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인들 밤낮이 없다] ‘큰손’들 지갑 누가 먼저 여나
[금융인들 밤낮이 없다] ‘큰손’들 지갑 누가 먼저 여나
'강남 1번지’로 불리는 도곡동에는 돈이 많은 만큼 금융기관도 즐비하다. 금융기관을 이용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만큼 편리할 수밖에 없다. 몇 발짝 움직이지 않아도 필요한 금융 업무를 다 볼 수 있다. 금융기관들 역시 멋진 빌딩 안에 위치해 있어 그런지 겉모습은 그럴싸하다. 속내는 어떨까? 도곡동에 위치한 금융기관 종사자들은 남모를 고통을 안고 있다. 무엇보다 많은 금융기관이 한곳에 모여 있다 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고객 입장에서는 편하지만 그만큼 고객을 잡기 위한 금융기관들의 몸부림은 처절하기까지 하다. 더군다나 이곳 지점에서 일하고 있는 PB를 비롯한 인력들은 각 은행이 엄선한 말 그대로 최정예 요원이라고 보면 틀리지 않다. 금융기관 숫자도 많고 거기에 일하고 있는 인력 또한 한 가락씩 한다는 ‘고수’라는 얘기다. 군대로 치면 보병과 특수부대가 만난 게 아니라 최정예 특수부대끼리 맞붙은 셈이다. 불꽃이 튀길 수밖에 없다. 영업 경쟁도 치열하다.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알려진 우편을 통한 DM 마케팅은 기본이다. 그렇지만 큰 효과를 기대하기는 무리다. 종이 한 장으로 눈 높은 고객들의 시선을 끌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객을 끌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 전쟁이 펼쳐진다.
전문가 뺨치는 ‘큰손’들 많아 금융·부동산 관련 세미나는 기본이고 음악회·전시회·요리강습 등 다양한 이벤트가 벌어진다. 그렇다고 몇백 명을 대상으로 하는 것도 아니다. 불과 20~30명이 타깃이다. 심지어 고객들을 모아 놓고 은행 지점에서 ‘금리 PT(프레젠테이션)’까지 이뤄진다. 이를 통해 좋은 금융 상품이 무엇이고, 금리는 얼마를 줄 수 있으며, PB들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품질은 어느 정도인가를 스스로 강하게 홍보해야 한다. 도곡동 한 금융기관에서 일하는 김 차장은 “요즘은 부자 손님들을 상대로 국내외 펀드도 팔고, 주식·부동산 상담도 해야 하기 때문에 부자 손님들 입장에서 보면 은행이나 증권사나 별 차이도 없다”고 말한다. 그의 눈에는 도곡동 주변 증권사까지 한마디로 말해 경쟁 점포인 셈이다. 국민은행 도곡동 PB센터의 경우 두 달에 한 번씩 지점 내 그림을 바꾸는 ‘갤러리 뱅크’를 운영하고 있다. 그림 바꾸는 일 역시 전문 화랑에 맡기고 있다. 이 지점 윤중재 지점장은 “주변 금융기관들이 워낙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다 보니 좀 더 색다른 이벤트를 꾸미게 됐다”며 “지금은 그림이 바뀔 때마다 그림만 보러오는 고객들이 있다”고 전했다. 각 은행들이 벌이고 있는 전쟁 못지 않게 까다로운 고객 성향도 도곡동 금융기관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어려움이다. 이곳을 찾는 고객들은 말 그대로 요구하는 사항이 복잡하고 까다롭다. 반면 로열티(충성도)는 떨어진다. 조금만 문제가 있어도 콤플레인(불만)을 제기한다. 주변 증권사 모 지점장은 “다른 강남 지점에도 근무해 본 적이 있지만 이곳 고객들이 더 쌀쌀맞고 조금만 문제가 있어도 금방 거래처를 옮기는 경향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고객이 한 곳만 거래하는 게 아니라 여러 지점을 동시에 거래하기 때문에 옮기면 그만이라는 얘기다. 여기에다 몇 십억원씩 굴리는 고객들이 많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거꾸로 PB가 손님에게 배워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한번에 수십억원을 굴리는 고객들은 부동산·세금·채권·주식·해외부동산·해외펀드에 대해 ‘빠꿈이(전문가)’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PB들이 고객들에게 평가받는 경우도 많다. 어느 PB는 자질이 어떻고, 어느 PB는 금리를 얼마를 주고, 어느 PB는 실력이 어떻고 하면서 말이다. 비교대상에 떠오른 PB들은 한마디로 ‘죽을 맛’이다. 이 동네의 한 PB는 “부자 손님들은 통상 한 은행 PB센터에 10억원 정도 맡기고, 2~3곳을 동시에 이용한다. 이런 고객들의 경우 대략 부동산이 50억원 정도 되기 때문에 재산이 100억원에 달한다고 보면 틀리지 않는다”고 말한다. 또 한 가지 안고 있는 문제점은 바로 높은 임대료 수준이다. 예를 들어 군인공제회나 아카데미스위트, 삼성엔지니어링 본사 같은 곳은 임대료가 전세로 따져 평당 5000만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센 곳은 6000만원도 넘는다.
