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 따라 방향 바뀌는‘권노믹스’
코드 따라 방향 바뀌는‘권노믹스’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지난 10월 25일로 취임 100일을 맞았다. 어려운 여건에서 선방했다는 평도 있지만 축하받을 만한 ‘백일 잔치’는 아니라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무색무취’하다는 소리도 들린다. 일부에서는 ‘잃어버린 자기 색깔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도 하지만 일관성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 7월 12일 국회 인사청문회 대통령 비서실 정책실장이던 그는 경제부총리에 취임하기 전부터 여권의 ‘경기부양 압력’을 받는다. 실제로 그는 내정자 시절 관여한 ‘2006년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에서 상반기 쓰고 남은 88조원을 남김없이 쓰겠다고 하는 등 제한적이나마 경기부양책을 펼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인사청문회에서 그는 다른 얘기를 했다. ‘경기부양론’ 총대를 멘 강봉균 열린우리당 의원의 ‘경기부양책’ 요구에 그는 “인위적인 경기부양은 안 된다”고 못 박았다. 노무현 정부 경제팀 내에서 ‘개방과 경기부양론자’에 가장 가까웠던 그의 첫 번째 변신이었다는 독해가 나왔다. 다소 어긋나 있다던 노무현 대통령과의 코드가 일치하는 순간이었다. 다음날 진동수 재경부 2차관은 “인위적 경기부양책은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 참여정부 출범 이후 일관된 원칙이며 하반기에도 현재의 거시정책 기조를 유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혀 그를 도왔다.
# 7월 28일 제주도 ‘달라진 권오규’가 다시 한번 확인된 날이다. 전경련이 주최한 최고경영자 포럼 강연에서다. 그는 이날도 ‘경기부양정책은 불가’하다는 메시지를 재확인했다. 권 부총리는 “재정을 통한 건설경기 부양은 하지 않겠다”고 했다. “과거와 달리 추가적인 재정을 투입해 토목공사를 벌임으로써 경기를 활성화하는 프레임이 이제는 작동하지 않는다”는 설명과 함께다. 출자총액제한제 문제에서도 과거의 그와 달랐다. 그는 출총제를 지엽말단적인 문제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장기적으로는 폐지해야 할 제도로 생각하지만 아직 시장에서는 대기업의 투명성과 책임성이 미진하다는 견해가 있다”며 사실상 폐지 불가론을 폈다. DJ정부 시절 재경부 차관보로 재직하면서 공정거래위원회의 반발에도 출총제 완화를 밀어붙였던 전력이 무색한 순간이었다.
# 9월 1일 국회 예결위 조금만 기민했다면 권 부총리의 새로운 변신을 읽을 수 있는 자리였다. 그는 이날 “체감경기가 어렵더라도 거시변수를 건드리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금리·재정 등 거시정책을 활용한 부양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교역조건 악화 때문에 감내해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것을 감내하지 않고 부양시켜 경기를 위로 올리면 그 다음 단계에서는 경기 하강이 더 커질 수 있다”며 “정부는 가급적 경기진폭을 줄이는 쪽으로 경제를 운용하고 있다”고도 했다. 여기까지는 이코노미스트에 조언을 준 거시경제학자들과 생각이 같다. 그런데 이날 그는 현 정부 사람들의 ‘생각’과는 조금 다른 뉘앙스를 풍겼다. 권 부총리는 “민생경제가 대단히 어려운 점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 경제팀 수장이 ‘현실을 직시했다’는 평이 나왔다. 전날 외신기자 회견에서 “한국 경제의 성장세가 꺾였다고 단정 짓는 것은 지나치게 성급한 판단”이라고 말했던 그다.
