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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 고도서 활짝 핀 ‘바이오테크’

천년 고도서 활짝 핀 ‘바이오테크’

경남 진주시 문산읍 삼곡리에 자리 잡고 있는 바이오21센터. 입구에 버티고 선 수령 30년의 삼나무 몇 그루가 이곳이 과거 임업시험장터임을 짐작케 해준다. 도 임업시험장이었던 이곳에 1989년 농업기술센터가 들어섰다. 2002년 봄 이 건물은 리모델링 후 바이오21센터의 행정지원동으로 거듭난다. 임업시험장이 바이오산업의 메카를 추동하는 전진기지로 변신한 셈이다. 상전벽해(桑田碧海). 센터 경내로 들어서면 시험생산동·벤처지원동·행정지원동이 ‘ㄱ’자꼴로 늘어서 있다. 공사가 한창인 입구 쪽 성장벤처지원동은 2007년 7월 준공될 예정이다. 2002년 봄 경상남도는 생명과학 산업, 즉 바이오 산업을 전략산업으로 지정하고 산업자원부와 공동으로 이곳에 바이오21센터를 개관했다. 경남도와 진주시는 이 센터를 기축으로 바이오클러스터를 조성할 계획이다. 생명과학 분야의 연구 성과들이 이 센터에서 분출해 클러스터 내 바이오 벤처들로 흘러들게 하겠다는 복안이다. 천년 고도(古都) 진주는 한때 경남에서 첫손 꼽는 광역시급 도시였다. 오랫동안 개발에서 소외돼온 진주엔 이렇다 할 산업이 없다. 대표적인 향토기업으로 진주의 위신을 세워줬던 대동공업마저 1984년 봄 대구 공장을 준공하면서 대구광역시 달성군으로 옮겨갔다. 83년 경남도청 소재지의 지위마저 부산에서 창원으로 넘어가자 도시는 침체에 빠져들었다. 인구는 줄어들고 산업은 농업 위주로 고착돼 갔다. 진주시는 산업을 일으키고 기업을 유치하려면 기술개발이 절실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다행히 경상대가 식물생명과학 분야의 기술 기반을 구축하고 있었다. 이 대학의 식물생명과학 연구 인력과 시설 인프라는 이 분야에서 전국 최고 수준. 진주시와 경상대는 그동안 축적한 기술을 산업화하기 위해 지역에 거점 시설을 만들기로 했다. 이렇게 해서 들어선 것이 바이오21센터다. 지자체가 인프라를 깔고 대학이 기술을 내놓은 것. 경상대는 지방대로는 유일하게 농생명 분야를 주관하는 BK21 사업을 맡고 있다. 그에 앞서 1983년부터 생명과학을 특화했다.


진주바이오 클러스터의 성공요인은?


탄탄한 지역혁신 체제 규모의 경제, 규모의 이득이 아니라 규모의 이점을 살리는 혁신전략이 주효했다. 규모가 작으면 소통이 잘되고 합의가 쉽게 이루어진다. 이런 원활한 소통과 협력이 혁신의 바탕이 됐다.

축적된 연구 역량 경상대 농생명분야 특성화 전략과 중앙 및 지방 정부의 지원이 결합해 창출한 R&D 역량이 저력이 됐다.

지속적인 산학협동 비교 우위에 있는 산업을 선정해 대학 및 연구소, 기업, 지방자치단체가 삼위일체가 되어 지속적으로 협력한 결과다.

과제는 기술의 상업화 기업금융, 회계, 마케팅, 시장조사 등 기업 지원 서비스는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강신겸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진주시는 바이오21센터용으로 1만1000평에 이르는 부지를 확보한 후 시험생산동 등을 지었다. 이곳을 바이오벤처기업(생물화학소재기업) 지원센터로 지정한 산업자원부는 고가의 공동 장비 구입비로 52억원을 지원했다. 투입된 자금은 현물 자산을 포함해 총 213억원. 이 중 경상남도가 52억원을 지원했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이후 바이오21센터를 지역기반형 지역산업 혁신 우수 사례로 선정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책연구센터는 진주를 한국의 샌디에이고로 치켜세웠다. 미 캘리포니아주 남서부 해안의 샌디에이고는 미국의 대표적인 바이오 클러스터.

