총리의 낙마로 한 명이 줄어들었지만 7·3 개각 당시 20명의 국무위원 중 8명이 청와대 출신이었다(표1 참조). 이쯤 되면 노 대통령의 ‘참모 의존증’이 도를 넘은 셈이다. 참모 출신 각료들은 그들대로 향권성(向權性) ‘해바라기’가 될 개연성이 크다. 청와대는 공기업 감사는 외부인이 맡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박남춘 인사수석은 “국정 책임자와 책임 의식을 공유하는 사람이라야 기존 조직의 이해에 포획되지 않고 견제를 확실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광웅 교수도 “정치인을 공기업의 감사로 보내는 것을 전적으로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산업자원위에서 활동하던 국회의원이 석유공사나 가스공사의 감사를 맡는다면 업무에 대해 무지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설사 전문성이 없다고 하더라도 정치적 식견이나 감각으로 조직을 끌고나갈 수도 있어요. 문제는 이런 일이 빈발할 때 조건이 더 나은 사람들에게 돌아갈 기회가 봉쇄되고 그 결과 인적 자원이 사장된다는 것이죠.” 공기업 평가 작업에 참여했던 한 행정학자는 그러나 “감사도 업무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공기업 감사도 해당 기업의 업무에 대한 전문성이 있어야 합니다. 뭘 알아야 감사를 하죠. 그런 점에서 논공행상 차원에서 전직(前職)을 제공하기 위해 정치인을 감사로 보내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감사가 제대로 안 되면 그 비용을 고스란히 해당 공기업이 물어야 할 뿐더러 결국 이것은 국민 부담으로 돌아오기 때문이죠.” 그는 “정치인 출신 감사가 사장을 견제하기는커녕 오히려 사장과 밀착돼 정치권 바람막이 역할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기획예산처에 따르면 15개 주요 공기업 감사 중 10명이 정치권 출신이다. 최근엔 증권선물거래소 감사로 5·31 지방선거 때 강금실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후보 캠프에서 일한 김영환씨가 내정돼 거래소 노조가 파업을 결의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노조와 흥사단 투명사회운동본부는 김씨의 진입을 ‘보은성’ 낙하산 인사로 규정했다. 올해 마흔셋인 김씨는 부산 출신으로 강금실 캠프에서 정책팀장을 맡았었다. 서울대 공대를 나와 1995년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했고, 현재 전략 컨설팅에 종사하고 있다. 한국신용정보 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재경부 국장 출신의 이용희 전임 감사보다 열세 살 아래. 무엇보다 증권시장과 관련한 경력이 없다. 김씨 자신은 “무슨 운동을 한 일은 없지만 지인들이 도와줬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최근 전기안전공사 감사에 내정된 김남수 전 청와대 비서관은 지난 3월 국가청렴위원회가 골프 규제령을 내린 지 사흘 만에 기업인 등과 골프를 친 것이 알려지면서 청와대를 떠난 인물. 전기안전공사와 관련한 일에 종사한 일도 없다. 공개 모집을 의무화한 92개 정부 산하기관에도 20명의 범여권 출신 기관장이 진을 치고 있다. 이들의 비율은 전체의 21.7%에 달한다. (표2 참조) 6월 초 공석이던 국책방송 아리랑국제방송(아리랑TV) 부사장에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실에서 김모 전 국무총리 비서실 비서관을 추천했다. 의원 보좌관, 서울시 의원을 지낸 김씨에 대해 유진룡 문화관광부 차관은 “우리 문화를 해외에 알리는 아리랑TV 업무와 연관이 없는 인물”이라며 불가하다는 입장을 청와대에 전달했다. 이후 유 차관은 아리랑TV 쪽에 “경영 상태가 좋지 않으니 차제에 부사장 자리를 없애는 게 좋겠다”고 주문했고, 아리랑TV는 이사회를 열어 부사장직을 폐지했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 홍보수석실의 모 비서관은 유 차관에게 전화로 “배 째 달라는 말씀이냐? 그러면 째 드리겠다”고 폭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유 차관은 두 차례에 걸쳐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공직기강 조사를 받았다. 그가 괘씸죄에 걸렸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지난 8일 단행된 차관급 인사에서 유 차관은 취임 6개월 만에 전격 경질됐다. 청와대의 ‘낙하산 인사’를 거부한 정통 문화 관료가 거세된 것이다. 전문성을 무시한 코드 인사란 ‘제 식구 챙기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님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경질된 문화부 차관은 괘씸죄? 노 대통령은 6일 여당 지도부와의 오찬 회동에서 “인사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고 선언했다. 