# 9월 19일 싱가포르 이날 국제통화기금(IMF) 연차 총회가 열리기 전 기자들과 만나 경기부양책 가능성을 처음으로 언급했다. 그는 이날 “내년 성장률 전망치인 4.6%가 바람직한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며 “고용 등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판단될 때는 ‘리밸런싱(rebalancing·재조정)’ 문제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올해는 거시경제에서 불균형이 발생해도 리밸런싱할 때가 아니라고 보고 미세조정(fine tuning)으로만 대응해 왔지만 내년에는 거시경제 운용에 여유가 있어 경기 위험에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정책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기존 거시정책 기조를 바꿔 직접적인 경기부양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었다. ‘달라진 그의 말’에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자 그는 “부양이 아니라 경기관리”라는 모호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청와대도 나서 “단기 부양은 없다”고 했지만 이미 ‘경기부양론’은 논쟁의 정점으로 치닫고 있었다. #10월 13일 재경부 국감장 국정감사를 전후로 권 부총리와 재경부 관료, 청와대의 입장은 ‘부양 공세’로 완전히 바뀌었다. 10월 9일 있었던 북한 ‘핵실험 사태’가 결정적인 전환의 계기였지만, 사실상 5·31 지방선거 완패 이후 경기부양론을 들고 나왔던 여권에 대한 굴복이었다는 해석도 나왔다. 그는 이날 “금리정책이 이제 경기둔화에 선제 대응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강봉균 의원의 질의에 “염두에 두겠다”고 답해 경기부양책을 시사하는 답변을 했다. 이를 전후로 재경부 관료들의 잇단 발언이 나왔다. 조원동 경제조정국장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실험 이후 경기 추이를 봐서 필요하다면 경기부양 쪽으로 정책 기조를 바꿀 준비도 하고 있다”고 밝혔고, 박병원 제1차관은 “내년 성장 전망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질 우려가 있다면 거시정책 기조를 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 10월 20일 서울 하얏트 호텔 이날은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가 ‘경기부양’쪽으로 선회했음을 공식화한 날이나 마찬가지다. 이날 권오규 부총리는 한국능률협회가 주최한 강연에 참석해 “사실상 불황”이라고 선언했다. 부총리가 말을 바꿨다는 비판이 거세지자 그는 “성장잠재력 이하로 성장률이 하락할 경우 잠재성장률 수준으로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경기관리는 정부의 당연한 책무”라고 응수했다. 그는 “올 3, 4분기 성장률이 떨어지고 있고 내년 1분기는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북핵 문제 등의 불확실성이 있으므로 거시경제정책에서 일정 부분 새로운 조율이 필요한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고 밝혔다. 전날 재경부 정례 브리핑에서는 “성장잠재력 이하로 성장률이 하락할 경우 잠재성장률 수준으로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경기관리는 정부의 당연한 책무”라며 미리 당위론을 설파한 후였다. 이날 권 부총리는 “재정의 조기 집행을 위해 지방자치단체 등과 논의해 내년 1월 들어서자마자 재정을 집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방법론까지 거론했다. 평소 ‘개방과 경기부양’을 강조해왔던 원래의 자기 색깔로 돌아갔다는 평가도 나왔지만 여당의 압박을 받던 차에 북한 핵이 명분을 줬다는 평이 우세했다.