가장 치열한 생존경쟁의 현장 이에 따라 이곳에 들어가는 있는 금융기관 점포들의 임대보증금, 즉 전세금도 적지않은 규모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은행 점포를 하나 내려면 공유湧岵?포함해 200~300평이 되어야 하는데, 이에 들어가는 전세보증금만 해도 150억~200억원에 달한다”고 설명한다. 게다가 간혹 입주를 놓고 입찰 경쟁까지 벌어지기도 한다. 실제 국민은행 도곡동 PB센터의 경우 2002년 12월 이곳으로 들어올 때 입찰 경쟁을 벌였다. 당시 삼성엔지니어링 빌딩 측이 “한 200억원 이상은 써야 들어올 수 있는데, 3~4군데 은행 측에 공개 입찰을 하겠다”고 제안했었다. 이런 우여곡절을 거쳐 간신히 입성할 수 있었다. 이 같은 비싼 임대보증금은 거꾸로 도곡동 지점들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엄청난 임대보증금 이자까지 감안하면 다른 지역보다 훨씬 많은 수익을 올려야 한다. 한 시중은행 박모 차장은 “처음에 발령받아 이 동네로 왔을 때는 남들이 선호하는 지역으로 와서 속으로 좋아했지만, 영업 경쟁이 뜨거운 것을 보고 놀랐다”며 “도곡동 은행 점포들은 다른 지역 점포들보다 더 높은 실적 목표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지역 점포들은 직원들에게 ‘부자 손님을 만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에 통상 전년 대비 20~30% 높은 목표를 지시받는다. 이는 서울 시내 다른 지역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서울 시내 다른 지점들은 통상 여신 잔액이 평균 1000억원 정도면 충분히 장사를 해 남길 수 있지만, 도곡동은 사무실 임대료가 비싸 최소한 2000억원은 해야 남는 장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곳 사무실 임대료가 다른 지역의 2~3배는 되기 때문이다. 더 재미있는 것은 이 동네 은행들은 여신(돈을 빌려주는 것)보다는 수신(돈을 예치시키는 것)에 치중한다는 것. 돈을 빌리러 오는 사람보다 돈을 굴리러 오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비싼 임대료·인건비·관리비 등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흑자 내는 점포는 그리 많지 않다는 게 이곳 은행 사람들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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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뺨치는 ‘큰손’들 많아 금융·부동산 관련 세미나는 기본이고 음악회·전시회·요리강습 등 다양한 이벤트가 벌어진다. 그렇다고 몇백 명을 대상으로 하는 것도 아니다. 불과 20~30명이 타깃이다. 심지어 고객들을 모아 놓고 은행 지점에서 ‘금리 PT(프레젠테이션)’까지 이뤄진다. 이를 통해 좋은 금융 상품이 무엇이고, 금리는 얼마를 줄 수 있으며, PB들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품질은 어느 정도인가를 스스로 강하게 홍보해야 한다. 도곡동 한 금융기관에서 일하는 김 차장은 “요즘은 부자 손님들을 상대로 국내외 펀드도 팔고, 주식·부동산 상담도 해야 하기 때문에 부자 손님들 입장에서 보면 은행이나 증권사나 별 차이도 없다”고 말한다. 그의 눈에는 도곡동 주변 증권사까지 한마디로 말해 경쟁 점포인 셈이다. 국민은행 도곡동 PB센터의 경우 두 달에 한 번씩 지점 내 그림을 바꾸는 ‘갤러리 뱅크’를 운영하고 있다. 그림 바꾸는 일 역시 전문 화랑에 맡기고 있다. 이 지점 윤중재 지점장은 “주변 금융기관들이 워낙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다 보니 좀 더 색다른 이벤트를 꾸미게 됐다”며 “지금은 그림이 바뀔 때마다 그림만 보러오는 고객들이 있다”고 전했다. 각 은행들이 벌이고 있는 전쟁 못지 않게 까다로운 고객 성향도 도곡동 금융기관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어려움이다. 이곳을 찾는 고객들은 말 그대로 요구하는 사항이 복잡하고 까다롭다. 반면 로열티(충성도)는 떨어진다. 조금만 문제가 있어도 콤플레인(불만)을 제기한다. 