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파워 중견기업] 그대 있어 ‘겨울이 따뜻했네’

[파워 중견기업] 그대 있어 ‘겨울이 따뜻했네’

▶1962 신생보일러 창업 1978 국내 최초로 보일러 해외수출 1987 로켓트보일러공업㈜로 상호 변경 1989 귀뚜라미보일러㈜ 설립 1998 대한민국 건국 50년, 50대 히트상품 선정 1999 중국 톈진공장 설립 2003 ㈜귀뚜라미 센티온 인수/ 센츄리 아산공장 인수 2005년 범양냉방 인수 - ㈜귀뚜라미범양냉방으로 법인 변경 한국능률협회 주관 브랜드 파워 8년 연속 1위 2005년 매출 3681억원. 종업원 1500명.

지금 한국의 보일러 시장은 포화상태입니다. 해마다 150만 가구의 수요가 있지만 치열한 경쟁 때문에 현상유지에 만족할 뿐 새로운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10년 전부터 해외진출을 준비하고 고민해 왔습니다.” 이동국(59) 귀뚜라미보일러 회장은 국내 수요가 한계에 이르렀다고 단언한다. 그 때문에 과당경쟁으로 업계 모두 힘들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귀뚜라미보일러도 세계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1962년 ‘신생보일러’라는 이름으로 문을 연 귀뚜라미보일러는 국내 보일러산업의 전설이다. 보일러 분야에 관한 한 언제나 ‘최초’라는 수식어를 훈장처럼 붙이며 역사를 만들어왔다. 최초로 한국에서 보일러를 생산했고 최초의 가정용 보일러와 최초의 기름보일러도 만들어냈다. 연구개발도 꾸준히 해 이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보일러 관련 특허가 560개에 달한다. 또 부품 국산화율은 98.7%를 기록하고 있다. 이 회장은 “이 정도는 돼야 토종 기업으로 자존심을 세울 수 있지 않겠습니까”라고 자문했다. 생산력도 탁월하다. 한국과 중국을 합해 세계 최대 규모인 연 100만 대의 생산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120년 전통의 독일 비스만 보일러나 일본 초푸사 등의 생산량이 1일 600대 내외에 불과하나, 귀뚜라미는 하루 3000대가 넘는다. 기술력과 생산력 모두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는 보일러 전문기업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는 게 수치로 증명된다. 귀뚜라미보일러는 해외진출에 강한 집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 회장은 이게 만만치 않은 일이라고 한다. 그 이유는 우선 국가마다 난방문화가 다르다는 점 때문이다. 이 회장은 “우리는 온돌 보일러 위주지만 가까운 중국만 해도 침대문화라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유럽은 100년이 넘는 보일러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우리는 40년이 고작이다. 보일러에 관한 경제적 장벽도 은근히 높다. 선진국이 자국 기업에 유리하게 표준을 조금만 바꿔도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환경문제 때문에 다른 제품보다 수출도 까다로운 편이다. 예컨대 유럽에서는 회로를 만들 때 납땜을 사용하면 아예 수출이 불가능할 정도다. 이 회장은 “지금은 비교적 규제가 적은 국가 위주로 수출을 하지만, 이곳에서 실력을 키워 서유럽과 미국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귀뚜라미보일러는 현재 중국·러시아·그리스·이스라엘·캐나다·일본 등 세계 20여 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최근 동유럽에 합작공장을 설립 중이다. 현재 이 회사가 가장 큰 관심을 가진 지역은 중국이다. 귀뚜라미만 중국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한국의 다른 경쟁사들은 물론 전 세계 주요 보일러 업체들이 중국 시장에 욕심을 내고 있다. 이 중에서 귀뚜라미보일러는 바닥난방, 즉 온돌식 난방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2005년 중국의 온돌 보일러 수요는 30만 대 수준이지만 매년 크게 확대되는 추세여서 시장개척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 부유층에서 인기 이 회장은 “주로 중국 부유층이 우리의 온돌 난방을 찾고 있고, 한류(韓流)의 영향으로 일반의 관심도 점점 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다행히 지금까지 귀뚜라미보일러는 성공적으로 중국에서 좋은 이미지를 만들어 왔다”며 “4~5년 후에는 중국 시장을 확 휘어잡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1980년대 귀뚜라미보일러는 품귀현상이 생길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사진은 인천에 위치한 공장.