# 10월 23일 한은 국감장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와 권오규 부총리의 간극이 확실히 드러난 자리였다. ‘경기 관리’라는 말로 ‘부양론’이 갖는 단어의 부담감을 희석시키고 있던 권 부총리는 사흘 전 국감장에서 “거시정책 수단으로 재정·통화·환율 등이 있고 금리정책은 거시정책의 하나로 한국은행과 긴밀한 협의를 하겠다”며 “한국은행 총재와 1주일에 두 번 정도 만난다”며 협조 가능성을 제시했었다. 경기부양에 통화정책이 포함될 수 있다는 메시지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이날 이성태 총재는 전혀 다른 얘기를 했다. 그는 재경위 의원들의 ‘금리인하 압박’에 대해 “금리 결정은 경기 상황에만 좌우되지 않는다”며 당분간 금리 인하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심지어 3일 후 부산대학 강연에서 이 총재는 “경제성장률이 4∼5% 정도 되고 물가상승률이 2∼3%라면 소박한 경제상식으로 볼 때 균형금리가 아무리 낮아도 6~8% 수준은 돼야 한다”는 강경 발언까지 했다. 사실상 권오규 부총리와 재경부를 겨냥한 언급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 그 이후… 그는 최근 “거시지표는 국제적인 비교를 해봐도 별로 빠지지 않는데 실제 서민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이에 대한 대응책을 정부가 강구해야 하는데 이는 구조적인 문제와 연결돼 있다”며 경기부양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한 적이 있다. 한 달 전 내놓은 ‘기업환경 개선’ 대책에 대한 냉랭한 반응을 경험한 그는 ‘경기부양 카드’로 승부수를 던졌다. 신도시 건설이라는 깜짝 이벤트까지 더해져 이미 ‘경기부양’은 시작됐다. 대다수 경제학자가 효과를 우려하고 있지만 다시 거두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전략을 바꿀 여지는 충분하다. 힘들더라도 천천히 경제 체질을 개선해 가는 것이 옳다는 상식을 모를 리 없는 그를 내년 선거가 옥죄고 있을지도 모른다. “권 부총리가 경제의 정치화에서 자유로울 수만 있다면…”이라고 지적한 한 교수의 말이 가볍게 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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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12일 국회 인사청문회 대통령 비서실 정책실장이던 그는 경제부총리에 취임하기 전부터 여권의 ‘경기부양 압력’을 받는다. 실제로 그는 내정자 시절 관여한 ‘2006년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에서 상반기 쓰고 남은 88조원을 남김없이 쓰겠다고 하는 등 제한적이나마 경기부양책을 펼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인사청문회에서 그는 다른 얘기를 했다. ‘경기부양론’ 총대를 멘 강봉균 열린우리당 의원의 ‘경기부양책’ 요구에 그는 “인위적인 경기부양은 안 된다”고 못 박았다. 노무현 정부 경제팀 내에서 ‘개방과 경기부양론자’에 가장 가까웠던 그의 첫 번째 변신이었다는 독해가 나왔다. 다소 어긋나 있다던 노무현 대통령과의 코드가 일치하는 순간이었다. 다음날 진동수 재경부 2차관은 “인위적 경기부양책은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 참여정부 출범 이후 일관된 원칙이며 하반기에도 현재의 거시정책 기조를 유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혀 그를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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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28일 제주도 ‘달라진 권오규’가 다시 한번 확인된 날이다. 전경련이 주최한 최고경영자 포럼 강연에서다. 그는 이날도 ‘경기부양정책은 불가’하다는 메시지를 재확인했다. 권 부총리는 “재정을 통한 건설경기 부양은 하지 않겠다”고 했다. “과거와 달리 추가적인 재정을 투입해 토목공사를 벌임으로써 경기를 활성화하는 프레임이 이제는 작동하지 않는다”는 설명과 함께다. 출자총액제한제 문제에서도 과거의 그와 달랐다. 그는 출총제를 지엽말단적인 문제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장기적으로는 폐지해야 할 제도로 생각하지만 아직 시장에서는 대기업의 투명성과 책임성이 미진하다는 견해가 있다”며 사실상 폐지 불가론을 폈다. DJ정부 시절 재경부 차관보로 재직하면서 공정거래위원회의 반발에도 출총제 완화를 밀어붙였던 전력이 무색한 순간이었다.
