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 요법 꿈에서 현실로
줄기세포 요법 꿈에서 현실로
자폐증 환자 임상시험과 백혈병 치료제 나올지도 노스웨스턴 대학의 면역학자 리처드 버트는 17년 전 엉뚱한 생각을 품었다. 환자 몸의 ‘재시동’ 단추를 눌러 문제가 있는 면역 체계를 부숴버리고 새 체계를 지어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었다. 재생 절차가 쉽지는 않겠지만 줄기세포 연구가 도움이 될 성싶었다.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얻는 데 8년이 걸렸다. “첫 환자를 치료할 땐 너무 긴장되고 딱딱한 분위기였다”고 버트는 말했다. 그가 지금까지 줄기세포로 치료한 환자는 170명이다. 그 뒤를 잇는 의사가 점증한다. 세계적으로 1000건 이상의 줄기세포 치료가 초기 임상시험 중이다. 대다수는 환자 자신의 골수세포를 이용한다. 건강한 성인의 세포를 이용하는 의사도 늘었다. 11월에는 배아줄기세포로 치료한 첫 환자가 나왔다. 그 때문에 미국에서 큰 논쟁이 벌어졌다. 오랜 세월 공상과학으로 치부되고 동물 실험실과 먼 미래의 영역으로만 간주됐던 줄기세포 치료가 엄연한 과학적 현실이 돼 간다. 버트 혼자서만 루푸스와 류머티스 관절염을 비롯해 각종 면역계 질환 환자를 치료했다. 최근에는 제1형 당뇨의 줄기세포 임상시험 결과를 보고했다. 치료를 시작한 지 3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일부 환자의 혈당치가 정상으로 돌아와 인슐린을 복용하지 않는다. 버트는 “다른 치료법이 없어 보이는” 두 가지 질병의 임상시험도 계획했다. 루게릭병과 면역 체계와 관련된 희귀한 자폐증이다. 내년 1월 첫 자폐증 환자를 치료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암 환자나 심장병 환자를 위한 희소식도 나올지 모른다. FDA는 백혈병 환자의 줄기세포 요법을 신속 승인했다. 2007년 후반께 치료제가 출시될 가능성이 있다. 해외에서 많은 울혈성 심부전 환자에게 도움을 준 치료법이 미국 진출도 노린다. 피츠버그 대학의 아미 파텔은 미국에서 환자 열 명의 심장 속에 본인의 줄기세포를 주입했고, 세계적으로 2000건의 비슷한 시술에 자문을 맡았다. 줄기세포는 대체로 새 혈관을 형성해 심장의 부담을 덜어준다. 그러나 심장근육을 새로 만들지는 못한다. 그러려면 배아 줄기세포를 이용해야 할지 모른다. 일각에서는 이미 진행 중인 실험이다. 민간 지원을 받는 의사들이 태아에서 추출한 세포로 은밀하게 실험해 왔다. 캘리포니아의 생명공학 기업 제론은 그 기술을 써서 생쥐의 심부전을 예방했다. 내년 인간 임상시험을 승인해 달라고 FDA에 신청할 계획이다. 제론은 그에 앞서 태아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척수 부상자의 치료제로 쓰는 미국 최초의 대대적 임상시험에 착수하려는 희망을 품었다. 그 임상시험이 시작될 무렵 의사들은 지금까지 인간을 대상으로 실시된 유일한 배아 줄기세포 치료의 결과를 얻게 된다. 지난 11월 오리건의 의사들은 배튼병이라는 희귀한 신경 퇴행성 질환을 앓는 어린이에게 배아 줄기세포를 주입했다. 대상은 오로지 그 환자 하나지만 그 줄기세포가 질병을 치료하고 번식한다면 그것의 용도도 아울러 번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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