귀뚜라미는 40년간 보일러 한 길을 걸어왔다. 하지만 지금은 다른 사업 진출도 모색하고 있다. 보일러 하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국내 보일러 산업은 소비심리 위축과 부동산 경기 침체 및 고유가 사태 등의 영향으로 수요는 감소하고 경쟁은 과열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보일러 업계는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회장은 사업다각화만이 살길이라고 생각했다. 귀뚜라미보일러는 2003년 국내 주요 에어컨업체인 센티온을 인수했고, 2005년에는 국내 최초로 에어컨을 생산했던 범양냉방을 인수했다. “보일러에서 멀리 떨어진 것은 아닙니다. 난방과 냉방은 종이 한 장 차이입니다. 그 때문에 업계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회사들과 함께 새로운 도전에 나설 수 있었습니다.” 이 회장은 앞으로는 냉난방은 물론 다양한 환기 능력을 함께 보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주택을 건설할 때도 이런 장비들을 한번에 설치하기 때문에 한 회사에서 책임지고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냉난방과 환기 시설을 원스톱 서비스하는 셈이다. 귀뚜라미보일러가 꼭 회사를 키우기 위해 기업들을 인수한 것만은 아니다. 이 회사는 360개에 달하는 대리점을 두고 있다. 보일러 대리점은 원래 한철 장사다. 겨울을 맞이하기 전 가을이 제일 바쁘다. 새로운 제품 판매뿐 아니라 가정에 설치된 제품을 수리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주택건설 경기 하락과 따뜻한 날씨로 대리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회장은 이들이 생존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물론 저희 직원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동안 귀뚜라미보일러가 성장하는 데 큰 기여를 했던 이들입니다. 어려울 때 도와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무래도 제품을 다각화하면 대리점들이 먹고사는 데 도움이 되리라고 봅니다.” 지금까지 귀뚜라미보일러는 두 번의 어려움을 겪었다. 첫 번째는 오일쇼크였다. 보일러 산업은 1970년대에 빠른 속도로 성장하다 세계 경제를 강타한 1, 2차 오일쇼크로 크게 흔들리게 된다. 정부의 에너지정책이 석탄을 중시하는 주탄종유(主炭從油)와 기름을 중시하는 주유종탄(主油從炭) 사이를 오락가락했기 때문이다. 사람들도 기름보일러를 구입할지, 연탄보일러를 구입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통에 매출이 크게 줄었다. 이미 보일러를 설치한 이들의 불만도 높아졌다. 괜히 보일러를 구입했다가 고생만 하고 있다고 항의하기 일쑤였다. 다행히 1980년대 들어 기름 가격이 안정되자 기름보일러의 수요가 증가해 위기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귀뚜라미보일러는 대한민국의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게 한 1등공신이었다.