“진주는 한국의 샌디에이고” 진주는 2005년 10월 경남 혁신도시 개발 예정지로 지정된 후 활력을 되찾고 있다. 진주시는 바이오 밸리와 실크 밸리, 혁신도시 인근에 건설 중인 사봉국민임대산업단지, 정촌산업단지 등 네 곳을 주축으로 4각 산업벨트를 구축해 진주를 중흥시킨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바이오 전용 산업단지인 바이오 밸리는 바이오21센터 맞은편 4만5000평에 133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2008년까지 완공할 계획이다. 2009년까지는 243억원을 들여 4000평 규모의 바이오벤처플라자를 건립키로 했다. 바이오벤처를 위한 성장보육센터. 1600평 규모로 바이오비즈니스 클럽도 조성한다. 바이오21센터가 창업보육을 돕기 위한 시설이라면 바이오벤처플라자와 바이오 밸리는 각각 성장과 자립 단계에 있는 기업들을 지원하게 된다. 바이오21센터는 인큐베이션 단계의 기업들을 유치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금까지 25개 업체가 입주했고, ㈜글루칸 등 다섯 개 회사가 졸업했다. 입주업체들은 독립채산제로 운영된다. 센터 측은 이들을 대상으로 창업은 물론 장비와 디자인 개발까지 지원하고 있다. 가장 큰 매력은 대형 발효조 등 고가의 장비를 무상으로 쓸 수 있다는 점. 진주는 바이오 산업의 거점으로서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우선 교통의 요충에 도시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무엇보다 지리산과 남해안이 각각 30분 거리라 천연자원을 기반으로 한 바이오 산업을 일으키는 데도 적지다.

최대 강점은 질높은 연구 인력 바이오 산업 거점으로서 진주의 최대 강점은 그러나 인력이다. 바이오 산업은 전형적인 대학·연구기관 주도형 클러스터 업종이다. 연구개발(R&D)에 걸리는 기간이 매우 길고 연구 결과를 상용화하는 데 따르는 리스크도 크다. 긴밀한 산·학·연·관 협력체제도 진주의 강점이다. 지난 4월까지 초대 바이오21센터장을 지낸 하영래 경상대 연구산학협력지원본부장은 “바이오21센터가 경상대의 연구 인력이 개발한 기술을 산업화하는 거점 노릇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고 말했다. 경상대의 연구 인력과 센터 시설의 결합을 고리로 한 산학협력 체제가 진주 바이오 산업의 핵심 여건이라는 것이다. 이 연결고리를 통해 경상대가 축적한 기술은 바이오21센터로 이전된다. 교통여건 변화도 바이오 거점으로서 진주의 입지조건을 개선시켰다. 통영까지 연장된 대전∼진주 간 대진고속도로 덕분에 5시간 걸리던 대전∼진주 간 이동시간은 1시간50분으로 줄었다. 대표적인 입주업체로는 아미코젠㈜을 꼽을 수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출신 박사 다섯 명이 설립한 바이오벤처. 대표 역시 KAIST 출신인 신용철 경상대 생명과학부 교수다. 이 회사는 세계 최초로 게·새우 껍질에 함유된 키토산을 효소로 분해해 노인성 관절염 치료제인 D-글루코사민을 개발했다. 과거 염산을 사용할 때와 달리 공해가 없어 친환경적일뿐더러 경제적인 것이 장점. 이 회사는 2007년 코스닥 등록 후 자금이 확보되면 부가가치가 높은 의약용 효소 개발에 뛰어들 계획이다.
㈜장생도라지는 바이오21센터를 졸업했다. 국내 농업 벤처 1호. 농작물 재배법으로 발명 특허를 받은 최초의 기업이기도 하다. 이 회사는 보통 3~4년 자라면 뿌리가 썩는 도라지를 20년 이상 자라게 하는 재배법을 개발해 지난해 5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노하우는 도라지를 3년 주기로 일곱 번 옮겨 심는 것. 장생 도라지엔 23종의 사포닌 성분이 들어있는데 이 사포닌이 피를 맑게 하는 기능을 한다. 그래서 고혈압·당뇨 등 성인병에 좋고 항암작용도 한다. 천식과 치매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 장생 도라지의 이 같은 효능을 밝혀낸 것은 경상대 성낙주 교수팀이다. 산·학·연 협력체제는 이 회사가 제품을 다양화하는 데에도 기여했다.