# 9월 1일 국회 예결위 조금만 기민했다면 권 부총리의 새로운 변신을 읽을 수 있는 자리였다. 그는 이날 “체감경기가 어렵더라도 거시변수를 건드리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금리·재정 등 거시정책을 활용한 부양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교역조건 악화 때문에 감내해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것을 감내하지 않고 부양시켜 경기를 위로 올리면 그 다음 단계에서는 경기 하강이 더 커질 수 있다”며 “정부는 가급적 경기진폭을 줄이는 쪽으로 경제를 운용하고 있다”고도 했다. 여기까지는 이코노미스트에 조언을 준 거시경제학자들과 생각이 같다. 그런데 이날 그는 현 정부 사람들의 ‘생각’과는 조금 다른 뉘앙스를 풍겼다. 권 부총리는 “민생경제가 대단히 어려운 점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 경제팀 수장이 ‘현실을 직시했다’는 평이 나왔다. 전날 외신기자 회견에서 “한국 경제의 성장세가 꺾였다고 단정 짓는 것은 지나치게 성급한 판단”이라고 말했던 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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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19일 싱가포르 이날 국제통화기금(IMF) 연차 총회가 열리기 전 기자들과 만나 경기부양책 가능성을 처음으로 언급했다. 그는 이날 “내년 성장률 전망치인 4.6%가 바람직한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며 “고용 등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판단될 때는 ‘리밸런싱(rebalancing·재조정)’ 문제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올해는 거시경제에서 불균형이 발생해도 리밸런싱할 때가 아니라고 보고 미세조정(fine tuning)으로만 대응해 왔지만 내년에는 거시경제 운용에 여유가 있어 경기 위험에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정책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기존 거시정책 기조를 바꿔 직접적인 경기부양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었다. ‘달라진 그의 말’에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자 그는 “부양이 아니라 경기관리”라는 모호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청와대도 나서 “단기 부양은 없다”고 했지만 이미 ‘경기부양론’은 논쟁의 정점으로 치닫고 있었다. #10월 13일 재경부 국감장 국정감사를 전후로 권 부총리와 재경부 관료, 청와대의 입장은 ‘부양 공세’로 완전히 바뀌었다. 10월 9일 있었던 북한 ‘핵실험 사태’가 결정적인 전환의 계기였지만, 사실상 5·31 지방선거 완패 이후 경기부양론을 들고 나왔던 여권에 대한 굴복이었다는 해석도 나왔다. 그는 이날 “금리정책이 이제 경기둔화에 선제 대응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강봉균 의원의 질의에 “염두에 두겠다”고 답해 경기부양책을 시사하는 답변을 했다. 이를 전후로 재경부 관료들의 잇단 발언이 나왔다. 조원동 경제조정국장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실험 이후 경기 추이를 봐서 필요하다면 경기부양 쪽으로 정책 기조를 바꿀 준비도 하고 있다”고 밝혔고, 박병원 제1차관은 “내년 성장 전망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질 우려가 있다면 거시정책 기조를 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 10월 20일 서울 하얏트 호텔 이날은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가 ‘경기부양’쪽으로 선회했음을 공식화한 날이나 마찬가지다. 이날 권오규 부총리는 한국능률협회가 주최한 강연에 참석해 “사실상 불황”이라고 선언했다. 부총리가 말을 바꿨다는 비판이 거세지자 그는 “성장잠재력 이하로 성장률이 하락할 경우 잠재성장률 수준으로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경기관리는 정부의 당연한 책무”라고 응수했다. 그는 “올 3, 4분기 성장률이 떨어지고 있고 내년 1분기는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북핵 문제 등의 불확실성이 있으므로 거시경제정책에서 일정 부분 새로운 조율이 필요한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고 밝혔다. 전날 재경부 정례 브리핑에서는 “성장잠재력 이하로 성장률이 하락할 경우 잠재성장률 수준으로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경기관리는 정부의 당연한 책무”라며 미리 당위론을 설파한 후였다. 