대기업들의 진출도 위협이었다. 1990년대 들어 도시가스가 대도시 위주로 공급되면서 유럽의 유명 보일러사와 제휴한 굴지의 대기업들이 가스보일러를 생산, 판매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회장은 “삼성·현대·LG·해태 등 대기업들이 유럽 보일러사들과 손잡고 시장을 잠식해 상당한 위협을 느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대기업들은 막강한 자금력과 유통망을 이용해 보일러 시장 장악에 나섰다. 처음에는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유럽의 최신 기술을 탑재한 보일러들의 판매는 곧 감소하기 시작했다. 한국 난방구조에 대한 연구 없이 성급하게 보일러 시장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부동의 업계 1위 달려 원래 가스보일러는 유럽에서 개발돼 미국과 일본 등을 통해 국내로 들어왔다. 그러나 유럽의 생활방식은 입식문화였고, 일본은 다다미 문화였다. 하지만 한국은 온돌문화다. 서구식 입식문화에 맞춘 보일러 구조는 온돌 난방에 적합하지 않았다. 유럽의 보일러들은 서구식 입식문화에 맞도록 설계돼 있어 바닥 난방을 위해 많은 온수가 필요한 우리나라 온돌에 사용할 경우 온수 용량이 부족했다. 또 가스비도 많이 들었다. ‘가스비만 많이 들고 난방은 별로’라는 입소문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빠르게 퍼지면서 귀뚜라미보일러의 인기는 올라갔다. 결국 대기업들이 사업을 접고 떠날 수밖에 없었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귀뚜라미보일러는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3681억원이었으나 올해는 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순익률도 매우 높지만 비상장사라는 점 때문에 외부 노출을 꺼리고 있다. 귀뚜라미보일러는 현재 업계 1위다. 이 회장은 확장보다는 보수적이고 신중한 마케팅을 펼칠 것이라고 말한다. 경쟁사들과 출혈경쟁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 회장은 사회사업에도 관심이 높다. 회사에서 설립한 문화·복지재단에서 2000억원을 운용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사회복지재단 중 7위 규모다. 이 회장은 “1985년 처음 문화재단을 만들었고 2003년에는 복지재단을 설립했다. 기업의 사회환원에 대한 명예회장님(최진민 창업자)의 신념이 그만큼 강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귀뚜라미보일러는 지난 20여 년 동안 전국적으로 모범학생 3만5000명에게 장학금을 지원해 왔다. 또 해마다 무료로 대구 지역에서 수십 명의 시각장애인에게 개안 수술을 해주고 있다. 이 회장은 앞으로 귀뚜라미보일러는 홈시스와 홈네트워크 분야를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홈시스는 동양매직·보루네오가구·KCC·이건창호 등과 함께 만든 홈인테리어 종합매장이다. 컴퓨터로 전국에 있는 아파트의 다양한 평수를 그려 맞춤형 인테리어를 제공하고 있다. 홈네트워크는 발전하는 인터넷과 IT 기술을 보일러에 사용한 시스템이다. 외부에서 인터넷이나 휴대전화로 보일러를 컨트롤하는 기능을 말한다. 하지만 이 회장은 아무리 기술이 발달해도 한 가지는 결코 변하지 않을 것이라 강조한다. 우수한 제품을 저렴하게 공급하는 원칙이다. “저희 회사 보일러는 지난 20년간 가격상승이 가장 적은 제품 중 하나입니다. 가격은 거의 변화가 없었지만 매출은 수십 배 증가했습니다. 앞으로도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기업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 경찰, '음주 뺑소니' 김호중 구속영장 신청

2KT-경기도-경기교통공사, 경기도 광역이동지원센터 AI콜센터 구축 업무협약 체결

3넷마블 신작 ‘레이븐2’, 29일 오후 8시 출시 확정

4크래프톤 오버데어, 동남아시아 5개국 대상 알파 테스트 진행

5SKT, AI 기반 고객 조사 서비스 ‘돈 버는 설문’ 론칭

6 김 의장 "채상병특검법 합의 안되면 28일 본회의서 재의결"

7신한카드, 넷플릭스 등 구독 결제 시 최대 1만원 캐시백

8디앤피 스피리츠, 아이리시 위스키 ‘리마바디 싱글몰트 위스키’ 마스터 클래스 성료

9조아제약 마시는 피로회복제 '활비톤액', 누적판매량 100만개 돌파

실시간 뉴스

1 경찰, '음주 뺑소니' 김호중 구속영장 신청

2KT-경기도-경기교통공사, 경기도 광역이동지원센터 AI콜센터 구축 업무협약 체결

3넷마블 신작 ‘레이븐2’, 29일 오후 8시 출시 확정

4크래프톤 오버데어, 동남아시아 5개국 대상 알파 테스트 진행

5SKT, AI 기반 고객 조사 서비스 ‘돈 버는 설문’ 론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