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도 이겨낸다
유방암도 이겨낸다
주 3∼5시간 꾸준히 운동하면 예방은 물론 삶의 질도 향상 켄터키주 볼링 그린의 심리학 교수 앤 린(28)은 주 4회 킥복싱, 에어로빅 또는 필라테스 강습을 받는다. 캘리포니아주 보니타에 사는 리즈 어스본(64)은 집 부근의 여성 체육관에서 테니스를 치고 서킷 트레이닝(체력 단련에 시간이라는 요소를 더해 근육·호흡·순환 기능의 점진적 발달을 목적으로 하는 훈련법)을 한다. 이처럼 운동에 열심인 두 사람의 공통점이 뭘까? 유방암 걱정이다. 린은 어머니가 유방암으로 돌아가셨기 때문에 예방에 신경써야 한다. 어스본은 유방암에 걸리고도 살아남았기 때문에 수명을 연장하고 삶의 질을 더욱 높이고 싶어한다. 미국 암협회는 올해 미국 여성 24만1000명이 유방암 진단을 받고, 그중 4만 명이 사망하리라고 추정한다. 다행히도 효과적인 치료법이 지난 10년간 속속 개발되면서 유방암 환자들의 수명은 연장됐다. 1990년 이래 유방암 환자의 사망률은 서서히 낮아지는 추세다. 미국인 여성 중 유방암 치료를 받았거나 받는 여성은 200만 명이 넘는다. 물론 타목시펜, 랄록시펜 같은 기적의 신약이 병력이나 유전자로 인해 유방암에 특히 취약한 여성들의 위험 축소에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인류가 생겨나면서부터 해온 운동이라는 신체활동도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 운동은 유방암에 걸릴 확률을 크게 줄여주고, 생존 기간을 연장해주며, 유방암 환자의 삶의 질을 크게 높인다는 점을 말해주는 연구가 숱하다. 운동이 왜 그토록 중요한지 과학적으로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과학자들은 현재 그 해답을 열심히 찾는 중이다. 유방암의 약 3분의 2는 에스트로겐 양성으로 간주된다. 여성 호르몬 에스트로겐이 종양의 성장을 촉진한다는 뜻이다. 나머지 유방암은 에스트로겐 음성이다. 많은 전문가는 정기적 운동을 하면 혈류를 통해 순환되는 에스트로겐의 양이 줄어든다고 본다. 따라서 특정 유방암의 경우 에스트로겐이 적을수록 종양의 성장촉진 인자가 적어진다. 또 운동은 호르몬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지방 조직을 줄여준다. 지방은 안드로겐으로 알려진 호르몬을 에스트로겐으로 전환하는 아로마타제라는 물질을 만들어낸다. 폐경으로 난소에서 에스트로겐 생산이 중단되고 나면 여성의 몸은 대부분 이 호르몬적인 연쇄반응을 통해 에스트로겐을 얻는다. 최근 대규모로 치밀하게 실시된 연구 두 건의 결과를 보면 운동이 에스트로겐과 연계된 호르몬 작용만이 아니라 다른 방향에서도 유방암 퇴치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듯하다. 지난달 미 내과학회보(Archives of Internal Medicine)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운동은 종양의 공격성 완화에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 장기적으로 중간 강도 또는 강한 수준으로 운동하면 에스트로겐 음성이면서 침해성이 강한 유방암의 발달 위험을 줄여준다고 시사하는 결과가 나왔다(그러나 에스트로겐 양성 유방암은 그렇지 않았다). 에스트로겐 음성 유방암의 효과적인 치료법이 양성 암보다 적기 때문에 매우 고무적인 소식이다. 또 그 이전의 몇몇 연구는 운동이 에스트로겐 양성 유방암의 위험도 줄여준다고 시사했다. 과학자들은 에스트로겐 외에도 인슐린, 렙틴, 그리고 특정 성장촉진 인자들에 운동이 미치는 영향도 연구 중이다. 어려서부터, 특히 사춘기부터 정기적으로 하는 운동이나 다른 생식 호르몬을 억제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격렬한 운동도 바람직한 효과를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 2005년 평생 운동의 영향을 조사한 동시 다발적 연구에서 유방암 생존자(백인과 흑인) 4000명 이상과 같은 수의 일반 여성들을 비교했다. 그 결과 운동을 가장 많이 하는 여성이 유방암에 걸릴 확률은 운동을 가장 적게 하는 여성보다 20% 낮았다. 이미 유방암 진단을 받은 환자에게도 운동은 생존 기간을 크게 늘리고 다른 암에 걸릴 확률을 낮춰준다. 