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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 계열사들 다시 일어선다

대우 계열사들 다시 일어선다


강력한 판매망에 힘입어 소생… 채권단서 큰 차익 남기고 매각 1999년 말 아시아 금융위기 후유증 속에서 대우그룹은 국제 경제계로부터 파산선고를 받다시피 했다. 한국의 2위 재벌 그룹이었던 대우는 300억 달러 이상의 부채에 시달리며 세계 최대 규모의 기업 도산 사례가 됐다. 12개 대우 계열사들은 채권자의 관리 아래 들어갔다. 창업자인 김우중 회장은 회계장부 조작 혐의로 고발되자 기소되는 사태를 피하려고 해외로 도피했다. 7년 뒤, 절단됐던 대우그룹의 손발들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채권은행들의 지원과 한국 경제의 전반적인 회복세에 힘입어 대우의 조선과 무역 분야 계열사들은 기록적인 이익을 누린다. GM대우는 번창하면서 금융위기 이후 해고했던 직원 1600명을 모두 재고용했다. 새로운 대주주가 된 미국의 GM사가 계속 자사 직원들을 해고하는 현상과는 대조적이다. 대우의 건설장비 부문 회사(최근 한국의 다른 재벌 회사에 매각됐다)는 중국 시장을 선도하는 중이다. 6년간의 해외도피 생활을 청산하고 지난해 귀국한 김 회장은 징역 10년에 추징금 220억 달러를 선고받았다. 그러나 원매자들은 여전히 그의 해체된 제국에서 남은 부분들을 차지하려 각축을 벌인다. 무역·에너지 회사인 대우 인터내셔널의 최고경영자(CEO) 이태용 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대우라는 이름은 이제 더 이상 한국의 굴욕적인 금융위기를 상징하지 않는다.이제는 새로 찾은 한국 경제의 자부심과 확신을 상징한다.” 대우와 현대 계열사들의 소생은 중요한 의문을 제기한다. 과연 아시아 금융위기를 계기로 한국 기업들이 근본적으로 결함이 있으며 빚더미 위에 구축됐다는 많은 사람의 가정이 옳았음이 입증된 게 사실인가? 오늘날엔 새로운 가설이 뿌리를 내린다. 대우와 현대 같은 기업들은 원래 건실한 회사들이었으나 단기적인 요인들 때문에 파멸했다는 주장이다. 그 단기적인 요인 중에는 국제통화기금(IMF)이 55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제공하는 대가로 강요했던 고금리도 포함된다. 서울시립대의 윤창현 경영학 교수는 “IMF가 부과한, 연간 30%라는 터무니없이 높은 금리가 아니었다면 대우는 생존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대우는 단기 자금을 잘못 운용해 파산했다.” 김 회장이 부채에 너무 많이 의존했다는 점을 반박하는 사람은 없다. 그의 회사들 중 일부는 자본금보다 10배나 되는 부채를 갖고 있었다. 부채비율이 지나치게 높다 보니 많은 경제전문가조차 대우가 훌륭한 선박·자동차·TV·전화·굴착기 제품을 경쟁력 있는 가격에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보지 못했다. 그리고 김 회장의 적극적인 세계 진출 전략(예를 들어 그는 우즈베키스탄에 자동차 공장을 세우려 했다)은 그의 파멸을 불러온 결정적인 무리수로 간주됐다. 그러나 그가 세계 각지에 구축한 대우의 탁월한 판매망은 오늘날 대우 계열사들의 강점으로 평가받는다. 김 회장은 90년대 초 자칭 ‘세계 경영’을 내세우며 세계적인 판매·제조망을 구축했다. 그는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같은 거대 신흥시장들에 초점을 맞췄다. 이들 나라를 지칭하는 ‘BRICs’ 전략이 일반화되기 전이었다. 그의 세계적인 자회사 대우 인터내셔널은 러시아와 중국에 강력한 판매망을 만들었다. 한국이 90년대 초 이들 나라와 외교관계를 개설하기 전이었다. 오늘날 대우 인터내셔널은 800명의 직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중 약 40%는 평균 8년 동안 해외에서 근무한다. 그들 중 약 200명은 한국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 언어를 구사한다. 대우 인터내셔널은 2001년 약 1억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지만 2003년엔 채권은행단의 구조조정 프로그램에서 졸업했고, 2005년에는 1억7000만 달러의 이익을 거뒀다. 대우 계열사들을 인수하게 된 채권자들은 대부분 한국의 은행들이다. 당시에는 자금력이 있는 다른 인수자들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 그 채권은행들은 막대한 차익을 남기며 대우 계열사들을 매각한다. 몇몇 은행은 머지않아 대우건설을 70억 달러에 매각할 전망이다. 5개의 인수 의향 기업들 간에는 치열한 입찰경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최근 한국개발은행은 대우증권이 지난해 기록적인 4억 달러의 이익을 올리자 대우증권 매각 계획을 철회했다. 조선 분야 등 대우의 다른 계열사들이 매각 계획을 세운 만큼 앞으로 치열한 입찰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분석가들은 전망한다. 물론 아직도 회의론자들은 있다. 그들은 대우와 현대 같은 한국 대기업들의 소생은 주로 납세자들의 돈을 대규모로 투입한 덕분이라고 주장한다. 한국 정부는 1999년 대우그룹 해체 이후 계열사들을 살리려고 약 360억 달러나 지출했다. 그러나 대우그룹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생존한 계열사들의 자산가치가 현재 360억 달러를 훨씬 넘는다고 말한다. 이들 회사에 대한 구제금융 제공이 훌륭한 투자였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그들은 또 한국의 다른 많은 기업이 공적자금을 투입했음에도 회생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대우와 현대 계열사들이 다른 기업들과 달랐던 부분은 바로 우수한 공장들과 세계적으로 강력한 판매·마케팅망이었다. 심지어 윤 교수는 금융위기가 몇 년 늦게 발생했다면 대우그룹은 결코 도산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주장한다. “대우의 세계경영 체제가 막 열매를 맺기 시작할 때였기 때문이다.” 물론 과거 대우그룹에 어떤 상황이 발생했을 가능성은 현재 어떤 상황이 진행 중인가 하는 문제보다 중요하지 않다. 그리고 현재 진행 중인 상황은 한국에 긍정적인 충격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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