주변 증권사 모 지점장은 “다른 강남 지점에도 근무해 본 적이 있지만 이곳 고객들이 더 쌀쌀맞고 조금만 문제가 있어도 금방 거래처를 옮기는 경향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고객이 한 곳만 거래하는 게 아니라 여러 지점을 동시에 거래하기 때문에 옮기면 그만이라는 얘기다. 여기에다 몇 십억원씩 굴리는 고객들이 많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거꾸로 PB가 손님에게 배워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한번에 수십억원을 굴리는 고객들은 부동산·세금·채권·주식·해외부동산·해외펀드에 대해 ‘빠꿈이(전문가)’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PB들이 고객들에게 평가받는 경우도 많다. 어느 PB는 자질이 어떻고, 어느 PB는 금리를 얼마를 주고, 어느 PB는 실력이 어떻고 하면서 말이다. 비교대상에 떠오른 PB들은 한마디로 ‘죽을 맛’이다. 이 동네의 한 PB는 “부자 손님들은 통상 한 은행 PB센터에 10억원 정도 맡기고, 2~3곳을 동시에 이용한다. 이런 고객들의 경우 대략 부동산이 50억원 정도 되기 때문에 재산이 100억원에 달한다고 보면 틀리지 않는다”고 말한다. 또 한 가지 안고 있는 문제점은 바로 높은 임대료 수준이다. 예를 들어 군인공제회나 아카데미스위트, 삼성엔지니어링 본사 같은 곳은 임대료가 전세로 따져 평당 5000만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센 곳은 6000만원도 넘는다.
가장 치열한 생존경쟁의 현장 이에 따라 이곳에 들어가는 있는 금융기관 점포들의 임대보증금, 즉 전세금도 적지않은 규모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은행 점포를 하나 내려면 공유湧岵?포함해 200~300평이 되어야 하는데, 이에 들어가는 전세보증금만 해도 150억~200억원에 달한다”고 설명한다. 게다가 간혹 입주를 놓고 입찰 경쟁까지 벌어지기도 한다. 실제 국민은행 도곡동 PB센터의 경우 2002년 12월 이곳으로 들어올 때 입찰 경쟁을 벌였다. 당시 삼성엔지니어링 빌딩 측이 “한 200억원 이상은 써야 들어올 수 있는데, 3~4군데 은행 측에 공개 입찰을 하겠다”고 제안했었다. 이런 우여곡절을 거쳐 간신히 입성할 수 있었다. 이 같은 비싼 임대보증금은 거꾸로 도곡동 지점들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엄청난 임대보증금 이자까지 감안하면 다른 지역보다 훨씬 많은 수익을 올려야 한다. 한 시중은행 박모 차장은 “처음에 발령받아 이 동네로 왔을 때는 남들이 선호하는 지역으로 와서 속으로 좋아했지만, 영업 경쟁이 뜨거운 것을 보고 놀랐다”며 “도곡동 은행 점포들은 다른 지역 점포들보다 더 높은 실적 목표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지역 점포들은 직원들에게 ‘부자 손님을 만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에 통상 전년 대비 20~30% 높은 목표를 지시받는다. 이는 서울 시내 다른 지역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서울 시내 다른 지점들은 통상 여신 잔액이 평균 1000억원 정도면 충분히 장사를 해 남길 수 있지만, 도곡동은 사무실 임대료가 비싸 최소한 2000억원은 해야 남는 장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곳 사무실 임대료가 다른 지역의 2~3배는 되기 때문이다. 더 재미있는 것은 이 동네 은행들은 여신(돈을 빌려주는 것)보다는 수신(돈을 예치시키는 것)에 치중한다는 것. 돈을 빌리러 오는 사람보다 돈을 굴리러 오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비싼 임대료·인건비·관리비 등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흑자 내는 점포는 그리 많지 않다는 게 이곳 은행 사람들 얘기다.
전쟁터의 튀는 이 사람 | 국민은행 도곡PB센터 우혜경 팀장 40대의 여유로 고객 마음 꿰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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