미국 간호사 건강연구(NHS:Nurses’ Health Study)는 유방암 진단을 받은 약 3000명을 최장 14년까지 추적했다. 그 결과 유방암 재발률과 유방암을 비롯한 다른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률이 운동을 많이 하는 여성의 경우, 운동을 하지 않는 여성에 비해 26∼40% 낮았다. 빠른 걷기나 그에 상응하는 에너지 소모적 활동을 주 3∼5시간(하루 약 30분)하는 여성이 가장 큰 혜택을 봤다. 일주일에 1∼3시간 정도만 운동을 해도 어느 정도 위험이 낮아졌다. 과체중은 유방암 환자의 생존 가능성을 낮춘다. 그러나 유방암 환자들이 체중을 유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치료 중에는 특히 어렵다. 화학요법이나 방사능 치료를 받는 여성은 그 자체가 너무 힘들어 운동하기 힘들다고 느낀다. 화학요법의 특정 부작용을 완화하는 스테로이드제를 복용하면 식욕은 크게 는다. 구토증이 있으면 메스꺼운 위를 진정시키는 음식을 거의 끊임없이 먹게 된다. 호르몬 조절에 작용하는 일부 항암제도 체중 증가에 일조한다. 한 가지 예가 타목시펜이다. 세포의 수용체를 무력화함으로써 에스트로겐의 유방세포 진입을 막는 약이다. 아직은 상관관계가 확인되지 않았지만 타목시펜 복용 여성 다수가 점진적인 체중증가를 호소했다. 아무튼 체중 증가의 근본 원인이 무엇이든 운동은 열량 소모에 도움이 된다. 너무 몸이 지쳐 운동을 못하겠다고 느끼는 사람도 가볍거나 중간 강도의 운동을 하면 치료에 수반되는 피로증이 완화된다는 증거도 있다. 한때 의사들은 유방암 치료를 받은 여성이 상체 저항력 운동을 하면 만성적 림프부종에 시달리기 쉽다고 생각했다. 림프는 세포 사이의 공간에 모이는 묽은 유백색 액체다. 병원균을 막는 면역세포를 함유한 림프는 순환계로 흡수되기 전에 몸속의 레이스 같은 도관망으로 스며든다. 림프부종은 수술이나 방사능 치료로 림프 도관이 변경된 뒤 주로 팔, 때로는 상체에서 림프가 역류할 때 발생한다. 최근의 여러 연구는 운동의 강도와 시간을 서서히 늘리거나 적절한 사전 대책을 강구하면 운동 때문에 림프부종이 생길 가능성이 희박하며, 이미 생겼다 해도 악화될 가능성이 작다는 점을 시사한다. 저항력 운동은 화학요법과 호르몬 요법에 수반되는 근육감소증(근육 손실과 지방 증가)을 역전시킬 뿐 아니라 뼈를 보호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삶을 완전히 바꿔놓는 골절로 이어지기 쉬운 골다공증은 특정 항암치료로 인해 급진행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화학요법은 난소를 너무 일찍 차단함으로써 조기 폐경을 불러온다. 에스트로겐이 뼈 보호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에스트로겐이 줄어들면 특히 골절에 취약한 척추와 골반에서 골질이 줄어든다. 아로마타제 억제제라는 유방암 치료제도 골다공증에 일조한다고 알려졌다. 폐경 후 안드로겐을 에스트로겐으로 전환하는 과정에 개입해 에스트로겐의 주된 공급선을 차단하는 치료제다. 그러나 저항력 운동은 골질 손실을 억제하고 심지어 뼈를 더욱 강하게 만들어 준다. 삶의 질 역시 중요하다. 임상시험에서 주3회 이상 점진적으로 45분까지 늘려 가는 중간 강도나 높은 강도의 운동을 한 환자들은 불안증과 우울증이 완화됐고, 기분과 자긍심이 높아졌으며, 피로증 극복에서도 효과를 봤다. 마지막으로 유방암이 상당히 진행된 여성 환자의 운동효과에 관한 연구는 거의 없다. 그러나 초기 증거를 보면 신체활동이 이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듯하다. 예를 들면 운동을 하면 치료에 따르는 피로증을 적게 느낀다. 현재 유방암과 운동의 상관관계를 살피는 좀 더 정밀한 연구들이 진행 중이다. 그렇다고 그 결과만 기다리며 가만히 앉아 있어서는 안 된다. 이제 잡지를 잠시 덮고 걷기 운동을 하러 나가면 어떨까. [KAELIN은 하버드 의대 교수며 브리검 앤 위민스 병원의 의사다. 보스턴 지역에서 활동하는 의료전문 저술가 COLTRERA와 함께 ‘유방암 생존자의 운동 방법(The Breast Cancer Survivor’s Fitness Plan, 2006)’과 ‘유방암 극복(Living Through Breast Cancer, 2005)’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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