여당이 문재인 전 민정수석의 법무부 장관 기용은 안 된다고 반발한 데 대해서는 “밖에서 그러지 말고 협상하자”면서 “당은 적절한 절차를 통해 건의할 수 있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문병호 열린우리당 제1정조위원장은 이에 앞서 “대통령 고유의 인사권은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대 이야기”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이 위임한 권리인 만큼 국민의 뜻을 헤아려 인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의 인사권에 당이 지나치게 간섭하고 있다”는 전날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의 발언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인사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는 청와대의 원론적 선언에 여당 의원이 제동을 건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한 행정학 전공 교수는 “대통령에 대한 신뢰, 대통령에 대한 존경심이 없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참여정부가 신뢰자산을 축적하지 못했기 때문에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도 존중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의당 있을 수 있는 코드 인사조차 코드(chord) 인사가 되지 못하는 까닭이다. 노 대통령은 6일 오찬 당시 문재인 전 민정수석의 법무부 장관 기용설에 대한 당내 비판을 겨냥해 “내가 20% 지지를 받는 대통령이라고 무시하는 것이냐”면서 “나도 (언젠가) 뜹니다”라고 말했다. 7월 25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여론조사회사 디오피니언에 의뢰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노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도는 19.7% 수준이다. 코드 인사, 보은 인사 등 인사 논란을 잠재우려면 대통령이 추락한 위신을 회복해야 한다.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이뤄져야겠지만 대통령의 인사권도 존중돼야 한다. 노 대통령 식 ‘오기 인사’도 인사권이 제대로 행사될 때 차단될 수 있을지 모른다. “믿지 못하면 쓰지 말고, 썼으면 믿으라”는 인사 경구를 이렇게 패러디해 보자. “맡기지 못하겠으면 뽑지 말고, 뽑았으면 맡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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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능력과 전문성 우선 엽관제는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관직을 사냥하는 제도다. 선거에서 이긴 당이 전리품으로 관직을 독식하는 것을 허용하는 시스템이다. 엽관제란 말은 1812년 미국 정계에서 처음 사용됐지만 1832년 뉴욕 주 상원의원이었던 윌리엄 마시의 연설로 회자하기 시작했다. 그는 앤드루 잭슨 당시 대통령이 자신의 선거 참모들을 관료로 임용한 것을 옹호하면서 “적에게서 얻은 전리품(spoils)은 승자의 것”이라고 외쳤다. 미국 대통령이 공무원 인사 규정에 구애받지 않고 임명할 수 있는 연방정부 직은 약 3000개에 달한다. 이들 자리를 정리한 목록이 플럼북(plum book)이다. 클린턴 행정부에서 상무부 부차관보를 지낸 정동수 변호사는 “미국은 낙하산 인사가 제도화돼 있고 클린턴이 나를 기용한 것은 전형적인 낙하산 인사였다”고 말한다. 그는 “플럼북에 올라 있는 자리엔 직업 공무원들도 으레 외부 인사가 오려니 한다”고 귀띔했다. 그런 미국에서도 낙하산 인사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을 덮쳤을 때 제대로 대응을 못 해 물러난 마이클 브라운 연방재난관리청장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시사 주간지 타임은 당시 “아라비아산(産) 말 협회장 출신인 브라운의 경우 능력 없는 사람이 그런 자리를 맡으면 사람이 죽고 사는 문제가 생길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타임은 또 부시 대통령에 대해 “역대 어느 정부에서도 연방정부 요직에 정치적 충성파를 심는 연줄 인사가 이렇게 심한 적은 없었다”고 꼬집었다. 조선왕조 때도 낙하산 인사는 성행했다고 한다. 박현모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정조는 시파를 중심으로 요직 인사를 했는데 그가 편 탕평 정치란 이들 시파 인사, 즉 코드 인사와 초당파적 인사를 결합한 것”이라고 말했다. 낙하산 인사 시비는 지방정부에서도 벌어진다. 5·31 지방선거 후 김범일 대구시장, 김태호 경남지사 등은 측근들을 기용해 코드 인사, 정실 인사를 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행정학자는 “낙하산 인사든, 코드 인사든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부 요직이 대통령의 사람들로 채워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사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고 인사는 인사권자의 자유 재량 행위에 속한다”고 주장했다. 관건은 능력과 전문성이다. 인사의 투명성도 확보돼야 한다. 김광웅 교수는 “미국은 전문성부터 철저히 따지는 반면 참여정부는 코드나 지역을 우선시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의 엽관제는 능력과 전문성을 전제로 합니다. 선거 때 가동할 선거팀(campaign team)과 국정을 맡을 국정운영팀(governing team)을 별도로 운영하죠. 반면 우리나라는 이런 구분이 명확하지 않고, 선거 공신이면 으레 한자리를 차지합니다.” 이런 지적에 대해 박남춘 인사수석은 “정무직 인사에 능력과 전문성은 기본”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참여정부는 시스템 인사를 위해 인사추천위원회 제도를 도입하고 투명한 인사를 위해 검증 기준을 크게 강화했다”고 강조했다. 