이날 권 부총리는 “재정의 조기 집행을 위해 지방자치단체 등과 논의해 내년 1월 들어서자마자 재정을 집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방법론까지 거론했다. 평소 ‘개방과 경기부양’을 강조해왔던 원래의 자기 색깔로 돌아갔다는 평가도 나왔지만 여당의 압박을 받던 차에 북한 핵이 명분을 줬다는 평이 우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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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23일 한은 국감장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와 권오규 부총리의 간극이 확실히 드러난 자리였다. ‘경기 관리’라는 말로 ‘부양론’이 갖는 단어의 부담감을 희석시키고 있던 권 부총리는 사흘 전 국감장에서 “거시정책 수단으로 재정·통화·환율 등이 있고 금리정책은 거시정책의 하나로 한국은행과 긴밀한 협의를 하겠다”며 “한국은행 총재와 1주일에 두 번 정도 만난다”며 협조 가능성을 제시했었다. 경기부양에 통화정책이 포함될 수 있다는 메시지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이날 이성태 총재는 전혀 다른 얘기를 했다. 그는 재경위 의원들의 ‘금리인하 압박’에 대해 “금리 결정은 경기 상황에만 좌우되지 않는다”며 당분간 금리 인하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심지어 3일 후 부산대학 강연에서 이 총재는 “경제성장률이 4∼5% 정도 되고 물가상승률이 2∼3%라면 소박한 경제상식으로 볼 때 균형금리가 아무리 낮아도 6~8% 수준은 돼야 한다”는 강경 발언까지 했다. 사실상 권오규 부총리와 재경부를 겨냥한 언급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 그 이후… 그는 최근 “거시지표는 국제적인 비교를 해봐도 별로 빠지지 않는데 실제 서민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이에 대한 대응책을 정부가 강구해야 하는데 이는 구조적인 문제와 연결돼 있다”며 경기부양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한 적이 있다. 한 달 전 내놓은 ‘기업환경 개선’ 대책에 대한 냉랭한 반응을 경험한 그는 ‘경기부양 카드’로 승부수를 던졌다. 신도시 건설이라는 깜짝 이벤트까지 더해져 이미 ‘경기부양’은 시작됐다. 대다수 경제학자가 효과를 우려하고 있지만 다시 거두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전략을 바꿀 여지는 충분하다. 힘들더라도 천천히 경제 체질을 개선해 가는 것이 옳다는 상식을 모를 리 없는 그를 내년 선거가 옥죄고 있을지도 모른다. “권 부총리가 경제의 정치화에서 자유로울 수만 있다면…”이라고 지적한 한 교수의 말이 가볍게 들리지 않는다.
권오규 말 말 말 “사실상 불황이다. 북핵 문제 등의 불확실성이 있으므로 지금은 거시경제정책에서 일정 부분 새로운 조절이 필요하다.” (10월 20일 능률협회 강연) “성장잠재력 이하로 성장률이 하락할 경우 잠재성장률 수준으로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경기관리는 정부의 당연한 책무다.” (10월 18일 정례브리핑) “기업들이 수도권 규제나 출총제 때문에 투자를 못 한다고 하면 안 된다.” (9월 28일 중앙일보 인터뷰) “인위적인 경기부양 대신 경기관리를 하겠다.”(9월 19일 기자간담회) “올해는 거시경제에서 불균형이 발생해도 리밸런싱(재조정)할 때가 아니라고 보고 미세 조정(fine tuning)으로만 대응해 왔지만 내년에는 거시경제 운용에 여유가 있어 경기 위험에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정책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9월 19일 IMF 연차총회 전 기자간담회) “인위적인 경기부양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9월 12일 기자간담회) “교역조건 악화 때문에 감내해야 하는 부분만큼 그것을 감내하지 않고 부양을 더 시켜 경기를 위로 올리면 그 다음 단계에서 경기 하강이 커질 수 있다.”(9월 1일 국회 예결위 전체회의) “한국 경제의 성장세가 꺾였다고 단정 짓는 것은 지나치게 성급한 판단이다.” (9월 1일 외신기자 간담회) “정부가 낙관 일변도로 가는 것은 아니며 정책의 미세조정으로 경기 진폭을 줄이겠다.”(8월 7일 간부회의) “과거와는 달리 재정을 투입해 토목공사를 벌임으로써 경기를 활성화하는 구조가 이젠 작동하지 않는다.”(7월 28일 전경련 CEO포럼 강연) “잠재성장률을 벗어나는 정도의 경기부양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인위적 경기부양의 경우 반작용으로 오히려 경기가 아래로 갈 수 있다.”(7월 12일 인사청문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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