아미코젠·장생도라지가 대표업체 바이오21센터 입주업체 수는 지난 10월 말 현재 17개사. 업체 기준으로는 전년도보다 5개 줄었지만 사용 공간은 다소 늘었다. 매출액도 꾸준히 늘어났다. 2006년 말 입주업체들의 매출 총액 전망치는 200억원, 종업원 수는 총 195명을 기록할 전망이다. 하영래 본부장은 “지역 간 치열한 경쟁으로 외지 기업을 유치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만큼 자체 기술 개발에 주력해 현지 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강희일 바이오21센터장은 “산자부가 지원하는 국제적 비임상시험기관의 입주가 새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관의 입주로 생물소재·의약품에 대한 비임상시험이 이루어지면 제품의 고부가가치화는 물론 바이오21센터의 국제화에도 기여하게 될 겁니다.” 이어 그는 “진주가 바이오 산업의 메카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시설·장비 등 인프라에 대한 지원과 더불어 마케팅·지적재산권 보호 등 소프트웨어에 대한 지원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경상대·바이오기능대·진주국제대 등과 분야별로 상호 협력하고 지원한다는 양해각서를 교환했습니다. 태동기를 지난 진주의 바이오 산업이 성숙하려면 바이오21센터가 한 차원 높은 역할을 해야 합니다. 산자부와 경남도·진주시의 지속적인 지원도 이루어져야죠.”


인터뷰 ㅣ 조무제 경상대학교 총장


“우리 연구경쟁력은 美 상위권 주립대 수준”

“진주가 바이오 산업에 착안한 것은 전적으로 경상대 덕입니다. 경상대는 기술개발과 산학협력에 주력하고, 진주시는 이렇게 개발한 기술을 산업화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는 한편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맡고 있죠.” 조무제 경상대 총장은 “경상대의 식물생명과학 분야 연구 경쟁력은 국내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했다. “국제적으로도 미국의 상위권 주립대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죠. 경상대가 국내 대학 중 최초로 미국의 퍼듀대·미주리대와 공동 박사학위제를 시행하고 있는 것은 경상대의 이런 위상을 뒷받침합니다.” 진주시-경상대 간 산·학·연·관 협력체제의 산파 역을 맡았던 조 총장은 경상대 농업생명과학 분야 연구의 선구자다. 농대로 출발한 경상대가 식물생명과학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게 된 것도 그가 중심이 되어 이런 비전을 정립한 덕이다. 경상대가 진주 바이오 산업의 핵심 역량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 진주시가 바이오 산업을 전략산업으로 설정하는 과정에서 경상대가 어떤 기여를 했나요? “진주가 바이오 산업을 전략산업으로 정한 것은 경상대의 생명과학연구팀이 주축이 되어 바이오 기술혁신센터(TIC)를 유치하면서부터입니다. 경상남도가 첨단기계 산업, 스마트홈 산업과 더불어 바이오 산업을 지역 전략산업으로 지정하고 바이오 산업의 중심지로 진주를 지정한 것도 경상대의 생명과학 분야 연구 경쟁력을 높이 샀기 때문이죠. TIC에 이어 경남 바이오벤처플라자, 바이오디자인혁신센터 등을 잇따라 유치한 후 총 500억원을 투입해 탄생한 것이 바로 바이오21센터입니다.” 산·학·연·관의 협력 과정에서 대학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나요? “대학의 몫은 경쟁력 있는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개발한 기술을 산업화해 생산까지 대학이 떠맡는 것은 효율이 떨어져요. 최근 들어 정부에서 학교기업의 설립을 권장하고 있지만 이때도 전문경영인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산·학·연·관 협력을 통해 대학은 무엇을 얻습니까? 이런 협력에 대해 대학이 기대하는 건 뭔가요? “대학 교수의 연구 성과가 산업화될 때 지금보다 더 큰 몫이 대학에 귀속돼야 합니다. 미국의 경우 대학 소속 발명자의 지분보다 대학의 지분이 훨씬 많아요. 우리나라도 이런 문화가 자리 잡고, 이런 방향으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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