김광웅 교수도 “청와대 인사수석실·인사추천위 등이 후보들을 면밀히 검토하는 등 과거보다 체계적이고 객관적인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평가했다. “인사 시스템은 크게 향상됐다고 평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막상 기용되는 인물의 배경을 보면 정권 실세와 동향이거나 같은 고등학교, 아니면 같은 대학 출신일 때가 많아요.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 국민은 분노하고 좌절하게 되죠. 이 정부는 또 인물에 대한 검증을 비교적 철저히 합니다. 경쟁이 심하지 않은 경우 훌륭한 인물을 고르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죠. 그러나 인사 전반에 대한 평가는 몇몇 요직에 대한 인사를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습니다. 한두 자리에 대한 인사를 잘못해 전체의 인상을 흐려 놓은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는 “논문 문제로 대학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킨 김병준 교육부총리의 기용은 감시와 규제의 대상인 인물을 감시자의 총수로 임명한 격”이라고 말했다. 김 전 부총리는 ‘회전문 인사’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회전문 인사란 일부 인사가 청와대와 내각의 주요 보직을 돌아가면서 맡는 것. 7·3 개각 당시 김 전 부총리가 권오규 경제부총리와 함께 입각함으로써 참여정부의 세 부총리 자리는 청와대 전·현직 정책실장과 전직 비서실장(김우식 과기부총리)으로 채워졌다.
부총리 3인 모두 청와대 출신 권 부총리는 5월까지 차관급인 경제정책수석으로 있었다. 재직 기간은 약 한 달. 다음달 장관급인 정책실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7·3 개각 때 다시 부총리로 영전한다. 한 달여 만에 세 자리를 거치면서 차관급에서 부총리로 초고속 승진한 것이다. 회전문 인사의 전형이다. 김 전 부총리의 낙마로 한 명이 줄어들었지만 7·3 개각 당시 20명의 국무위원 중 8명이 청와대 출신이었다(표1 참조). 이쯤 되면 노 대통령의 ‘참모 의존증’이 도를 넘은 셈이다. 참모 출신 각료들은 그들대로 향권성(向權性) ‘해바라기’가 될 개연성이 크다. 청와대는 공기업 감사는 외부인이 맡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박남춘 인사수석은 “국정 책임자와 책임 의식을 공유하는 사람이라야 기존 조직의 이해에 포획되지 않고 견제를 확실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광웅 교수도 “정치인을 공기업의 감사로 보내는 것을 전적으로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경질된 문화부 차관은 괘씸죄? 노 대통령은 6일 여당 지도부와의 오찬 회동에서 “인사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고 선언했다. 여당이 문재인 전 민정수석의 법무부 장관 기용은 안 된다고 반발한 데 대해서는 “밖에서 그러지 말고 협상하자”면서 “당은 적절한 절차를 통해 건의할 수 있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문병호 열린우리당 제1정조위원장은 이에 앞서 “대통령 고유의 인사권은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대 이야기”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이 위임한 권리인 만큼 국민의 뜻을 헤아려 인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의 인사권에 당이 지나치게 간섭하고 있다”는 전날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의 발언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인사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는 청와대의 원론적 선언에 여당 의원이 제동을 건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한 행정학 전공 교수는 “대통령에 대한 신뢰, 대통령에 대한 존경심이 없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참여정부가 신뢰자산을 축적하지 못했기 때문에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도 존중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의당 있을 수 있는 코드 인사조차 코드(chord) 인사가 되지 못하는 까닭이다. 노 대통령은 6일 오찬 당시 문재인 전 민정수석의 법무부 장관 기용설에 대한 당내 비판을 겨냥해 “내가 20% 지지를 받는 대통령이라고 무시하는 것이냐”면서 “나도 (언젠가) 뜹니다”라고 말했다. 7월 25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여론조사회사 디오피니언에 의뢰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노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도는 19.7% 수준이다. 코드 인사, 보은 인사 등 인사 논란을 잠재우려면 대통령이 추락한 위신을 회복해야 한다.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이뤄져야겠지만 대통령의 인사권도 존중돼야 한다. 노 대통령 식 ‘오기 인사’도 인사권이 제대로 행사될 때 차단될 수 있을지 모른다. “믿지 못하면 쓰지 말고, 썼으면 믿으라”는 인사 경구를 이렇게 패러디해 보자. “맡기지 못하겠으면 뽑지 말고, 뽑았으면 맡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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